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정권별 '재계인사 키워드' 전격비교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3.26 16: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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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가 만사…“줄 잘 대면 5년이 편하다”

[일요시사=경제1팀] 정권이 바뀌면 많은 것이 바뀐다. 기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새 정권 아래서 승승장구 하기 위해 최소한 미운털이 박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새 권력에 줄을 대려 애쓴다. 경험상 권력과의 친분은 어떻게든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 이러한 시도는 곧 정기인사로 나타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새 정권 출범은 주요그룹 인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 권력과 줄대기가 향후 5년간 기업성패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던 만큼, 과거 주요 그룹들은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대통령 선거 이후로 미루곤 했다. 대통령이 당선되면 지연이든 학연이든 새 지배 권력과 가까운 인사들을 그룹 핵심 포스트에 전진 배치하는 것 또한 당연한 관행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재계는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기 위한 행보를 보였다. 공통 키워드는 ‘여성’이다.

여기도 '여' 저기도 '여'
핵심 포스트에 포진

재계의 ‘여성 파워’는 갈수록 세지고 있다. 그간 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대기업 최고경영진에 상대적으로 소외돼온 여성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여풍’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여성 인재들은 특유의 치밀함, 유연성, 남성 못지않은 리더십을 인정받으며 각 분야에 중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먼저 포스코는 창사 이래 처음 해외 법인장에 여성 임원을 임명했다. 포스코는 지난 7일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하고 “22일자로 양호영 스테인리스열연판매그룹장을 상무보로 승진시켜 중국 청도포항불상유한공사 법인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포스코에서 여성이 해외법인장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코의 이번 인사에서는 처음으로 공채 출신 여성 임원도 뽑혔다. 최은주 사업전략2그룹장이 포스코A&C의 상무로 승진한 것.


포스코에서는 2010년 오인경 포스코경영연구소 상무가 처음으로 여성 임원이 됐지만 아직까지 공채 출신 여성 임원은 나오지 않았다. 이 밖에 유선희 글로벌리더십센터장은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해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에 임명되는 등 이번 포스코 정기 인사에서 여성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도 올해 여성 임원 발탁에 적극적인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삼성 그룹 전체의 여성임원은 42명으로 올해 임원 인사에서 12명 여성 인력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여성 승진 규모는 역대 최대다. 삼성 여성 임원 승진자는 지난 2011년 7명, 2012년 9명에 이어 2013년 12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승진자 중 부사장과 전무에 오른 여성 임원은 2명이다. 삼성전자 이영희 전무가 1년 발탁으로 부사장에, 삼성SDS 윤심 상무는 전무로 각각 승진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그간 지속적으로 여성인력 활용을 강조해왔으며 지난해부터는 심수옥 삼성전자 부사장 등 부사장급 이상의 고급 여성 인력을 양성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시대, 여성 임원·CEO로 전진배치
이명박 시대, 고대 출신 그룹 실세로 부상

LG그룹 에서도 여성인재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LG의 경우 올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LG디스플레이의 김희연 상무와 LG U+의 백영란 상무, LG생활건강의 김희선 상무를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코오롱도 올해 그룹 임원 정기인사에서 이수영 코오롱 워터앤에너지 전략사업본부 본부장 전무를 공대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 선임했다. 코오롱그룹 여성 최고경영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사장은 지난 2003년 차장으로 코오롱그룹 웰니스TF에 입사한 뒤 10년 만에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문화 콘텐츠를 강조하는 CJ그룹 역시 여성임원을 앞세워 부드러운 리더십을 전개하고 있다. 2013년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2명의 여성임원이 배출됐다. 바이오 사업에서 기술개발 혁신에 기여한 김소영 바이오 기술연구소 팀장과 지역채널 매체 경쟁력 강화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인 강명신 CJ헬로비전 커뮤니티 사업 본부장이 각각 상무대우로 승진했다.


MB정부 출범 땐
고대 출신으로

이는 MB정부 출범 때와는 확 달라진 모습이다. 이명박 정권 초기 주요 그룹들은 공격경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인사를 단행하고 ‘고려대 출신’을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주류를 이뤘다.

가장 주목 받은 것은 롯데그룹이다. 롯데는 40대 후반의 ‘젊은 피’ 임원과 함께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수장들을 대거 기용하고 공격경영에 나섰다.

장경작 호텔롯데 대표이사를 호텔부문 총괄사장직에 임명하고 정범식 호남석유화학 대표이사를 롯데대산유화 대표이사에 겸직하게 하는 등 총 155명의 임원에 대한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이중 승진 인사만 142명. 당시 롯데 인사는 거의 ‘파격’에 가까웠다. 특히 호텔부문 총괄사장에 임명된 장경작 대표는 이 대통령과 고대 경영학과 동기동창으로 재계의 대표적인 ‘MB라인’으로 통하는 인물이었다.

혈연·지연·학연 인맥 총동원 코드 맞추기

MB를 있게 한 현대가의 인사에도 고려대 출신이 눈에 띄었다. 정몽윤 회장이 이끄는 현대해상화재보험에서는 이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후배인 이철영 현대해상 경영총괄 사장이 대표이사로 승진했고, 현대자동차그룹에서는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인 최재국 현대차 사장과 고려대 경영학과 석사 출신의 김용환 현대차 사장이 유임에 성공했다. 

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 자신이 고려대 출신인 SK그룹에선 SK네트웍스 경영서비스컴퍼니부문 사장으로 승진한 조기행 사장과 SK인천정유에서 SK텔레콤 CFO로 인사 이동한 이규빈 전무 등이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었다.

