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도 예외일 수 없는 <도핑테스트>

알면 별것 아닌 반드시 필요한 검사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지난 3월5일 서울 태평로 프라자호텔에서 2009년도 정기총회를 열고 도핑테스트 도입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도핑시기와 대상은 2009년 정규투어 4~7개 대회 중 무작위로 선수를 선정하여 실시할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골프는 ‘멘탈운동’이고 프로골퍼 간 실력 차이는 백지장 한 장 정도이며 승부는 얼마나 집중하느냐에 달렸다는 인식이 강해 최근까지도 도핑테스트가 도입 되지 않았다.

KLPGA 올해부터 도핑테스트 시행
도핑테스트 이해하고 부작용 막아야

물론 타이거 우즈나 아니카 소렌스탐 같은 뛰어난 선수들을 향한 어느 정도의 시샘 어린 의혹이 간간이 있어 왔다. 또 모한 선수가 약물을 사용했다는 일방적인 주장도 있었지만 소수의 검증되지 않은 의견 때문에 도핑테스트를 도입할 수는 없었다.
소수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운동선수는 오랜 시간 운동으로 몸을 단련한 사람이라 갑자기 근육이 생긴다고 해서 운동능력이 향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탓도 있다.

약물의 힘 빌린다?

사실 이런 의견도 도핑테스트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나온 말이긴 하다. 도핑테스트는 스테로이드같이 근육 강화제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신경안정제인 베타안정제도 도핑테스트에 걸리는 약물로서 ‘골프는 집중력이 중요한 경기’라는 의견만을 놓고 보자면 약물의 힘을 빌려 심리적 안정을 얻고자 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골프계 도핑테스트는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대회에서 처음 시작됐다. 지난 2006년 7월 국제골프연맹(IGF)이 “약물복용 근절운동에 동참하겠다”며 세계 아마추어팀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약물검사를 시행했던 것. 게다가 타이거 우즈, 그렉 노먼, 잭 니클로스 등이 스스로 검사를 받겠다며 발 벗고 나서자 PGA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PGA는 2007년 11월 “12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약물검사에 대한 교육을 한 뒤 2008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약물검사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LPGA와 EPGA, JGA도 세계 골프계의 흐름에 동참하겠다며 뜻을 함께했으며 올해 우리나라의 KLPGA도 도핑테스트를 시행하게 됐다.
도핑테스트의 실시를 미뤄왔던 단체들이 내세우는 것 중 하나가 테스트에 드는 비용문제였다. 그러나 도핑테스트라는 것이 모든 이들에게 하는 것이 아닌 무작위로 선정된 몇몇 선수에 해당하는 것이라 그리 많은 금액이 들지는 않는다. 개개인은 약 40만원, 단체로 테스트를 받게 되면 약 20만원의 비용이 든다.

도핑테스트는 적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시행 자체에 의의가 있는 것으로서 테스트에 선정된 선수가 의혹 어린 시선을 받는 중이라면 많지 않은 비용으로 자신의 결백을 알릴 수 있게 된다. 선수로서 도핑 없이(금지방법의 사용 없이) 깨끗한 환경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 확인을 하는 것이다.
지난 2002년 문화부는 각 프로 스포츠 단체에 도핑검사 도입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그간 이를 실행한 것은 KBO뿐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K리그)은 선수계약서 제4조 9항에 ‘협회, 연맹이 지정하는 도핑테스트에 참가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외국인 선수 입국 시 단 한 차례 검사할 뿐이었다. 국내 선수는 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해 의무분과위원회에서 “2008시즌부터 팀당 2명씩 연 1회 이상 도핑검사를 하자”는 건의가 나왔지만 이사회에서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모습들에 대해 “도핑테스트의 필요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아쉬운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
골프 역시 이런 비난의 화살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만 올해부터는 달라지게 됐다. KLPGA는 올시즌 첫 시행을 앞둔 도핑테스트와 관련 “도핑테스트는 2016년 하계올림픽에 골프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도록 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지난 2007년 롤렉스 세계랭킹 회의 당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등과 시행하기로 이미 합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작위 선수 선정 도핑테스트

