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61년 억울한 인생 최말자

1964년 채워진 족쇄 풀었다

[일요시사 취재 1팀] 안예리 기자 = 성폭행에 저항하다가 가해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중상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최말자씨가 61년 만에 검찰로부터 무죄를 구형받았다. 최근 검찰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구형했고, 피해자였던 최씨에게 “마땅히 보호받았어야 했음에도 가늠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드렸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부산지방법원 형사5부(부장판사 김현순)는 지난 23일 오전 11시, 부산지법 352호 법정에서 최말자씨의 재심 첫 공판과 결심공판을 동시에 진행했다. 보통 재심 사건은 수차례에 걸쳐 공판 준비기일, 본안 심리, 결심공판을 진행하지만 이번 재판은 두 차례 공판 준비기일을 거쳐 당사자 간 쟁점을 좁힌 뒤 곧바로 본안 심리와 구형 절차까지 함께 진행했다.

오랜 기다림
이제야 무죄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무죄 구형과 함께 공개적으로 최씨에게 사과했다. 피고인 최씨에 대한 형사 책임이 없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수사와 공소 과정에서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아간 사법 당국의 책임을 검찰이 직접 인정한 것이다. 구형은 정명원 부산지검 공판부 부장검사가 맡았다.

정 검사는 검찰석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뒤 “이 사건은 생면부지의 남성으로부터,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갑자기 가해진 성폭력 범죄에 대해 피해자가 즉각적으로 대응한 상황”이라며 “피고인이 행한 방어 행위는 정당방위로서 과하지도, 위법하지도 않다고 판단되며 이에 무죄를 선고해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검찰 조직의 잘못된 판단에 대한 책임을 언급했다.


그는 “검찰은 피해자를 단순히 범죄 피해자로만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사회적 편견과 2차 피해로부터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과거 이 사건에서는 검찰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는 방향으로 작용했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 성폭력 피해자로서 마땅히 보호받았어야 할 최말자님께 가늠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드렸다. 이 자리를 빌려 깊이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 검사는 발언을 마친 뒤 다시 한번 피고인을 향해 몸을 숙이며 직접 사과의 뜻을 전했다. 공판은 피고인 심문 절차를 생략한 채 곧바로 결심 단계로 이어졌다. 피고인 최씨에 대한 심문 없이 형사 절차의 마지막 단계인 검찰 구형이 곧바로 진행된 것은, 검찰이 사건의 성격을 정당방위로 명확히 판단했기 때문이다.

변호인 측은 이날 결심 의견에서 “이 사건은 1964년이라는 시대 상황 때문이 아니라, 그 당시에도 법리상 무죄가 나와야 했던 사건”이라며 “검찰과 법원의 초기 판단 착오로 60년이 지난 지금에야 비로소 바로잡히는 사법적 오류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법원이 응답할 차례”라며 무죄 선고를 재판부에 촉구했다.

재판 말미에 재판장이 피고인에게 마지막으로 진술 기회를 부여하자, 최씨는 조용히 손에 쥐고 있던 A4용지 한 장을 펼쳤다. 그 안에는 직접 작성한 최후 진술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국가는 1964년, 생사를 오가는 악마 같은 그날의 사건을 어떤 대가로도 책임질 수 없다. 피해자 가족의 피를 토하는 심정을 끝까지 잊지 말고, 꼭 기억해주시길 바란다”고 운을 뗀 최씨는 “지난 61년간 죄인으로 살아왔다. 이제 나의 소망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성폭행범 혀 깨물어 ‘유죄’
가해자와 결혼까지 종용당해


이어 “후손들이 성폭력 없는 세상에서, 자신의 인권을 지키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법이 만들어지기를, 두 손 모아 빌겠다”고 마무리했다. 최후 진술을 마친 최씨는 고개를 숙여 재판부를 향해 깊이 인사했다.

최씨 사건은 1964년 5월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남 김해군 대동면 예안리의 한 조용한 농촌 마을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날 오후, 당시 만 19세였던 최씨는 친구 몇 명과 함께 자신의 집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오후 4시께, 인근 마을에 사는 노모씨가 최씨의 집 앞에 불쑥 나타났다.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도 아니었던 노씨는 ‘할 말이 있으니 꼭 만나자’며 집 앞에서 기다렸다.

