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지난 8일 대전 오월드 사파리를 탈출해 온 국민의 관심을 모았던 늑대 ‘늑구’가 탈출 열흘 만인 17일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과거 탈출했다가 사살된 퓨마와 달리, 이번에는 당국의 끈질긴 추적과 시민들의 응원 속에 ‘생포’라는 해피엔딩을 맞게 됐다.
대전시와 수색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2시44분경, 대전 중구 안영동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안영 나들목(IC) 인근에서 늑구를 포획하는 데 성공했다.
포획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전날 오후 9시54분경 늑구로 추정되는 개체를 발견했으나 오소리로 확인되어 한 차례 수색이 종료될 뻔하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11시45분께 안영 IC 인근 수로에서 실제 늑구가 다시 발견되면서 긴급 포획 작전이 재개됐다.
수의사 입회하에 발사된 마취총을 맞은 늑구는 약 5분간 비틀거리며 마지막까지 도주를 시도했으나, 인근 수로에 떨어지면서 결국 수색팀에 붙잡혔다.
수의사 검진 결과 늑구의 맥박과 체온은 모두 정상이었으며, 현재 오월드 내 격리 공간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늑구의 탈출은 지난 8일 오전 9시18분경 시작됐다. 늑대 특유의 습성을 이용해 사파리 철조망 밑 땅을 파고 구멍을 낸 뒤, 2m 높이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인근 야산으로 달아났다.
이후 열흘간의 수색은 첩보전을 방불케 했다. 드론 10여대와 열화상 카메라, 군·경·소방 등 총 3000여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수색 도중 내린 비로 인해 발자국 등 흔적이 지워지며 난항을 겪기도 했으나, 역설적으로 이 비가 늑구에게는 식수를 제공해 생존을 도왔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4일에는 수색팀과 직접 대치하기도 했으나, 야생성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4m 높이의 옹벽을 가볍게 뛰어넘으며 포위망을 빠져나가 당국을 당혹케 하기도 했다.
늑구의 탈출은 온라인상에서도 ‘뜨거운 감자’ 그자체였다. 2018년 오월드를 탈출했다가 4시간여 만에 사살된 퓨마 ‘뽀롱이’ 사건을 기억하는 시민들은 “이번에는 부디 죽이지 말고 살려서 데려와 달라”며 한목소리로 응원했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직접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글을 SNS에 올릴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으며, ‘국민 늑대’라는 애칭과 함께 실시간 위치를 공유하는 ‘어디가니 늑구맵’이 등장하고 늑구의 이름을 딴 가상화폐까지 만들어지는 등 진풍경이 벌어졌다.
다만, 수색 과정에서 AI(인공지능)로 조작된 가짜 목격 사진이 유포되거나 시민들이 직접 수색에 나서겠다고 현장을 방문해 혼선을 빚는 등의 해프닝도 있었다.
늑구는 지난 2008년 러시아에서 들여온 ‘한국늑대’ 복원 사업의 3세대 후손으로, 2024년 오월드에서 태어난 두 살배기 수컷이다. 전문가들은 인공 포육 과정을 거쳐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적었던 점이 인명 피해 없이 생포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오월드 관계자는 “늑구를 안전하게 복귀시켜 다행이며, 마취가 완전히 깰 때까지 건강 상태를 면밀히 살필 예정”이라며 “향후 시설 보강을 통해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열흘간 대전 도심 인근을 누비며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늑구의 ‘봄 나들이’는 이렇게 무사히 막을 내렸다.
<jungwon933@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