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2026년, 법이 아닌 책임 바뀐다

새로 시행되는 법이 드러낸 책임의 주인과 지방선거

2026년 새해에 시행되는 주요 법안들은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법이 아니다. 그동안 누구에게 떠넘겨졌는지를 숨겨왔던 책임의 주인을 드러내는 법들이다.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플랫폼 노동자 보호, 인공지능 기본법, 상법 개정안 등은 더 이상 개인과 약자에게 위험을 미루지 않겠다는 방향을 가리킨다.

이 변화는 곧 정치의 시험대가 된다. 책임을 넓히겠다는 법 앞에서 누가 감당할 준비가 돼있는가. 특히 2026 지방선거는 약속을 늘어놓는 선거가 아니라,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권력을 가려내는 선거가 될 것이다. 말이 아니라 선택과 결과로 그 준비가 검증되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26년은 ‘입법의 해’ 아닌 ‘책임 재정의의 해’

2026년에 새롭게 시행되거나 본격 적용되는 법안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보면, 규제 강화나 복지 확대가 아니라 ‘책임의 이동’이라는 공통된 키워드가 드러난다. 누가 어디까지 부담져야 하는지, 그 책임을 정치와 제도가 어디에 내려놓을 것인지라는 질문이 모든 법안의 바탕에 깔려 있다.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 AI 기본법, 상법 개정안은 서로 다른 영역의 법처럼 보이지만, 기존에 개인·하청·노동자·이용자에게 떠넘겨졌던 위험과 부담을 기업·원청·경영자·플랫폼으로 옮긴다는 동일한 구조를 공유한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제도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책임의 경계가 바뀌는 순간, 정치의 언어도 바뀌고, 선거의 프레임도 달라진다. 2026년 지방선거는 ‘누가 잘했는가’를 묻는 선거가 아니라, ‘누가 책임질 수 있는가’를 묻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노란봉투법, 노동권 보호인가 산업 책임 전가인가

노란봉투법은 새해를 관통하는 가장 상징적인 법안이다. 이 법은 사용자 범위를 넓히고,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제한함으로써 노동자의 교섭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겉으로 보면 노동권 회복이라는 명분은 분명하고, 사회적 공감대 역시 적지 않다.

그러나 이 법이 던지는 진짜 질문은 다른 데 있다. 노동 분쟁의 책임을 누구에게 묻는가라는 문제다. 하청과 용역, 파견 구조가 일상화된 산업구조에서 노란봉투법은 분쟁의 책임을 개인 노동자가 아니라 원청과 기업으로 이동시킨다. 이는 노동자 보호라는 이름 아래 산업구조 전체의 책임 지도를 다시 그리는 시도다.

이 지점은 지방선거와 직결된다. 지역 산업과 고용 환경을 책임지는 지방정부에게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찬반은 일자리, 기업 유치, 노사 갈등 관리에 대한 정치적 입장으로 전환되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노동 친화와 기업 친화 공약의 충돌은 이 법을 중심으로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안전의 이름으로 묻는 형사 책임

중대재해처벌법의 강화는 안전이라는 가치가 어디까지 제도화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법안이다. 내년 이후 논의되는 개정 방향은 경영 책임자의 범위를 넓히고, 하도급·플랫폼 구조까지 책임을 확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사고의 원인을 구조에서 찾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문제는 이 법이 기업 운영의 리스크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점이다. 안전 관리 실패는 행정적 과실을 넘어 형사 책임으로 전환되며, 안전을 지키지 못했을 때 그 책임은 대표이사와 임원, 지방 현장 책임자까지 확장된다. 이는 기업의 투자, 채용, 사업 확장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지방선거에서는 이 법이 지역개발과 직결된다. 물류센터, 건설 현장, 산업단지 유치에 적극적인 지방정부일수록 중대재해법 강화에 대한 현실적 해석이 필요해진다.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선언과 산업을 유지하겠다는 현실 사이에서 지방 정치인은 명확한 선택을 요구받게 된다.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 새로운 노동자 계층의 정치화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은 노동법의 전통적인 개념을 흔드는 법안이다. 이 법은 배달, 운송, IT 플랫폼 종사자에게 일정 수준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사회보험과 안전망을 확대하려는 목적을 가진다. 이는 ‘고용’이라는 개념 자체를 재정의하는 시도다.

플랫폼 노동은 이미 중요한 노동 형태로 떠올랐지만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고, 보호법은 그 간극을 메우는 동시에 플랫폼 기업의 비용 구조와 사업 모델을 흔든다. 보호의 확대는 곧 책임의 확대며, 플랫폼은 더 이상 중개자가 아니라 책임의 주체로 호출되고 있다.

이 법은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유권자 집단을 형성한다. 플랫폼 노동자는 특정 산업이나 지역에 고정되지 않지만, 도시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밀집해 있다. 이들의 요구는 복지와 규제, 일자리 안정이라는 형태로 지방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기본법, 기술 규제가 정치 의제가 되는 순간

내년 1월 시행되는 인공지능 기본법은 기술 정책이 정치의 전면으로 등장했음을 보여준다. 이 법은 고위험 AI에 대한 규제, 투명성 의무,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술 발전을 장려하면서도 통제하겠다는 이중적 목표를 가진 법이다.

AI는 더 이상 일부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채용, 행정, 복지, 치안까지 지방정부의 모든 영역에 이미 활용되고 있다. AI 기본법은 지방정부 역시 기술 책임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잘못된 알고리즘 결정은 행정 책임이자 정치 책임으로 전환된다. 기술이 판단하고 행정이 집행할 때, 책임은 누구의 이름으로 남는가.

