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위기 이후 세계

이 책은 위기 극복 후 부상할 신세계질서에 관한 책이다. 전세계 석학과 기업인 그리고 정부 관계자들을 직접 인터뷰하는 한편 주요 세션에 직접 참석해 들은 내용 등을 토대로 세계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이 책 한 권에 다보스 포럼을 관통하는 주요 주제가 모두 담겨져 있다고 저자들은 자신한다. 다보스 포럼 현장에서 만난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 교수,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학 교수, 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대학 교수, 로버트 로렌스 하버드대학 교수,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학 교수, 나심 니콜라스 탈렙 <블랙스완> 저자,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 마틴 소렐 WPP회장, 피터 샌즈 스탠더드차터드 CEO,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다케나카 헤이조 전 일본경제재정상, 폴 로디시나 AT커니 회장, 존 그럼바 이곤 젠더 인터내셔널 회장 등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다.
1장‘세계질서재편’에서는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후 부상할 새로운 세계질서의 모습을 그렸다. 미국식 자본주의가 어떻게 위기에 처하게 됐는지, 위기극복은 가능한지를 짚어보고 이에 따른 세계질서 재편의 불가피성을 다루었다. 또한 G20 등 새로운 다자주의적 질서가 그동안 미국이 주도했던 신질서를 대체할지 여부도 다루었다.
2장은 최근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분석과 미래 경제패권을 둘러싼 ‘신경제 지형도’에 대한 얘기다. 새로운 경제지형도가 도출될 때까지 세계경제는 심각한 불황을 겪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다보스 포럼을 지배했다. 1980년, 1990년대에도 경기침체는 있었지만 전 세계적인 동반 경기침체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회복이 쉽지 않은 만큼 L자형 장기경기침체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았다. 또 모두 열망하는 좀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신세계질서 대신 보호무역, 보호금융주의가 득세할 가능성도 다뤘다. 보호주의는 전 세계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3장에서는 미국의 자존심인 월가 금융기관 붕괴에 따른 ‘금융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측해봤다. 이 장에서는 컴퓨터 보급과 함께 급속한 발전을 거듭한 금융공학이 탄생시킨 괴물인 파생상품 부실 가능성을 자세하게 다뤘다.
4장 ‘Crisis & 機’에서는 현재의 위기요인과 기회요인을 짚어봤다. 현재 경제는 경기침체와 불황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다간 불황의 터널에 빠지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 중 전세계적인 감원태풍은 모든 정부의 골칫거리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기업들도 경제위기 장기화로 수출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경우 전 세계적인 감원대열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감원사태는 경제적인 파장 외에 사회적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인프라 사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형편이다.
5장은 ‘떠오르는 아시아’에 대한 내용이다. 경제위기를 맞아 전 세계적인 관심이 아시아 경제로 쏠리고 있다. 아시아나이제이션, 리버스 글로벌라이제이션, G2(중국+미국)의 부상은 모두 아시아경제가 글로벌 경제회복을 이끌어달라는 전 세계인의 기대감을 반영하는 용어들이다. 또 아시아경제와 선진경제의 디커플링 가능성,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다보스 포럼 참가자들의 시각을 담았다. 특히 한국경제에 대한 석학들의 준엄한 경고는 국내기업·금융기관의 각성을 촉구한다.
6장 ‘그린 이코노미’에서는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된 녹색혁명에 대해 다루었다. 신성장동력으로서 녹색산업의 가능성과 함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에 대한 설명을 집어넣었다. 교토의정서 체제를 대체하는 코펜하겐 기후변화 총회 전망과 함께 전기차의 미래도 짚어봤다.
7장은 2009 IT업계의 화두가 된 클라우드 컴퓨팅 등 ‘IT와 과학기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IT를 활용해야 하는 많은 기업과 개인사용자들이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좀 더 손쉽게 프로그램을 활용할 기회를 찾고 있다. 모바일과 인터넷의 컨버전스 추세와 신성장동력으로서 우주산업도 살펴봤다.
8장에서는 ‘위기를 극복하는 리더십’을 다루었다. 오바마 정부가 직면한 위기와 다보스 포럼 참석자들이 미국정부에 던지는 조언을 담았다. 전세계적으로 중요성을 더해가는 이민자 활용문제와 교육문제도 다루었다.

박봉권 저/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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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