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초록 유혹’ - 5월의 수목원 아름답다!

산책로 따라 꽃향기 물향기


싱그러운 5월, 숲 속 여행을 떠나보자. 숲과 꽃의 향취를 폐부 깊숙이 마시고, 청량한 공기 속에서 가족들의 손을 잡고 산책하는 맛을 알아야 비로소 수목원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된다. 지금껏 수목원의 매력을 찾지 못했다면, 신록과 꽃이 가장 아름답다는 이즈음에 찾아가 보자. 아름답다는 계절 5월에 가볼 만한 수목원을 골라봤다.

아침고요수목원…13개 테마 정원서 1700여 종 식물 관찰  
오산 물향기 수목원…1600여 종 식물, 꽃길 따라 두 시간  산책
한택식물원…작은 인형·집  함께 꾸민 난쟁이 정원 아이들에 인기
서울대공원…470여 종의 나무·꽃·다람쥐·너구리 등 볼 수 있어

■아침고요수목원
경기 가평군 축령산 중턱에 있는 아침고요수목원은 ‘아침고요정원’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10만 평 터에 자연미와 인공미를 느낄 수 있는 13개의 테마 정원에서 1700여 종의 식물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고요수목원은 울창한 숲보다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정원의 분위기가 강해 사진 촬영을 하기에 좋다. 영화 <편지>와 <중독>, 드라마 <불새>와 <이 죽일 놈의 사랑>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국정원, 하경정원, 에덴정원은 하나의 작품처럼 잘 꾸며진 인공미를 자랑한다.
한국정원은 기와집, 초가집, 원두막이 있어 민속촌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집들을 중심으로 시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38종의 식물이 심어져 있는데 여름에는 봉선화, 해바라기, 백일홍, 풍접초 등이 꽃을 피운다. 텃밭에는 상추, 가지, 고추, 옥수수가 자라고 있다. 기와집과 초가집 마루에 올라가 쉴 수도 있어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중·장년층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하경정원은 영화 <편지>에서 박신양과 최진실의 데이트 장소로 선보여 유명해진 곳. 맞은편 언덕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한반도 모양을 한 정원이다. 페튜니아, 토레니아, 아스타, 푸크시아, 란타나 등 다양한 외국산 꽃이 심어져 있다. 이국적인 정원 풍경을 느끼기에는 에덴정원이 제격이다. 이곳에서는 캐럴라인, 러블리 메이앙, 프린세스 드 모나코, 골드셔츠 등 40여 종의 장미를 중심으로 리아트리스, 루드베키아, 스위트피 등 외국산 꽃을 감상할 수 있다. 장미 덩굴이 자라고 있는 아치 밑의 벤치는 사진 촬영 장소로 인기 만점.

분재정원에는 수령 50년이 넘은 단풍나무, 소사나무, 소나무, 모과나무 등으로 만든 분재 작품 30점이 전시돼 있다.
석정원, 야생화 정원, 약속의 정원, 아침고요 산책길 등은 자연미를 강조한 곳이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숲이나 산속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석정원은 바위틈처럼 척박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식물 위주로 꾸며졌다. 우단동자꽃, 아킬레아, 울릉바위솔, 세덤 등 길이가 짧은 식물들을 볼 수 있다. 야생화 정원은 한국 고유의 야생화로 이뤄져 있다. 7, 8월에는 산기린초, 제비동자꽃, 하늘말나리 등의 여름 꽃을 감상할 수 있다. 약속의 정원은 계절이 오면 다시 꽃을 피우는 여러해살이풀과 꽃들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7, 8월에는 아스틸베, 자주달개비, 플록스, 삼색샐비어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홍릉수목원
지하철 6호선 고려대역에서 10분 거리인 국립 홍릉수목원. 14만 평에 펼쳐진 울창한 숲을 간직한 이곳은 1922년 임업시험장이 설치된 이래 기초식물학 육성과 식물유전자를 확보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하는 ‘국가 식물학 기지’. 지난 1993년부터 일요일에 한해 일반에 문을 개방하고 있다. 정작 ‘홍릉’은 남양주시로 이전해갔지만, 수목원을 비롯해 인근의 초등학교와 갈비집에는 여전히 ‘홍릉’이라는 이름이 남아있다. 일주일에 단 하루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 더 소중해 보인다. 눈송이같이 꽃폈던 왕벚꽃이 사라진 자리는 수수꽃다리와 철쭉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일요 관광객들의 대부분은 회기동·휘경동 주민들이었지만, 워낙 숲 풍경이 아름답다 보니 ‘데이트 코스’로 블로그 등에 집중 소개되면서 손을 잡고 숲을 거니는 젊은 커플들도 부쩍 늘었다. 

