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특집] '망명설' 나도는 MB 앞날 대예측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2.28 15:3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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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문재인보다 박근혜가 더 무섭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대권을 잡았다. 이로써 임기 내내 수많은 의혹에 시달렸던 이명박 대통령이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일각의 평가도 있다. 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백담사에 유폐시키고 청문회장에 세운 사람은 친구이자 후계자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었다. 이 대통령이 박 당선자를 바라보며 불안에 떠는 이유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임기 말 '망명설'까지 나도는 이 대통령의 뒤숭숭한 앞날을 예측해봤다.

지난 2009년 검찰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수사로 이른바 '친노' 진영은 쑥대밭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을 비롯한 측근들은 줄줄이 구속됐고 수사망은 최종적으로 부인인 권양숙 여사와 자녀들에게까지 좁혀왔다. 또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을 과도하게 공표하며 노 전 대통령에게 극심한 모욕감을 안겼다. 이러한 전방위 압박을 견디다 못한 노 전 대통령은 결국 자살이라는 선택으로 비극적인 생을 마감한다.

시작은 창대
끝은 비굴

반면 수사과정에서 함께 의혹을 받은 현정부 쪽 인사 중 처벌된 이는 별로 없다.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구속되고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회장이 불구속 기소된 것이 사실상 전부였다.

특정인을 겨냥해 가족의 계좌까지 샅샅이 뒤지는 저인망식 수사와 범죄자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묻지마 수사, 정권교체 때마다 되풀이되는 '보복수사'의 전형이다. 이러한 보복수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인물은 별로 없다. 심지어 김영삼 전 대통령 정권초기에는 검찰 내부에 아무런 내용도 없이 단지 이름만 적혀있는 살생부가 돌았다. 검찰은 얼마 후 명단에 적혀있던 이들 대부분을 구속하거나 기소하는데 성공했다. 전직 대통령의 운명은 전적으로 후임 대통령의 선택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19일 새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됐다. 이와 함께 주목을 받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앞날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상황이 이러한데 하물며 임기 내내 각종 의혹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의 경우는 어떻겠는가? 박근혜 당선인의 선택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번 제18대 대선의 최종 승자인 박근혜 당선인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하며 냉랭한 분위기를 줄곧 이어왔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직접적인 원한관계인 문재인 전 대선 후보를 피한 것만으로도 안도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는 이야기가 심상찮게 나돌고 있다.

정권연장 성공했는데 벌벌 떠는 MB '왜?'
제 식구 감싸기? 이왕 할거라면 확실하게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의 악연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당선인은 그해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 출마, 이명박 당시 후보에게 석패했다. 경선방식 등에 논란은 있었지만 박 당선인은 깨끗이 승복하고 선거에서 이 대통령을 적극 도왔다. 하지만 이듬해 제18대 총선 공천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대거 탈락하면서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 간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이때 박 당선인은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다. 이후 박 당선인은 친박계 의원 60여 명의 복당을 관철시켰지만 이 대통령과는 끊임없이 대립하며 '여당 내 야당'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러한 여당 내 야당 이미지는 박 당선인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가 됐다.

한편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이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의혹들은 무척 다양하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BBK주가조작 사건이다. BBK사건이란 김경준씨가 지난 1999년에 설립한 회사인 BBK를 통해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이 돈을 횡령한 사건이라고 알려져 있다.

김경준씨는 이 대통령이 BBK의 실제 소유주이며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했으나 한국 검찰에서는 이 사건이 이 대통령과 관련이 없고 김씨와 그 가족들의 범행이라고 결론을 냈다.

BBK사건 의혹
드디어 풀리나?


수사과정에서는 2000년경 여러 언론이 이 대통령이 BBK를 창업했다는 인터뷰를 보도한 사실이 밝혀졌고, 이 대통령이 BBK의 대표이사로 적혀 있는 명함이 발견되기도 했으며, 한 강연회에서 이 대통령이 자신이 BBK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동영상까지 공개됐지만 검찰은 객관적인 정황을 번복할 만한 증거는 안 된다며 무혐의로 수사를 마무리 했다.

지난 2007년 불거진 BBK와 관련한 논란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복역 중인 김씨는 최근 자서전을 내고 이 대통령의 임기가 완료되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진실들을 추가로 밝히겠다고 공언해놓은 상태다.

