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 폭로> 남양유업 횡포 진실공방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2.04 1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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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난리인데…‘삥’ 뜯은 남양

[일요시사=경제1팀] 본사를 따로 두고 있는 대리점업계 현장 목소리 중엔 이런 말들이 종종 있다. 판촉이 부진한 제품을 상습적으로 대리점에 떠넘기고, 부당한 명목으로 돈까지 챙겨갔다는 내용. 말이 권고지 사실상 강요에 가깝다는 것이다. 어제 오늘 얘기도 아니란다.


우유와 요거트 제품 등을 판매하는 남양유업이 제품 강매로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남양유업의 전·현직 대리점 업주들이 본사가 제품을 강매하고, 명절 ‘떡값’이나 임직원 퇴직위로금을 요구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것이다. 남양유업은 지난해에도 대리점에 제품 구매를 강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억울합니다”

남양유업 왕십리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대리점 업주 A씨는 지난달 27일 ‘비열한 남양유업을 대한민국에 고발합니다’라는 블로그에 “남양유업의 대리점에 대한 불법착취로 너무 많은 피해자가 생기고 그 억울함이 수많은 대리점주들과 그 가족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했다”며 “경제 정의에 역행하는 이런 악덕 대기업의 횡포에 힘없는 서민들은 그 억울함조차 하소연 할 곳이 없는 지경이 됐다”고 고백했다.

A씨 등은 남양유업이 주문관리 시스템을 조작해 대리점에서 낸 주문보다 2∼3배 많은 양의 제품을 대리점에 보낸다고 주장했다. 대리점의 필요가 아니라 본사의 판매 목표에 맞춰 제품을 ‘밀어내기’한다는 것이다. 필요한 양보다 많이 받은 유제품은 유통기한이 짧은 탓에 두고 팔 수가 없어 대부분 버려졌다고 했다.

A씨는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남양유업 본사에서 이메일(전화, 문자도 종종 사용)로 매일 전국 남양유업지점으로 구체적 품목, 수량 등을 지시하고, 떠불(떠먹는 불가리스), 엣홈주스 등의 품목은 월간, 연간 목표에 따라 상시적으로 지시를 받는다”며 “여기에 남양유업 물류센터에 재고 품목이 급증할 때 물류센터의 요청으로도 밀어내기 품목과 수량이 할당된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보통 유제품유통업체에서는 상품 유통기간이 70%가 되면 상품 자체를 출고하지 않고, 본사 폐기하지만 남양은 이러한 상품을 대리점에게 밀어내기로 강제발주 해 폐기상품 처리비용을 대리점에게 떠 넘긴다”며 “폐기 상품을 대리점에게 정상주문 상품으로 강매해 이익을 취하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대리점에게 전가시킨다”고 덧붙였다.

대리점 업주들 본사 상품강매·떡값요구 주장
거부시 협박·압력…불공정행위 공정위에 신고

A씨 등은 남양유업이 떡값 및 임직원 퇴직위로금과 대형마트 판매 직원의 급여도 대리점에서 내도록 강요했다고 말했다.

명절이 되면 떡값이라는 명목의 돈을 각 대리점마다 10만∼30만원 씩 현금으로 착취하고, 유통업체 파견직 사원의 임금을 20∼30%만 지급한 채 나머지 70∼80%의 임금은 납품 대리점에게 부담하게 했다는 것이다.

A씨는 “이러한 부당 착취로 신용불량자가 돼 망하는 대리점이 있으면 그 구역에 새로운 대리점을 개설하여 대리점 개설비 명목으로 200만∼500만원을 요구한다”며 “판매 장려금, 육성 지원비 등의 리베이트 명목으로 10∼30%를 요구하며 임직원 퇴직 위로금까지 요구하는 지경이 됐다”고 털어놨다.

A씨 등은 이를 거부하면 남양유업 측에서 계약의 해지, 보복적 밀어내기, 투자비용의 매몰가능성 등을 이용해 협박과 압력을 가한다고 주장했다. 또 증거를 은폐하고 교묘하게 데이터를 조작해 이와 같은 불법 착취 흔적이 남지 않도록 한다고 말했다.

A씨는 “남양유업은 피해자 소송 등 항의를 막기 위해 증거 수집을 어렵게 만들어 놓아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실제적인 증거를 찾기 힘들게 만든다”며 “대리점의 전산 발주데이터를 주문관리란 작업을 통해 사라지게 만들고 본사에서 수정한 데이터만 남게 전산프로그램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또 “모든 부당한 금품요구는 오직 현금으로 요구하거나, 그 금액이 클 때는 차명계좌로 송금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남양유업 측은 “이들이 주장하는 방식으로 대리점을 관리하면 다른 곳들은 왜 반발하지 않겠느냐”며 “불만을 가진 일부 대리점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최소 2000만원서 최대 5000만원 정도의 물품 대금을 미납한 대리점에서 이를 탕감해 달라는 민원을 본사에서 받아들이지 않자 흑색비방에 나섰다”며 “‘떡값문제’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회사 차원에서는 이를 반박할만한 사안을 모두 갖춰놓은 상황”이라며 “앞으로 상황을 지켜본 후 회사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해도 너무한 노예살이…데이터 조작해 증거 은폐”

그러나 남양유업의 제품 밀어내기식 강매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제주 경실련은 남양유업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가맹계약을 맺은 대리점에 고가의 유기농우유 등을 강매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제주경실련은 또 남양유업이 관할 대리점주들에게 지속적으로 명절 떡값을 요구했다며 대리점주들이 명절 떡값을 송금한 통장 거래내역까지 공개했으나 당시에도 남양유업 측은 “남양유업과는 관련 없는 일부 대리점주의 문제”라며 “떡값 등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해명, 지금과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전혀 사실무근”

앞서 2009년에도 남양유업은 유가공제품 강매행위에 따른 독점규제법 위반으로 손해배상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은 바 있고, 2006년엔 물량 떠넘기기 행위로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남양유업은?

국내 대표 낙농제조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남양유업. 1964년 설립된 남양유업의 창업자는 고 홍두영 명예회장이다. 평안북도 출신인 홍 명예회장은 남양유업을 창업하기 전 남양상사라는 비료 수입상을 경영했다.

홍 명예회장이 수입을 위해 해외를 다니면서 유제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남양유업의 창업 계기였다.


남양유업은 1965년 충남 천안에 공장을 완공한 뒤 1967년 국내 최초의 국산 조제분유인 남양분유를 출시했다. 1977년 홍 명예회장의 아들 홍원식 회장이 기획실장으로 입사했고 홍 회장은 1990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으며 경영을 책임지기 시작했다.

이후 남양유업은 1991년 요구르트 불가리스를 선보였고, 1996년엔 천연 DHA가 함유된 아인슈타인 우유를 개발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해에 조제분유 아기사랑 시리즈를 시중에 선보였다.

2000년엔 요구르트 이오를, 2004년에는 맛있는우유GT를 각각 출시했다. 주요 제품으로는 분유(아기사랑秀, 임페리얼드림), 우유(맛있는우유GT, 아인슈타인), 요구르트(불가리스, 이오), 음료(17차), 커피(프렌치카페) 등이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유가 전체 매출의 51%를 차지하고 있으며 차 부문이 27%를 차지, 식음료 기업 중에서 매출 1조를 넘어가는 우량 기업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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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