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통계> 미혼남녀 결혼비용 동상이몽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1.02 19:28:55
  • 댓글 0개

허리 휘는 웨딩마치…단칸방은 옛말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물가상승에 따른 주택구입비 상승과 물질주의적 과시성향의 소비심리로 국내 신혼부부들의 결혼 비용이 억대를 호가하고 있다. 이는 세계 어느 국가보다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결혼을 앞둔 미혼남녀들은 상대방의 결혼비용에 대해 어느 정도가 적정하다고 생각할까.

최근 화려해진 결혼풍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남자의 결혼비용은 평균 8078만원, 여자는 2936만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평균 비용일 뿐이며 수도권을 기준으로 할 경우 통계 비용의 배 이상이 든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러한 세태 속에 결혼을 앞둔 미혼남녀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남“번듯해보이려고” 
 
결혼정보회사 행복출발 더원은 미혼남녀 927명(남 452명, 여 475명)을 대상으로 ‘결혼비용’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 남성 3명 중 1명(38.5%)은 여성들의 결혼비용으로 ‘2000만∼4000만원이 적당하다’고 답한 반면, 여성의 절반 이상인 59.6%는 남성의 결혼 적정 비용으로 ‘6000만∼8000만원’ 수준을 바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뒤로는 남성의 경우 ▲4000만∼6000만원(32.1%), ▲1000만∼2000만원(17.3%), ▲8000만∼1억원 이상(7.5%), ▲6000만∼8000만원(4.6%)의 순이었고, 여성들은 ▲8000만∼1억원 이상(19.8%), ▲4000만∼6000만원(16.6%), ▲2000만∼4000만원(2.7%), ▲1000만∼2000만원(1.3%) 순으로 답했다.

‘결혼비용 부담금액에 걱정이 있는가’에 대한 설문에서는 남성 93.1%, 여성 87.6%가 ‘그렇다’고 답해 남녀모두 금전적인 걱정이 앞선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인 문모(31·남)씨는 “우리나라의 관습 중 고쳐져야 할 관습 하나가 ‘남자=집, 여자=혼수’라는 결혼에 관한 관습이다. 아마도 이 문제에서 결혼까지 갔다가 도로아미타불 되는 경우 많을 것 같다”며 “사랑도 돈이 좌지우지 한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긴 하지만 이젠 집이나 혼수는 그냥 서로서로 맞추어가며 사는 게 좋은 것 같다. 이건 내가 하고 저건 네가 하고 ‘네꺼 내꺼’ 따지다보면 결혼을 하기에는 정말 힘든 세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명모(26·여)씨는 “요즘 미래에 대해 자주 생각해보는데 돈을 모아서 시집이나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월급은 박봉에 학자금 대출까지 갚아가면서 결혼자금을 마련한다는 게 쉽지 않다. 요즘엔 여자도 3000만∼4000만원은 있어야 결혼할 수 있다는데 사회나 현실이 이런 상태라 벌써부터 부담감이 크게 생기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남, 여성 비용 2000만∼4000만원
여, 남성 비용 6000만∼8000만원
실평균 남 8078만원 여 2936만원

‘결혼비용이 걱정되는 이유’로 남성들은 ‘적정한 살림으로 신혼을 시작하고 싶어서’(39.4%), 여성들은 ‘처가(시댁)눈치 안보기 위해’(41.9%)를 1위로 꼽았다.

이어 남성들의 경우 ▲처가(시댁)눈치 안보기 위해(27.2%), ▲결혼 후 남편(아내)에게 기(氣) 펴기 위해(25.7%), ▲결혼 잘한단 소리 듣고 싶어서(7.7%) 순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은 ‘결혼 잘한단 소리 듣고 싶어서’가 32.2%로 2위를 차지해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주변 시선을 의식하는 성향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적정한 살림으로 신혼을 시작하고 싶어서(20.4%), ▲결혼 후 남편(아내)에게 기(氣) 펴기 위해(5.5%) 등이 순위에 올랐다.

직장인 김모(33·남)씨는 “예전 우리 부모님들이 밥숟가락만 들고 단칸방에서 신방을 꾸몄다는 것은 이제는 옛이야기일 뿐”이라며 “가난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 준비가 되지 않으면 결혼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대학등록금의 학자금 대출을 사회에 나와서 다 갚고 나면 또다시 결혼을 하기 위해 대출을 받고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고 그 대출금을 다시 갚는 과정을 되풀이한다는게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하다”고 말했다.


내년 봄 결혼을 앞두고 있는 직장인 이모(27·여)씨는 “결혼 준비를 하면서 점점 시어머니 눈치를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처음엔 생각 안 하시던 것도 주위 친구 분 며느리들과 비교를 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결혼 후 ‘이집 며느리는 몸만 가지고 들어왔다’ 등의 별별소리를 듣게 될까 무서워 무리한 욕심을 내게된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직장인 박모(30·여)씨는 “남편이 해 온 집의 위치가 좋을수록, 평수가 넓을수록 신부 당사자가 생각하는 수준과 시댁에서 기대하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레벨에 맞게 채워줘야 한다더라”며 “그래서 내 딸이 사돈댁에 책잡히지 않게 하려고 빚내서 결혼시킨다는 말도 있나보다”라고 말했다.

여“시댁 눈치 때문에”

결혼은 인륜지대사이고 꼭 한 번은 거쳐야 할 삶의 과정이다. 그러나 요즘 결혼은 단순히 자신의 기호에 맞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해가 갈수록 높아만 지는 결혼비용,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등 가난한 사람들에게 결혼은 점점 꿈과 같은 이야기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랑하는 마음이 외적인 것들로 인해 변질되지 않도록 보이기 위한, 내세우기 위한 결혼보다는 현실적인 결혼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행복출발 더원의 석경로 실장은 “양가 부담한 결혼비용이 혼인 후 생기는 문제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허례허식이 되지 않도록 예단, 혼수 등을 최소화하고 주택마련을 공동 부담하는 결혼식을 하면 분쟁을 막을 수 있는 모범적 답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