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차량에서 유사한 이상 증상이 반복됐는데도 원인 규명과 책임 정리가 늦어질 경우,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 몫으로 남게 된다. 최근 한 벤츠 차주가 엔진 이상으로 두 차례 정비를 받은 직후 화재를 겪었다는 사연이 알려지며 파문이 일고 있다.
부산에 거주하는 차주 A(34)씨는 지난 16일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수리 직후 같은 문제가 재발해 재차 정비를 받았지만, 결국 차량은 불에 타 폐차됐으며 배상은 지연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벤츠 C300 차량에 엔진 경고등이 점등된 것을 확인하고 다음 날 제조사 공식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맡겼다. 약 한 달 뒤 차량을 인도받았지만, 하루 만에 다시 경고등이 떠 재입고했다.
문제는 앞서 두 차례 정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상 현상이 오히려 심해졌다는 점이다.
차량 이상과 관련해 A씨는 “처음엔 경고등 외 별다른 이상이 없었지만, 출고 이후 광안대교 주행 중 차량이 덜컹거리고 정차한 뒤에도 앞뒤로 흔들렸다”며 “두 번째 정비를 마친 지난달 8일엔 아내가 시동을 걸기 전부터 휘발유 냄새를 맡은 데다, RPM이 급상승하는데도 속도가 붙지 않는 증상까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당시 A씨의 아내가 몰던 차량은 재수리를 위해 비상등을 켜고 서행하며 서비스센터로 향하던 중, 해운대구 장산2터널 안에서 보닛 쪽에 스파크가 튄 뒤 곧바로 불길에 휩싸였다.
함께 공개한 사진에는 엔진룸 등 차량 전면부가 검게 타버린 모습이 담겼다. 또 다른 사진에는 터널 안에서 불길과 흰 연기가 대량 분출되는 장면도 포착됐다.
그러나 제조사와 서비스센터, 딜러사 간 책임 범위가 정리되지 않으면서 구체적인 보상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소방서와 제조사 측 화재 감식에선 ‘원인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서비스센터 측에서도 엔진 정비 부위엔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안내만 전달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소방 당국과 제조사 모두 화재가 엔진룸 전면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했으나, 발화 원인은 특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소방 당국은 화재 전 경고등 점등과 RPM 이상 정황 등을 근거로 엔진의 기계적 이상이나 정비 과정의 부주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고, 제조사 측은 차량 시스템에서 사고를 유발할 직접적인 기술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봤다.
A씨는 이 같은 사연을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도 게재했다. 글을 읽은 회원들은 “무사하셔서 다행이다” “업체는 대응 부실로 고객 1명을 잃었다” “24년식이면 아직 보증기간일 텐데 왜 보상이 지체되는지 모르겠다” “공식 센터도 못 고치는 차를 어떻게 믿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피해는 차량에만 그치지 않았다. A씨에 따르면 그의 아내는 사고 이후 터널 근처를 지나기 두려워하고, 운전대를 잡으면 안색이 하얘지거나 심박이 급격히 오르는 증상을 보여 최근 치료에 들어갔다.
관계자들의 책임 공방 속에 소비자가 피해를 안은 채 막연히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A씨의 입장이다.
그는 “사고 이후 누구 하나 확실한 답변이 없어 답답하다”며 “20일 서비스센터에서 조사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했지만 보상안에 대한 안내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 엔진 경고등이 뜬 이후로 직접 운행한 건 입·출고 정도 뿐인데, 이는 최소한 고객 과실이 아닌 정황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책임 소재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딜러사 측이 취등록세 상당 금액 약 390만원의 보상안을 먼저 제안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A씨는 “수용할 경우 향후 분쟁에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거절했다”면서도 “금액 산정 근거나 타사와의 합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선 별 다른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교환이나 환불 등 전반적인 보상안에 대해선 누구 하나 확실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며 “계속 기다리기 어려워 지난 15일 한국소비자원에 분쟁 조정도 접수했다”고 부연했다.
법조계에선 이번 사안이 같은 계통의 문제로 두 차례 수리를 받은 직후 발생한 만큼, 화재 원인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관계사들이 곧바로 보상 책임까지 부정하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민법 390조에 따르면 채무자가 채무 내용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서비스센터가 수리 후 동일하거나 유사한 문제가 곧바로 재발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다.
또 같은 법 제760조는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손해를 가했거나, 누가 실제로 손해를 가했는지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 연대해 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관계사들이 우선 피해를 배상한 뒤 과실 비율을 사후적으로 정리하는 방식이 합리적이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이번 사안은 서비스센터 측의 정비 적정성과 제조사 측 결함 여부를 둘러싼 손해배상 책임 판단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업체 측 보상 처리나 소비자원 분쟁 조정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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