당황한 최씨는 “할 말이 없으니 돌아가라”며 거절했지만, 노씨는 지속해서 보자고 고집을 부렸다. 집요한 태도에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친구들에게 불필요한 위협이 가지 않도록 상황을 정리하려던 최씨는 그를 큰길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다. 마을 안쪽의 좁은 골목이 아닌, 사람들이 다니는 큰길이면 곧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씨의 생각과는 달리, 두 사람이 큰길을 향해 걷는 도중 노씨는 갑자기 황당한 말을 꺼냈다. 그는 “키스만이라도 하자”며 애원했고, 이를 단호히 거절하는 최씨에게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길가에서 벌어진 실랑이는 20여분 가까이 이어졌다. 노씨는 급기야 최씨를 억지로 붙잡고 바닥에 넘어뜨려 강제로 입을 맞추려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세 차례나 최씨를 땅에 쓰러뜨렸다. 위기감을 느낀 최씨는 노씨가 억지로 자신의 입에 혀를 넣은 순간, 강하게 이를 깨물었다. 혀 끝 약 1.5㎝가량이 절단되며 노씨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고, 피를 쏟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 틈을 타 최씨는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집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사건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피투성이가 된 노씨가 최씨의 집까지 뒤따라왔다. 그는 문 앞에서 “내 혀를 찾아달라”며 울부짖었고, 최씨는 무섭고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남동생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스스로를
지켰는데…

두 남매는 바닥을 뒤져 잘려나간 혀 조각을 찾아냈고, 노씨는 그것을 들고 2㎞가량 떨어진 병원으로 달려가 봉합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노씨는 당분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사건 발생 직후 마을 사람들은 이 일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피해자인 최씨는 성폭행의 위협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저항했지만, 마을 사람들 중 일부는 “혓바닥을 잘랐다”는 부분에 집중하며 최씨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문제는 이후 노씨의 행동이다.

병원 치료를 마치고 돌아온 노씨는 최씨의 집을 찾아와 “이런 일도 인연이니 결혼하자”고 제안했다. 자신을 폭행하려 했던 가해자로부터 ‘혼인’을 제안받은 최씨는 이를 거부했고, 그 순간부터 노씨는 돌연 최씨를 협박하며 돌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나를 불구로 만든 책임을 져야 한다” “치료비와 위자료를 내놔라”라며 위협했다. 심지어 노씨는 흉기를 들고 최씨의 집에 침입해 협박까지 벌이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최씨는 결국 경찰에 노씨를 강간미수 혐의로 고소했다. 노씨는 되려 최씨를 중상해죄로 맞고소했고, 당시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의 정황과 최씨의 진술, 혀를 깨물게 된 경위 등을 종합해 최씨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최씨는 혀 절단에 대한 처벌을 받지 않았고, 노씨만 강간미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하지만 검찰에 사건이 넘어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검찰은 오히려 최씨에게 중상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 수사에 착수했다. 최씨는 아버지와 함께 검찰의 출석 요청에 응해 조사를 받으러 검찰청을 찾았다. 하지만 도착한 당일, 검사는 사전 설명도 없이 그녀에게 수갑을 채웠고, 철문이 설치된 좁은 공간에 가둔 채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조사 절차가 끝나자, 최씨는 다른 피의자들과 함께 포승줄에 묶인 채 곧바로 구치소로 이송됐다.

이 과정에서 구속영장 제시나 구속 사유에 대한 고지, 변호인 선임권이나 진술 거부권 같은 기본적인 권리 안내는 전혀 없었다. 예고 없는 조치에 아버지는 딸과 생이별한 채 홀로 귀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최씨는 그렇게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이 끝날 때까지 약 6개월 동안 구금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피해자인 최씨에게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됐다.

당시 검찰 수사관은 “남자를 불구로 만들었으면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냐”며 최씨를 몰아세웠고, 담당 검사는 “둘이 결혼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라며 사실상 결혼을 종용했다. 심지어 법정에서도 판사는 “결혼할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고, 최씨의 국선 변호인조차 “둘은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하기 어려운 처지이니 내가 직접 중매를 서겠다”는 변론을 펼쳤다.

최종 판결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법원은 결국 최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노씨가 최씨를 강제로 끌고 간 정황은 없다”며 “사춘기 소녀가 이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따라간 것일 수 있다”고 적시했다.


