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 핵심 의혹 발본색원 실패, 왜?

기대가 너무 컸나 ‘절반의 성공’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별검사팀이 지난 15일 수사를 종료했다. 노상원 수첩과 핵심 수사 대상들에게 외환 혐의가 아닌 일반이적죄를 적용했다. 6개월여간의 수사 기간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참고인 조사를 받은 이들 중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최소화해 진술하거나 제대로 협조하지 않은 이들도 존재한다. 사실상 특검팀이 밝혀낸 진실은 절반뿐이라는 지적이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무력으로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권력을 독점할 목적이었다”고 결론 냈다. 18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했으나 여전히 규명되지 않은 의혹이 산적하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과 외환 혐의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180일
대장정

특검팀은 지난 15일 서울고검에서 ‘내란특검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을 갖고, 사건 총 249건가운데 윤 전 대통령,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등 27명(215건)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조 특검은 이 자리에서 “윤석열 등이 군을 통해 무력으로 정치 활동 및 국회 기능을 정지시키고, 국회를 대체할 비상입법기구를 통해 입법권과 사법권을 장악한 후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권력을 독점·유지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등은 2023년 10월 전부터 비상계엄을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이듬해 4월 치러진 총선에서 참패하기 훨씬 이전, 내란을 준비해 온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그동안 주장해 온 ‘거대 야당(더불어민주당)의 줄탄핵과 예산 삭감 등 폭거’ 등 여소야대와 같은 정치 상황과는 무관한 ‘개인적 의지’였다는 설명이다.

2023년 10월 즈음 이뤄진 군 인사에서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 내란 핵심 인사들의 전진 배치가 이뤄졌는데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적힌 내용이 그대로 반영됐다. 특검팀은 수사 초기부터 노상원 수첩을 전담팀까지 꾸려가면서 분석했다.

그 결과 내란 모의 시기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의 결론보다 더욱 앞당길 수 있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목적이 독재였다고 봤다. ‘경고성, 계몽성 계엄’ 주장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윤 전 대통령의 변명과 달리, 특검팀은 군과 비상입법기구를 동원해 행정권에 이어 사법·입법권까지 삼권을 모두 장악하려 한 시도라고 짚었다.

윤 전 대통령이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국회 전입 예산 차단 및 국가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문건, 이 전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 등에게 건넨 ‘언론사 단전·단수 및 민주당사 봉쇄’ 문건, 여인형 메모에 담긴 ‘정치인 체포 명단’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외환·노상원 수첩 규명 절반도 못 해
군 수뇌부·국무위원 중심 수사 마무리

조 특검은 “(계엄으로) 자신을 거스르거나 반대하는 사람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 제거하려 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명태균 공천 개입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김건희씨의 사법 리스크를 단번에 해소할 필요성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씨가 직접 계엄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결론 내렸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병력을 투입한 이유에 대해선 종국적으로 ‘국회 기능 정지의 명분 때문이었다’고 짚었다. 2024년 4월 총선 결과가 반국가 세력에 의한 부정선거라고 조작할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북 작전을 수행하는 정보사 요원들로 수사단을 구성, 영장 없이 선관위 서버실을 점거하고 직원들을 체포·고문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특검팀은 이들이 야구방망이, 송곳, 망치 등 고문 장비들까지 준비했던 사실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일을 지난해 12월3일로 잡은 이유 중 하나가 미국 때문이라고 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고 올해 1월 공식 취임하기 전까지, 미군이 한국의 계엄에 개입할 여력이 없다는 점을 이용하려 했다는 게 특검팀의 추정이다.

노상원 수첩에 적힌 ‘미국 협조’ 문구, 이튿날 예정됐던 조태용 전 국정원장의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면담 출국 일정 등이 그 근거다.

특검팀은 초기부터 강도 높은 수사를 시작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을 추가 기소하면서 석방을 막았고, 구속 취소로 풀려난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선 재차 구속영장을 청구해 124일 만에 구치소로 돌려보냈다.

특히 국무위원들에 대한 헌법적 책무 위반을 내란죄로 의율해 기소한 것이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경 등 기존 수사기관에서 기소된 이들은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군·경 지휘부 등이 다였다.

수사 초반
강경 모드

특검팀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를 재구성한 뒤 각 국무위원들의 가담 또는 동조 여부를 가려내 한 전 총리, 박 전 장관, 이 전 장관 등을 기소했다.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으로 기소된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 전 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국무위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연이어 기각됐다는 점은 뼈 아픈 대목이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우리의 고위직 공무원들이 권한에는 치중하고 있지만 책임과 책무에는 둔감했다”며 “구속이 수사 성패를 가르는 것은 아니지만 구속 수사를 통해 범죄의 중대성을 알릴 필요는 있었다”고 말했다.