이어 “미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고 우리도 애초 지난해부터 추진키로 했다가 1년여의 준비시간을 더 가졌다. 하지만 오는 4월 초 LPGA, JLPGA 등이 모두 참석하는 가운데 열릴 도핑 관련 회의 이후 본격적으로 시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KLPGA는 이에 따라 올시즌부터 4∼7개 대회에서 도핑위원이 무작위 방식으로 선수를 선정해 도핑테스트를 실시키로 했으며 적발된 선수는 1회 위반 시 1년 자격정지, 2회 위반 시 2년 자격정지, 3회 위반 시 영구 제명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테스트를 받게 되는 선수도 주위에서도 ‘놀랄 것이 없는 검사’이긴 하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있다. 프로골퍼가 ‘도핑테스트 때문에’ 아파도 약을 맘대로 먹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투어 프로들이 큰 고민에 빠져 있다.
실제 2008년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 시즌 개막전인 ANZ 레이디스마스터스에서 ‘골프 지존’ 신지애는 코스보다는 감기 몸살과의 싸움을 펼쳐야만 했다. 경기 전부터 감기 몸살로 고열에 시달리고 편도선염까지 도저 응급실 신세까지 졌다. 그러나 도핑테스트 때문에 감기약도 함부로 먹지 못했다. 겨우 해열제 한 알과 병원에서 링거를 맞는 게 전부였다.

신지애가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미국 무대인 LPGA투어는 지난해부터 무작위 선택(랜덤)으로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를 병행한 도핑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도핑테스트에서 첫 번째 양성반응은 1년간 자격정지, 두 번째 양성반응은 2년간 자격정지, 세 번째부터는 영구 제명된다.

“이젠 진통제도 못 먹어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양선수에게 종종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한약과 건강보조식품이다. 체력 소모가 많은 선수들은 한약이나 보양식 등을 자주 먹게 되는데 이런 제품 혹은 식품은 단일 성분의 정제된 약과는 달리 수많은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금지약물이 검출될 수도 있다.
따라서 선수들은 그 성분이 명확지 않은 약제나 건강보조식품 등은 함부로 복용해서는 안 되고 복용을 원하는 경우 반드시 사전에 함유 성분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실제 한약재나 보양식에 대한 도핑테스트를 의뢰, 결과를 지켜보고서 복용하는 프로선수가 늘고 있다.

최나연은 지난해 LPGA투어 진출에 앞서 45만원을 들여 KAIST 도핑센터에서 검사를 받기도 했다. 안선주는 “감기에 걸리면 집중력이 떨어져 쇼트 게임이나 퍼팅할 때 어려움이 많다. 또한 프로들은 허리나 무릎, 발목 통증이 잦지만 이제는 진통제도 먹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불법적인 방법이 아닌 합법적으로 약국에서 구하는 약의 상당한 부분에 금지약물이 포함돼 있다. 시판되는 약이라고 해서 금지약물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금지약물 포함 여부를 확인할 시간이 없을 정도의 응급 상황이 발생하여 불가피하게 금지약물을 사용한 경우, 치료 즉시 ‘치료목적사용 면책’을 신청하여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은 드물게 발생하는 상황으로 응급상황에서의 소급 치료목적사용 면책은 정밀한 검토 후에 승인 여부가 판정되니 이를 유념해야 한다.

스포츠에서 경기력 향상 목적의 약물복용행위(doping)는 근절되어야 할 불법행위일 뿐만 아니라 선수 건강에 위해가 되며 스포츠 윤리에도 크게 반하는 행위다. 단 도핑테스트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되겠기에 선수 개인이나 주위에서는 경기력 향상을 위한 노력과 함께 항상 도핑에 대해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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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