강제로 입을 맞춘 행위에 대해서도 “꼼짝 못하게 제압한 것이 아니므로, 이에 저항해 혀를 깨문 것은 방어의 정도를 넘은 것”이라며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정당방위
한계점

반면 노씨는 성폭력 시도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고, 대신 특수주거침입과 협박 혐의만 적용돼 최씨보다 형량이 적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강간미수 혐의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형 집행이 끝난 뒤에도 최씨는 온전히 일상을 회복하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은 오히려 최씨를 손가락질했다. 이후 최씨는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와이셔츠 공장에 다니고, 포장마차를 운영하며 묵묵히 일상을 이어갔다.

이후 최씨는 교육을 받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63세의 나이에 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했다. ‘여성의 삶과 역사’를 주제로 졸업 논문을 썼고, 여기에 자신이 겪은 사건을 사실 그대로 담았다.

이 논문을 본 주변 동료의 권유로 여성단체에 도움을 청하게 됐고, 최씨는 다시 법정에 서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그는 “억울하게 가해자가 된 삶을, 이대로는 눈을 감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2020년 5월 중상해 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다.

여성단체와 함께 2년 넘게 당사자와 주변인들의 증언, 사건 기록, 당시 언론 보도, 형사사건부 및 인명부 등 증거를 모았다. 하지만 부산지법과 부산고법은 “검사의 불법 구금과 자백 강요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당시 검사의 불법 구금 주장을 입증할 명확한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최씨와 여성단체는 곧바로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그리고 3년이 넘는 법리 심리 끝에, 대법원은 기존 결정을 뒤집었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024년 6월 “1964년 당시 최씨가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까지 두 달 가까이 구금 상태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재심은 확정된 유죄 판결의 중대한 오류를 바로잡아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비상구제 절차”라며 “최씨의 진술은 일관되며 당시 신문 기사, 재소자 인명부, 형사사건부, 집행원부 등 객관적 자료와 부합한다. 이를 탄핵할 만한 증거나 사정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2022년 부산고법에서 열린 심문기일에 검찰은 “대법원의 취지를 존중해 재심 개시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최씨 사건에 대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고, 본안 심리에 착수했다.

최씨는 사건 발생 60년 만에 다시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됐고, 검찰은 기존 공소 내용을 유지하면서도 사건의 경위를 전면 재검토했다. 이후 마침내 지난 23일 열린 재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입장을 밝히며 무죄를 구형했다.

“과거 역할을 다하지 못해”
61년 만에 고개 숙인 검찰

이 사건은 국내뿐만 아니라 외신의 주목도 받았다. 미국 <CNN>은 지난 4월 ‘60년 전 성폭행에 저항해 남성의 혀를 깨문 여성, 이제 그녀는 유죄 판결을 뒤집으려 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씨의 재심 과정을 상세히 보도했다.

<CNN>은 “1960년대 한국 사회는 남성의 폭력이 관습처럼 용인되던 시기였고, 최씨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가해자로 몰렸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최씨는 단순히 길을 안내해달라는 남성을 따라나섰다가 갑작스럽게 성폭력 위협에 직면했고, 몸싸움 끝에 상대의 혀를 깨무는 방식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이후 그는 강간미수 혐의로 상대를 고소했지만, 검찰은 오히려 최씨에게 중상해 혐의를 적용해 처벌했다는 점도 상세히 다뤘다.

매체는 또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최씨가 수갑을 찬 채 조사를 받고, ‘순결 검증’이라는 이름의 신체 검사를 강요당했으며, 그 결과가 공개되기까지 했다고 전하며 당시 사법기관의 태도를 “지금의 기준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의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와 검찰이 최씨에게 “가해자와 결혼하면 일이 간단히 끝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한국여성변호사회 관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판결은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과 여성에 대한 편견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이 사건을 평가했다. <CNN>은 이번 재심이 “정당방위의 기준을 다시 정립하고, 향후 성폭력 피해자의 방어권 인정 여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씨 사건은 당시 사법부가 정당방위의 범위를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법학도들이 판례를 통해 형법의 적용 범위와 한계를 공부할 때, 정당방위로 보기 어려운 사례로 자주 인용되던 사건이다. 실제로 최씨 사건은 이후 형법 교과서에 ‘정당방위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 판례’로 소개됐다.

