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홍콩에서 발생한 고층 아파트단지 화재 참사로 최소 44명이 숨지고 279명이 실종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참사는 홍콩이 지난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최악의 화재로 기록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52분께 홍콩 북부 타이포(Tai Po) 지역에서 주거용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은 단지 8개 동 중 7곳으로 번졌고, 당국은 사고 발생 3시간 만에 경보를 최고 단계인 5등급으로 격상했다. 이는 지난 2008년 59명의 사상자를 낸 몽콕 나이트클럽 화재 이후 처음이다.
홍콩 소방 당국은 이날 오전 6시 브리핑에서 4개동이 10시간 만에 진화됐으며, 나머지 3개동은 잔불 정리 등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고층부는 고온으로 접근이 어려워 수색은 하층부부터 진행 중이다.
이날 화재 진압엔 소방차 140여대와 800명 이상의 소방관이 투입됐다.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44명으로 집계됐으며, 현재 45명이 위중한 상태로 파악됐다. 사망자 중엔 화재 진압에 나섰던 소방관 1명도 포함됐다. 또 내부에 갇힌 것으로 추정되는 279명이 현재 실종 상태며, 주민 900여명은 인근 학교 등 임시 대피소로 이동해 보호를 받고 있다.
대형 참사로 번진 배경에 대해선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임시 가설물)와 공사용 안전망 등으로 불길이 옮겨붙으면서 화재가 급속도로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홍콩 경찰은 건물 보수공사 책임자 3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비계에 비규격 자재를 사용하고, 창문과 환기 구조물에 스티로폼을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자재들은 불에 극도로 취약해 화재 확산을 가속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화재가 난 단지는 8개동에 약 2000세대, 4800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지난 1983년에 지어진 노후 아파트다. 지난해 7월부터 대대적인 개보수공사가 진행돼온 것으로 전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숨진 소방관과 희생자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피해 최소화를 홍콩 정부에 당부했다.홍콩 행정수반인 존 리 행정장관은 이번 사고를 ‘대규모 참사’로 규정하며 진압과 구조,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현지 주민 사이에선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
인근 주민인 40대 청씨는 SCMP에 “화재 건물 인근에서 공사 인부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종종 봤다. 주민들의 불편 신고로 벌금 부과 안내문도 붙었지만 효과가 불확실하다”며 이런 행위가 화재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내달 7일로 다가온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 관련 활동은 전면 중단됐으며, 존 리 행정장관은 선거 연기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오는 28∼29일 홍콩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국 대중음악 시상식 엠넷 마마 어워즈(MAMA AWARDS) 등을 포함한 행사들도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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