■오산 물향기 수목원
경기 오산시 수청동의 물향기 수목원은 이름 그대로 ‘물’이 있는 수목원이다. 수목원의 주제도 ‘물, 나무, 인간의 만남’이다. 10만여 평의 넓은 공간에 습지생태원, 중부지역 자생원, 곤충생태원 등 16개의 다양한 주제원을 갖추고 있다. 수목원에는 모두 1636종의 44만5000여 개 자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천안행 1호선 지하철을 타고도 갈 수 있어, 교통체증없이 가족들과 가볍게 다녀올 수 있다.

이곳에서 돋보이는 것은 충실한 프로그램. 경기녹지재단이 매주 화요일 유치원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녹색수업은 아이들에게 자연을 흥미롭게 만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10~15명 단위로 숲 해설가와 함께 수목원을 돌아보며 꽃과 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다. 가족단위 관람객들을 위해 공룡모양의 향나무를 전시한 토피어리원과 곤충생태원, 관상조류원 등 아이들이 흥미를 끌 만한 공간을 갖춰놓았다.

■평강식물원
경기 포천시 영북면의 산정호수 근처 9만8000여 평의 부지에 자리 잡은 사설 식물원이다. 이곳은 북쪽에 있는데다 산지에 들어앉아 있어 5월에 들어서야 진달래가 필 정도로 꽃이 늦다. 이런 기후적 특성을 이용해 월귤이며 털진달래 등 한라산, 백두산의 고산식물과 만병초류를 심어놓았다. 고산식물들이 마치 자생지에서와 같이 자연스럽게 자라나고 있다. 보유 식물은 고산식물을 비롯한 5000여 종. 단풍나무와 비비추가 100여 종이 있고, 붓꽃이나 수련 등도 각기 색깔이나 모양이 다른 50여 가지가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고산식물들이 자라는 암석원. 작은 폭포와 연못, 자연석들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들여놓았고, 특별한 흙과 돌을 깔아 고산지대의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수목한계선을 넘은 고산식물들도 이곳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지금 암석원은 온통 꽃으로 가득차 있다. 고산식물은 키가 작고, 모여 피거나 땅에 붙어 자라는 특성이 있어 꽃이 피면 지면이 꽃으로 덮여 바닥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밖에 연못, 습지, 이끼, 약초 등 12개의 주제를 내세운 생태정원도 아름답다. 인위적으로 꾸몄지만, 너무도 자연스럽다. 특히 화이트가든은 흰진달래, 흰용머리, 흰붓꽃 등 흰꽃을 피우는 식물만을 모아 전시한 곳으로 독특한 풍경을 빚어낸다.

■한택식물원
경기 용인시 백암면에 자리잡은 국내 최대 규모의 사립 식물원. 1979년 설립해 회원과 교육을 위한 방문만 허용하다 2003년 5월에 일반에 공개했다. 공개 당시, 관람객들에 의해 전시식물이 크게 훼손되기도 했다. 보유식물은 국내최고 수준. 자생식물 2400여 종과 외국식물 5400여 종을 가지고 있다. 식물원은 동원과 서원으로 나뉘어있는데, 동원 쪽만 일반 방문객을 받고 있다.

7만여 평의 공간에 억새원과 덩굴식물원, 약용식물원, 희귀식물원, 수생식물원 등 모두 33개 주제원이 정교하게 배치됐다. 키작은 식물들로만 구성해놓은 난쟁이 정원은 작은 인형과 집 등을 함께 꾸며놓아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식물원에서 가장 꼼꼼히 둘러봐야 할 곳은 자연생태원. 자생식물들을 한데 모은 곳인데 1000여 종의 자생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토종식물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일천했던 시절이 이택주 원장이 전국의 산을 돌면서 일일히 수집한 것들이다. 튤립과 함께 작약과 모란이 지금 한창 피어나고 있다. 모란이나 작약의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일일히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한국자생식물원
월정사 인근의 강원 평창군 도암면 병내리에 자리잡고 있다. 오로지 토종 우리꽃과 나무만으로 꾸며놓은 식물원이다. 1만여 평에 달하는 우리꽃 재배단지에서 철마다 대단위로 키워내는 꽃이 시원하게 눈길을 붙잡는다. 5월에는 붓꽃과 부채붓꽃이 피고, 6월에는 꽃창포, 분홍바늘꽃이 피어난다. 7,8월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벌개미취와 가을에 피는 산구절초가 가장 알려져있다.

