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재계 순위 35위(공기업 제외)인 미래에셋그룹은 지난달 기준 총 30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미래에셋컨설팅'과 '미래에셋캐피탈'등이다. 이들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2008년 설립된 미래에셋컨설팅은 건물 자산관리 등 부동산 임대·자문 업체다. 도배, 장식, 내장목공 등 실내건축사업도 하고 있다.
밀고 당기기
문제는 자생력이다. 계열사들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어려운 형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매출의 절반 정도를 내부거래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수십억원의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지난해 매출 126억원 가운데 57억원(45%)을 계열사들과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미래비아이(28억원)와 미래에셋생명(14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9억원), 푸른산(6억원) 등이다. 부동산 용역과 임대, 개발 자문, 건물 관리, 도장도배 및 내장공사 등을 맡겼다.
미래에셋생명보험(16억원), 휴네스트(7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투자자문(7억원), 미래비아이(6억원),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4억원) 등 계열사들은 2010년에도 미래에셋컨설팅의 매출 89억원 중 40억원(45%)에 이르는 일감을 퍼줬다. 그전엔 더 심했다. 2008년 매출 30억원 중 26억원을, 2009년 매출 53억원 중 37억원을 계열사에서 채워 내부거래율이 각각 87%, 70%에 달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의 자회사인 브랜드무브와 미래에셋펀드서비스도 계열사 의존도가 높다. 2007년 설립된 브랜드무브는 광고대행 업체로, 지난해 계열사 매출 비중이 56%에 달했다. 총매출 45억원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12억원), 미래에셋증권(6억원), 미래에셋생명(6억원) 등과의 거래액이 25억원이었다.
브랜드무브는 이들 계열사의 광고제작과 브랜드컨설팅, 온라인광고 대행, 홍보영상물 제작 등을 맡았다. 2010년엔 매출 55억원 가운데 22억원(40%)이 미래에셋증권(9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7억원), 미래에셋생명(6억원) 등 계열사에서 나왔다.
매출 절반 계열사 의존…매년 수백억씩 거래
회장·부인·자녀 등 소유 "사실상 개인회사"
1998년 설립된 미래에셋펀드서비스는 회계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공급하는 금융지원 서비스가 주 업무다. 2010년과 지난해 내부거래율은 각각 20%(총매출 133억원-내부거래 27억원), 25%(112억원-28억원)에 불과했지만 2009년의 경우 89%(142억원-126억원)나 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투자자문(113억원),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13억원) 등의 사무관리를 해주고 수수료를 받았다.
내부거래 비중이 심상찮은 미래에셋 계열사는 또 있다. 바로 미래에셋캐피탈이다. 1997년 설립된 미래에셋캐피탈은 투신운용, 자산운용, 벤처투자 등 여신금융 업체다. 이 회사 역시 내부거래율이 50%를 넘나든다. 2010년 1011억원 중 688억원(68%)을 미래에셋증권(532억원)과 미래에셋생명보험(136억원) 등에서, 지난해 416억원 중 193억원(46%)을 미래에셋증권(116억원)과 푸른산(77억원) 등에서 배당금·이자 수익 명목으로 챙겼다.
미래에셋컨설팅과 미래에셋캐피탈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컨설팅은 오너일가(친족) 8명의 지분율이 90%가 넘는다. 사실상 오너일가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셈이다.
최대주주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으로 48.63%(37만7747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온 박 회장은 1986년 동원증권에 입사해 일하다 39세 때인 1997년 미래에셋을 창업, 국내 30대 그룹으로 키워낸 살아있는 성공신화로 불린다.
이어 최 회장의 부인 김미경씨가 10.24%(7만9531주)를, 세 자녀 은민·하민·준범씨가 각각 8.19%(6만3624주)씩 소유 중이다. 김씨는 지난해 1월 미래에셋컨설팅 사내이사로 선임됐다가 지난 6월 사임했다. 또 박정선씨 5.69%(4만4184주), 송성원·송하경씨 각각 1.37%(1만604주) 등 박 회장 친인척의 지분도 있다.
브랜드무브와 미래에셋펀드서비스는 미래에셋컨설팅이 100% 출자한 자회사다. 다시 말해 '박현주 가족'들이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두 회사도 지배하는 구조다.
친족 8명 포진
미래에셋캐피탈은 지분의 절반 가량을 오너일가가 쥐고 있다. 박 회장이 48.69%(871만2036주)로 가장 많고, 그의 친인척인 박현민(1.15%·20만5180주)씨와 송성원·송하경(각각 0.06%·1만주)씨도 지분이 있다. 오너일가 소유의 미래에셋컨설팅도 지분 11.77%(210만6324주)를 갖고 있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Tip>
미래에셋컨설팅·캐피탈 기부는?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미래에셋컨설팅과 미래에셋캐피탈은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미래에셋컨설팅은 지난해 1738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이는 당시 매출(126억원)의 0.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2010년엔 매출(89억원) 대비 0.3%에 이르는 3000만원을 기부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의 자회사인 미래에셋펀드서비스는 지난해 매출(112억원)의 0.1%에 달하는 1339만원을 기부했다. 133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2010년 기부액은 ‘0원’이다. 브랜드무브는 기부내역을 공시하지 않아 확인할 수 없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지난해 100만원만 기부했다. 매출(416억원) 대비 0.002%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매출 1011억원을 올린 2008년의 경우 단 한 푼도 기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