대법원이 1995년 법원 100년사를 정리해 발간한 <법원사>에도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 공식 소개됐다.

한편,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온 최씨는 “이겼습니다”라고 외쳤다. 이어 “아직 실감은 나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니 대한민국 정의는 살아 있다고 생각한다”며 “모두 국민 여러분 덕분”이라고 말했다.

관습의 시대
뒤늦은 사과

재판을 지켜본 여성단체 관계자들과 방청객 일부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법정 내 전광판에는 ‘최말자는 무죄!’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재판부는 이날 재심 공판을 마무리하며, 오는 9월10일 오후 2시를 최종 선고기일로 지정했다. 검찰이 직접 무죄를 구형한 만큼, 사실상 무죄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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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에테르노 압구정 아파트 시행사 ‘넥스플랜’ 회장 차준영이 영화배우 김모씨와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에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힐 카지노 관계자는 지난해 7월경 ‘VVIP 고객인 차준영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 출입을 허용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업계 관계자와 나눴다. 문제는 5100억원에 달하는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차준영이 어떻게 워커힐 카지노 VVIP냐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카지노 출입설’이 단발성 풍문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PM 전문가로 알려진 차준영은 축구선수 손흥민, 연예인 황정음 등의 에테르노 분양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동산의 임대관리 등을 전담하는 전문가인 차준영은 에테르노 청담, 압구정의 시행사 넥스플랜의 회장이다. 에테르노 간 큰 베팅 최근 차준영은 조카인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과 가수 겸 프로듀서 MC몽이 불륜 관계라는 의혹을 지난해 12월 <더팩트>에 제보하기도 했다. 이른바, ‘MC몽 불륜설’을 흘린 배경에는 지난해 6월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 주식 21%에서 출자전환 후 2%를 소유했던 MC몽에게 ‘나누어 갖자’며 강요했던 사건에서 출발한다. 현재 차준영에게는 DL이앤씨 등과 소송 과정에서 발생한 수천억원 이상의 손해배상 채무가 있다. MC몽이 스스로 불륜설이 조작이었음을 주장하자, 그의 해외 원정도박 등을 언론사에 제보한 것도 차준영이다. 압구정의 모 샤브샤브 전문점 사장에 따르면 “최근 연예인 해외원정 도박 기사를 쓴 종편 방송 기자들에게 차준영이 식사를 대접했다”고 한다. 미국 영주권자인 차준영은 국내 카지노를 활보하면서 한 연예인의 해외 도박을 제보한 셈이다.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월26일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동종업계 종사자와 나눈 카카오 메시지에서 넥스플랜 차준영의 요청으로 가수 겸 배우 김씨와 지인 여성들이 함께 출입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김씨는 내국인인데 워커힐 파라다이스 입장이 가능한가요?”라고 묻자,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차준영 회장과 같은 VVIP 고객의 요청이기 때문에 김씨의 Visitor(방문객) 출입은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카지노에서 VIP란 2개월 동안 하루 평균 4시간씩 5일 이상 게임해야 하고, 한 게임당 평균 50만원 이상을 베팅해야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게임 실적을 분석한 두 달 동안 로스 금액(따거나 잃은 돈)이 1억원 이상 유지돼야 한다. 이보다 더 높은 실적을 요구하는 등급이 VVIP인데 보통 카지노에서 초청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카지노 업계에서 차준영은 “수백억원을 베팅하는 큰 손”이라고 표현했다. MC몽도 <일요시사>와 인터뷰에서 “차준영은 나에게 10~20억원 정도는 배팅해야 된다며 도박을 권유했던 사람”이라며 “시행사 투자금 들고 카지노 쫓아가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차명 통장으로 분양금 받아 차준영 회사로 황정음·손흥민 에테르노 분양 대금의 행방 다만 대한민국 카지노 출입 기준은 ‘VIP 여부’가 아니라 ‘국적’이다. 현행 관광진흥법상 내국인은 원칙적으로 카지노 출입이 금지되며,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는 외국 국적자에 한한다. 