이곳에는 독특하게 꽃이름에 따라 주제원을 만들어 놓았다. 사람명칭 식물원에는 애기나리, 처녀치마, 홀아비꽃대, 할미꽃 등을 모아놓았고, 동물명칭 식물원에는 범부채, 노루귀, 병아리꽃나무, 노루오줌 등 동물이름이 들어있는 식물을 심어놓았다. 두 곳을 돌아보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꽃이름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이밖에도 독성식물원과 향식물원 등도 있다.

신갈나무 숲길을 따라 도는 30분짜리 산책코스는 빠뜨릴 수 없다. 산책로에는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 마치 철쭉산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서울대공원
서울대공원 하면 으레 동물원과 인근 서울랜드의 놀이기구·국립현대미술관 등을 떠올리지만, 청계산 공기를 맡으며 숲의 향기에 빠져들 수 있는 삼림욕장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가족 나들이객을 위해 연중 무휴로 개방된 삼림욕장은 소나무·팥배나무·생강나무 등 470여종의 나무와 꽃이 어우러진 가운데 다람쥐·산토끼·너구리 등이 생태계를 이루며 살아가는 푸른 숲이다. 운이 좋으면 꿩과 청딱다구리 등이 날아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샛길과 삼림욕 코스 등을 합친 7.38㎞의 숲길은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적절히 섞여있어 지루하고 피곤함 없이 걸을 수 있다. ‘선녀못이 있는 숲’ ‘사귐의 숲’ 등 저마다 이름이 붙어있는 11개의 테마공간에서 머리나 마음을 비울 수도 있고, 숲 내음을 맡으며 잠시 낮잠에 빠져드는 것도 좋다. 맨발로 걸을 수 있는 450m 구간이 특히 인기다. 국립현대미술관 쪽으로 가고 싶으면 북문 매표소가 있는 ‘소나무 숲’으로 가면 된다. 삼림욕장에는 오염을 막기 위해 화장실과 쓰레기통은 가급적 설치하지 않았다. 동물원 입장료만으로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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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특검 ‘북풍 공작’ 수사 시나리오

