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풀린’ 한국식품산업협회 복합적 비위 의혹

회장단 교체 앞두고 터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식품업계 회사 192개가 모여 만든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또 잡음이 생겼다. 올해 초 협회장 후보자 선출과 관련해 이사회 정관을 마음대로 고치려고 했다는 논란에 이어 복합적인 비위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새로운 협회장 선출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 협회를 완전히 쇄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를 대표하는 비영리단체인 한국식품산업협회에 대한 회비 유용, 부정 청탁 채용, 노동법 위반 등 복합적인 비위 의혹이 일었다. 업계에서는 회장 선거 관련 이사회 정관 변경 논란에 이어 이번 논란이 겹치며 협회가 복마전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회비 걷어
사적 유용

<일요시사>가 확보한 한국식품산업협회의 회계 자료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 2023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사업추진비로 1750만5000원을 사용했다. 품목은 ▲타월 100개 ▲양산 100개 ▲와인 120병 ▲골프공 100개 ▲청소기 100대 ▲기프트 카드 30개 등이다.

내부 관계자 A씨는 이중 80% 이상을 회장과 부회장이 사적으로 반출했다고 말했다. 회계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 물품들은 회장 및 이사회 임원들이 외빈에게 선물하거나 이사회 임원들이 반출했다.

특히 와인 같은 경우 입고된 후 외빈 선물용으로 사용되지도 않았다. 회장부터 부장까지 개인적인 용무로 와인을 반출을 했으며 심지어 회장단 회의에서 음용했다. 구체적으로 와인 92병 중 63병이 회장단 및 이사회 임원들이 유용했다. 120병을 주문하고 행사 등 공식 일정에서 28병만 사용한 셈이다.


A씨는 “행사 기념품 용도로 물품을 주문하면서 과도한 양을 주문했다”며 “이후 창고에 물품을 보관하다가 개인 소유 품목인 듯 회장단과 이사회 임원들이 이를 유용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몇몇 물품들은 농림식품부 공무원 개인 주소와 한국식품과학회 소속 교수 개인 주소로 보내지기도 했다. A씨는 이들이 받은 품목 중 차량용 청소기 같은 경우 가격이 6만2000원에 달해 이른바 김영란법에 위반된다고 꼬집었다.

김영란법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 청탁 및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같은 지적이 나오자 협회는 사업추진비를 활용한 기념품 구매와 관련해 “이사회 및 총회를 거쳐 편성된 예산으로 기념품을 마련해 협회 창고에 보관하고 워크숍, 학술대회, 회원사 및 유관기관 방문, 내방객 응대 등에 사용했다”며 “개인적 유용은 없다”고 밝혔다.

사업추진비로 산 물품 맘대로 반출
한 임원 예산으로 스마트워치 구매

협회의 반박에 A씨는 “단순히 예산을 편성했다고 해서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며 “기념품이라는 용도의 모호성을 악용한 과다 지출 정황이 있고, 누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수불 대장·내역 공개는 물론 기념품 단가와 수량 등 예산 집행 세부내역 공개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회원사들의 회비도 사업추진비로 사용되는데 이런 것을 밝히지 않은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협회 예산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있다. 제보에 따르면 협회 임원 B씨는 사적으로 사용할 갤럭시 워치를 협회 예산으로 구매했다.


B씨는 협회에 갤럭시 워치를 사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B씨의 지시를 받은 직원이 협회 회계팀과 이야기를 한 후 나온 방법이 한 업체에 토너 구매 대금으로 처리를 하는 것이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직원 C씨는 D업체에 토너 구매 대금으로 처리가 가능한 지 물었고 D업체는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에 C씨는 D업체에 33만4900원짜리 갤럭시 워치 사진을 보냈고 업체는 이를 구매하고 삼성 ML-D115 토너 3개 구매대금으로 33만6000원을 요청했다. 이에 C씨는 컬러토너까지 포함해 거래명세서와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C씨에 따르면 B씨가 갤럭시 워치를 요청한 것은 두 번이다. 지난 2023년 10월경과 지난해 11월에 요청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토너 결제대금으로 결제된 임원의 갤럭시 워치는 모두 협회 교육 회계에서 처리됐다. 교육 회계는 식품영업자 등의 교육 수입비이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감독하는 예산이다. B씨는 해당 예산을 사적 유용했으며, 업무상 횡령 및 배임죄로 고발이 가능하다. C씨도 사문서 위조와 횡령 및 배임죄 공범에 해당한다.

지속된
인사 문제

또 채용 비리 의혹도 제기됐다. 제보에 따르면 협회는 전·현직 법령위원분과위원회 위원장의 자녀,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검사 관련 부서 소속 공무원 자녀, 한국강소기업협회 임원의 자녀를 채용했다.

