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대통령과 골프

대통령, 골프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최근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지가 선정한 역대 대통령 골프 순위에서 7위에 오른 빌 클린턴. 그의 무기는 ‘빌리건’으로 알려졌다. 빌리건은 빌 클린턴이 ‘멀리건(티샷을 미스 했을 때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는 뜻의 골프 은어)’을 워낙 남발하면서 붙은 ‘클린턴 전용 멀리건’의 애칭. OB만 나면 빌리건을 쓰니 타수가 줄지 않을 리 없다. 다이제스트 평가를 보면 고개가 끄떡여질 만하다. ‘빌리건 덕에 늘 편하게 90대 스코어를 깰 수 있었음.’ 버락 오바마 신임 대통령의 골프가 화제에 오르면서 대통령들의 특별한 골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특별한 골프를 한 인물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꼽힌다. 전전 대통령의 알려진 공인 핸디캡은 12~14 수준. 한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핸디가 낮은 실력파로 꼽힌다. 지금도 휴가철이면 어김없이 용평 리조트를 방문해 버치힐 코스와 용평 골프 코스 두 군데를 7일씩 예약해 놓고 라운드를 즐길 정도.
그가 만들어낸 특별한 골프는 ‘대통령 골프’다. 대통령 골프는 글자 그대로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골프. 현역 시절에는 아예 앞뒤 홀을 하나씩 비워두게 해서 이런 말이 붙었다고 한다. 이후 대통령이라는 수식어는 ‘대통령 스키’ ‘대통령 등산’ 등으로 차용돼 쓰이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장타다. 야드가 아닌 미터로 230 이상을 너끈히 날린다는 것. 골프에 대한 애착도 남달랐다. 1983년 청남대에 간이 골프장을 만든 것도 다름 아닌 전 전 대통령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는 ‘소리없이 골프’다. 그만큼 조용히 즐겼기 때문에 붙여진 말이다. 청와대 골프연습장을 자주 찾았고 그 덕에 부인 김옥숙 여사도 상당히 재미를 붙였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특히 주변 시선을 많이 의식했는데 그래서 골프 횟수는 3개월에 한 번 꼴 정도였다고. 핸디캡은 18~20 수준인데 워낙 조용히 골프를 즐긴 탓에 아직 본 사람(?)이 없다.
최고회의 의장 시절인 1962년 한장상 프로에게 골프를 배웠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 역시 골프 마니아로 통한다. 당시 장충동 공관에 길이 15m, 폭 10m 되는 간이 연습장을 직접 만들고서 골프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이 남긴 유행어 역시 많다. 첫째는 ‘어깨 걸어 총’식 이동법. 박 전 대통령은 군 출신답게 골프채를 총을 메듯 어깨에 걸친 채 볼 있는 곳으로 이동했는데 이게 유행처럼 번졌다고 한다. ‘원 퍼팅 OK’라는 유행어 역시 박 전 대통령 때 나왔다.
그는 그린에 올라가면 딱 한 번만 퍼팅을 하고 끝냈는데 그래서 ‘원 퍼팅 OK’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뒷말도 무성했는데 국가 원수가 고개를 숙이고 퍼팅을 넣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품위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는 게 가장 설득력 있게 들린다. 박 대통령의 골프 실력은 1퍼팅 OK를 고려하더라도 핸디캡 20 정도.
골프를 하다 보면 인간 됨됨이나 성격이 나온다고 한다. 지난 1월20일 미국의 44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90대 초중반을 치는 실력으로는 진짜 ‘보통 골퍼’다. 하지만 그의 골프 스타일에는 흑인 사상 최초로 미국 대통령이 된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농구광’ 오바마 대통령이 골프를 하게 된 동기는 초라(?)하다. 농구를 하다 툭하면 손가락 골절에다 손목 통증을 호소하고 심지어 눈까지 멍들고 했던 오바마 대통령에게 아내 미셸 여사는 1997년 조심스럽게 골프를 권했다. “왜 좀 더 위험하지 않은 ‘골프 같은’ 운동을 하지 않죠?”
골프 입문 초반 오바마 대통령은 늘 100타를 깨지 못했다. 공도 원하는 대로 날아가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와 라운드를 한 지인들이 말한 바로는 그는 결코 신념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언젠가는 실력이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친구인 테리 링크는 “보통 사람들과 달리 그 작고 하얀 공에 절대 실망하는 법이 없었다”라며 “삶에 대한 태도도 골프를 할 때와 마찬가지였다”라고 밝혔다.

한미 대통령… 흥미진진한 ‘그들만의 라운드’
‘빌리건’ ‘원 퍼트 OK’ ‘대통령골프’ 등 용어 독특’

