골프계도 예외일 수 없는 <도핑테스트>

알면 별것 아닌 반드시 필요한 검사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지난 3월5일 서울 태평로 프라자호텔에서 2009년도 정기총회를 열고 도핑테스트 도입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도핑시기와 대상은 2009년 정규투어 4~7개 대회 중 무작위로 선수를 선정하여 실시할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골프는 ‘멘탈운동’이고 프로골퍼 간 실력 차이는 백지장 한 장 정도이며 승부는 얼마나 집중하느냐에 달렸다는 인식이 강해 최근까지도 도핑테스트가 도입 되지 않았다.

KLPGA 올해부터 도핑테스트 시행
도핑테스트 이해하고 부작용 막아야

물론 타이거 우즈나 아니카 소렌스탐 같은 뛰어난 선수들을 향한 어느 정도의 시샘 어린 의혹이 간간이 있어 왔다. 또 모한 선수가 약물을 사용했다는 일방적인 주장도 있었지만 소수의 검증되지 않은 의견 때문에 도핑테스트를 도입할 수는 없었다.
소수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운동선수는 오랜 시간 운동으로 몸을 단련한 사람이라 갑자기 근육이 생긴다고 해서 운동능력이 향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탓도 있다.

약물의 힘 빌린다?

사실 이런 의견도 도핑테스트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나온 말이긴 하다. 도핑테스트는 스테로이드같이 근육 강화제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신경안정제인 베타안정제도 도핑테스트에 걸리는 약물로서 ‘골프는 집중력이 중요한 경기’라는 의견만을 놓고 보자면 약물의 힘을 빌려 심리적 안정을 얻고자 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골프계 도핑테스트는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대회에서 처음 시작됐다. 지난 2006년 7월 국제골프연맹(IGF)이 “약물복용 근절운동에 동참하겠다”며 세계 아마추어팀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약물검사를 시행했던 것. 게다가 타이거 우즈, 그렉 노먼, 잭 니클로스 등이 스스로 검사를 받겠다며 발 벗고 나서자 PGA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PGA는 2007년 11월 “12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약물검사에 대한 교육을 한 뒤 2008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약물검사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LPGA와 EPGA, JGA도 세계 골프계의 흐름에 동참하겠다며 뜻을 함께했으며 올해 우리나라의 KLPGA도 도핑테스트를 시행하게 됐다.
도핑테스트의 실시를 미뤄왔던 단체들이 내세우는 것 중 하나가 테스트에 드는 비용문제였다. 그러나 도핑테스트라는 것이 모든 이들에게 하는 것이 아닌 무작위로 선정된 몇몇 선수에 해당하는 것이라 그리 많은 금액이 들지는 않는다. 개개인은 약 40만원, 단체로 테스트를 받게 되면 약 20만원의 비용이 든다.

도핑테스트는 적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시행 자체에 의의가 있는 것으로서 테스트에 선정된 선수가 의혹 어린 시선을 받는 중이라면 많지 않은 비용으로 자신의 결백을 알릴 수 있게 된다. 선수로서 도핑 없이(금지방법의 사용 없이) 깨끗한 환경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 확인을 하는 것이다.
지난 2002년 문화부는 각 프로 스포츠 단체에 도핑검사 도입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그간 이를 실행한 것은 KBO뿐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K리그)은 선수계약서 제4조 9항에 ‘협회, 연맹이 지정하는 도핑테스트에 참가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외국인 선수 입국 시 단 한 차례 검사할 뿐이었다. 국내 선수는 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해 의무분과위원회에서 “2008시즌부터 팀당 2명씩 연 1회 이상 도핑검사를 하자”는 건의가 나왔지만 이사회에서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모습들에 대해 “도핑테스트의 필요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아쉬운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
골프 역시 이런 비난의 화살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만 올해부터는 달라지게 됐다. KLPGA는 올시즌 첫 시행을 앞둔 도핑테스트와 관련 “도핑테스트는 2016년 하계올림픽에 골프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도록 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지난 2007년 롤렉스 세계랭킹 회의 당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등과 시행하기로 이미 합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작위 선수 선정 도핑테스트