두 번째는 대선자금이다. 올 여름 이 대통령은 측근비리로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임기 중 여섯 번째 대국민사과까지 해야 했다. '영일대군'이란 별칭을 얻으며 정권 내내 의혹을 몰고 다녔던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방통대군'으로 불리던 '멘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구속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대선자금과 관련한 의혹들이 터져 나왔다. 최 전 위원장은 법정에서 "(불법수수한 자금은) 대선여론조사비용으로 사용했다"며 대선자금으로 받았음을 시인했다가 번복했으며,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은 이상득 전 의원에게 대선자금으로 쓰라며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

게다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를 앞두고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에게 나눠준 돈봉투도 대선 때 사용하고 남은 잔금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하며 사건을 무마시키기에 급급했다.

이외에도 이 대통령은 병역비리, 부동산 투기 및 횡령, 민간인 불법사찰, 내곡동 사저 등 다양한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면 망명할 것이라는 과격한 예측까지도 난무하는 이유다.

정치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의 선택에 따라 이 대통령이 얼마든지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정권차원에서의 의도적 보복수사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한 전문가는 "2008년 친박계에 대한 공천학살은 이미 지난 총선에서 친이계 공천학살로 충분히 보복한 것 아닌가? 박 당선인으로서는 이미 (정치보복에 대한) 필요성조차 못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당선인이 이 대통령의 의혹들과 관련한 새로운 증거나 증언 등이 나왔을 때 이를 정권차원에서 덮고 가느냐, 아니면 대대적인 수사를 통해 확실히 선을 긋고 가느냐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덮고 갈까?
선 긋고 갈까?

특히 이 대통령의 의혹과 관련해 야권과 시민단체, 진보언론 등을 중심으로 한 수많은 인사들이 진실을 밝혀내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박 당선인은 예상보다 빨리 선택의 기로에 설 수도 있다.

일례로 노태우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모두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전 정권을 공격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에게 있어 전 정권은 정치적 선배이자 동반자적인 관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압박에 모두 무릎을 꿇었다. 이 대통령 역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이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시할 경우 당내 친이세력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선거기간 내내 대통합을 부르짖었던 박 당선인으로서는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아무리 선 긋기에 나선다 해도 전 정권에 대한 비판여론이 박 당선인에게 옮겨 붙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결국엔 누워서 침 뱉기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게다가 박 당선인은 선거과정에서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표명한 바 있다.

자칫 이 대통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는 구태의연한 보복수사로 비춰져 정치검찰 논란에 휘말리게 될 가능성까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 역시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다.

의혹 사실로 밝혀지면 최대 10년 구형 가능
박근혜 정권도 전직 대통령 잔혹사 이어갈까?

그렇다고 무작정 덮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박 당선인 입장에서 이 대통령을 두둔하고 나서는 것이 더 큰 부담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러한 경우엔 문재인 전 후보보다 박 당선인 측이 더 무섭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문 전 후보의 경우는 오히려 보복수사라는 비판을 의식해 이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소극적일 가능성도 있었다. 게다가 문 전 후보 주변에는 집권하더라도 정치보복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온건파도 많았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경우는 자칫 제 식구 감싸기로 비춰질 우려가 있어 이왕 수사에 착수할 거라면 매우 강도 높은 수사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자신의 정치쇄신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할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박 당선인으로서는 이 대통령과 지금까지 거리를 둬 온 만큼 퇴임한 이 대통령을 굳이 공격할 이유도 없지만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감쌀 이유도 없다”고 분석했다.

또 문 전 후보의 경우는 이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영남권과 보수층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염두에 뒀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영삼 정권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각각 사형과 징역22년의 형을 내리고도 불과 2년 만에 국민 대화합을 명분으로 이들 모두를 특별사면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읍참마속?
토사구팽?

반면 영남권과 보수층의 두터운 지지를 바탕으로 대권을 잡은 박 당선인으로서는 이러한 점들에 구애받지 않고 비교적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이 대통령과 관련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최소 5년에서 10년 사이의 구형도 가능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출범과 함께 전직 대통령 잔혹사가  또 다시 재현될까? 겨울바람이 유난히 차가운 요즘, 벼랑 끝에 선 듯한 이 대통령의 운명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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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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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