A씨에 따르면 이들 일부는 면접 점수가 사후에 조정됐으며 일부는 평가표에 점수를 기입하지 않은 채 특정 지원자를 우선순위로 올렸다고 한다.

협회는 채용 과정에 대해서 “정관과 인사규정에 따라 대부분 공개 경쟁 전형을 통해 채용했으며, 필요한 경우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특별 채용을 했다”며 “2024년에는 국제박람회 준비와 운영에 필요한 전문가를 영어 능통자로 심의해 특별 채용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의 반박에 A씨는 “공개경쟁 또는 인사위원회 심의로 특별채용을 진행했다고 하지만 당시 특별채용 심사 대상자는 1명”이라며 “경쟁 없는 특별채용은 사실상 내정된 채용이 아니냐?”라고 되물었다.

이어 “해당 인물들의 이력서 수집 경위, 출처 등에 대해서도 답을 하지 않았다”며 “해당 채용에 대한 공정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누가, 어떻게, 왜 그 지원자의 이력서를 추천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협회 내부에서는 특정 인사를 잔류시키기 위한 인사 지연 문제가 있다는 의혹도 계속 불거지고 있다. 제보에 따르면 지난해 임원추천위원회 제도가 도입됐음에도, 부회장 후보자 미적격 판단 이후 후속 공고가 수개월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직원들
임금체불


협회 내부에서는 그 이유로 현직 부회장의 장기 잔류를 위한 전략적 지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협회 임원추천위원회 운영규칙 제5조에 따르면 상근임원 후임자 선정을 위해 임기 만료 2개월 이전에 구성해야 하며, 예정되지 않는 결원이나 그 밖의 사유로 인해 후보자 추천이 필요할 때에는 지체 없이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협회는 이에 대해 “현재 협회장 선출 절차를 다시 가동한 만큼 비상근 회장 후보자 등록을 마감하고 임시총회를 통해 최종 선출하게 되면 부회장 선출을 진행할 것”이라며 “특정 인사를 잔류시키기 위해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실시한 지도 점검에서도 협회는 다수의 노동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우선 상시 10인 이상 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제93조를 위반했다. 노동청은 관련 규정에 따라 취업규칙 신고 및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며, 협회는 지난 5월21일자로 신고를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2024년 1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5개월간 총 5차례에 걸쳐 125~129명에 이르는 직원들에게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미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지급액은 총 3193여만원으로, 이는 근로기준법 제56조(통상임금의 50% 이상 가산지급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협회는 지난달 24일 해당 기간 초과 근로자에 대한 수당을 재산정해 전액 지급했다고 밝혔다.


퇴직자 임금체불도 확인됐다. 협회는 퇴직한 직원 4명에게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과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제36조(퇴직 시 14일 이내 금품 지급 의무)를 위반했다.

다수 노동법 위반 불거져
부처·협회 자녀 특채까지

또 퇴직자 3명에게는 초과근로수당을 반영한 퇴직금 차액 53만원가량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협회는 퇴직급여보장법 위반 지적을 받은 뒤 지난달 18일자로 해당 금액을 정산해 지급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퇴직자 중 일부만 임금이 재조정돼 지급됐고, 나머지는 아무런 통보 없이 배제됐다”며 “단순 체불을 넘어 고의적 은폐이자 선택적 지급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통상임금과 관련해서는 “2024년 12월 통상임금 기준 변경에 따라 고용노동청의 시정 지시에 따라 추가 지급을 완료했으며, 고의로 은폐하거나 수당을 축소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는 이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2024년 12월 대법원 판례와 2025년 2월6일자로 개정된 고용노동부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에 따라,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는 명확하게 정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협회는 수개월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고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이는 단순한 해석 오해가 아닌,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을 통해 시정 지시까지 내려진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협회는 고용노동부 통상임금 지침 개정 당일에 협력 노무사에게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에 대해 물었고, 해당 노무사는 ‘기본 연봉의 15% 중 10%에 해당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이 타당하다’ ‘통상임금은 상여금을 1/12로 나눠 매월로 적용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 확정 시점부터 초과근로수당을 소급 지급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회는 해당 사실을 지난 2월7일 인지하고도 수개월간 통상임금 적용을 지연한 채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고, 결국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지적 후에야 시정 조치를 이행했다”며 “협회의 해명과 달리 의도적인 은폐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부 발칵
“조사 중”

협회의 해당 비위들은 현재 국민권익위원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고발된 상황이다.

식약처는 지난 9일 감사반을 협회에 투입해 정관 준수 여부, 예산·인사 집행의 적법성 등 전반을 점검했다. 감사는 ‘불시 점검’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목적사업 수행과 회비 운영, 조직·인사 등 법인 운영 전반이 대상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해당 민원을 청탁금지제도과로 이첩해 조사 중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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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