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로나19 장례비 토사구팽 소송전 후일담

“목숨 걸고 일했는데 아직도 돈 안 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를 패닉 상태로 만든 감염병이 우리나라를 덮쳤을 때 최전선에서 일한 사람들이 있다. 방진복을 입고 사망자의 유해를 수습해 화장장까지 옮긴 장례지도사들은 감염의 공포를 무릅쓰고 수천 명의 고인을 모셨다. 하지만 대유행의 시기를 지난 지금까지도 이들은 감염병에 대한 ‘정산’을 끝마치지 못했다.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감염병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대부분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라는 이름의 감염병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2020년 1월20일 30대 남성의 감염으로 우리나라에도 상륙했다.

전 세계 덮친
감염병 공포

코로나19는 기침, 재채기 등에서 발생하는 비말(침방울)을 매개 삼아 빠른 속도로 확산했다. 감염자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오기 시작했다.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이동을 통제했다. 집합시설의 이용 시간이 정해졌고 인원도 제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망자 수는 빠른 속도로 늘었다.

코로나19는 2020년부터 2023년 5월 윤석열정부가 사실상의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선언을 할 때까지 3년여 동안 사회를 크게 흔들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각계각층은 코로나19에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 경제는 침체기에 빠졌고 문화계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희비가 엇갈렸다.

2020년 4월11일 권준욱 당시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의 말처럼 코로나19는 전 세계 상황을 완전히 뒤바꿔놨다. 경제 회복을 위해 시중에 엄청난 양의 돈이 풀렸다. 영화계, 공연계 등 관객 친화형 문화 콘텐츠는 나락에 빠졌다.

그로부터 3년여가 지난 현재, 사회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로 접어들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바뀐 소비 패턴이나 생활 방식은 정착 단계에 이르렀다. 이제는 오히려 코로나19 시기에 일어난 변화로 드러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사회든 개인이든 저마다의 방식으로 코로나19라는 ‘암흑기’를 지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코로나19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 수가 최고조에 이르면서 당시 최전선에서 정부와 발맞췄던 장례지도사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병원, 집 등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감염자를 화장장으로 옮겨 화장한 후 유골을 유가족에게 전달하는 일을 맡았다.

시신 수습·화장장 운구 업무
방진복 입고 2년 동안 일해

코로나19 사망자의 유해는 화장장의 마지막 타임인 오후 6시 이후에 화장됐다. 지자체 등의 의뢰를 받은 장례지도사들은 주말도 없이 매일 같이 약 2년 동안 코로나19 사망자를 운구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방진복을 꼼꼼히 챙겨 입었어도 감염에 대한 공포는 남아 있는 상태였다.

최근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전국의 장례지도사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A 단체가 서울, 경기, 충청 등의 일부 지자체와 코로나19 사망자 장례비 관련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회장 B씨에 따르면 아직 소송으로 가지 않은 곳까지 따지면 서른 개가 넘는 지자체가 A 단체에 채무가 있는 상황이다.

2020년 2월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신속하고 원활한 시신 처리 및 장례 지원으로 감염 확산을 방지하고 사회 불안 요인을 차단한다는 취지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망자 장례관리 지침>을 내놨다. 화장을 원칙으로 하고 유가족의 동의하에 ‘선 화장, 후 장례’를 진행한다는 게 골자다.

지침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코로나19 감염자의 사망이 임박하면 가족에게 알리고 장례식장에 장례지도사가 대기하도록 요청한다. 감염자가 사망하면 중앙사고수습본부와 보건소 등에 상황을 통보한다. 보건소는 장례지도사에게 개인 보호구를 지원하고 사망자가 머물던 장소를 방역·소독한다.

이후 사망자는 화장장으로 옮겨진다. 이 과정에 장례지도사들이 투입된다. 장례지도사들은 사망자의 유해를 비닐로 감싸고 보디백에 넣은 뒤 관에 담아 화장장으로 운구한다. 감염 위험 때문에 염을 하거나 수의를 입히는 등 통상적인 절차는 할 수 없다.

화장장에 도착해서는 유가족의 동의를 얻은 후 화장한다. 유가족은 유골을 가지고 장례를 치르는 것이다.

완전 바뀐
사회 상황

B 회장은 “매일 아침 지자체에서 모셔야 할 고인이 몇 분인지, 어디에서 돌아가셨는지 등의 정보를 전달한다. 그러면 오후 6시 전까지 장례지도사들에게 연락해 고인을 모실 준비를 하는 것”이라며 “어디로 몇 명을 보낼지, 운구차는 어떻게 할지 등 일종의 교통정리를 하는 셈이다. 이 일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춥거나 덥거나 2년 동안 매일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망자가 많은 날에는 하루에 20명도 모셔봤다. 방진복을 챙겨 입었지만 다들 감염될까 무섭지 않았겠나. 그래도 최대한 예우를 다해 한 분, 한 분 잘 보내드리려고 노력했다. 그게 장례지도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그에 따르면 A 단체가 2년여 동안 모신 사망자 수는 수천 여명에 이른다.

