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가업 말아먹은 철부지 후계자 ‘천태만상’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4.01 14: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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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이 키웠더니 쪽박찬 황태자들

[일요시사=경제1팀] ‘수성’은 과연 ‘창업’보다 어려운 것인가. 기업들의 ‘2세 경영 리스크’가 잇따르고 있다. 창업주가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자마자 속절없이 쓰러지곤 한다. 최근 몇 년간 잊을만하면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가업을 물려받은 ‘2세들의 경영능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시장에서 이미 퇴출됐고, 일부 기업들은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경영 실패의 책임이 전적으로 이들에게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부 기업은 젊은 경영진이 무리하게 외형을 키우다 무너진 사례인 것으로 추정된다.

물러나는 아버지
빗나간 바통터치

현대·기아차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한일이화는 유양석 대표의 배임혐의로 상장폐지 기로에 놓여있다. 유 대표는 2010년 10월 중국에 설립한 우량계열사를 자신의 개인회사에 헐값에 넘기고 회사 이익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배임금액은 1702억9155만원으로 자기자본대비 59.1%에 해당된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달 21일 유 대표를 불구속기소했고, 다음날 한일이화 주식은 거래 정지됐다.

‘의학박사’ 경력을 갖고 있던 유 대표는 지난 2009년 부친 유희춘 회장와 함께 대표이사 지위에 올랐다. 이후 4년간 함께 경영하다가 유 회장은 지난해 4월 은퇴했다.


국내 2위 벌크선사인 대한해운도 2세 경영인 체제 아래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이진방 회장이 이끄는 대한해운은 지난 2011년 초 법정관리를 신청한데 이어 자본 잠식으로 상장 폐기위기에 처했다.

현재 매각을 진행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협상이 한차례 결렬된 후, 재협상 과정도 쉽지 않아 보인다.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인 1일까지 자본 전액 잠식이 해소됐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상장폐지가 현실화된다.

대한해운은 이 회장의 아버지인 고 이맹기 회장이 창업한 회사로, 이 회장은 이 창업주가 작고한 이듬해인 2005년 5월 회장으로 취임했다. 창업주의 아들이지만 이 회장은 삼성에서 20년간 샐러리맨으로 지내며 삼성물산에서 부장을, 삼성코닝에서 이사 등을 역임했다.

이후 1992년 대한해운에 입사해 당시 매출 1조1000억원의 회사를 2008년에 3조30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직격탄을 맞으며 현 상황에 이르게 됐다. 이 회장은 아버지가 창업한 회사인 만큼 회생 의지가 남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창업 2세 재벌들 헛발질에 회사 벼랑 끝으로
한일이화·대한해운·쌍용건설 상장폐지 기로

또 다른 창업 2세 기업인 쌍용건설도 고사 직전이다. 불과 29세의 나이에 사장직에 올랐던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워크아웃 당시 보유하고 있던 지분 대부분을 채권단에게 내놓고 사장 자리에 물러났다. 이후 전문경영인 신분으로 회사를 이끌며 재기에 몸부림쳤다. 

그러나 주택건설경기 침체란 파고를 넘지 못했다. 결국 쌍용건설은 지난 2월 말 두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상장폐지 기로에 섰다. 최근 감자와 출자전환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정상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1500억∼2000억원의 유동성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때 재계 6위를 기록하던 쌍용그룹은 고 김성곤 창업주가 작고한 이후 김석원-김석준-김석동 3형제가 나누어 경영해왔지만 모두 좌초됐다.

주력회사인 쌍용양회는 일본 태평양시멘트로 경영권이 넘어갔고, 쌍용차는 중국에 넘어갔다 다시 인도에 팔려갔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쌍용건설도 한국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주인이고, 쌍용중공업은 STX그룹에, ㈜쌍용은 외국 자본에 넘어갔다. 쌍용이란 이름은 남았지만, 기업의 주인은 모두 바뀐 것이다. 현재 쌍용그룹의 2세 경영인 중에는 차남인 김 회장만이 경영 일선에 남아있다.

무리한 외형확장
날개 꺾인 2세들

이 외에도 2세 리스크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자재료업체 SSCP(구 삼성화학공업)가 오정현 대표이사 단독 경영을 시작한 지 2년여만에 상장 폐지됐다. 12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서다.

한때 홍콩 상장사를 자회사로 거느릴 정도로 우량기업으로 손꼽히던 SSCP가 12억원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를 맞자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오 대표의 무리한 외형 확장이 아버지 회사를 망쳤다는 비난을 샀다.

