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흥신소 찾는 대기업 사연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1.29 10: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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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 심부름센터에 “직원 비리 캐주세요”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들이 ‘좌불안석’이다. 공기업과 사기업을 막론하고 직원들의 횡령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 몇몇 기업들은 은밀히 사건을 해결하고자 흥신소(심부름센터)를 찾고 있다. 비밀 보안과 기업 이미지 실추를 막는 측면에선 오히려 ‘경찰보다 낫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대구시 동구 한 새마을금고에서 20년 넘게 근무해 온 여직원이 불법대출을 통해 수십억 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철통보안 장담

지난 22일 새마을금고중앙회 등에 따르면 직원 A씨는 최근까지 새마을금고와 거래하고 있는 고객들의 명의를 도용해 총 16억 원 규모의 불법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돈을 횡령한 A씨는 새마을금고에서 근무하는 말단 직원도 대출 서류심사를 받기 전 대출을 승인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새마을금고는 A씨가 횡령한 돈의 정확한 액수 등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으며, 특별 감사를 통해 정확한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고객 돈을 횡령한 직원 A씨는 현재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에서는 최근 한 달 사이 거액의 횡령사건만 두 건이 발생했다. 삼성전자 직원이 회삿돈 160여억 원으로 원정도박을 하고, 신라호텔 직원이 7억 원대 횡령을 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삼성전자 재경팀에서 채권매각, 외화 운영 등을 담당했던 B씨는 회사 측에 증빙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보관하고 있던 한 은행명의 ‘수출관련 수수료 정리’ 공문서와 출금전표에서 날짜, 금액 등 필요한 부분만 떼어내 부풀린 금액을 다시 오려붙이는 방법으로 서류를 꾸몄다.

B씨는 인출한 돈을 자신의 계좌나 환치기 업자 계좌로 송금한 뒤 다시 해외계좌로 빼돌리는 치밀한 수법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마카오 원정도박을 하는 등 도박에 빠져 있었던 B씨는 빼돌린 돈을 도박에 탕진하거나 빚을 갚는 등 대부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신라호텔 면세유통사업부에 근무하던 C씨는 2009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삼성상품권 1만원권 7만99장(약 7억원 상당)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회사가 보유한 상품권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에 해당된다.

C씨는 일본 여행사를 대상으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면서 면세점에 방문한 관광가이드에게 지급해야할 상품권을 중간에 빼돌린 뒤, 상품권 유통업자들에게 수 차례 나눠 판매해 자신의 은행계좌로 송금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간큰 직원’거액 회삿돈 횡령 사건 잇달아
정보 새는 경찰보다 비밀보장 흥신소 의뢰

C씨의 범행은 무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89차례에 걸쳐 이뤄졌고 호텔 측은 범행사실을 알아채지 못하다가 지난해 11월 내부감사를 통해 뒤늦게 횡령 사실을 발견해 C씨를 고소했다. C씨는 7억여원 상당의 상품권을 현금화한 뒤 유흥비와 명품 구매 등에 탕진하며 호사스러운 생활을 한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확인됐다.

지난달에는 ‘1000원 마켓’으로 유명한 ‘다이소’의 한 직원이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되는 일이 발생했다.


검찰에 따르면, 자금집행업무를 담당하던 D씨는 지난해 6월 거래처에 물품대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3000만원을 더 지급한 후 이를 자신의 계좌로 돌려받는 등의 수법을 이용해 회사 자금을 횡령한 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D씨는 이 같은 방식으로 약 5년간 50차례에 걸쳐 14억여 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이처럼 많은 기업들의 보안이 허술한 틈을 타 직원들의 횡령 사건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렇게 밝혀지지도 않고 알게 모르게 기업 내 횡령이 횡행하고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 내 부정비리로 인한 이미지 실추 및 손실을 막기 위해 경찰보다는 흥신소(심부름센터)를 찾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S흥신소 관계자는 “잇따른 기업 내 비리사건으로 최근 의심 직원들을 의뢰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대부분 의뢰인들은 경찰 조사 시 언론보도를 통해 외부에 알려져 그동안 쌓은 이미지에 손실을 입는 것은 물론, 비리기업으로 낙인찍히는 것보다 이 방법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기업 VIP 특별 위임조사’를 담당하는 흥신소도 생겼다. 이곳에서는 유명 연예인이나 저명인사, 고위직 공무원을 비롯 대기업 임원이나 기업 내 비밀스럽게 진행되어야 하는 조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기업 VIP 특별조사

M흥신소 관계자는 “부도덕한 기업구성원으로 인하여 공금횡령이나 기업이 지닌 기술에 대한 기밀유출, 영업상의 비밀 등이 누설되었을 때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납품비리 부정유통이 의심될 때나 기업정보 유출 및 불법 스카우트, 보험 사기나 기업 내부적인 문제 등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VIP 특별 위임조사는 비밀리에 상담을 진행하고 업무 진행 후에는 의뢰인의 신분이나 관련 자료가 폐기되므로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흥신소 접수’ 기업비리 유형

 

[제조업]
-가공 매출로 경영실적 왜곡 및 채무누락
-외상매출금 유용 후 부실채권화 하여 대손처리
-금액의 과대 계상 또는 이중으로 지급 후 반환금 횡령
-자금 시재액의 조작으로 공금 유용
-주가 조작을 위해 회사의 유휴자금 사용
-회사 주요 자산의 사적 이용
-위장된 전문용역(세무·경영컨설팅·법무)을 통한 공금 횡령
-주요 사업 기밀사항 유출
-구매 및 검수 조작과 공모 구매관련 리베이트 수수
-공급 업체와 공모 경매정보의 사전 유출 및 형식적인 경매
-재고 자산 및 집기 비품의 절도
-전산 데이터의 조작으로 기존 부정 은폐

 


[금융업]
-고객의 장기 휴면구좌로부터 부당 인출
-고객명의로 마이너스 대출 통장 불법 개설 후 횡령
-대출 권한 한도에 맞도록 대출금을 임의 분리조정
-공과금 미 입금처리로 유용
-고객정보관리시스템의 임의 접근, 관련 정보 변경
-고객 증권 계좌를 통한 임의 매매
-기업 투자분석 정보의 사전유출
-허위 혹은 과대 투자정보 게재
-금융자산운영에 있어 외부와 공모(투자위험 분석의 왜곡)
-고액 보험료의 일시납을 분납으로 변경, 유용
-보험 계약자 승인 없이 해약환급금의 자동이체로 보험료 유용
-영수증, 청약서, 보험증서 위·변조
-부당한 재보험 가입으로 리베이트 수수
-허위로 약관 대출 받아 유용

 

[유통업]
-가공의 매출로 성과급 받고, 유통기간 경과 후 반품처리
-현금 매출을 외상매출로 보고, 유용
-매출대금의 변경 입금(어음·수표·현금)
-백화점의 경우 현금매출을 취소하고 카드 할부 매출로 전환
-재고품을 반품처리 하여 현금수취(재고실사의 취약점 악용)
-공급업체와 공모 제품 등급 임의 변경하고 리베이트 수수
-반품, 파손품을 파기하지 않고 등급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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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