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가업 말아먹은 철부지 후계자 ‘천태만상’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4.01 14: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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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이 키웠더니 쪽박찬 황태자들

[일요시사=경제1팀] ‘수성’은 과연 ‘창업’보다 어려운 것인가. 기업들의 ‘2세 경영 리스크’가 잇따르고 있다. 창업주가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자마자 속절없이 쓰러지곤 한다. 최근 몇 년간 잊을만하면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가업을 물려받은 ‘2세들의 경영능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시장에서 이미 퇴출됐고, 일부 기업들은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경영 실패의 책임이 전적으로 이들에게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부 기업은 젊은 경영진이 무리하게 외형을 키우다 무너진 사례인 것으로 추정된다.

물러나는 아버지
빗나간 바통터치

현대·기아차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한일이화는 유양석 대표의 배임혐의로 상장폐지 기로에 놓여있다. 유 대표는 2010년 10월 중국에 설립한 우량계열사를 자신의 개인회사에 헐값에 넘기고 회사 이익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배임금액은 1702억9155만원으로 자기자본대비 59.1%에 해당된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달 21일 유 대표를 불구속기소했고, 다음날 한일이화 주식은 거래 정지됐다.

‘의학박사’ 경력을 갖고 있던 유 대표는 지난 2009년 부친 유희춘 회장와 함께 대표이사 지위에 올랐다. 이후 4년간 함께 경영하다가 유 회장은 지난해 4월 은퇴했다.


국내 2위 벌크선사인 대한해운도 2세 경영인 체제 아래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이진방 회장이 이끄는 대한해운은 지난 2011년 초 법정관리를 신청한데 이어 자본 잠식으로 상장 폐기위기에 처했다.

현재 매각을 진행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협상이 한차례 결렬된 후, 재협상 과정도 쉽지 않아 보인다.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인 1일까지 자본 전액 잠식이 해소됐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상장폐지가 현실화된다.

대한해운은 이 회장의 아버지인 고 이맹기 회장이 창업한 회사로, 이 회장은 이 창업주가 작고한 이듬해인 2005년 5월 회장으로 취임했다. 창업주의 아들이지만 이 회장은 삼성에서 20년간 샐러리맨으로 지내며 삼성물산에서 부장을, 삼성코닝에서 이사 등을 역임했다.

이후 1992년 대한해운에 입사해 당시 매출 1조1000억원의 회사를 2008년에 3조30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직격탄을 맞으며 현 상황에 이르게 됐다. 이 회장은 아버지가 창업한 회사인 만큼 회생 의지가 남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창업 2세 재벌들 헛발질에 회사 벼랑 끝으로
한일이화·대한해운·쌍용건설 상장폐지 기로

또 다른 창업 2세 기업인 쌍용건설도 고사 직전이다. 불과 29세의 나이에 사장직에 올랐던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워크아웃 당시 보유하고 있던 지분 대부분을 채권단에게 내놓고 사장 자리에 물러났다. 이후 전문경영인 신분으로 회사를 이끌며 재기에 몸부림쳤다. 

그러나 주택건설경기 침체란 파고를 넘지 못했다. 결국 쌍용건설은 지난 2월 말 두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상장폐지 기로에 섰다. 최근 감자와 출자전환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정상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1500억∼2000억원의 유동성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때 재계 6위를 기록하던 쌍용그룹은 고 김성곤 창업주가 작고한 이후 김석원-김석준-김석동 3형제가 나누어 경영해왔지만 모두 좌초됐다.

주력회사인 쌍용양회는 일본 태평양시멘트로 경영권이 넘어갔고, 쌍용차는 중국에 넘어갔다 다시 인도에 팔려갔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쌍용건설도 한국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주인이고, 쌍용중공업은 STX그룹에, ㈜쌍용은 외국 자본에 넘어갔다. 쌍용이란 이름은 남았지만, 기업의 주인은 모두 바뀐 것이다. 현재 쌍용그룹의 2세 경영인 중에는 차남인 김 회장만이 경영 일선에 남아있다.

무리한 외형확장
날개 꺾인 2세들

이 외에도 2세 리스크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자재료업체 SSCP(구 삼성화학공업)가 오정현 대표이사 단독 경영을 시작한 지 2년여만에 상장 폐지됐다. 12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서다.

한때 홍콩 상장사를 자회사로 거느릴 정도로 우량기업으로 손꼽히던 SSCP가 12억원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를 맞자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오 대표의 무리한 외형 확장이 아버지 회사를 망쳤다는 비난을 샀다.