카지노 멤버십 등급, VIP·VVIP 여부, 이용 금액, 단골 여부 등은 출입 적법성 판단에 어떠한 법적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VVIP의 요청이라서 김씨의 출입을 허용했다”는 설명은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이는 면책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카지노 사업자가 출입자 신분 확인 의무를 완화하거나 소홀히 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발언에 가깝다. “VIP 요청이라 허용했다”는 표현은 김씨의 출입 허용 판단의 기준이 ‘법’이 아니라 고객의 경제적 가치였음을 인정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차준영의 도박 자금의 출처도 궁금해진다. 차준영은 ‘에테르노 압구정’을 분양하는 과정에서 친형이자 피아크 그룹 차가원 회장 아버지인 차대영의 계좌로 분양계약금 등 수백억원을 받은 뒤, 자신의 회사인 넥스플랜 계좌로 25억원을 입금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통장 이체 내역을 살펴보면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에테르노 압구정 시행수탁자인 A 신탁에서 차대영의 통장으로 30억원이 이체됐다. 이어 3월24일 오전 10시43분 넥스플랜으로 5억원이 이체되는 방식으로 총 25억원이 넥스플랜으로 직접 흘러갔다. 앞서 차준영은 2024년 9월 DL이앤씨로부터 받은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 패소하면서 5184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통장과 제반 금융에 압류가 설정되자, 차준영은 “가족에게 생활비를 송금한다”는 목적으로 차대영이 개설한 통장을 빌렸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대영은 2024년 10월경 “예금채권 압류로 정상적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졌다”는 사정을 호소한 동생에게 생활비 등 기본 거래용이라며 하나은행 저축예금 계좌 1개를 무상으로 빌려줬다. 그러나 2025년 7월경 거래내역을 확인하자 잔액이 0원이었고, 생활비 용도와 무관한 거액 거래가 다수 발견돼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통장을 재발급받은 뒤 2025년 7월25일 내용증명으로 사용허락 철회를 통지했다는 것이다. 꿀꺽한 ‘셀럽 마케팅’ ‘신탁형 PF’ 구조인 에테르노 압구정은 분양수입금이 신탁계약상 A 신탁사 명의 관리계좌로 수납돼야 하는데 ‘차준영→넥스플랜’으로 직접 받으면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납부효력이 문제될 수 있고(미납 취급 위험), 신탁사가 보호해줄 수 없는 영역이 생긴다”는 논리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형사상 “업무상 횡령” 및 “자금세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에 차대영은 동생을 상대로 계약서 위조 및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차준영은 차대영의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계약을 지난 2024년 30억원에 체결하기도 했다. 차준영과 A 신탁사 직원이 공모해 계약명의자인 차대영의 동의 없이 분양계약서를 위조하고 거액을 이체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차대영은 지난해 12월3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차 회장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총 3명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시행사는 차준영의 회사인 넥스플랜, 신탁사는 A 신탁, 시공사는 장학건설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준영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3명은 2024년 10월25일께 차대영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한 채의 공급계약서를 위조했다. 위조계약서를 A 신탁, 장학건설 관계자에게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교부했다는 게 차대영 측 주장이다. 이어 2025년 3월12일께 같은 방법으로 차대영 명의의 공급계약 해제합의서를 다시 위조하고 이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통장 거래내역을 보면 2024년 10월25일 오후 2시39분 차대영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에서 A 신탁 계좌로 30억원이 ‘에테르노 압구정 102호 분양대금 일부’ 명목으로 이체됐다. 오후 2시44분 이 거래는 취소됐고 다시 오후 2시50분 같은 금액을 재이체했다. 이후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공급계약 해제에 따른 분양대금 반환’ 명목으로 30억원이 계좌로 반환됐다. 날아간 통일 동산 차대영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내 계좌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며 “나는 분양계약을 체결한 적도, 그에 대한 동의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A 신탁이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신탁사가 수십억원대 분양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자 본인의 신분증 확인, 본인 서명 또는 날인, 본인 통장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대리인이 계약하더라도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는 필수다. 