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골프용품업계 전망

클럽 트렌드, 헤드는 ‘복고’ 클럽은 ‘튜닝’

올해도 골프용품계가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지난해 고환율로 말미암은 환차손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데다가 올해는 ‘내수 부진’이라는 또 다른 악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 값 상승에 고환율로 가격인상요인은 가중되는 현실에서 골퍼들은 골퍼들대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 상당수 업체는 이 때문에 아직도 사업방향을 확정하지 못하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브랜드들은 일단 지난 가을부터 2009년 신제품 모델들을 20% 안팎의 인상된 가격으로 출시하고 있다. 문제는 일본 브랜드다. 상대적으로 환차손이 심해 적어도 20~40%의 인상 폭이 될 것으로 관련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매출이 당연히 급감할 수밖에 없다.

무역협회 집계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가을부터 골프채 수입량은 상당히 감소했다. 이는 자동차와 같은 개념이다. 골프채는 당장 교체하지 않아도 실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 여기에 재고품이 신모델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더해지고 있다. 재고품은 통상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유통된다.
올해는 신모델과의 가격 격차가 커 재고품이 완전히 소진될 때까지 판매가 녹록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유명브랜드보다는 그렇지 않은 브랜드의 판매가 더욱 위축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수도 있다.
전체적인 트렌드는 지난해와 큰 차이는 없다. 드라이버는 먼저 ‘전통’을 앞세운 디자인의 강세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비거리 증대를 위한 관성모멘트(MOI)가 강조될 것이다. 독특한 점은 샤프트다. 골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 같다.
최근 미국 PGA 머천다이즈쇼에서 나타난 새해 세계 클럽시장의 화두는 ‘클럽헤드의 모양은 과거로 돌아가고 골퍼가 직접 수정하는 튜닝 클럽이나 맞춤클럽이 대세’다.
골프클럽업계에선 지난 2~3년간 크게 유행했던 혁신적인 모양과 화려한 디자인이 사라지고 있다. 사각형, 삼각형, 오각형 등 다양한 헤드 모양은 자취를 감췄고 대부분 예전의 반달형 헤드로 회귀했다. 빨간색이나 노란색 등 튀는 색으로 헤드를 감싸던 클럽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파격적 디자인보다는 기능을 중시하며 ‘과거’로 돌아가는 양상이다.
대신 대부분의 클럽메이커들은 헤드와 샤프트, 그립을 골퍼들의 특성과 취향에 맞춰서 조립해주는 ‘맞춤클럽’을 대거 선보였다. 캘러웨이, 타이틀리스트 등 메이저업체들이 내놓은 신제품은 예전처럼 헤드가 샤프트에 장착된 상태가 아니다.
캘러웨이의 ‘아이믹스(I-MIX)’나 타이틀리스트의 ‘피팅 웍스(Fitting Works)’는 헤드를 별도로 포장하고 샤프트를 분리해서 판매한다. 고객들은 헤드를 선택하고서 자신에게 맞는 샤프트를 골라 즉석에서 조립하게 된다. 용품쇼에 나오지 않았지만, 테일러메이드 역시 자신이 직접 교정이 가능한 ‘튜닝 클럽’을 내놓을 예정이다.

내수부진과 사업방향 두고 업체들 울상
올 같은 불황 때 ‘튀어야 산다’ 분위기

퍼터도 골퍼의 취향대로 직접 수정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오고 있다. 예스퍼터의 경우 샤프트와 헤드를 결합시킬 수 있도록 설계해 접합 위치를 4곳이나 바꿀 수 있는 ‘프로토타입 퍼터’를 출품했다.
‘왕족 출신 골퍼’ 제프 오길비(호주)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개막전인 메르세데스-벤츠챔피언십에서 우승하자 코브라 골프채를 수입 판매하는 아쿠쉬네트코리아 관계자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오길비가 3월 선보일 코브라의 신제품 ‘S9-1 드라이버’를 사용해 우승했기 때문이다.
새해 초부터 신제품들이 쏟아지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골프용품 시장이 서서히 달궈지고 있다.
캘러웨이골프는 지난 1월14일 서울 도곡동 골프존파크에서 새로운 드라이버인 ‘빅버사 디아블로’를 처음 선보이고 론칭 파티를 개최했다. 불황일 때 다른 골프채와 차별화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캘러웨이는 ‘마력의 드라이버’라는 콘셉트로 이번 제품을 내놓았다.
던롭코리아도 프리미엄급 ‘젝시오 프라임’과 그보다 싼 가격의 ‘더 젝시오 REVO’를 최근 출시했다. 젝시오 프라임의 경우 소비자 권장가격이 135만원으로 고가이지만 던롭코리아 김세훈 마케팅 팀장은 “프리미엄 클럽에 대한 고객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최고를 지향한 명품 드라이버를 내놓게 됐다”고 밝힌다.