수사를 모두 마무리한 특검팀은 총 6명 중 절반인 3명의 특검보를 투입, 공소 유지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수사를 맡았던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인력은 원 소속으로 복귀했지만 장우성, 이윤제, 박억수 특별검사보와 검사 20~30명가량은 계속 공소 유지를 맡는다.

특검팀이 기소한 사건 중 이미 1심 유죄 판단이 내려진 사건도 있다. 노 전 사령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사건으로 재판부는 지난 15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고와 함께 “해당 범행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의 동력이 됐다”면서 불법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인정했다.


노 전 사령관은 향후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계속 재판을 받아야 한다.

다음 예정은 윤 전 대통령의 공수처 체포방해 의혹(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재판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는 다음 달 16일을 선고기일로 잡았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경호처를 통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했다는 혐의,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의 합법적 외관을 갖추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만 호출함으로써 나머지 불참 국무위원들의 계엄 심의·의결권을 침해했다는 혐의 등이다.

계엄과 관련해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4개 재판 중 첫 1심 판단이다.

내란 혐의 1심 판결 중에는 한 전 총리 재판이 가장 먼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진관)는 다음 달 21일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사건의 선고를 예정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남용을 견제하지 않고 내란을 방조했다며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이날 선고는 12·3 비상계엄이 내란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내려지는 첫 법적 판단이다.


해소되지
않은 의혹

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가 진행 중인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은 다음 달 중으로 변론이 마무리된다. 큰 변수가 없다면 내년 2월쯤에는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다.

평양 무인기 의혹 등을 놓고서는 ‘군사상 이익을 저해한 무력 도발 행위’이냐, ‘북한의 오물 풍선 등에 대응하기 위한 정상적 군사작전’이냐를 두고 첨예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일반이적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 등의 정식 재판은 내년 1월12일에 시작된다.

특검팀은 외환 혐의와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대해선 완벽하게 규명하지 못했다. 이는 검찰과 경찰, 공수처도 밝혀내지 못한 사안이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수거(체포)’해야 할 명단이 적혔고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아예 북에서 나포 직전 격침시키는 방안 등”이 담겼다. 또 수첩에는 북한과의 접촉 방법도 “비공식 방법, 무엇을 내어줄 것인가, 접촉 시 보안 대책은?”이라고 구체적으로 적혔다.

비상계엄 선포 뒤 합동수사2단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조사 임무를 맡기로 했던 김봉규 전 정보사 중앙신문단장(대령)도 지난해 11월2일 경기 안산시의 한 카페에서 노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관련해서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고 언론에 특별한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특검팀은 드론 등 무인기에 대해 정보사가 전단통 부착을 문의한 게 이례적이라고 보고 ‘북풍 유도’를 목적으로 드론을 날리기 위해 드론사와 정보사가 정보를 교환하는 등 소통한 게 아닌지 수사했으나 결론을 내는 데 실패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국방·안보에 사용되는 드론 개발 등을 담당한다. 무인기에 전단통을 부착한 후 일명 ‘대북 삐라’를 넣으면 북한을 자극해 공격을 유도할 수 있다.

노 수첩으로 근거 마련했는데…반만 해석
정보사 이해 못하면 남은 의혹 규명 불가능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긴장 국면이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했다. 지난해 5월부터 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여러 개를 남한에 살포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같은 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노 전 사령관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특검팀은 앞서 개정특검법안에 따라 수사 대상이 자수·고발·증언할 경우 형을 감면해 주는 ‘플리바기닝’을 노 전 사령관에게 제안했지만 “이미 충분히 진술했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입을 다물었고, 이후 의혹은 전혀 해소되지 않은 것이다.

12·3 내란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조직은 군이다. 정보사와 방첩사 등과 같은 군 정보기관의 타격은 막심하다. 해편 수준의 개혁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실제 대수술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복수의 군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검찰 특수본과 특검팀 등에서 적극적으로 진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 소식통은 “2024년 이전부터 내란 준비를 위한 행위로 보이는 훈련과 계획 등이 여러 번 준비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북 공작과 관련된 훈련과 계획이 ‘군사 안보’에 해당하기에 수사기관에 진술하는 걸 부담스럽게 생각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보사
미스터리

다른 군 관계자도 “정보사라는 조직이 워낙 폐쇄적이다 보니 언론에 언급되는 것 자체가 조직 입장에서는 큰 피해다. 참고인 조사를 받은 인원 중에서 먼저 내용을 설명하지 않거나 적극적으로 진술하지 않은 분들이 있는 건 당연할 수밖에 없다”며 “누가 조직에 피해를 주고 싶겠나. 검사들이 공작이나 작전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니 질문하지 않으면 두루뭉술하게 언급하거나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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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