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LPGA 주름잡는 태극낭자군

신지애-리디아 고 올시즌 흥행의 무지개 띄울까?

지난 2월17일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올해 LPGA투어 개막전 ISPS 혼다 호주 여자오픈의 마지막 라운드에서의 챔피언조는 한민족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신지애(25)는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 여자오픈 두 차례 우승을 비롯, LPGA투어 통산 10승의 한국의 대표주자이고 동반자 리디아 고(16·한국명 고보영)는 한국인이면서 뉴질랜드 교포인 아마추어골퍼로 이미 세계가 인정한 골프천재다.

“신중하면서 겸손한 태도가 또 하나의 사례”

신-고 온화한 성품, 침착함, 그리고 긍정 마인드

신지애로 말하면 설명이 필요 없는 골프여걸의 1명이고 리디아 고는 차세대 골프스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어 이 두 선수로 구성된 챔피언조는 호주에서 개막전을 갖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측으로선 흔치 않는 흥행카드를 얻은 셈이었다. 한국인으로서는 누가 이기든 기분 좋은 것이지만 LPGA 입장에선 바위처럼 무거우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새로운 골프여제 신지애와 숱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어린 아마추어 리디아 고가 흥행의 조건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신지애는 지극히 동양적인 플레이로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두 번이나 제패했고, 리디아 고는 아마추어로 세계프로대회 최연소 우승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우며 세계 골프계를 놀라게 한 기대주이기 때문이다.

17언더파 공동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맞은 두 선수의 결과는 신지애 우승, 리디아 고 3위로 갈렸지만 두 선수가 보여준 플레이는 골프팬들에게 쉬 지워지지 않을 잔상을 남겼다. 우선 두 선수에게서 너무 많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두 선수의 플레이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침착하고 둔중했다.

묵직하고 차분한
동양적 플레이 신지애


신지애의 경우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 무소처럼 묵묵히, 그리고 일관된 자신의 플레이를 펼친다. 상대가 누가 되든 흔들리는 법이 없다. 극히 드물게 자신을 통제하는 끈을 놓쳤을 때 잠시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도 한순간에 툴툴 털고 제 컨디션으로 돌아가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리디아 고의 플레이를 보면 마치 신지애의 플레이를 복사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무슨 얘긴가 하면, 리디아 고의 플레이 역시 신지애 못지않게 신지애가 갖고 있는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을 맞아도 리디아 고가 얼굴을 찡그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아무리 훌륭한 플레이를 펼치고 나서도 기뻐 날뛰는 모습을 본 적도 없다. 리디아 고는 늘 신지애 만큼 담담한 모습이다. 마지막 라운드 첫 홀에서 불의의 더블보기를 범하고 두 번째 홀에서도 보기를 범했지만 표정은 차분했고 4, 5번 홀에서는 잇단 버디를 건져 도저히 10대 선수로 볼 수 없었다.

올해 16세인 리디아 고가 지금까지 쌓은 골프이력을 놓고 보면 자칫 기고만장하기 십상인데도 그는 항상 차분하고 겸손하다. 지난해 1월 호주 뉴사우스 웨일스오픈, 8월 LPGA투어 캐나다오픈에 이어 최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클리어워터 골프장에서 열린 ISPS 한다 뉴질랜드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통산 세 번째 프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ISPS 한다 뉴질랜드 여자오픈을 우승할 때의 나이가 만 15세8개월17일로 유럽여자프로골프 최연소 우승기록을 세웠다. 이는 2006년 ANZ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양희영이 세운 16세6개월8일의 기록을 10개월가량 앞당긴 것이다.

그는 이미 지난해 14세9개월의 나이로 호주여자골프 뉴사우스 웨일스 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면서 2007년 일본 남자 프로골프 먼싱웨어 오픈에서 우승한 이시카와 료(일본·당시 15세8개월)와 ANZ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양희영이 세운 세계 남녀 최연소 프로 대회 우승 기록을 모두 갈아 치웠고, 지난해 8월에는 LPGA투어 캐나다 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면서 LPGA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마저 새로 썼다. LPGA투어에서 아마추어가 우승한 것은 43년 만이었고 뉴질랜드 내셔널 타이틀 대회에서 뉴질랜드인이 우승한 것도 리디아 고가 처음이다. 2월엔 2주 연속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세계의 프로들과 자웅을 겨뤄 3위에 올랐다는 것으로 이미 리디아 고의 진가는 십분 입증된 셈이다.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이나 표정, 플레이를 전개해나가는 과정에서 너무도 닮은 두 선수의 두 번째 공통점은 좋은 기억을 쌓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신지애가 탄탄한 아마추어 시절을 거쳐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 프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긍정적 기억을 차곡차곡 쌓아가듯 리디아 고 역시 걸출한 플레이로 아마추어 대회는 물론 프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일궈내며 기분 좋은 기억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떠오르는 골프스타가 미셸 위다. 아마추어 시절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플레이로 촉망받았지만 프로대회, 남자대회에 불려 다니며 패배의 쓰라린 기억이 누적되면서 정작 프로로 전향해서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언론으로부터 칭찬이 쇄도하는 것도 대조적이다. 리디아 고는 뉴질랜드로서는 최고의 국가 브랜드인 셈이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만하지만 뉴질랜드 언론이 리디아 고를 보는 시각을 보면 애정이 듬뿍 담겼다. <뉴질랜드 헤럴드>는 리디아 고가 2003년 한국에서 뉴질랜드로 이주해 2009년 시민권을 취득함으로써 스포츠 다문화주의의 간판스타가 됐다며 “리디아 고는 뉴질랜드의 보물”이라고 격찬했다. 이 신문은 훌륭한 기량으로 지난해 8월 캐나다 오픈에서 LPGA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게 한 사례라고 지적하고 신중하면서 겸손한 태도가 또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셀 위 실패 교훈
뭔가 다른 리디아 고

이 신문은 또 리디아 고는 타고난 온화함으로 뉴질랜드인들의 마음을 이미 무장 해제시켜버렸다며 뉴질랜드인들은 승자를 좋아하는 게 사실이지만 리디아 고의 성품과 자세는 그것을 뛰어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리디아 고가 10대 소녀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데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도 뛰어나,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하는 많은 운동선수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존 키 총리로부터 축하전화도 받은 리디아 고는 이래저래 좋은 기억의 두께를 더해가고 있어 앞으로 무한한 발전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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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