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살인기업’ 오명 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3.07 16: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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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죽어야 크는 ‘조선공룡’

[일요시사=경제1팀] ‘조선업계 빅3’. 대우조선해양 앞에 붙는 수식어다. 그러나 기업 이미지와 달리 대우조선해양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기업이었다. 그들이 줄곧 외치던 ‘완벽한 명품 선박’은 노동자의 죽음 위에서 건설되고 있었다. 지난 넉 달 사이만 해도 3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등졌다.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에서 최근 중대 사망 사고가 잇달아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넉 달 사이 알려진 것만 총 3명이 사망하고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조선업 특성상 대형사고의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고 해도 굉장히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연쇄 사망사고

지난달 7일 대우조선에서 19세의 젊은 하청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인이 된 전모씨는 A안벽(배를 접안하기 좋도록 항만에 쌓은 벽)에서 건조 작업을 하던 중 26m아래로 추락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입사 2주일 만에 벌어진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더구나 전씨는 목격자가 없어 사고 경위 등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유가족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유가족은 “입사한지 2주일 된 아들이 위험한 고소작업장인 조선소에서 혼자서 사고지점인 난간으로 간 것과 이를 방치한 사측, 경찰측의 사건 설명을 듣고도 이해할 수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이하 하노위)측도 “대우조선해양의 안전관리의식과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며 “사고 이후 처리 과정 또한 의문투성이다. 정확한 사건 발생 경위도, 사고 목격자도 없으며 심지어 사고 지점도 명확하게 밝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의 산재 사망사고는 이번만이 아니었다. 지난 1월 15일에는 20대 사내하청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원·하청 노동자 9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사고가 터졌다.

지난 4개월 사이 3명 사망 9명 중경상
안전관리 미흡…‘죽음의 작업장’전락

사고 당시 이들은 조선소 내 2도크에 있던 4251호 컨테이너선에 블록을 탑재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전날 탑재해 놨던 대형 블록이 갑자기 20m 아래로 떨어지면서 노동자들을 순식간에 덮쳤다. 이 사고로 입사한지 채 한 달여밖에 되지 않았던 23세 민모씨가 블록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하노위 측은 “이 사고는 더 많은 생산을 위해 공기를 최대한 앞당기기 위해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한 대표적인 부실시공으로 이는 70년대에나 일어날 법한 사고”라며 “또한 사고 하루 전에 이 문제로 관련 부서회의를 진행했다는 말을 들었으며, 사측은 이미 사고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네 달 전이던 지난해 11월 15일에는 5∼6톤 짜리 선박 구조물(트레슬) 이동 작업을 하던 박모(48)씨가 구조물이 균형을 잃고 쓰러지면서 지면과 구조물에 깔리는 협착사고를 당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하노위는 “박씨가 절단작업을 수행하던 새틀 트레슬은 프로젝트가 대형화 되면서 새롭게 도입된 공법으로, 아직 표준작업지시서도 없는 상태”라며 “회사가 작업공정을 만회하겠다는 이유로 안정이 담보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하다 사고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사망자 중 2명이 입사 1개월 미만의 미숙련공으로 밝혀져 대우조선해양의 허술한 인력관리와 안전 불감증 문제 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대우조선해양 괴담이라는 이야기까지 들리는 등 사측은 잇따른 산재 사망사고로 골치가 아픈 분위기”라며 “가뜩이나 조선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치명적인 악재가 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지만 대우조선해양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키워드라는 꼬리표는 떼기 힘든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경실련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0년과 2011년 각각 6명, 5명이 사망하는 등 동종업체의 평균 사고율을 훨씬 웃도는 중대 산재사고율을 보여 왔다. 앞선 2010년에는 사망 만인율이 근로자 1000명 이상 조선업체 평균인 0.82의 6배를 넘어 논란을 빚기도 했다.

2010∼2011년에도 11명 사망
동종업 평균사고율 6배 넘어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안전사고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데 이런 일이 자꾸 벌어져 당혹스럽다”며 “차후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에 최선을 다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현장의 노동자들은 “실제 현장에서 일하다 부딪힐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한 교육이 되어야 한다”며 “위험요인에 대한 회사의 시설투자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우조선 노동자들은 목숨을 담보로 생업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측은 말 뿐이 아닌 보다 실질적인 안전관리 체계를 수립해야 하고, 정부 역시 중대사고 발생 전까지는 모든 안전 관리를 기업에 맡기는 ‘자율안전관리제도’부터 재검토할 필요성이 높아 보인다.

사내에 괴담까지

노동연대 한 관계자는 “요즘 대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들먹이며 다양한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지만, 정작 윤리적 기업이 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산재 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이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면 번지르르한 이미지에 앞서 노동자의 생명과 권리부터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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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