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AI 시대 인구 감소는 재앙이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마치 숫자에 홀린 듯 보인다. 뉴스는 “출산율 0.7명” “지방 소멸” “국가 지속 가능성 붕괴” 등 자극적인 말을 반복하고, 정부는 세금과 예산을 쏟아부으며 아이를 낳아 달라고 읍소한다. 지자체는 집을 주겠다는 포스터를 붙이고, 현금을 주겠다는 현수막도 내건다.

그러나 지금 AI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가 아니라, “사람이 많지 않아도 돌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봤는가”다. AI가 계획하고 로봇이 일하는 시대의 인구 감소는 재앙이 아니라 새로운 문명의 시작일지 모른다.

현금으로
해결될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나라를 설명하는 단어는 ‘인구절벽’이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 10월 인구소멸지역 7개 군을 선정해 주민들에게 매달 15만원씩 지급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자체도 “인구절벽으로 지방이 사라지면 국가가 무너진다”며 마치 우리나라가 절벽 끝에서 떨어지기 직전이라도 된 듯 아우성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인구절벽은 하나의 전제 위에 서 있다. 바로 ‘사람이 경제를 움직인다’는 전제다. 20세기 산업화 시대엔 이 말이 옳았다. 공장엔 노동자가 필요했고, 조립 라인엔 수많은 손이 필요했다. 한 사람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일하느냐가 생산력을 결정했다. 이때는 사람 수가 곧 국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AI 시대다. 공장에는 더 이상 수백명이 필요하지 않다. 로봇과 이를 관리하는 엔지니어 몇 명이면 충분하다. 생산 라인은 이미 자동화됐으며, 심야 물류창고는 불을 끄고도 돌아가는 ‘다크 팩토리’가 됐고, 은행 업무도 사람 대신 키오스크와 AI 상담사가 대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구 감소를 단순한 재앙으로 보는 건 과연 맞는 건가. 과거에서 못 벗어난 시선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이 ‘축소 사회’라는 정책 용어를 만들고, 유럽이 ‘인구 축소를 전제로 한 도시 재설계’를 논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구 감소는 사회가 무너진다는 신호가 아니라 “이제 사람이 많지 않아도 돌아가는 체계를 설계하라”는 새로운 문명의 요구다.

인구절벽이 아닌 문명 전환점
종말 아닌 질문 바꾸라는 신호

정부가 인구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사람이 줄면 나라가 멈춘다’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통계청의 보고서는 노동력 부족, 생산성 하락, 세금 감소, 복지 재정 고갈 등을 경고하고, 정부는 이를 근거로 출산 장려책을 쏟아낸다. 하지만 이 사고방식은 ‘사람이 일해야 세금을 내고, 세금이 복지를 지탱한다’는 산업화 시대의 경제 운영 체계를 전제로 한다.

문제는 지금 우리의 경제 시스템은 이미 그 프레임을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엔 사람 수가 GDP를 결정했지만, 지금은 기술 수준이 결정한다. 사람 대신 AI, 플랫폼, 데이터와 무형자산이 부를 창출한다. 소득세나 근로 기반 조세가 국가 재정의 중심이었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여전히 아이를 낳거나 전입하면 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람을 늘리려 한다. 기업 역시 인력이 부족하다면서 자동화와 기계 도입으로 인원 감축을 스스로 추진해 왔다. 모순은 여기서 발생한다.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고 있음에도 정책은 여전히 ‘인구=노동력=국가 경쟁력’이라는 도식에 머물러 있다.

즉 사회의 운영체제는 이미 AI 기반으로 바뀌었는데, 정책은 아직도 윈도98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단적인 예로, 지자체는 지금도 ‘전입하면 현금 지급’ ‘출산하면 주택 제공’ 같은 1990년대식 정책을 반복한다. 그러나 이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게 아니라, 정책이 필요하다는 신호에 불과하다.

유럽연합은 2024년 보고서에서 “인구 감소는 노동시장 위기가 아닌, 자동화에 기반을 둔 재구조화의 기회”라고 해석했다. 그들은 “사람이 줄면 미래가 없다” 대신 “사람이 줄어도 미래가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인구 통계에 대한 공포가 아니다. 통계를 해석하는 방식과 정책을 만드는 인식 자체의 업데이트다.


자동화적
축소 이론

이제 우리는 인구 감소를 재앙으로 바라보는 대신 새로운 문명적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동화적 축소 이론(Synthetic Shrinkage Theory)’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자동화적 축소 이론은 ‘인구 감소는 기술 문명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기 시작할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이는 사회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신호’라는 사유의 틀이다.

즉 이 이론은 인구 감소가 과거의 ‘대량 인구,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시대가 끝나고, ‘선택적 노동, AI 자동 생산, 맞춤형 소비’의 시대로 이동하면서 생기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자동화적 축소 이론은 이상적인 이론이 아니다. 실제로 일본·독일·핀란드 같은 국가들은 인구가 줄어들자, 세금을 기업의 자동화 기계에 부과하는 ‘로봇세’와, 데이터 사용료를 시민에게 돌려주는 ‘데이터 배당제(일정 생산성을 넘긴 자동화 기업에 사회 기여금을 부과하는 정책)’ 등을 추진하고 있다.