에테르노 압구정은 축구선수 손흥민, 아이유, 황정음 등 연예인들이 200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아파트로 관심을 끌었다. 이와 반대로 분양대금은 차준영이 친형에게 빌린 통장으로 입금돼 관리되고 있던 것이다. 배우 출신 황정음의 에테르노 압구정의 수상한 계약도 눈길을 끈다. 2025년 3월20일 황정음은 압구정 모 부동산에서 총 분양금 230억원에 달하는 ‘에테르노 압구정 501호’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통상 총 분양금에 10%에 달하지만, 황정음의 계약금은 4억원이라는 점도 특혜성 계약이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황정음 측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계약금이 아니라 청약금인 줄 알았다”며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 철회 의사를 밝혔으나 현재까지 4억원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에테르노를 분양받은 손흥민 등 일부 유명인사들은 차준영을 직접 만나 거래하기도 했다. 차준영이 친형의 통장을 빌린 결정적인 이유는 파주 통일동산 개발사업의 실패다. 2024년 9월 DL이앤씨는 파주 통일동산 콘도 사업과 관련해 넥스플랜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5000억원대 지급 판결을 받아냈다. 판결 금액, 공사 중단 경위, 청구 내역(공사비·구상금·대여금 등)과 같은 구체 항목까지 드러났다. <비즈한국>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재판장 박준민)은 2024년 9월10일 DL이앤씨가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 시행사이자 차준영이 운영하던 ‘시티원’을 상대로 낸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시티원이 DL이앤씨에 518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분양가 230억인데···황정음 계약금 4억 어디로? 시티원에서 넥스플랜으로…법인 바꾸고 자금 회수 인용된 청구 채권은 하자보수금을 제외한 기성 공사비 611억원과 구상금 3524억원, 대여금 1000억원, 지연손해금(법정이자) 50억원 등이다. 앞서 DL이앤씨는 ​2020년 8월 공사비 등 이 사업에 투입한 비용 총 5781억원을 정산해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청구 채권 상당액을 인정한 일부 승소 판결이 나온 셈이다. 소송 당사자인 시티원과 DL이앤씨는 각각 이 사업 시행사와 시공사로, 2006년 12월 공사 기간을 28개월, 공사비를 4125억원, 지체상금을 1일당 공사비 0.1%(최대 5%)로 정하는 공사 도급계약을 맺었다. 공사대금은 분양대금 납입 일정에 맞춰 분할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은 공정률 33%에서 18년째 멈춰 있다. 결국 DL이앤씨는 2020년 8월 사업비용을 정산해 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공사 중단까지 투입된 공사비 1207억원과 연대보증인으로서 대위변제한 시티원 채무 3524억원, 시티원에 직접 빌려준 대여금 1000억원에서 상계 채권을 제외한 총 5781억원을 달라는 취지였다. DL이앤씨는 이 사업 시공자로서 공사비를 직접 투입한 것은 물론 시티원 측에 사업비를 직접 대여하거나 연대보증인으로서 시티원이 갚지 못한 사업비 원리금 등을 대신 갚아왔다. 시티원은 오히려 DL이앤씨가 사업 현장을 원상 복구하고 지체상금과 사업 손해를 물어내야 한다며 2022년 4월 반소를 제기했다. 양측이 맺은 도급 계약에 따라 DL이앤씨가 착공일로부터 28개월까지 공사를 마쳐야 하는데, 별다른 이유 없이 공사를 중단했다는 것. 공사 현장은 20년 동안 방치돼 흉물이 됐다. 공사 재개에는 2691억원이 필요해 회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DL이앤씨가 현장을 철거하고,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187억원(공사비 5%)과 미래 분양 수익을 포함한 사업 손해 5140억원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차준영의 자금 운용 건전성에 적신호는 해소되지 못한 반면, 카지노에선 VVIP로 불렸다. 정작 부동산시장에서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불과 수개월전까지 워커힐 카지노를 출입한 셈이다. 차준영에게 제기된 문제는 초고가 주택 분양 계약의 공정성, 대형 개발사업의 책임 귀속, 그리고 국내외 카지노 출입 논란까지 확장되고 있다. 법인 바꿔 타짜 행세 쟁점 중 하나는 ‘에테르노 압구정 직접 계약’이다.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이 에테르노 압구정과 관련해 시행사 대표와 직접 계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분양 절차의 투명성과 이해상충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통상 초고가 주거상품의 분양은 다층적 심사·중개·검증 절차를 거치는데, 이 과정이 축약되거나 개인 간 직거래로 처리됐다면 ‘특혜’ 또는 ‘절차 생략’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