나이키골프도 출시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월1일부터 전 세계에서 동시에 출시되는 드라이버는 SQ DYMO(다이모)다. 사각 헤드 타입의 SQ DYMO2와 원형 헤드 타입의 SQ DYMO 드라이버 2가지 헤드 형태로 출시된다.
테일러메이드는 3월 깜짝쇼를 준비하고 있다. 테일러메이드 코리아 관계자는 “한 단계 진화된 골프채가 나올 것”이라며 신제품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다.
심한 불황에도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2009년 골프클럽 신제품 가격이 대부분 10% 이상 오른다. 특히 환율이 배 이상 급등한 일본산 클럽은 최대 20%까지 올라 미국산 클럽과 가격 차가 크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제품 클럽 값 책정에 고심하던 제조업체들은 불황으로 말미암은 수요 감소를 우려하면서도 환율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어 ‘인상’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던롭은 신제품 ‘젝시오 프라임 드라이버’의 소비자가를 135만원으로 책정했다. 2년 전 나온 동일 모델의 가격 110만원보다 25만원 더 비싸다. ‘더 젝시오 드라이버’ 신모델은 지난해보다 10만원가량 인상한 90만원으로 결정했고 ‘젝시오 프라임 아이언’ 풀세트는 315만원으로 2007년 모델보다 65만원을 올리기로 했다.
다이와도 전 제품의 가격을 약 10% 높였다. ‘온오프 460 드라이버’는 종전 89만원에서 99만원으로 10만원 인상했고 아이언 세트는 남성용(MP-508)은 215만원에서 24만원 올린 239만원으로, 여성용(LP-408)은 191만원에서 21만원 올린 212만원으로 조정했다.
야마하는 일본산 클럽 가운데 인상 폭이 가장 작다. 야마하 ‘GRX BLUE 드라이버’ 가격은 130만원으로 지난해 나온 ‘GRX 골드 드라이버’ 120만원보다 10만원 정도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인프레스 D 블랙 아이언’은 5만 원 올린 175만원으로 정했다.
클리블랜드는 ‘하이보어 XLS 드라이버’(미국형)의 가격을 종전 45만원에서 47만원, ‘하이보어 XLS 페어웨이우드’(아시아형)는 29만원에서 31만원으로 소폭 인상했다. 588 크롬 웨지는 15만원에서 18만원으로 조정했으며, CG12와 CG14 웨지는 3만~4만원 정도 올릴 예정이다.
핑은 ‘G10 드라이버’의 가격을 종전 46만원에서 7만원 올린 53만원으로 정했고 ‘G10 아이언’은 126만원에서 19만원 인상한 145만원에 내놨다.
캘러웨이는 FT 시리즈 후속 모델인 ‘FT-I.Q 드라이버’ 소비자가를 65만원으로 책정했다. ‘FT-i 드라이버’는 지난해 출시 당시 권장소비자가 535달러로 당시 환율을 적용해 50만원대였다. 신모델인 ‘빅버사 디아블로 드라이버’는 ‘빅버사 460 드라이버’와 비슷한 50만원 안팎으로 결정했다.
아이언세트 가격은 오히려 낮췄다. ‘X-22 아이언’의 소비자 가격은 남성용 그래파이트는 150만원, 여성용 그래파이트는 140만원, 스틸샤프트는 130만원이다. 2년 전에 나온 ‘X-20 아이언’의 가격은 150만~170만원이었다.

테일러메이드는 ‘오렌지 샤프트’로 유명한 MFS의 ‘오직(OZIK)’ 샤프트를 장착한 신제품 드라이버를 3월에 출시하면서 가격대를 40만~50만원대로 정할 예정이다. ‘오직 샤프트’ 최고급 사양은 1200달러를 넘는 고가 제품으로 유명하지만, 대량 주문을 통해 가격을 지난해 수준으로 맞췄다고 한다.
2~3월에 신제품을 내놓는 타이틀리스트, 코브라, 투어스테이지, 나이키 등은 아직 가격을 정하지 못하고 있지만 대략 10%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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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