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의 머니톡스> 금지된 모험과 소확행의 시대

  • 조용래 작가
  • 등록 2025.11.03 16:04:44
  • 호수 15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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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커피 한잔의 여유, 소소한 소비의 만족감,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하루를 버티게 한다. 불확실한 꿈과 불안은 잠시 밀어두고, 사람들은 확실한 위로를 산다. 이제 모험은 금지됐고, 실패는 낙인이 됐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모두가 그렇게 산다.

이상하게도 우리는 ‘용기’를 찬양하면서 동시에 ‘위험’을 경계한다. 세상은 도전의 언어를 잃고, 안전의 기술만 남겼다. 실패를 견디던 시대는 사라졌고, 실패하지 않는 법만이 생존의 기술이 됐다. 불확실성을 감수하지 않는 사회는 편안하지만, 그만큼 생기를 잃는다.

죽지 않기 위해 사는 사회에서는 숨을 쉬는데도 호흡이 없는 느낌이다.

한때 세상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쳤다. 실패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성공의 과정이었다. 지금은 한번의 실수가 인생 전체를 지운다. 금융은 신용을 지우고, 사회는 낙인을 남긴다. 기업은 실수 없는 인재를 원하고, 정치도 불확실한 시도를 두려워한다.

누구도 모험하지 않고, 모두가 안전하게 늙어간다. 효율은 미덕이지만, 인간은 여전히 비효율로 숨을 쉰다. 기술이 발전하는데 인간은 불안하다. 한때 숙련이 생존의 방패였지만 이제는 짐이 됐다.

한 직장에서 평생을 버티는 게 자랑이던 시대는 끝났고, 지금은 오히려 ‘유연하게 이직할 줄 아는 사람’이 칭찬받는다. AI는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인구는 줄어든다. 노동할 인간이 줄고, 일할 이유도 줄어든다. 사람보다 알고리즘이 빠르고, 기계보다 느린 인간은 효율의 방해물이 된다.


기술이 인간을 해방시킨다는 오래된 약속은 깨졌고, 대신 인간은 스스로를 불필요한 존재로 느낀다. 하지만 생산 인구가 줄면 경제 활력보다 먼저 줄어드는 게 사회의 상상력이다.

사라지는 상상력의 자리를 메운 건 ‘가성비’라는 새로운 신앙이다. 효율이 믿음이 되고, 불확실성은 죄가 된다. ‘싸게, 빠르게, 확실하게’, 이 세 단어가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됐다. 사람들은 시간 대비 효율, 노력 대비 성과로 감정까지 계산한다.

만나면 좋은 사람보다 스트레스가 적은 사람을 택한다. 사랑조차 손해 보지 않는 거래가 됐다. 연애는 연산이 됐고, 우정은 비용이 됐다. 세상은 더 똑똑해졌지만, 마음은 더 어두워졌다. 행복은 여전히 계산서 위에 놓여 있다. 효율은 인간의 생존을 도왔지만, 인간 존재의 의미를 줄였다.

소확행(小確幸)은 이 사회의 감정 버전이다. 커피 한잔, 배달 음식 하나, 조용한 주말. 행복은 사유의 결과가 아니라 결제의 결과가 됐다. 소확행은 평화의 언어 같지만, 사실은 체념의 언어다. “이 정도면 괜찮다”는 말은 따뜻하지만, 그 안엔 포기가 숨어 있다.

효율은 인간의 시간을 구했지만, 인간의 의미를 지웠다. 가성비의 사회는 결국 모험을 낭비로, 실패를 죄로 만든다. 행복은 커졌지만, 감정은 작아졌다. 인간은 효율적이지만, 그만큼 둔감해졌다. 모험은 사치가 됐지만, 그렇다고 꿈까지 팔 수 있을까?

인플레이션은 돈의 가치만이 아니라 인간의 희망도 깎는다. 경제의 풍요 속에서도 체감 가난이 깊어지는 이유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세상은 더 비싸지고, 인간은 더 가벼워진다. ‘노력해도 안 된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 사회에서 누가 미래를 낙관할 수 있을까? 


저출산은 단순한 인구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더 이상 이 사회가 ‘아이를 낳을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믿지 못하는 사람들의 선언이다. 불확실한 내일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에 사람들은 오늘을 택한다. 그래서 가성비와 소확행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절망을 관리하는 기술이 되고 말았다.

풍요 속의 결핍, 그 이상한 아이러니다. 서유럽 국가들은 이미 그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노동 가능한 인구가 줄자 성장도 멈췄고, 복지국가의 부드러운 안전망은 역설적으로 젊은 세대의 모험심을 약화시켰다. 일본은 더 앞서 있다. ‘잃어버린 30년’은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한 사회의 초상이다.

한국에서도 현실이 되고 있다. 젊은 세대는 도전보다 안정의 기술을 배우고, 혁신보다 생존의 기술을 익힌다. 사회는 점점 더 안전해지고, 동시에 활력을 잃는다. 리스크를 두려워한 사회는 결국 미래를 잃는다.

모험이 사라진 사회는 늙는다. 새로운 생각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사라지고, 새로운 인간은 낯설다는 이유로 거부된다. 안정은 효율적이지만, 생명은 언제나 비효율적이다. 그 비효율 속에서 인간은 성장하고 문명은 진보한다.

하지만 오늘의 사회는 그 불안정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리스크 제로의 사회는 미래 가능성 제로의 사회다. 효율이 문명을 세웠지만, 낭비가 문명을 살린다면 역설일까, 억지일까? ‘대불성(大不成)의 시대’는 허락된 낭만이 아니다. 불확실한 가능성을 수용하는 사회가 아니면 젊은 세대에게 미래는 없다.

청년에게 용기를 주문하기 전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 실패한 사람을 복귀시킬 수 있을 때 사회는 다시 젊어진다. 제한된 자원을 두고 기성세대와의 경쟁에 몰아넣고서 왜 결혼을 안 하냐,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고 묻는다.

기회의 문을 닫아놓고, 청년에게 도전 정신을 주문한다. 도전이 사라진 사회에 성장의 연금술 따위는 없다.

대불성은 낭비가 아니라 재생의 조건이지만 요구하기 어려운 이유다. 우리는 다시 실패를 허락하는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 실패가 낙인이 아니라 학습의 다른 이름이던 시절처럼.

크지만 불확실한 성공을 향해 나아가던 그 낭만이 부활할 때, 비로소 인간과 사회는 다시 활력을 얻을 것이다. 가성비의 함수로는 계산할 수 없는, 그 무모한 아름다움. 그것이 문명을 다시 움직이게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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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