내란 특검 ‘북풍 공작’ 수사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이 가장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는 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외환 혐의’다.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 수뇌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유도하려 했는지를 밝혀내는 게 핵심이다. 일부는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특검은 군이 평양에 무인기를 보낸 게 윤 전 대통령의 지시였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에게 ‘V(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라고 들었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이 확보한 군 장교 녹취록의 일부 내용이다. 조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 수뇌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유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조 특검팀은 이 녹취록 외에도 외환 혐의 입증이 가능한 다수의 물적 증거를 확보한 상황이다. 잃어버린 무인기 조 특검팀은 지난해 10월과 12월 소형 정찰 드론 2대가 사라졌다는 국방부 감사관실 조사 보고서를 확보했다. 조 특검팀이 확보한 국방부 감사관실 보고서는 지난달 말 작성됐다. 드론작전사령부가 지난해 10월15일과 12월19일 각각 백령도와 속초 대대에서 소형 정찰 드론 기체 2대를 잃어버려 찾지 못했다며 그 사유를 ‘원인 미상’이라고 기록한 게 핵심이다. 드론 소실 시점은 같은 해 10월 북한 외무성이 한국 무인기가 삐라(대북 전단)를 살포했다고 발표한 시기(10월 3·9·10일)와 11월 초 북한 함경남도 차호 잠수함 기지로 드론을 보냈다는 군 내부 제보 시점과 비슷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부승찬 의원실은 “차호 잠수함 기지까지 (드론을) 간신히 보낼 수 있었다”며 “매뉴얼 제원상 (최대 항속거리가) 500㎞지만 그 이상도 가능하다”는 군 현역 장교 증언을 확보했다. 보고서에서 국방부 산하 국립과학연구소가 드론사에 무상 증여한 소형 정찰 드론 중 고장나거나 소실된 것은 총 8대다. 이 중 2대는 2023년 10월 ‘원인 미상 엔진 정지’ ‘공기 속도 센서 결함’ 등으로 고장 사유가 기록돼있다. 지난해 1월과 6월, 10월 무인기 파손 역시 구체적인 사유가 적혀있다. 11월7일 난기류와 강풍 때문에 추락한 드론은 속초·양양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0월15일, 12월19일 잃어버린 드론은 회수하지 못했고 사유 역시 ‘원인 미상’ 처리됐다. 군수품관리법에 따라 무인기가 소실되면 그 이유 등을 정확히 기록해 국방부에 신고해야 한다. 특검팀은 드론 2기 소실 경위와 사후 조사가 부실한 이유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앞서 국방부 감사관실은 평양·연천 등에서 발견된 드론과 동일 기종을 지난 1월22일 전수조사했다. 백령도는 북한이 지난해 10월19일 평양에서 ‘추락한 드론’의 동체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륙 지점이라고 발표한 곳이다. 윤 “평양에 무인기 보내라” 지시 의혹 특검 “V가 북 반응 좋아해” 녹취 확보 국방부는 드론사 예하 김포·백령도·연천·속초 가운데 백령도 대대는 방문 조사를 하지 않고 유선 조사만 했다고 한다. 장부에 기록된 내용과 재고 상황이 정확한지 현장에서 실물을 확인한 다른 부대와 달리 백령도는 보고받은 사진을 바탕으로 조사했다. 특검팀은 드론사 관계자를 소환해 ‘북풍 몰이’ 목적으로 평양 등에 드론을 보냈는지 여부와 소실 배경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경위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앞서 ‘평양 드론 침투’ 의혹과 관련 “김용대 사령관이 V(윤 전 대통령) 지시다. 국방부와 합참 모르게 해야 된다(고 했다)” “삐라(전단) 살포도 해야 하고, 불안감 조성을 위해 일부러 (드론을) 노출할 필요가 있었다”는 내용의 현역 장교 녹취록을 확보했다. 녹취록엔 당시 북한의 위협적 반응에 “VIP와 장관이 박수치며 좋아했다. 너무 좋아해서 사령관이 ‘또 하라’고 그랬다” “11월에도 무인기를 추가로 보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녹취록에는 “(무인기를) 의도적으로 (북한에) 노출할 생각이 있었지만 떨어뜨릴 생각은 없었다”면서도 “(무인기가 개조되면서) 기체 불안정성 때문에 추락에 대한 가능성은 항상 품고 있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비행 자체에 대한 부담은 크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기체 성능 자체가 안 되어서 손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도 했다. 군 측은 지금까지 평양 드론 침투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또 군은 작전에 사용된 드론 추락을 염려하기도 했다. 본래 설계와 다르게 자체 개조됐기 때문이라는 게 부 의원실의 판단이다. 외환 혐의 규명 필요 부 의원실이 지난 5월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제출받은 ‘북 전단 무인기 비교 분석’ 자료는, 북한에 떨어진 무인기와 연구소가 드론작전사령부에 납품한 무인기와 유사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충격 방지를 위한 ‘랜딩폼’ 부품이 빠지고 전단 살포를 위한 전단통이 개조돼 붙어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애초 전단 살포 목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무인기 구조를 변경하면서 기체가 불안정해져, 전단 살포 시 추락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무인기는 소음이 너무 커서 군사작전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외환 혐의는 지금까지 검경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조사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특검팀은 지난 1일 국방과학연구소 항공기술연구원 정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드론사 간부들이 줄소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검팀은 드론 평양 침투 외에도 외환 행위 고소·고발 사건과 북한의 공격을 유도해 전쟁 또는 무력충돌을 야기하려고 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 결국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통해 꼬리가 잡힌 ‘북풍 공작’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경찰이 노 전 사령관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수첩에는 비상계엄 당시 ‘수거(체포)’해야 할 명단이 적혔고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아예 북에서 나포 직전 격침 시키는 방안” 등이 담겼다. 