핸디캡 16으로 알려진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임기가 끝나고서 싱글 핸디캡 골퍼가 되길 바라고 있다고 보도된 바 있다. 결코, 현실에 만족하지 않는 그의 인생철학이 드러난 셈이다.
또 오바마 대통령 선거를 도왔던 마빈 니콜은 “세인트 앤드루스, 페블비치, 베스페이지 블랙 등 유명하고 도전적인 코스에서 라운드하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주말골퍼들은 더블파(일명 양파) 이상 적지 않는 게 보통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절대 줄여 적지 않는다. 단 1타도 틀리게 적는 법이 없다는 게 주변의 증언.
스코어카드에 11타를 모두 적은 일화는 유명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보좌관 마빈 니콜슨은 “언젠가 파4 홀에서 11타를 쳤을 때 스코어카드에도 8이 아닌 11을 그대로 적더라”며 그의 ‘대쪽같은’ 골프 스타일을 밝히기도 했다.
‘멀리건(티샷 잘못으로 벌타 없이 다시 치는 것)’은 사용한 적이 없고 벙커샷을 한 뒤 모래를 정리하는 것은 물론 골프채로 파인 디봇도 다시 메워 놓는다고 한다.
얼마 전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그의 스윙 자세를 통해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 것’이라고 분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문은 공을 친 후에도 팔을 곧게 뻗은 채로 유지하는 오바마의 팔로우스루에 후한 점수를 주며 ‘일단 정책을 추진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게 지켜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인척 중 한 명인 이안 매너가 밝힌 오바마 골프 뒷이야기다. “내가 친 공이 나무숲으로 향할 때는 어김없이 그 공은 나무 밑에 있었다. 하지만 그가 친 공은 나무숲을 향해 가더라도 뭔가를 맞고 50야드나 튕겨 나와 페어웨이로 나가곤 했다.”
당시 매너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툭’ 농담을 던졌다고 한다. “골프에서처럼 정치에서도 운이 좋다면 언제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그 농담 덕인지 아니면 골프의 행운이 정말 정치에도 이어졌는지 그는 결국 미국 대통령이 됐다.


한국골프용품 ‘미국 대박’ 수천만 달러 계약 성사
‘빅3’에 국산 샤프트 수출, LPGA 독점라이선스도

‘2009 미국 PGA 머천다이즈쇼’에서 한국 골프용품업체들이 수천만 달러짜리 계약을 잇달아 성사시키는 개가를 올렸다. 한국 제품이 거의 없는 골프용품 시장에서 ‘틈새’를 찾아내 집중적으로 공략한 덕이다.
국산 샤프트 회사인 MFS(대표 전재홍)의 미국법인 매트릭스 사는 이번 용품 쇼 기간에 총 3000만 달러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가 개발한 국산 샤프트 ‘오직(OZIC)’이 유명 브랜드 골프클럽에 장착될 예정이다. 테일러메이드가 올해 출시하는 드라이버 40만 개에 ‘오직’ 샤프트를 쓰기로 한 것을 비롯하여 캘러웨이, 타이틀리스트의 일부 제품에도 ‘오직’ 샤프트가 장착된다.
전재홍 대표는 “‘오직’은 샤프트 내부를 원형이 아닌, 육각 형태로 제작해 백 스핀양을 줄이고 비거리를 늘리는 효과를 낸다”면서 “올해 세계 샤프트시장에서 점유율이 5위 정도로 상승해 아딜라 후지쿠라 등 1,2위 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국산 ‘GPS 거리 측정기’인 ‘골프버디’도 20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2006년 용품 쇼에 처음 출품해 100만 달러어치를 판 ‘골프버디’는 지난해 1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다시 2배의 신장세를 보이는 강세를 이어갔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골프용품 유통회사인 ‘스포츠인사이드(www.thesportinside.com)’는 앞으로 10년간 미국 일본 유럽 한국에서 골프의류, 장갑 등의 용품에 LPGA투어 로고를 독점 사용할 수 있는 계약을 미국 LPGA투어와 맺기도 했다. 앞으로 관련 회사들이 제품에 LPGA 로고를 붙이려면 이 회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 회사 신창연 사장은 “계약금은 공개할 수 없지만 LPGA투어가 선수들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연금이 부족한 상황이라 이를 메워주겠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PGA 머천다이즈쇼의 올 클럽 트렌드는, 헤드의 경우 ‘복고’ 클럽은 ‘튜닝’으로 요약되고 있다. ‘클럽헤드의 모양은 과거로 돌아가고, 골퍼가 직접 수정하는 튜닝 클럽이나 맞춤클럽이 대세.’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지난 1월29일부터 사흘간 개최된 ‘2009 PGA 머천다이즈쇼’에 출품된 올해 골프클럽의 경향이었다.
골프클럽업계에선 지난 2~3년간 크게 유행했던 혁신적인 모양과 화려한 디자인이 사라지고 있다. 사각형, 삼각형, 오각형 등 다양한 헤드 모양은 자취를 감췄고 대부분 예전의 반달형 헤드로 회귀했다. 빨간색이나 노란색 등 튀는 색으로 헤드를 감싸던 클럽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파격적 디자인보다는 기능을 중시하며 ‘과거’로 돌아가는 양상이다.
대신 대부분의 클럽메이커들은 헤드와 샤프트, 그립을 골퍼들의 특성과 취향에 맞춰서 조립해주는 ‘맞춤클럽’을 대거 선보였다. 퍼터도 골퍼의 취향대로 직접 수정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오고 있다. 예스퍼터의 경우 샤프트와 헤드를 결합시킬 수 있도록 설계해 접합 위치를 4곳이나 바꿀 수 있는 ‘프로토타입 퍼터’를 출품했다.
PGA 머천다이즈쇼는 골프용품 시장의 최근 흐름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세계 최대의 골프용품 쇼로 명성이 높다. 하지만, 올해 용품 쇼는 참가업체가 지난해보다 300여 개 줄어든 1100개에 그치는 등 경제 위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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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