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밀어내기 영업’ 논란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3.05 16: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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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난리인데…막가파식 강매

[일요시사=경제1팀] 정부는 ‘상생’과 ‘동반성장’을 외쳤지만 현장에선 전혀 딴 세상 얘기였나 보다. 남양유업에 이어 빙그레도 제품 강매 의혹에 휘말려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본사와 대리점간의 묵시적 상생관계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협력 동반자 관계를 유지했던 이들의 요즘 모습은 불편함 그 자체다.



유제품 본사들의 횡포에 일선 대리점들의 도산이 속출하는가 하면, 무리한 영업 활동으로 수 십억의 빚을 떠 앉는 등 중소업자들의 피해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본사의 조직적 제품 강매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편한 동맹을 맺어왔던 본사와 대리점주간의 관계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것이다.

대리점은 ‘봉’?

바나나맛 우유, 요플레, 투게더, 메로나 등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장수 제품들로 유명한 빙그레가 제품 밀어내기 의혹에 휩싸였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의 전 대리점 업주 김모씨 등 3명은 제품 강매로 10억 원대의 피해를 당했다며 지난해 본사를 상대로 울산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빙그레 본사를 고발했다. 김씨 측은 소송에 나서면서 빙그레 본사가 지점에 보낸 내부문서와 담당 직원과의 통화를 녹취한 자료를 증거로 제시했다.

신제품 관리방안이 담긴 내부문서에는 ‘출시 1∼2주차 대리점 PUSH관리(대리점 취급률 관리)’가 담겨 있다. 푸시(PUSH)는 ‘제품 확산 전략’을 뜻하는 마케팅 용어지만 업계에서는 본사에서 신제품이나 기획 상품 또는 재고가 많은 제품을 대리점에 떠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대리점에서 주문한 양보다 2∼3배의 많은 양의 제품을 출고시키거나 애초에 주문하지 않은 제품을 내보내는 식이다.


이 때문에 대리점주들은 필요 이상의 많은 제품을 소화해야 하지만 유제품 특성상 유통기한이 짧은 탓에 대부분 남은 물량을 폐기처분하는 실정이다. 그로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대리점주의 몫이 된다.

김씨 등은 사실상 상품 강매지침인 ‘PUSH 관리 문서’가 본사가 목표로 한 물량을 맞추기 위해 대리점에 밀어내기를 시도한 결정적 증거라며 빙그레 대리점 담당 직원과의 통화 내용을 담은 녹취록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대리점에 물건을 강매하라는 지시가 오가는 정황이 담겨있다.

빙그레 측은 그러나 “푸시는 밀어내기를 뜻하는 내부 용어나 지침이 아니”라며 “푸시 전략은 신제품의 시장 정착을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 행사와 노력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감당할 수 없는 물량 뻥튀기와 반품 여부다. 일반적으로 업계에서는 물량 외 추가 물량을 납품하는 것이 허용되고 있지만, 대부분 1∼2박스 정도를 더 공급하는 선에서 그친다. 이에 김씨 등은 물량이 많을 뿐 아니라 반품도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빙그레 측은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대리점 ‘제품 떠넘기기’소송…문서·녹취 공개
주문 2∼3배 출고 “유통기한 짧아 대부분 폐기”

빙그레 측 관계자는 “대리점과의 거래에서는 언제든 반품이 가능하며, 제품 인수 시 인수 거부제도(대리점주가 필요하지 않은 물량은 인수하지 않고 돌려보내는 제도)도 병행하여 운영하고 있다”며 “강매를 주장하고 있는 전 대리점 업주 김씨도 당사와 거래 중 관련 반품 처리와 인수거부 내역이 다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부’가 아닌 ‘다수’라고 해명하고 있어 일부는 반품을 받아주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 꼴이라는 해석도 있다.


더욱이 이런 반품에 대한 규정이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 대리점주들의 반품권리를 확고히 했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빙그레의 밀어내기 공방은 최근 남양유업과 대리점주 사이와의 갈등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현재 제품 강매, 떡값 요구 등의 행위로 대리점 피해자 협의회까지 결성된 상태다.

지난달 30일 남양유업 대리점피해자협의회는 이 같은 불공정 행위를 주장하며 공정위에 본사를 고발했다. 남양유업도 이에 맞서 같은 날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에 참여한 대리점주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전 대리점주들은 “신제품이 나오면 하루에 한 박스 혹은 이틀에 한 박스 정도 더 배달된다”며 “신제품은 소비자들이 구매를 안 하기 때문에 회전이 안 되므로 어느 정도 선에서 밀어내기를 중지해야하지만 하루에 다섯박스씩 감당하지 못할 물량을 보내는 것이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를 거부하면 남양유업 측에서 계약의 해지, 보복적 밀어내기, 투자비용의 매몰가능성 등을 이용해 협박과 압력을 가한다”며 “또 증거를 은폐하고 교묘하게 데이터를 조작해 이와 같은 불법 착취 흔적이 남지 않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공정위 고발 후 남양유업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 대리점주들의 결집을 막을 목적으로 회유하거나 협박을 가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사측 “행사일 뿐”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들의 주장이 모두 진실이라고 볼 순 없지만 이게 유통업계 전반에 퍼져 있는 밀어내기의 전형적인 모습임은 틀림없다”며 “이번 소송의 확산으로 업계의 불공정거래 문제가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털어놨다.

유제품 회사들의 제품강매 논란은 각각 공정위와 법적판단에 의해 가려질 예정이다. 빙그레 측은 “소송은 지난해 2월부터 진행 중이며 전 대리점 업주와는 2년 전에 거래관계가 끝났다”며 “현재 재판 중인 사안으로 3월 초 쯤 판결이 날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빙그레는? 

바나나맛 우유로 대박

빙그레는 ‘바나나맛 우유’, ‘요플레’, ‘메로나’ 등 유명 유제품과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1967년 대일양행이라는 상호로 출발했다. 


1982년 현재의 사명으로 바꾼 뒤 지금까지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브랜드다. 1974년 ‘바나나맛 우유’를 선보이며 국내 가공우유 최초로 1000억원대 매출을 달성했고, 아이스크림 ‘투게더’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국내 아이스크림 브랜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를 비롯해 멜론 열풍을 불러일으킨 메로나, 비비빅 등도 대표적인 장수 제품이다. 그런가 하면 독특한 외관으로 젊은 층의 사랑을 받고 있는 더위사냥, 커피음료 시장에서 돌풍을 불러일으킨 아카페라 등 혁신적인 제품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비자 기호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제품 다각화에 앞장, 해외 수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한편, 빙그레의 최대주주는 1992년부터 빙그레 회장을 지낸 김호연 전 회장으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김 전 회장은 2008년 정치 일선에 뛰어들며 경영 일선에 물러났으나 여전히 빙그레의 실질적 주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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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