참여정부 내내
대대적 물갈이

대림그룹은 최재신 대림산업 관리본부 부사장을 고려개발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고려대 공업경영학과 출신인 그는 1981년 대림산업에 입사해 1997년 자금 담당부 담당 이사 대우에 오른 이후 건설 사업부 담당상무, 전무를 거쳐 부사장으로 일해 왔다.

㈜두산 사장으로 승진한 이태희 사장도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었다. 1977년 두산건설에 입사한 그는 1996년 두산건설 이사, 1999년 ㈜두산 상무, 2003년 ㈜두산 부사장을 거쳤다. 이 외 코리아나 화장품 유상옥 회장의 사위로 마케팅 영업총괄 대표이사로 승진한 김태춘 사장 역시 이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었다.

노무현 시대, 젊은피 수혈로 세대교체 바람
새 대통령 탄생하면 재계도 덩달아 ‘호흡’

앞서 참여정부에는 15년 만에 등장한 50대 젊은 대통령을 의식했는지 재계 인사에서도 젊은 인재를 과감히 발탁하는 세대교체 현상이 두드러졌다.


LG전자 인사에서는 상무급 승진에 30대가 2명이나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임원 평균연령이 44세에 불과했다.

SK그룹도 신임 임원 49명의 평균연령이 44세였다. 40대 초반 임원 승진이 보편적인 추세로 자리 잡았다. 30대 임원 승진도 3명이나 됐다. 사장단에서는 SK케미칼 홍지호 대표가 유일하게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홍 사장은 SK케미칼을 화섬업체에서 정밀화학과 생명과학기업으로 변신시킨 주역으로서 SK가 추구하는 투비모델(To be Model)의 성공케이스로 꼽힌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당시 인사에서 오너인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 의선씨를 비롯해 조카 정일선, 둘째사위 정태영, 셋째사위 신성재씨 등 가족 4명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전격 승진시키며 “새로운 기업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30, 40대 오너 출신 경영진을 전면에 내세우는 세대교체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금호그룹 역시 박삼구 회장 체제가 강화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임원 26명이 새로 승진했다. 한진도 고(故) 조중훈 회장의 장남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그룹 회장을 승계하면서 이에 따른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한화석유화학의 허원준 대표는 전무 승진 1년 만에 최고 경영자로 발탁돼 주목 받기도 했다.

“한국은 인맥 사회
사업에도 상승작용”

이런 흐름에 대해 한 대학 교수는 “새 정권 초반부터 미운털이 박힐 경우 향후 5년 동안 가시밭길을 걸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주요 그룹들은 새 정부와 호흡을 맞출 수 밖에 없다”며 “한국은 여전히 인맥을 이끌고 가는 사회이기 때문에 인사 코드 맞추기가 그 시작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재벌기업들은 연줄을 통해 권력기관으로부터 특정 사업권을 따내는 등 탁월한 실적을 내 왔다”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연줄이 다시 인사평가에 반영되는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인사 관행에서도 과거 정경유착관계의 변화까지 읽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박근혜 시대’그룹 후계자들은?

눈치 안보고 초고속 점프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경제민주화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주요 그룹들의 2∼4세들이 경영 전반에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정기인사에서 승진한 오너 3∼4세들은 그룹 전반의 경영에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승진시키며 후계 구도 안착에 주력했다. 승진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더 우세했으나 당시 이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보폭을 확대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몽구 회장의 장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역할에 시선이 집중된다. 정 부회장은 2009년 부회장 자리에 오른 이후 국내외 영업과 기획을 총괄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GS건설 상무도 지난 연말 인사에서 사장 직할 경영혁신 담당 상무로 승진했으며,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은 그룹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3세들도 나란히 승진하며 경영권 승계 경쟁이 본격화됐다.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기내식기판사업본부장과 장남인 조원태 경영전략본부장이 나란히 부사장으로 올라섰고, 막내딸 조현민 상무보는 상무로 승진했다.

주요 대기업 오너 2∼4세 대부분 승진
족벌경영 사전포석…점차 영향력 확대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의 장남 조현식 사장은 지난해 9월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1월 한국타이어 사장으로 승진한 차남 조현범 사장은 그룹 주력인 타이어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 박세창 부사장은 지난 1월 금호타이어의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박 부사장은 지난 6월 직접 자사의 신제품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섰다.

대상그룹은 임창욱 회장의 장녀 임세령 식품사업총괄 부문 상무와 차녀 임상민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이 일선에서 뛰고 있다.

LS 그룹은 창업 2세가 모두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서게 됐다. 구자열 LS전선 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르며 구자엽 LS산전 부문 회장이 LS전선 부문 회장을 맡았다.

그는 LS그룹의 공동 창업자인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로 내년에 그룹 연수원인 LS미래원 회장으로 이동하는 구자홍 LS그룹 회장의 친동생이다. 구자홍 회장의 막내동생인 구자철 한성 회장은 한성의 대주주인 예스코 회장으로 올랐다.

구자열 회장의 친동생인 구자용 E1 회장은 이번에 LS네트웍스를 포함시켜 사업 부문으로 승격시킨 E1 부문 회장이 된다. 동생인 구자균 LS산전 부회장은 산전 부문 총괄 부회장으로 역할이 커진다.

8명의 사촌형제 중 유일하게 CEO가 아니었던 구자은 LS전선 사장도 최고운영책임자(COO)에서 이번에 CEO가 됐다. 구자명 회장의 외아들인 구본혁 LS니꼬동제련 이사가 오너 3세로는 처음으로 상무가 됐다. 구 이사는 지난해 이사가 된 뒤 1년 만에 다시 승진한 케이스다.

이들 기업들은 2∼4세의 전면배치에 대해 ‘세대교체’로 포장하고 있지만 ‘족벌경영’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이들이 자신의 ‘몫’을 얼마나 해낼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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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