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년 5월 미시시피주 파이크 카운티의 한 오두막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한 일가족의 시체가 발견된다. 젊은 부부는 수차례 칼에 찔려 사망했고, 어린 딸은 목이 졸려 죽은 데다 성폭행까지 의심되는 상태로 부패해 있었다. 용의자는 죽은 손녀를 발견하고 24시간 만에 25만달러짜리 생명보험금을 청구한 의붓할아버지였다. 6년간의 첨예한 법정 다툼 때문에 시신은 이미 오래전에 매장되어 남은 것이라곤 발견 당시를 찍은 사진과 노트 기록뿐이었다.
저자는 수십 년간 시체농장에서의 연구로 시체 부패의 과정이 예측 가능한 일관된 순서대로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진 속 시신 피부의 미끄러짐, 뼈의 노출, 머리카락 상실, 곤충의 활동과 더하여 사망 당시 미시시피의 온도와 습도 변화를 자신이 발명한 ‘누적도일’이란 공식에 넣자 사망 후 경과 시간이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도출해 낸 날짜에 용의자의 명확한 알리바이가 있다는 것. 수십년 동안 치밀하게 구축해 온 저자의 연구가 틀렸던 걸까?
바로 그때 저자가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사진 한 장이 발견된다. 그 사진 속 손녀의 머리카락 사이에는 구더기가 파리로 변태하면서 남긴 껍데기가 있었다. 이는 저자가 애초에 예측했던 것보다 일가족이 더 빠른 날짜에 살해당했다는 의미였고, 이 증거 덕분에 배심원들은 의붓할아버지에게 사형을 선고하기에 이른다.
사망 후 경과 시간 연구에 저자가 인생을 건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유골 감식으로 살해 희생자의 신원을 밝히면 유해의 주인만 찾을 수 있지만, 사망 후 경과 시간을 정확히 안다면 ‘언제’ ‘누구’의 손에 죽었는지 밝혀내게 되고, 이는 법적 증거로 채택되어, 법의 이름으로 살인자를 단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총 2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각 장에서는 법의학을 한 단계 끌어올린 살인사건 에피소드와 뼈와 구더기, 시체 부패 과정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나온다. 그럼에도 이 책이 끔찍하게만 읽히지 않는 건, ‘인간성이란 무언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저자의 따듯하고도 연민 어린, 때로는 존경을 담은 시선 덕분이다.
시체농장이 만들어진 이후, 인간의 시신을 도구화한다는 윤리적 논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러나 저자는 시체농장이야말로 죽음을 통해 생명을 구하는 곳이며 정의를 구현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그가 시신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증명한다.
살았을 때도, 살해당했을 때도 그 어떤 관심조차 받지 못했던 한 여성의 뼈로 그는 오늘날 수많은 법의인류학자와 검시관과 FBI 요원을 키워냈다. 살인자가 신원을 알 수 없도록 불로 바싹 태워버린 뼈로도 마침내 사망 후 경과 시간을 알아내고야 말았다.
시신에 남은 구더기와 톱질의 흔적으로도 살인범을 밝히는 방법을 그와 제자들은 찾아냈다. 인간만이 동족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상상도 못할 방법을 동원해 희생자의 신원을 알 수 없도록 숨기지만, 또 인간만이 그 갖가지 방법을 추적해 우리에게 정의를 돌려주고 있다. 그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말하는 메시지이자 저자가 인생을 바쳐 증명한 인간을 향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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