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나이트클럽 탈세수법 대공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2.07 13: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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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긁어모으면서 “세금 내면 바보”

[일요시사=사회팀] 서울 강남구 유흥밀집지역 일대에 속칭 ‘상호변경’ 수법으로 세금포탈이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업주는 ‘카드깡’을 통해 호텔 명의 매출을 가장하는가 하면 ‘바지사장’을 내세워 사업자등록증 신고·폐업을 반복하고 있다. 나이트클럽의 세금 탈루 꼼수를 들여다봤다.

최근 강남 ‘귀족 나이트’로 유명세를 떨치던 B나이트클럽이 상호를 변경했다. B클럽은 지난 2007년 6월 당시 대한민국 클럽 중 랭킹 1, 2위를 다투던 강남일대 두 개 클럽이 합병해 탄생한 곳이다. 합병을 하면서 ‘상호’를 새로 변경하더니 최근 또 다른 이름으로 상호를 변경한 것이다.

바지사장 내세워

이를 두고 관련 업계종사자는 “단순히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상호 변경에 나선 경우도 있지만 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한 이 바닥의 오래된 관행”이라며 “관련업에서 종사하고 있지만 다음날 출근을 했더니 예고도 없이 이름이 바뀌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강남 유흥밀집지역 일대 나이트클럽 상호확인 결과, 대 다수의 나이트클럽들이 상호를 변경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실소유주들이 구속 기소된 강남 최대의 성매매 룸살롱인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스타즈 호텔 클럽 어제오늘내일(YTT)도 그랬다.

연매출 600억원, 연간 수익 60억원, 종업원 1000명(여성 종업원 400∼500명) 규모의 ‘중소기업’으로 성장한 이곳은 구 힐탑호텔, 시마클럽으로 유명세를 떨치던 곳이었다.


YTT의 실 소유주였던 김모(52)씨는 10년 넘게 ‘강남의 밤무대’를 휘저으며 성매매, 세금탈루, 뇌물상납 등 갖가지 범죄를 저질렀지만 동생이나 친인척, 동업자 등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법망을 피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는 업소의 탈세 사실이 적발되면 바지사장을 통한 행정소송으로 무마시켜 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0년 7월부터 서울 논현동 힐탑호텔 지하 1층과 2층에 시마클럽 등 2개 이름의 법인을 세우고 유흥업소를 운영했다. 김씨는 1∼2년 주기로 대표를 변경하면서 처남, 동생, 동업자 등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웠고 자신은 각 유흥업소를 지분투자 형식으로 소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외에도 김씨는 YTT 매출 28억원을 S호텔 명의로 결제하는 속칭 카드깡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YTT를 운영하기 전 힐탑호텔 지하에서 시마클럽 운영하면서 관할 지구대 경찰관들에게 단속 무마 명목으로 4800만원을 상납한 혐의(뇌물공여)도 있다.

탈루 위해 수시로 ‘간판 이름’바꾸기 편법
사업자등록 신고·폐업 반복…카드깡도 동원

업계 관계자들은 “실 소유주가 다르게 운영되면서 세금을 탈세하는 것이 비단 YTT만의 일은 아닐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흥업 특성상 특별소비세 부담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선의 유흥주점은 매출액 가운데 부가세(10%)와 개별소비세(10%), 유흥접객원 봉사료 원천징수와 교육세 등을 내야 한다. 또한 연간 2번 내는 재산세는 일반 자영업보다 16배(4%) 과세된다. 이를 전체 매출에 비교하면 40% 정도에 육박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별소비세는 부가가치세 부담이 역진적(세금을 매기는 기준인 과세표준이 높을수록 소득에서 차지하는 세금의 비율이 낮아짐)인 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사치세’성격을 띠고 있다.


녹용·로얄제리, 보석 및 진주, 고급사진기·시계·가구, 승용차 등의 물품과 경마장, 골프장, 경륜장, 유흥주점 등에 부과된다. 유흥주점은 무대 등 일정 시설을 구비한 룸살롱과 단란주점, 나이트클럽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한 유흥업소 종사자는 “일반부가세, 중과세 등을 합쳐 35%에 가까운 세금을 내면 남는 게 뭐가 있겠냐”며 “비싼 세금을 조금이라도 덜 내기 위해 대부분 업자들이 편법을 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종사자 역시 “국세청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YTT와 같이 대외적으로 걸리는 경우가 아닌 한 단속하는 걸 보지 못했다”며 “주변의 업주들 간에 정보교환을 하면서 단속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바지사장, 카드깡 등으로 유흥업소 단속과 영업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어 근본적 뿌리를 뽑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바지사장을 내세워 위장영업을 하는 경우, 포상금 지급 등 소비자 제보를 활성화하는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며 “세금탈루 파악은 세원관리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실질적인 업주는 영업소에 대해 임대해 주거나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 것처럼 꾸며져 있어 바지사장 이외에 실질적 운영자에 대한 범행 근거를 입증할 방법이 없어 처벌이 쉽지 않다”며 “실제업주는 대포통장 등을 이용해 돈의 흐름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바지사장과 실질적 업주와 이견으로 인해 업주에게 흘러 들어간 돈의 흐름을 밝히는 경우에만 혐의 입증이 가능한 만큼 업주를 처벌하기에 힘든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바지사장은 주로 오락실이나 유흥업소, 주유소 등 경찰의 단속망을 피해 불법적으로 자행되는 곳에서 필요로 하고 있다. 실제 업주나 경영권을 가진 사람이 바지사장을 내세워 명의만 도용해 사용하고 단속 시 민형사상 책임을 바지사장에게 떠넘기고 그 대가로 돈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단속-영업 ‘악순환’

실제 업주들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일당 10∼20만원, 단속 시 조사 횟수당 200만∼300만원, 벌금 대납, 형사처벌에 대한 대가 등을 조건으로 고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오락실, 퇴폐 유흥업소 등을 운영하다 경찰 등의 단속으로 적발되는 사건의 대부분이 바지사장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실질적 업주에 대한 처벌은 힘든 실정”이라며 “바지사장만 전문적으로 하는 이들은 팀별로 움직이며, 운영자들에게 음성적으로 바지사장을 알선해 주기도 한다. 이들은 점조직적 형태로 움직이고 있어 경찰 단속을 피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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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