이어 “미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고 우리도 애초 지난해부터 추진키로 했다가 1년여의 준비시간을 더 가졌다. 하지만 오는 4월 초 LPGA, JLPGA 등이 모두 참석하는 가운데 열릴 도핑 관련 회의 이후 본격적으로 시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KLPGA는 이에 따라 올시즌부터 4∼7개 대회에서 도핑위원이 무작위 방식으로 선수를 선정해 도핑테스트를 실시키로 했으며 적발된 선수는 1회 위반 시 1년 자격정지, 2회 위반 시 2년 자격정지, 3회 위반 시 영구 제명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테스트를 받게 되는 선수도 주위에서도 ‘놀랄 것이 없는 검사’이긴 하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있다. 프로골퍼가 ‘도핑테스트 때문에’ 아파도 약을 맘대로 먹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투어 프로들이 큰 고민에 빠져 있다.
실제 2008년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 시즌 개막전인 ANZ 레이디스마스터스에서 ‘골프 지존’ 신지애는 코스보다는 감기 몸살과의 싸움을 펼쳐야만 했다. 경기 전부터 감기 몸살로 고열에 시달리고 편도선염까지 도저 응급실 신세까지 졌다. 그러나 도핑테스트 때문에 감기약도 함부로 먹지 못했다. 겨우 해열제 한 알과 병원에서 링거를 맞는 게 전부였다.

신지애가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미국 무대인 LPGA투어는 지난해부터 무작위 선택(랜덤)으로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를 병행한 도핑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도핑테스트에서 첫 번째 양성반응은 1년간 자격정지, 두 번째 양성반응은 2년간 자격정지, 세 번째부터는 영구 제명된다.

“이젠 진통제도 못 먹어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양선수에게 종종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한약과 건강보조식품이다. 체력 소모가 많은 선수들은 한약이나 보양식 등을 자주 먹게 되는데 이런 제품 혹은 식품은 단일 성분의 정제된 약과는 달리 수많은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금지약물이 검출될 수도 있다.
따라서 선수들은 그 성분이 명확지 않은 약제나 건강보조식품 등은 함부로 복용해서는 안 되고 복용을 원하는 경우 반드시 사전에 함유 성분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실제 한약재나 보양식에 대한 도핑테스트를 의뢰, 결과를 지켜보고서 복용하는 프로선수가 늘고 있다.

최나연은 지난해 LPGA투어 진출에 앞서 45만원을 들여 KAIST 도핑센터에서 검사를 받기도 했다. 안선주는 “감기에 걸리면 집중력이 떨어져 쇼트 게임이나 퍼팅할 때 어려움이 많다. 또한 프로들은 허리나 무릎, 발목 통증이 잦지만 이제는 진통제도 먹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불법적인 방법이 아닌 합법적으로 약국에서 구하는 약의 상당한 부분에 금지약물이 포함돼 있다. 시판되는 약이라고 해서 금지약물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금지약물 포함 여부를 확인할 시간이 없을 정도의 응급 상황이 발생하여 불가피하게 금지약물을 사용한 경우, 치료 즉시 ‘치료목적사용 면책’을 신청하여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은 드물게 발생하는 상황으로 응급상황에서의 소급 치료목적사용 면책은 정밀한 검토 후에 승인 여부가 판정되니 이를 유념해야 한다.

스포츠에서 경기력 향상 목적의 약물복용행위(doping)는 근절되어야 할 불법행위일 뿐만 아니라 선수 건강에 위해가 되며 스포츠 윤리에도 크게 반하는 행위다. 단 도핑테스트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되겠기에 선수 개인이나 주위에서는 경기력 향상을 위한 노력과 함께 항상 도핑에 대해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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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