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없이 아파트 계약

분양가 상승과 함께 공사비 인상, 대출 규제 강화 등 다양한 악재가 겹치면서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초기 자금 부담을 줄이는 분양 조건을 내세운 단지들이 주목받고 있다.

계약금 5%, 중도금 이자 지원, 정액제 등 다양한 혜택으로 실질적인 부담을 줄인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용현·학익1블록 도시개발구역 공동4블록에 조성하는 ‘시티오씨엘 7단지’는 1차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에 계약금 5% 조건을 내세워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실속 있는
분양 전략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2·3단지’ 역시 정액제 방식의 계약 조건으로 실속 있는 분양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인하대역 푸르지오 에듀포레’는 지난 청약 당시 일부 타입서 미달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금 정액제 도입 후 완판에 성공하면서 이런 조건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사비 인상과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 예정 등으로 인해 ‘지금이 가장 저렴한 분양가’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초기 비용을 줄여주는 분양 조건은 수요자에게 안정적인 자산 운용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단지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예 계약금이 ‘0원’인 단지도 있다. 전국서 미분양 우려가 큰 지역을 중심으로 계약금 ‘제로’를 내세운 아파트 단지 또한 속속 선보이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자금 융통에 부담을 주는 미분양을 줄이기 위해 수요자의 초기 부담을 줄여 계약을 유도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공사비 급등 등의 영향으로 분양가가 크게 오른 상황서 입지 등이 좋은 ‘똑똑한 1채’에 수요자의 눈이 쏠리고 있는 데다 경기 전망도 밝지 않아 계약금 제로 등의 혜택이 미분양 해소에 도움이 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분양 업계에 따르면 ‘평택화양 동문 디 이스트’ ‘사하 경남아너스빌 시그니처’ ‘신영지웰 평택화양’ 등 전국서 계약금 제로를 내세운 아파트가 속속 등장 중이다. 이들 아파트는 대부분 미분양 단지다.

보통 계약금이 500만원으로 책정돼있으나, 500만원을 계약 축하금으로 제공해 실제 드는 자금이 0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부동산 폭등기에는 20%였던 계약금이 침체 기로에 들어서며 10%로 내려가더니 현재는 5%로 책정된 곳도 적지 않다.

이 정도로 수요자의 눈을 끌기 어려운지 500만원 정액제를 내세운 곳도 늘다가 축하금 제공으로 계약금 제로가 된 곳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계약금 제로
중도금 무이자

계약금 제로 단지는 중도금 무이자를 내세운 경우도 많다. 중도금을 대출로 마련해도 추가로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입주 전까지 수요자 부담이 전혀 없다.

다만 미분양 해소에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경기 전망이 밝지 않은 데다 부동산시장 침체도 이어지고 있고, 공사비 급등 등의 영향으로 분양가마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자는 청약을 미루거나 서울 등 입지 등의 조건이 좋은 단지로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결국 입주 때 목돈이 들어가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수요자가 초기 부담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분양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초기 자금을 대폭 낮춘 분양 현장들.

▲풍무역 롯데캐슬 시그니처= 김포시 풍무동에 8년 만에 공급되는 ‘풍무역 롯데캐슬 시그니처’가 잔여 세대를 선착순 분양 중이다. 청약통장 없이도 참여할 수 있으며, 중도금 납입 전 전매가 가능해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 수요자들에게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계약금을 5%로 낮췄으며 전매제한 기간은 6개월로 짧은 편이다. 실거주 목적은 물론, 단기 투자에도 유리한 조건으로 평가된다. 이번 선착순 계약은 원하는 동·호수를 직접 선택할 수 있어 조망권, 일조량, 커뮤니티 접근성 등 개인의 선호에 따라 맞춤형 선택이 가능한 점이 강점이다.

단지는 지하 4층~지상 28층, 9개동, 총 720세대 규모로 조성된다. 전용면적별로는 65㎡A 267세대, 65㎡B 134세대, 75㎡A 59세대, 75㎡B 39세대, 75㎡C 23세대, 84㎡A 98세대, 84㎡B 100세대 등 다양한 평형이 준비돼있다. 입주는 2028년 7월 예정.

고급 브랜드 아파트답게 실내·외 설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전 세대에 팬트리와 안방 드레스룸이 적용됐으며, 세대별 창고도 별도 제공돼 공간 활용도가 높다. 커뮤니티시설로는 피트니스센터, 실내 골프연습장, 독서실, 게스트하우스, 시니어클럽, 키즈스테이션 등 다양한 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다.

분양가 상승, 공사비 인상, 대출 규제 강화
다양한 악재 겹치면서 멀어지는 내 집 마련

김포골드라인 풍무역이 도보권에 위치한다. 풍무역서 김포공항, 마곡, 여의도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까지 30분 내외로 이동 가능하다.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선도 현재 신속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으로, 향후 더블역세권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단지 인근에는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홈플러스가 위치하며, 신풍초등학교는 도보권에 있고 사우동 학원가도 가까워 자녀 교육 환경도 양호하다.

한편, 인근 아파트와 분양권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며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2018년 입주한 풍무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 4월 7억3700만원에 실거래 됐으며, 북변동의 분양권 단지인 한강수자인오브센트 전용 59㎡는 5억8565만원에 거래됐다. 이에 비해 풍무역 롯데캐슬 시그니처 전용 65㎡는 5억6000만원부터 시작돼 가격 경쟁력 또한 부각되고 있다.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지난해 10월 입주를 시작한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가 화려한 조경과 초대형 커뮤니티시설로 주목받고 있다. 단지 조경이 150만주가 넘는 꽃과 나무로 꾸며진 가운데 최신식 커뮤니티시설로 리조트 못지않은 경관과 편의설비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서구 왕길동 133-3번지 일대에 들어서는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는 지하 2층~지상 29층, 15개동, 총 1500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DK아시아가 시행을 맡은 왕길역 로열파크씨티의 가장 큰 특징은 조경이다. 보통 공동주택의 법적 조경 면적의 비율이 15% 수준이지만 왕길역 로열파크씨티의 조경 면적은 38%에 달한다.

