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창업 트렌드> “미묘한 가격 차이가 브랜드 운명 바꾼다”

2025년, 외식업 창업시장에 또 한 번 커다란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바로 가성비다. 단순한 저가 전략이 아닌, 소비자의 가심비까지 충족시키는 전략이 브랜드의 생존은 물론 유의미한 성장을 좌우하는 시대다. 일본 시장을 강타한 국내 수제버거 브랜드 맘스터치는 그 대표 사례다.

한때 수제버거는 도시 중심 상권서만 찾아볼 수 있었고, 가격대도 7000원에서 1만원을 넘나들었다. 학생이나 젊은 직장인들에게는 ‘가끔의 사치’에 불과했다. 그러나 ‘맘스터치’는 이 모든 공식을 깼다. 3000원대 싸이버거를 들고 골목상권으로 진입하면서 “가까운 곳에서 저렴하게 수제버거를 즐길 수 있다”는 파괴적 메시지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그 결과, 중심 상권까지 역으로 잠식하며 이제는 일본 등 해외시장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가끔의 사치

반면, 고가 수제버거의 대명사였던 ‘크라제버거’는 고급화를 고수하다가 결국 시장서 사라졌다. 이는 소비자가 외식 브랜드에 원하는 본질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에도 수제버거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고가의 수제버거 시장은 벌써 레드오션이라 불리고 있지만, ‘프랭크버거’는 그 안에서 가격을 살짝 낮춰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630여개 점포를 확보했다.

살얼음 생맥주와 다채로운 안주로 젊은 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역전할머니맥주’도 마찬가지다. 초기엔 살얼음 맥주라는 차별화된 아이템으로 고객을 유인했다면, 재방문을 유도한 결정적인 요인은 가성비였다. 3500원짜리 맥주 한 잔과 7000~8000원대의 소형 안주는 MZ세대가 다양한 메뉴를 부담 없이 즐기게 만든 핵심 요소였다.


점포당 소주 판매량이 맥주를 넘어선다는 이색적인 소비 패턴도 이 브랜드의 혁신성을 뒷받침했다.

최근 뜨고 있는 ‘누구나홀딱반한닭’도 치열한 맥줏집 창업시장서 미묘한 가격 차이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내며 경쟁 브랜드를 따돌리고 있다. 다양한 안주 메뉴와 함께 불황에 찌든 고객의 소비심리를 잘 간파한 가성비 전략이 고객의 마음으로 스며들고 있다.

이와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며 성장한 브랜드는 수없이 많다.

국민 도시락 브랜드 ‘한솥’은 1993년 창업 당시부터 가격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후 맛과 품질에 집중 투자해 브랜드의 신뢰를 확보했다. 매월 신메뉴를 출시하고, 국내산 식자재를 엄선해 공급하며 ‘믿고 먹는 도시락’으로 자리매김한 한솥은 저가 브랜드의 장수 비결을 가장 뚜렷이 보여준다.

리빙 업계의 절대 강자인 다이소도 창업 전략서 시사점을 준다. 1000원 균일가 전략으로 출발했지만, 상품 품질과 다양성, 그리고 강력한 소싱 능력을 확보하며 경쟁자 진입을 차단했다. 단순히 ‘싼 맛’이 아니라 ‘좋은 걸 싸게’ 제공한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 성공의 핵심이었다.

단순한 저가 전략 아닌
소비자 가심비까지 충족

최근 주목받는 ‘덤브치킨’은 이 흐름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산 9호닭을 사용한 프라이드 치킨을 9900원에 판매하며, 국내 최저가 타이틀을 내세웠다. 양념, 갈릭소이, 치즈스노우, 딥치즈화르륵치킨 등 다양한 인기 치킨 메뉴도 1만1900원~1만3900원대로 구성돼있다.


이 브랜드는 ‘치킨 한 마리에 2만원은 너무 비싸다’는 소비자의 정서를 간파하고, 가격 혁신으로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았다.

덤브치킨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치밀한 원가 설계다. 본사 수익이 아닌 가맹점 수익을 우선 설계하며, 점주 수익률을 20~ 25%선에 맞춘 것이 장기적 파트너십을 가능하게 했다. 메뉴별 구성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고객은 싸게 배부르고, 점주는 수익을 남기는 구조가 ‘윈윈’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가성비 전략은 단기적 유행이 아니다.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맛, 품질, 서비스의 내실이 전제돼야 한다. 한솥도시락처럼 품질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맘스터치처럼 원가를 효율화하거나, 다이소처럼 탁월한 소싱 능력을 확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저가는 시작점일 뿐, 브랜드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것은 결국 신뢰다.

고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말한 파괴적 혁신의 핵심은 여기서 출발한다. 기존의 시장 질서를 깨뜨릴 수 있는 가격과 콘셉트를 내세우되, 시간이 지나면서 그 영역 자체를 확장해 기존 강자를 위협하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커피 전문점의 경우, 스타벅스·커피빈이 지배하던 하이엔드 시장을 이디야가 침투했고, 그 이디야조차 최근에는 빽다방,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더벤티 등 저가 빅사이즈 브랜드에 점유율을 내주고 있다.

외식 창업시장은 지금, 제2의 파괴적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극심한 경기 불황은 소비자의 지갑을 닫게 만들지만, 바로 그때 ‘싸고 좋은 브랜드’는 새로운 기회로 도약한다. 그 열쇠는 ‘미묘한 가격의 차이’에 있다. 수십 년간 살아남은 브랜드는 단순히 싸서가 아니라, 싸면서도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2의 혁신

브랜드의 고급화 전략은 한계에 다다랐다. 지역 상권마다 소비력의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가성비는 상권의 벽을 넘는 무기다. 브랜드를 대중화시키려면, 소수의 고소득층보다 다수의 실속파를 사로잡아야 한다.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성패는 더 이상 ‘비싸야 잘된다’는 공식서 결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고객이 미소 지을 수 있는 가격에서, 그 브랜드의 운명은 갈린다.

2025년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이라면, 화려함보다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가성비와 가심비를 겸비한 브랜드야말로 오늘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누구나홀딱반한닭’을 비롯한 ‘미묘한 가격의 차이로 승부하는 브랜드’들이 그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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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