1973년 삼성화학공업으로 출발한 SSCP는 설립초기 전자제품 코팅 소재를 시작으로 IT코팅소재, 디스플레이용 핵심소재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창업주 오주헌 회장의 아들로 2002년 대표이사에 오른 오 대표는 미국 코넬대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취임 직후 중국 후이저우법인, 상하이법인을 설립했고, 톈진시에 5000평 규모의 공장을 신축했다. 2002년 710억원이던 매출은 10년 새 2.5배 가까이 늘었지만 지난 2010년 부채비율이 처음으로 100%를 넘어서는 등 재무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상장폐지 등 사건이 불거지자 오 대표는 현재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SCP에 앞서 상장폐지된 금강제강도 주력 계열사인 함양제강이 무너지면서 본사까지 여파가 밀려왔다. 함양제강의 경영을 맡은 것은 임윤용 금강제강 대표이사의 아들 임상문씨다. 1979년생인 임씨는 함양제강 외형을 무리하게 확장시키다가 사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신규 시설을 늘리는 방식으로 불황에 대처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함양제강 2011년 매출액은 897억5800만원으로 전년(313억원)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으나 영업손실은 72억3800만원으로 전년의 2배였다.

2011년에는 중견 제약사 신풍제약이 대표이사의 회계처리 위반으로 2세 경영의 막을 내렸다. 장원준 부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른지 불과 2년 만이었다.

신풍제약은 1962년 설립된 의약품제조 회사로 관절기능개선제, 소염진통제, 항생제 등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장 부사장은 이 회사를 창업한 장용택 회장의 아들로, 2009년 3월 대표이사에 올라 본격적인 ‘2세 경영’에 나섰다. 이후 어려운 제약 환경 속에서도 나름 경영 성과를 내는 듯 보였다.


2008년 1813억원이던 회사 매출은 장 부사장이 회사를 맡은 첫해 2000억원을 넘어섰고 2010년에는 2200억원대로 늘었다. 영업이익도 2008년 280억원에서 2010년 427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이 실적 중 상당액이 분식으로 밝혀졌다. 증권선물거래위원회가 적발한 내용에 따르면 장 부사장은 2009년과 2010년 실적 중 의약품 판매대금을 판매촉진 리베이트로 사용한 사실을 회계처리하지 않아 107억원의 매출채권을 과대계상 했다.


SSCP·함양제강·신풍제약 대물림 직후 부도
경영수업 부족…체계적인 승계준비 성패 좌우

반면 휴폐업 등으로 회수가 불확실한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은 6억원 이상 과소계상 했다. 여기에 지분법 적용 투자주식을 비싸게 평가하고, 3개 해외 현지법인과 48억원 상당의 거래를 주석에 따로 기재하지 않기도 했다. 이에 따라 2009년 순이익은 당초 발표한 210억원이 아닌 188억원이었고, 자기자본도 2010년 분ㆍ반기 보고서에 100억원 넘게 과다하게 잡혔다.

증선위는 이와 같은 회계처리 오류에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신풍제약에 과징금 2600만원 가량을 부과하는 한편, 향후 2년 간 감사인을 지정함으로써 분식회계 재발을 차단했다. 동시에 장 부사장은 대표이사 직함을 뗐다. 그러나 그가 지분 17.91%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다 아직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것도 아니어서 향후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이 배제된 것은 아니다.

로열 패밀리의
유별난 자식사랑

이처럼 2세에 대한 ‘부의 승계’는 단순히 금융자산의 승계만을 통해 완성될 수 없다. 충분한 경영수업을 받지 않고서는 성공적인 승계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BK경제연구소가 기업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위한 후계자 교육기간’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5년 이상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는 답이 60.9%로 가장 높게 나왔다. 그 다음은 3∼5년(32.8%), 1∼3년(4.7%), 1년 미만(1.6%) 순으로 나타났다. 결국 창업자가 현직에 있을 때 그 밑에서 철저하게 준비한 2세가 가업승계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창업 2세들이 ‘로열 패밀리’라는 이유로 경영능력의 검증 없이 낙하산으로 바로 CEO가 된 경우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나곤 한다”며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아무리 좋아도 경영이 바로 서지 않는다면 기업은 서서히 쇠락해갈 수 있다. 가업승계를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체계적인 승계 준비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 중기중앙회가 기업을 대상으로 ‘가업승계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31.5%만이 승계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준비 안 된 승계 작업은 언제든지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영학과 한 교수는 “국내에서도 가업승계에 성공한 100년 이상 장수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전문가들로부터 체계적인 도움을 받는 등 후계자의 역량 강화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오너가 된 이후에도 관계자들과의 충분한 의견 교환은 물론 모든 사안은 공식적 합의를 거친 후 결정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갑부들은
3대 못 넘긴다?

‘부자는 3대를 못간다’는 속담이 있다. 부모가 애써 일궈놓은 부를 자식들이 흥청망청 쓰다가 손자대에 가면 결국 망하게 된다는 뜻이다. 부를 물려줘도 그 중에 10%만 물려준 부를 유지하고 3대에 이르면 그 중에 1%만이 부를 유지한다는 통계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2세 리스크가 최근까지도 잇따르고 있는 것을 보면 속담이 결코 옛 이야기만은 아닌 것이다. 실패를 맛본 2세들이 향후 경영인으로 재기하게 될지 혹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지 업계 안팎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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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