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물 칼럼> 법치의 위기

사법을 정치 도구로 삼는 나라

대한민국이 위험한 길목에 서 있다.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고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그 순간에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은 사법의 권위를 흔들고 그 결과를 무력화하거나 역이용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이것은 특정 정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보다.

세계정의프로젝트(WJP)의 2023년 법치 지수에서 한국은 143개국 중 19위를 기록했지만 2015년 0.79점에서 2023년에도 0.74점으로 10년째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수치가 보여주는 정체는 우연이 아니다. 정치권의 고질적인 사법 도구화가 그 원인이다.

재판 중 대선 출마 - ‘유권자의 심판’이 사법 대체할 수 있는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복수의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 사실 자체를 두고 ‘민주적 정당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논리는 위험한 선례를 낳는다. 선거에서 이기면 사법적 판단이 유예되거나 무력화될 수 있다는 인식, 나아가 ‘표가 판결을 이길 수 있다’는 착각을 제도 안에 심어놓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상호 보완의 관계이지, 하나가 다른 하나를 지배하는 관계가 아니다.

유권자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것이 진행 중인 형사재판의 정당성 자체를 소거할 수는 없다. 대통령 취임 이후 헌법상 형사불소추특권으로 재판이 정지된 상황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이 권력의 무게에 눌리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조작기소‘ 프레임에서 국정조사 강행까지 - 입법권으로 사법을 대체하다

대통령 당선 이후 일부 여권 인사들과 친여 논객들 사이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관련 재판 등을 두고 ‘검찰이 조작한 기소’라는 서사가 빠르게 확산됐다. 이화영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마무리된 이후 임에도 이 흐름은 멈추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민주당은 2026년 3월,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를 강행 처리했다.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 심지어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사건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수년간 수십~수백회에 걸쳐 법원의 증거 조사와 판단이 이뤄진 사실관계와 법리를 단 며칠 만에 송두리째 뒤집고 있다”며 “법치주의와 사법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행 국정조사법은 재판·수사에 관여할 목적의 국정조사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해당사자인 집권여당이 자기당 대통령의 재판을 겨냥한 국정조사를 주도하는 것은 명백한 이해충돌이자 삼권분립의 정면 위반이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면 마땅히 법적으로 다퉈야 할 일이다. 항소하고, 상고하고, 재심을 청구하는 것이 법치국가가 마련한 길이다. 그 길을 버리고 국회를 제2의 법정으로 삼으려 한다면, 우리는 ‘법치’가 아니라 ‘인치’ - 정치인치(政治人治)'의 나라에 살게 된다.

‘사법개혁 3법’은 판사 겁줘서 판결을 바꾸려는 시도

지난달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른바 ‘사법 3법’은 재판소원 도입, 법왜곡죄 신설,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한다. 70여년을 다듬어온 형사사법체계를 전면적으로 뒤흔드는 내용이다. 법원이 여러차례 반대 의견을 냈음에도 정치권은 이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헌법학 권위자 허영 전 경희대 석좌교수는 이를 “77년 헌정사를 퇴행시키는 초유의 사태”라고 진단했다. 특히 ‘법왜곡죄’는 그 파장이 심각하다. 법원 내부에서는 ‘항소심에서 파기되면 법왜곡죄로 기소되고, 재판소원이 인용되면 법왜곡죄가 확정된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마음에 들지않는 판결을 내린 판사를 형사처벌로 위협하는 것은 사법독립의 근간인 ‘법관의 양심에 따른 재판’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다수가 틀렸다고 해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관이 사법부다. 그 사법부가 무너지면 오히려 소수자와 약자가 기댈 곳이 사라진다. 사법개혁이라는 명분이 실제로는 사법부를 정치권의 영향력 아래에 두는 수단이 된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사법의 정치 예속화다.

유죄 확정 후 재보선 출마 - 김용의 사례가 보내는 신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2심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그런데 그 이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 움직임이 확인되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일정한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제한되지만, 그 경계를 타진하며 출마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법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유죄 판결을 받은 정치인이 선거를 통해 정치적 복권을 시도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당이 묵인하거나 지원한다면 이는 유권자에게 ‘사법적 판단은 선거로 뒤집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이것이 반복될 때 우리 사회의 법 감수성은 무뎌지고, 결국 선거는 사면의 도구로 전락한다.

까르띠에 시계 수수 - 전재수 의혹 해소돼야

부산시장 출마가 확정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고가의 까르띠에 시계 수수 의혹을 받고 있다. 아직 수사 결과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선다는 것은 유권자를 향한 예의가 아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법정에서의 권리지, 공직 출마의 면죄부가 아니다. 공직 후보자에게는 더 높은 수준의 도덕적 기준이 요구된다. 의혹에 대한 충분한 해명과 납득할 만한 사유를 제시한 후 출마를 결정하는 것이 공직자로서의 최소한의 책임이다. 그 과정을 건너 뛰고 정치적 기회를 먼저 계산하는 행태는 권력을 향한 욕망이 공적 책임감을 앞서고 있음을 방증한다.

탄핵 정국의 사법 방해 - ‘윤 어게인’ 야권의 사법 부정

반대편에서도 노골적인 사법 부정이 자행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을 의도적으로 지연했고, 검찰은 윤석열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를 포기하여 사법 절차를 스스로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삼권분립의 수호자여야 할 법 집행기관이 권력자 보호의 방패가 된 것이다.

내란 혐의로 사법적 판단을 받는 상황에서도 ‘윤 어게인(Yoon Again)’이라는 이름의 정치 운동이 조직됐다. 이들은 재판 결과에 승복하기보다 정치적 탄압이라는 프레임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정치적 재기를 모색한다.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결정은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민주주의 공동체가 집단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판단이다. 그 판단에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판결 자체를 ‘정적에 의한 음모’로 규정하고 이를 정치 동원의 기제로 삼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이것이 어느 방향에서 오든 그 해악은 동일하다.

법치는 ‘내 편일 때’만 작동하는 게 아니다

지금 한국 정치의 공통된 병리는 명확하다. 사법은 내 편에 불리할 때는 조작이요, 내 편에 유리할 때는 정의다. 이 이중성이 여야 모두에서 작동하고 있다.

노태악 전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안을 사법부로 가져오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양극화된 사회에서 정치의 사법화는 결국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근거없는 사법 폄훼와 법관 악마화를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사법부 스스로 위기를 고백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진보든 보수든, 법치주의는 나에게 불리한 판결도 수용하는 데서 비로소 성립한다. 내가 동의하는 판결만 법이고 내가 동의하지 않는 판결은 음모라고 부르는 순간, 법은 더 이상 사회를 통합하는 규범이 아니라 권력투쟁의 무기가 된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

대한민국은 수십년에 걸쳐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동시에 세워 온 나라다.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이룬 역사, 그리고 그 위에 사법 독립과 헌정 질서를 쌓아온 과정은 결코 가볍지 않다.

판결은 정치로 뒤집는 것이 아니라 법적 절차로 다투는 것이다. 그 유산을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허물어뜨리는 것은 지금의 정치인들만의 손해가 아니다. 다음 세대가 살아갈 나라의 기초를 갉아먹는 일이다.

의혹은 선거로 덮는 것이 아니라 수사와 해명으로 해소하는 것이다. 국정조사는 삼권분립의 틀 안에서 입법부의 정당한 감시기능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특정인의 재판 결과를 뒤집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원칙 위에서만 지속 가능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사법을 정치의 시녀로 삼으려는 모든 시도에 우리 국민이 더 단호하게 경계해야 할 때다.

<bmw47@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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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