AI 강국과 선진 복지를 주장하고 있는 이재명정부도 “노동이 사라질 때 복지는 무엇으로 유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산업화 시대의 연금과 세금 방식’을 버리고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자체는 인구 유입을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이를 낳으면 수백만원을 주며, 전입하면 전세자금을 지원하고, 혼인 신고만 해도 주거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현수막이 아파트 단지 곳곳에 붙어 있다. 사람이 오면 도시가 살아난다고 믿고, 도시가 살아나려면 먼저 사람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다. 지자체가 살만한 곳이면 사람이 모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돈을 뿌려도 사람은 오지 않는다. 다시 말해 사람이 없어서 도시가 죽는 것이 아니라 ‘도시가 죽어 있으니 사람이 없는 것’이다.

도시부터
돌아가야

AI 시대에 경쟁력 있는 지자체는 사람이 많은 도시가 아니라, 사람이 없더라도 유지될 수 있는 도시다. 학생 수가 20명 미만으로 줄어든 농촌 학교가 과거엔 폐쇄 대상이지만, AI 튜터와 온라인 강의 플랫폼을 활용하면 도시보다 더 다양한 교육을 아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일부 지역은 ‘작은 학교+원격 강의+지역 공동체’ 형태로 교육 모델을 재구성해, 폐교가 아닌 마을 대학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한다. 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의사가 부족해 문을 닫는 게 아니라, 원격 진료 시스템과 응급 드론 배송 체계를 구축하면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의료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다.

결국 지자체 경쟁력의 중요 요소는 사람 수가 아니라 시스템과 구조다. 지금 지방 소멸을 막는 길은 사람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사람 없이도 유지되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다. 좋은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사람은 자연히 돌아온다. 지자체가 할 일은 출산율 경쟁이 아니라, 인구가 줄어도 괜찮은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인구가 줄면 복지와 연금이 무너진다는 말은 절반만 사실이다. 만약 우리가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세금을 내서 많은 사람을 부양하는 구조를 계속해서 고집한다면, 인구 감소는 당연히 국가 재정의 위기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제 세상을 유지하는 방식은 사람의 수가 아니라 기술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에 달려있다. 자동화 공정, 알고리듬, 플랫폼, 데이터는 인간보다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고,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제 정부는 사람의 노동에서만 세금을 걷는다는 사고를 버려야 한다. 앞으로 필요한 건 노동 기반 조세에서 기술 기반 조세로 이동하는 일이다.

노동 중심 시스템 의한 통계·정책 틀렸다
복지·세금·연금 시스템도 다시 설계해야

예를 들어 앞에서 언급했듯이 로봇과 AI가 사람 대신 일해서 생산성을 올린다면, 그 자동화 시스템이 낳는 이익 일부를 사회 전체를 위해 환수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른바 ‘로봇세’ 또는 ‘AI세’의 논리다. 물론 기업은 반발할 것이다.

하지만 과거 기업도 근로자에게 이득이 되는 4대 보험과 세금을 내기 싫어했었다. 그것이 지금은 자연스럽게 제도화됐듯, 기술 또한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우리는 이렇게 질문을 바꿔야 한다. “사람이 줄어도 나라가 굴러가게 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이 질문을 던지지 못하면 출산율 1.0이 아니라 2.0이 되어도 답은 없다.


우리는 오랫동안 “아이를 낳아라”라고 말해 왔다. 하지만 “왜 아이를 낳으면 안 되는 사회가 됐는지”는 정작 묻지 않았다. AI 시대 인구 감소는 단지 수치의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겨온 경제·복지·도시·노동 시스템이 이제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다는 경고다.

AI는 이미 인간 없이도 돌아가는 공장을 만들었고, 자동화는 인간에게 시간을 돌려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과제는 명확해진다. 사람이 줄어도 괜찮은 나라, 적은 사람으로도 품위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사람의 수가 아니라 사람 한 명의 가치를 경쟁력으로 삼는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이미 AI 시대에 진입한 세계는 이렇게 두 갈래로 나뉠 것이다. 인구수로 경쟁하는 나라 VS 사람의 존엄으로 경쟁하는 나라, 사람을 늘리는 나라 VS 사람이 살 수 있게 만드는 나라, 기술의 속도만 좇는 나라 VS 인간의 시간을 존중하는 나라. 우리는 어떤 나라가 될 것인가? 후자의 나라가 돼야 한다.

없어도 
돌아가는

AI 시대 인구 감소는 재앙이 아니다. 그것은 질문을 바꾸라는 사회적 요구다. “사람을 얼마나 낳을 것인가”가 아니라 “사람이 줄어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준비가 되었는가”라는 질문 말이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때 비로소 우리나라는 AI 시대에 맞는 강소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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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