지방선거에서는 ‘스마트 시티’ ‘AI 행정’이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니라 검증 대상이 된다.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약속보다, 그 기술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다.

상법 개정, 기업 지배구조가 선거 언어가 되다

내년 시행되는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명문화한다. 이는 기업 경영의 법적 기준을 바꾸는 조치다. 그동안 추상적이던 책임이 구체적인 이해관계자에게 귀속된다. 경영 판단의 결과가 더 이상 ‘선의의 재량’이라는 이름으로만 보호받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이 변화는 기업 내부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경제에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고용과 세수의 핵심이다. 경영 판단이 위축되거나 분쟁이 증가할 경우, 그 여파는 지역 사회로 확산된다. 상법 개정은 기업과 지역정치의 관계를 다시 묻는 법안이다. 이제 경영 판단은 결과로 평가받는다.

지방선거에서 기업 친화적 이미지와 주주 보호 이미지는 종종 충돌한다. 상법 개정은 이 충돌을 제도화했고, 지방 정치인은 어느 쪽 책임을 더 강조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성장과 공정이라는 두 언어를 동시에 말할 수 없는 순간이 선거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미디어·플랫폼 규제, 여론의 책임 묻다

미디어와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려는 법안들은 표현의 자유와 공공성 사이의 균형을 다시 묻는다. 알고리즘 투명성, 콘텐츠 책임 강화는 여론 형성의 책임을 플랫폼에 묻는 시도다. 여론을 중개한다는 이유로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전제가 법으로 명문화되는 셈이다.

이 법안들은 선거 환경과 직결된다. 지방선거 역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여론이 형성되고 확산된다. 플랫폼 규제는 선거 전략과 캠페인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다. 메시지의 속도보다 책임의 출처가 먼저 검증받는 선거가 될 가능성도 커진다.

정치는 늘 여론을 활용해 왔지만, 2026년 이후에는 여론 관리의 책임 또한 제도적 통제를 받게 된다. 이는 정치인의 말과 행동에 새로운 기준을 부과한다. 선동과 확산의 경계가 법의 언어로 재정의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내란·국가안보 관련 법안, 정치의 한계 규정하다

내란·국가안보 관련 특별 사법 체계는 국가 질서의 최후 책임을 명문화한다. 이 법안은 극단적 상황을 대비한 것이지만, 동시에 정치의 한계를 제도적으로 규정한다. 권력이 위기를 명분으로 질서를 넘어서지 못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제동장치기도 하다.

정치적 갈등이 격화될수록 이 법안의 존재감은 커진다. 법은 정치의 안전장치이자 경고다. 책임 없는 선동과 과잉 정치에 대한 제도적 제동이 된다. 말의 자유가 권력의 무책임으로 변질되는 순간을 법이 먼저 가로막겠다는 선언이다.

지방선거에서도 이 흐름은 영향을 미친다. 중앙 정치의 갈등이 지방으로 전이될 때, 유권자는 안정과 질서를 강조하는 후보에게 더 많은 신뢰를 보낼 가능성이 있다. 갈등을 증폭시키는 언어보다 관리하고 수습할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떠오를 것이다.

2026 지방선거, ‘약속의 경쟁’서 ‘책임의 경쟁’으로

2026 지방선거는 공약의 양이 아니라 책임의 깊이를 묻는 선거가 될 것이다. 새로 시행되는 법안들은 모두 지방정부에 새로운 부담과 선택을 요구한다. 노동, 안전, 기술, 기업, 여론, 질서 어느 것도 지방정부의 책임 밖에 있지 않다.

이제 지방 정치인은 더 이상 중앙정부 탓으로 물러설 수 없다. 법이 정한 책임의 경계 안에서 어떻게 선택하고, 무엇을 감당할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이는 정치의 성숙을 요구하는 신호다. 말이 아니라 결과로 책임을 입증하라는 요구기도 하다.

2026년 새해는 법이 바뀌는 해가 아닌 책임이 재편되는 해다. 그리고 그 책임을 누가 질 수 있는지를 묻는 가장 현실적인 무대가 바로 지방선거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정치인은, 아무리 많은 공약을 내놓아도 선택받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정치의 무대는 ‘책임의 실험장’

2026년에 시행되는 법들은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니라 책임을 재배분하는 거대한 지도 개편이다. 노동·안전·기술·플랫폼·기업 지배구조·여론·국가 질서까지 책임의 언어로 다시 묶이면서, 이 전환의 첫 시험대가 바로 2026년 지방선거다.

지방정부는 새로운 법적 책임을 가장 먼저 감당해야 하는 실험장이다. 산업 생태계와 노동시장, 기술 도입, 공공서비스, 안전과 여론까지 모두 지방정부의 직접적 조율 대상이 된다. 중앙정부 입법 뒤에 숨을 공간은 사라졌고, 각 지역의 책임 리더십이 무엇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드러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따라서 2026 지방선거는 약속을 나열하는 선거가 아니라 책임을 증명하는 선거가 된다. 공약의 감탄사보다 감당의 설득력이 승부를 가르며, 유권자는 ‘무엇을 하겠다’보다 ‘어디까지 책임지겠다’는 태도를 보게 된다. 책임을 말하지 않는 정치인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다. 공약은 기억되지 않지만, 책임은 남는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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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