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AI기본법 시행령, 속도보다 원칙이 먼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지난해 12월26일 국회를 통과한 ‘AI기본법’의 시행령 제정안(하위법령 제정안)을 지난 12일 입법 예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시정연설에서 “AI 고속도로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고 말한 지 불과 8일 만이다.

과기부는 내달 22일까지 40일간 대국민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1월22일부터 공식 시행된다고 밝혔다.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심의도 속도를 낼 분위기다. AI기본법 추진은 유럽연합(EU)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대단한 대한민국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겉으론 한국이 AI 규제 체계를 일찍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내막을 보면 다르다. 시민사회는 “무규제에 가깝다”고 비판하고, 업계는 “그래도 과도하다”고 반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규제도 아니고 진흥도 아닌, 애매한 형태의 시행령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큰 논란은 ‘고영향 AI’의 정의가 지나치게 좁다는 점이다. 사람의 생명·신체·기본권에 중대한 위해를 줄 가능성이 있는 AI를 특별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시행령은 여기에 해당하는 사례를 극도로 제한했다.

예컨대 현대제철 당진 공장에서 투입된 로봇개 순찰 시스템은 노동자 감시 논란을 일으켰지만, 정부 기준에 따르면 직접적인 신체 위험이 없다는 이유로 고영향 AI에 포함되지 않는다.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핵심 위험이 법의 바깥에 있는 셈이다.

EU가 공공장소 얼굴 인식과 감정 분석, 취약계층 정서 조작형 AI를 금지하는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한국엔 금지 AI가 단 하나도 없다. 위험을 좁게 해석해 규제의 가장 중요한 축이 실종된 상태다.


책임의 공백도 문제다. 이번 시행령은 AI 개발자와 제공자에게만 안전의무를 부여하고, AI를 실제로 활용해 판단을 내리는 병원·기업·은행 등은 단순한 이용자로 규정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의 위험은 AI 그 자체가 아니라 AI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주체가 결정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병원이 AI 진단에 기대 치료 결정을 내리거나, 기업이 AI 채용 시스템을 통해 지원자를 걸러내고, 은행이 AI 심사를 통해 대출 여부를 확정하는 상황에서, 최종 판단을 내린 기관에 아무 책임을 지우지 않겠다는 건 상당히 시대착오적이다.

AI 시대의 위험을 예방하려면 AI 판단의 마지막 고리에 있는 기관들이 최소한의 설명 의무와 책임 의무를 져야 하지만, 이번 시행령은 오히려 이 구조를 법적 면제로 고착시키는 방향에 더 가깝다.

특히 쟁점은 과태료의 ‘1년 이상 유예’다. 정부는 산업 진흥을 위해 준비 시간을 주겠다는 입장이지만, AI 기술의 속도가 1년이면 이미 몇 세대가 바뀌는 속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사실상 1년간의 규제 공백을 공식화한 것과 다름없다.

시민사회가 “안전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되는 시간표를 정부가 만들어준 것”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산업계는 “그래도 규제가 많다”고 하고, 시민단체는 “너무 느슨하다”고 한다는 것은 결국, 어느 쪽에도 신뢰받지 못한 시행령이 만들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생성형 AI’ 표시 의무 역시 논쟁이 많다. 정부는 실제와 구별하기 어려운 AI 콘텐츠에는 “AI로 생성된 결과입니다”라는 문구를 명시하게 했고, 딥페이크는 연령과 신체조건에 맞춰 더 명확히 표시하도록 했다.

그러나 AI가 콘텐츠 제작의 기본 도구가 된 현실에서 이 문구는 머지않아 온라인 전체의 기본 문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과도한 표시 의무는 중소 제작자에게 부담을 주고 사용자 경험을 떨어뜨리며, 정작 불법 딥페이크는 음지에서 표시 없이 유통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생성형 AI에 일괄적 표시를 강제하는 대신, 정치 광고·재난 정보·공공문서 등 고위험 분야에서는 강한 표시 의무를 적용하고, 일반 콘텐츠는 자율표시로 전환하는 정교한 차등 규제가 필요하다.

고성능 AI 기준을 10의 26승 FLOPs 이상 누적 연산량으로 규정한 것도 논란을 낳고 있다. 미국과 EU의 논의를 참고했다는 점은 이해되지만, 이 기준은 사실상 오픈AI·메타·구글 등 초거대 모델을 겨냥한 것이고, 국내 기업 대부분은 해당되지 않는다.

결국 규제는 있어 보이지만 실효성은 낮고, 국내 기술 현실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기업이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K-고성능 AI 기준’을 파라미터 수·연산량·데이터 민감도 등 다양한 요소로 다층화해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외와 비교해보면 한국 시행령의 한계는 더 분명해진다. EU는 금지·고위험·저위험의 삼단 구조로 위험을 세분화하고, 미국은 사전 규제보다 기업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식을 택하며, 중국은 생성형 AI 규제를 세계 최상위 수준으로 강화했다.

그러나 한국은 이들 어느 모델도 닮지 않았다. 금지 항목은 없고, 책임 주체는 비어 있으며, 과태료는 유예됐다. 규제와 진흥의 균형을 잃은 채 핵심 요소만 덜어낸 ‘미완의 기본법’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고쳐야 할까?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큰 감시·통제·얼굴인식·정서 분석 기술을 고영향 AI 범위에 포함하고, AI의 판단을 실제로 사용하는 기관에도 책임과 설명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

과태료 유예는 위험도 기반으로 단계별 적용하고, 생성형 AI 표시 의무는 실효성을 기준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또 국내 산업 현실을 고려한 한국형 고성능 AI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속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국민이 안심하고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신뢰, 기업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혁신할 수 있는 안정성, 정부가 일관된 원칙을 지키는 공정성이 함께 구축돼야 비로소 산업도 성장할 수 있다.

필자는 지난 5일 ‘<김삼기의 시사펀치> 사람 빠진 AI 고속도로’에서 “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AI 강국을 언급하며 미래를 설계했지만, 그 미래까지 걸어가야 할 ‘사람(국민)의 속도’는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8일 만에 과기부는 AI기본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

국민의 속도를 무시하면 많은 부작용이 생긴다는 점을 정부가 명심해야 한다.

이번 시행령은 규제의 외형만 갖춘 채 핵심을 비워두고 있다. ‘세계 두 번째 제정국’이라는 숫자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AI 시대에 어떤 원칙을 세우고, 국민을 위한 안전망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부터 다시 정해야 한다.

필자는 정부가 더 단단한 원칙과 더 촘촘한 안전망을 갖춘 AI 시대의 설계자가 되길 바란다. 지금 필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신뢰고, 그 신뢰를 만드는 힘은 결국 정부의 결단과 진정성에서 나와야 한다. 이번 시행령 논란이 오히려 더 나은 법과 더 강한 국가 경쟁력을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AI 기본법은 기술법이 아니라 새 시대의 사회 계약이다. 이 계약의 빈틈을 메우는 작업이야말로 한국이 진정한 AI 강국으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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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