그로부터 2년여 뒤 A 단체가 직면한 상황은 법정 공방이다. 단체는 코로나19가 한창 퍼질 무렵 서울시로부터 코로나19 사망자의 시신 처리에 대한 협조 요청을 받았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지침에 따라 시신 수습과 화장장까지의 운구를 담당하는 일이었다.

B 회장은 “서울시의 지침에 따라 사망자를 수습하는 경우 우리 단체의 장례지도사들이 투입됐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비용이다. 당시 정부는 ‘전파 방지 비용’이라고 해서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 중이던 환자가 사망해 장례를 치를 경우 감염 예방 및 관리 조치에 소용되는 비용을 300만원 한도로 지원했다. 2022년 6월19일 이전까지 사망자에게 지급된 비용으로,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에게 주던 1000만원가량의 위로금과는 별개였다.

시신 수습, 안치, 입관 등 장례 절차 관련 비용과 관, 보디백 등 장례 물품, 운구 등 기타 전파 방지 관련 비용 등을 300만원 한도 내에서 처리하도록 한 것이다.

주먹구구
일 처리

B 회장은 “당시 우리 단체가 먼저 용역을 제공하고 지자체가 질병관리청에 청구해 돈을 받아 다시 우리에게 지급하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초과 비용이 문제로 떠올랐다.

그는 “장례 관련 모든 절차를 300만원 한도 내에서 진행해야 했기에 비용 지급 과정에서 우리 단체가 후순위로 밀리는 일이 종종 일어났다. 장례 과정에 많은 인력이 동원되다 보니 말 그대로 먼저 (비용을) 청구하는 쪽이 우선이었다. 늦어지면 말 그대로 돈을 못 받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렇게 32개 지자체에서 받지 못한 비용이 4700여만원에 이른다. A 단체가 서울시의 협조 요청을 받아 일을 진행했지만, 전파 방지 비용은 사망자의 주소지 관할 지자체에서 지급하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예를 들어 천안시에 주소지를 둔 감염자가 서울의 병원에서 사망하면 서울에서 화장 절차를 진행하지만 비용 지급은 천안시에서 하는 식이다.

A 단체는 받지 못한 돈이 큰 지자체를 상대로 ‘용역비’ 지급 명목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 지역 8곳, 경기 1곳, 충청 1곳 등 총 10개 지역 지자체에 2500여만원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나머지 지자체에 대해서는 판결을 근거로 내용증명을 보낸 후 여의치 않으면 소송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A 단체는 “지자체는 이 비용에 관해 질병관리청에 질의한다는 이유 등으로 지급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자체와 질병관리청의 관계는 우리 단체와는 별개다. 지자체가 추경 예산을 사용하거나 질병관리청으로부터 교부받는 등의 문제는 우리와 무관하다. 우리가 비용 수령을 포기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는 한 지자체는 우리에게 돈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상대로 초과 비용 달라
법원마다 판결 천차만별 ‘분통’

B 회장이 분통을 터트리는 대목은 또 있었다. 지자체마다 같은 내용으로 소를 제기했는데 법원의 판결이 제멋대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도 법을 공부했다. 아무리 민사소송이라지만 법원 판결이 판사의 재량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오는 게 말이 되는 건가”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실제 A 단체가 제기한 소송은 대부분 ‘화해권고결정’으로 이어졌다. 지자체가 A 단체에 비용의 일부를 지급하고 특정 날짜 이후에는 지연손해금이 붙는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어떤 지자체는 전액, 어떤 지자체는 반액, 또 다른 지자체는 ‘줄 수 있는 만큼’ 지급하는 방향으로 법정 공방이 마무리됐다.

A 단체에 따르면 10개 지자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중 7건의 판결이 나왔다. 비용 전액을 준 지자체는 두 곳에 불과했고 대부분 절반, 일부 지자체는 1/3 수준의 비용을 지급하는 데 그쳤다. 총 1800여만원을 청구해 1200만원가량을 받은 셈으로 전체 비용의 70% 정도다.

B 회장은 “우리 단체가 초과 비용에 대해 문제 삼지 않았다면 이 돈은 그냥 없어지는 거였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판결이 나온 직후 바로 비용을 지급했다. 거꾸로 말하면 소송을 제기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직무유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정부의 방식에도 우려를 표했다. 지침 등 안내서를 주먹구구식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망자 장례 관련 비용 지원> 안내서는 8판까지 나왔다. 그는 “일을 진행하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다음 안내서에 그 내용을 포함하는 식이다. 문제는 사안이 다 끝나고 나면 그 안내서도 휴짓조각이 된다는 점이다. 초과 비용 청구 문제도 초기 안내서에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일어나면
그땐 누가?

B 회장은 “우리 단체는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때도 장례 관련 업무를 맡아 일했다. 사망자는 많지 않았지만 그때 제대로 된 매뉴얼을 만들어 놨다면 이번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국가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요청에 따라 목숨 걸고 일했는데 그 대가가 이것이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지자체마다 받지 못한 돈이 몇십 만원 단위인 곳도 있고 많아야 수백만원 수준인데 민사소송까지 제기한 것은 정부의 태도가 너무 괘씸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중에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어떤 단체가 발 벗고 나서겠느냐”고 한탄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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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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