고급 수종으로서 겨울철에 달콤한 꽃향기가 만 리를 간다는 의미의 ‘만리향’으로 알려진 은목서를 단지의 주목으로 내세웠다. 사계절 동안 즐길 수 있는 상록계열의 침엽수가 전체 나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20%→10%
다시 5%로


분양 관계자는 “코로나 시대 단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환경서 리조트처럼 단지 내에서 즐기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리조트 아파트 콘셉트 수요가 높아졌다”며 “정원서 삶의 여유를 찾고 일상이 축제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조경 조성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단지 주변의 공원 조경의 규모 역시 웅장하다. 단지 주변에는 축구장 10배 크기인 약 6만6000㎡ 규모에 달하는 5개의 테마 정원이 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모티브로 한 잔디광장 센트럴 파크를 비롯해 플리마켓과 연주회, 다양한 행사 등을 열 수 있는 플라워 파크, 키즈 워터파크, 숲속을 그대로 옮겨 놓은 공원 콘셉트의 포레스트 파크 등이다.

국내 최초의 조형 문주 ‘로열 그랜드 게이트’도 왕길역 로열파크씨티의 상징물이다. 높이 8m에 달하는 로열 그랜드 게이트는 우아한 디자인에 조명을 활용해 압도적인 규모감을 선사한다.

초기 자금 부담 대폭 줄여
미분양 해소 기여는 미지수

인천 최초로 단지 내 복층 구조의 인도어 골프연습장을 구축했고, 실내 사우나와 6성급 호텔서나 볼 수 있는 최고급 운동기구를 갖춘 피트니스 센터, 실내 수영장 등 리조트급 부대시설을 자랑한다. 강남 등 부촌 단지의 상징인 ‘3식 서비스’도 진행된다.

약 6만6000㎡ 규모의 대규모 테마 공원을 조망하면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대규모 테라스 공간이 꾸려졌고 메뉴는 뷔페식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고급 샹들리에로 장식된 영화 상영관과 자녀 등을 위한 키즈 상영관도 마련돼있다. 이 밖에 럭셔리 요트로 아라뱃길을 관광하는 로열마리나서비스도 예정돼있다.


분양가(최고가 기준)는 전용 59㎡ 5억3000만~5억4000만원대, 전용 74㎡ 6억6000만원대, 전용 84㎡ 7억3000만원대, 전용 99㎡ 8억7000만원대다. 첫 번째 시범단지인 1500가구(왕길역 로열파크씨티)는 계약금 5%만 납입할 수 있도록 했다.

▲리아츠 더 인천= 인천 동구 송림동에 들어서는 주상복합 단지 ‘리아츠 더 인천’이 계약금 없이 분양을 진행 중이다. 지하 4층~지상 34층, 총 4개동 규모로 아파트 378세대(전용 59·74·84㎡)와 오피스텔 220실(전용 42㎡)로 구성된다. 특히 전용 84㎡는 최고층 기준 5억원 중반대, 전용 59㎡는 3억원대로 인근 시세 대비 합리적인 분양가를 책정했다.

입주 전 전매도 가능해 투자 수요까지 기대할 수 있다. 34층 일부 세대에서는 탁 트인 오션뷰 조망이 가능해 희소성과 프리미엄 가치도 높다.

단지는 다양한 무상 옵션과 함께 자기부담금 ‘0원’ 조건, 중도금 안심 보장제도 제공하며 고급 강마루, 거실 아트월, 침실 붙박이장 등 프리미엄 마감재를 기본으로 적용했다. 단지 내에는 상업시설 31개 점포가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은행 입점이 확정돼 있어 원스톱 생활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인천시가 적극 추진 중인 ‘제물포 르네상스’ 사업과 송림동 일대 재개발 등 다양한 지역 개발 호재도 예정돼있어 향후 지역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 입주는 2027년 10월 예정.

반경 500m 이내에 서림초, 서흥초, 재능중, 선화여중, 인화여중, 동산중, 선인중·고, 인천소방고, 전자마이스터고 등 초·중·고·대학교가 밀집해 있어 탄탄한 학군을 형성하고 있다. 단지 바로 앞에는 행정복지센터가 위치해 있어 행정 서비스 이용이 편리하며, 단지 옆에는 1030평 규모의 근린공원이 조성될 예정으로 쾌적한 생활환경도 기대된다.

합리적
분양가

가좌 IC와 백범로를 통하는 인천 도심 및 수도권 주요 지역과의 접근성이 좋다.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및 제2경인고속도로와 인접해 광역 교통망도 우수하다. 인근에는 제물포역과 도원역(경인선 1호선)이 위치하고 있으며, 부평-연안부두를 연결하는 트램 노선도 추진 중이다. 여기에 GTX-B 노선(수도권 광역급행철도)과 인천지하철 3호선까지 계획돼있어 교통 환경은 향후 더욱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단지서 반경 3㎞ 이내에는 약 4만4000여명에 달하는 직장 수요가 존재해 탄탄한 배후 수요를 갖췄다. 주변에는 대형마트, 대학병원 등 다양한 생활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편리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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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