또 수첩에는 북한과의 접촉 방법도 “비공식 방법, 무엇을 내어줄 것인가, 접촉 시 보안 대책은?”이라고 구체적으로 적혔다. 북한이 날려 보낸 ‘오물 풍선 원점 타격’으로 전쟁 상황을 연출해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1월 국회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10월 정도로 기억하는데 김용현 전 장관이 ‘북한 오물 풍선 상황이 발생하면 원점을 강력하게 타격하겠다. 합동참모본부 지통실(지휘통제실)에 직접 내려가서 지휘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급박한 계획 변경 비상계엄 선포 뒤 노 전 사령관이 지휘하는 수사2단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직원 조사 임무를 맡기로 했던 김봉규 정보사 대령도 지난해 11월2일 경기 안산시의 한 카페에서 노씨가 “비상계엄 관련해서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고 “언론에 특별한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말, 당시 해외 출장 중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에게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 하루 전날을 콕 집어 조기 귀국을 종용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두 인물의 검찰 수사 기록을 보면 계엄 9일 전이던 지난해 11월24일 일요일,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때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에게 자신이 곧 해외 출장을 간다는 사실을 알렸다. 문 전 사령관은 같은 해 11월25일부터 29일까지 대만 출장이 예정돼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노 전 사령관이 흥분하면서 화를 냈다. 그는 문 전 사령관에게 “이 중요한 시기에 무슨 해외 출장을 가느냐”며 “출장을 당장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문 전 사령관은 황당해하며 “이미 약속된 일”이라고 맞섰다. 그러자 노 전 사령관은 “늦어도 수요일 밤까지는 귀국하라”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수요일 밤’은 11월27일이다. 하루 뒤인 28일은 북한이 33번째 오물 풍선을 부양한 날이었다.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실제 귀국 비행기표를 11월27일 수요일로 변경했다. 하지만 기상 악화 등의 변수가 생기며 이날 귀국하지 못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북한 오물 풍선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무렵, 정보사 대령들에게 ‘오물 풍선 원점 타격’ 필요성을 언급한 사실도 확인된다. 김 대령은 검찰 조사에서 “노상원 전 사령관도 오물 풍선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며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내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해야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방첩사, 비상계엄 당일까지 위기감 고조 합참, 북 원점 타격·대응 김 지시 거부 지난해 11월 초, 노 전 사령관은 김 대령과 문 전 사령관을 안산 상록수역으로 불러 앞서 지시한 인원 선발이 다 됐는지를 확인했다. 그는 이때도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리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하고 지원 세력을 타격할 수 있어서 너희가 임무 수행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이 같은 계획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도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은 북한의 32번째 오물 풍선 부양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해 11월17일 지상작전사령부에 “오물 풍선이 군사분계선을 넘을 시 경고 사격을 하고, 북한이 화기 도발을 하면 지체 없이 원점을 타격하도록 대응 계획을 세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공수처는 박모 방첩사 대령의 진술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이재학 방첩사 대령의 검찰 진술에도 “상황이 위중하니 부대에 위치해 있으라”는 얘기를 사령부로부터 들었다. 그는 “그전까지 북한 오물 풍선이 30여회 정도 떴는데, 그날따라 이상했다. 오물 풍선이 국지전으로 확대될 수 있어서 사령관이 상황을 위중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지난달 군사 재판에서 북한 오물 풍선 대응과 연결된 ‘국지전 시나리오’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법원에 출석해 “그때 상황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12월 1~2일쯤 사령관 되는 군인들이 가장 걱정한 건 북한 쓰레기 풍선이었다”며 “방첩사령관으로서 쓰레기 풍선에서 삐라가 떨어지는데 그걸 수거해 분석하는 게 방첩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군들은 북한 오물 풍선 때문에 뭔 일 터지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이 태반이었고, 걱정스러워서 (장군들과) 통화를 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러나 당시 합참은 김 전 장관이 내린 경고 사격 지시에 소극적인 입장이었고, 오히려 다른 방식을 김 전 장관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내부의 이 같은 기류는 합참에 파견된 박 대령을 통해 여 전 사령관에게 보고됐다. 국지전 도발했다 반면 여 전 사령관은 북한 오물 풍선 대응 지침을 전파하는 방식으로 방첩사 내부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12·3 내란 사태 당일에는 “적 오물 풍선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라며 주요 간부들에게 준비 태세 확립을 강조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