1973년 삼성화학공업으로 출발한 SSCP는 설립초기 전자제품 코팅 소재를 시작으로 IT코팅소재, 디스플레이용 핵심소재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창업주 오주헌 회장의 아들로 2002년 대표이사에 오른 오 대표는 미국 코넬대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취임 직후 중국 후이저우법인, 상하이법인을 설립했고, 톈진시에 5000평 규모의 공장을 신축했다. 2002년 710억원이던 매출은 10년 새 2.5배 가까이 늘었지만 지난 2010년 부채비율이 처음으로 100%를 넘어서는 등 재무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상장폐지 등 사건이 불거지자 오 대표는 현재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SCP에 앞서 상장폐지된 금강제강도 주력 계열사인 함양제강이 무너지면서 본사까지 여파가 밀려왔다. 함양제강의 경영을 맡은 것은 임윤용 금강제강 대표이사의 아들 임상문씨다. 1979년생인 임씨는 함양제강 외형을 무리하게 확장시키다가 사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신규 시설을 늘리는 방식으로 불황에 대처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함양제강 2011년 매출액은 897억5800만원으로 전년(313억원)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으나 영업손실은 72억3800만원으로 전년의 2배였다.

2011년에는 중견 제약사 신풍제약이 대표이사의 회계처리 위반으로 2세 경영의 막을 내렸다. 장원준 부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른지 불과 2년 만이었다.

신풍제약은 1962년 설립된 의약품제조 회사로 관절기능개선제, 소염진통제, 항생제 등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장 부사장은 이 회사를 창업한 장용택 회장의 아들로, 2009년 3월 대표이사에 올라 본격적인 ‘2세 경영’에 나섰다. 이후 어려운 제약 환경 속에서도 나름 경영 성과를 내는 듯 보였다.


2008년 1813억원이던 회사 매출은 장 부사장이 회사를 맡은 첫해 2000억원을 넘어섰고 2010년에는 2200억원대로 늘었다. 영업이익도 2008년 280억원에서 2010년 427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이 실적 중 상당액이 분식으로 밝혀졌다. 증권선물거래위원회가 적발한 내용에 따르면 장 부사장은 2009년과 2010년 실적 중 의약품 판매대금을 판매촉진 리베이트로 사용한 사실을 회계처리하지 않아 107억원의 매출채권을 과대계상 했다.


SSCP·함양제강·신풍제약 대물림 직후 부도
경영수업 부족…체계적인 승계준비 성패 좌우

반면 휴폐업 등으로 회수가 불확실한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은 6억원 이상 과소계상 했다. 여기에 지분법 적용 투자주식을 비싸게 평가하고, 3개 해외 현지법인과 48억원 상당의 거래를 주석에 따로 기재하지 않기도 했다. 이에 따라 2009년 순이익은 당초 발표한 210억원이 아닌 188억원이었고, 자기자본도 2010년 분ㆍ반기 보고서에 100억원 넘게 과다하게 잡혔다.

증선위는 이와 같은 회계처리 오류에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신풍제약에 과징금 2600만원 가량을 부과하는 한편, 향후 2년 간 감사인을 지정함으로써 분식회계 재발을 차단했다. 동시에 장 부사장은 대표이사 직함을 뗐다. 그러나 그가 지분 17.91%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다 아직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것도 아니어서 향후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이 배제된 것은 아니다.

로열 패밀리의
유별난 자식사랑

이처럼 2세에 대한 ‘부의 승계’는 단순히 금융자산의 승계만을 통해 완성될 수 없다. 충분한 경영수업을 받지 않고서는 성공적인 승계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BK경제연구소가 기업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위한 후계자 교육기간’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5년 이상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는 답이 60.9%로 가장 높게 나왔다. 그 다음은 3∼5년(32.8%), 1∼3년(4.7%), 1년 미만(1.6%) 순으로 나타났다. 결국 창업자가 현직에 있을 때 그 밑에서 철저하게 준비한 2세가 가업승계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창업 2세들이 ‘로열 패밀리’라는 이유로 경영능력의 검증 없이 낙하산으로 바로 CEO가 된 경우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나곤 한다”며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아무리 좋아도 경영이 바로 서지 않는다면 기업은 서서히 쇠락해갈 수 있다. 가업승계를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체계적인 승계 준비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 중기중앙회가 기업을 대상으로 ‘가업승계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31.5%만이 승계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준비 안 된 승계 작업은 언제든지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영학과 한 교수는 “국내에서도 가업승계에 성공한 100년 이상 장수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전문가들로부터 체계적인 도움을 받는 등 후계자의 역량 강화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오너가 된 이후에도 관계자들과의 충분한 의견 교환은 물론 모든 사안은 공식적 합의를 거친 후 결정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갑부들은
3대 못 넘긴다?

‘부자는 3대를 못간다’는 속담이 있다. 부모가 애써 일궈놓은 부를 자식들이 흥청망청 쓰다가 손자대에 가면 결국 망하게 된다는 뜻이다. 부를 물려줘도 그 중에 10%만 물려준 부를 유지하고 3대에 이르면 그 중에 1%만이 부를 유지한다는 통계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2세 리스크가 최근까지도 잇따르고 있는 것을 보면 속담이 결코 옛 이야기만은 아닌 것이다. 실패를 맛본 2세들이 향후 경영인으로 재기하게 될지 혹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지 업계 안팎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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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