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최악 퍼포먼스’ 나경원의 착각

하다 하다…드럼통에 빠지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어느 덧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압축적으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선거판의 출렁임도 크고 빠르며, 특히 선거판을 주도하려는 출마자들의 촌극도 다양하다.

지난 15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직접 드럼통 안에 들어간 사진을 게시하며 “드럼통에 들어갈지언정 굴복하지 않겠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 퍼포먼스는 정치권은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서 급속도로 확산하며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급속도 확산
적잖은 논란

하지만 역대 대선 캠페인 이미지 중 단연 ‘최악’이었다. 맥락도, 개연성도 없이 그냥 막 던진다면 그건 전략이 아니라 촌극이 아닐 수 없다. 후보 본인이 직접 등장해 품위를 내려놓은 건 ‘덤’이다.

드럼통 퍼포먼스 사진이 공개된 이후 정치적 상징성과 메시지 해석을 둘러싸고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나 의원은 이 퍼포먼스를 통해 “‘진실을 외치는 목소리’가 탄압받는 사회를 상징하고자 했다”고 설명했지만, 그 배경에 자리한 밈의 기원과 표현 수위 문제는 단순한 상징 이상의 파장을 낳았다.

이 발언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이 전 대표의 주변 인물들이 연이어 사망하면서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 등 극우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조롱하는 ‘드럼통 밈’이 생성됐고, 나 의원의 퍼포먼스는 해당 밈을 정치적으로 빌린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단순한 SNS 퍼포먼스를 넘어서 정치적 메시지 전략이자 대선 국면에서 극단적인 상징의 사용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드럼통’이라는 상징은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다. 이 표현은 일베와 같은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전 대표를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방식으로 사용됐다.

2013년 영화 <신세계> 등에서 조직폭력배들이 시신을 처리할 때 드럼통을 사용하는 장면이 등장했고,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누군가를 사회적으로 ‘매장’하겠다는 의미로 드럼통 이미지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선거판 주도용 후보들 다양한 촌극
“무슨 의미냐?” 나 의원 단연 압권

특히 특정 인물을 향한 공격적인 패러디 이미지나 짧은 방송에 자주 활용되며 극우 성향 이용자들의 공공연한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배경을 고려할 때, 나 의원이 드럼통에 몸을 넣고 그대로 활용하는 것은 단순한 상징이나 비유를 넘어서는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일부 정치 평론가들은 이를 통해 나 의원이 정치적 희생자 또는 진실을 말하는 피해자 이미지를 강조하려 했다고 분석하지만, 밈의 뿌리가 가진 혐오성과 배제성을 생각하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정치적 행위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민주당은 나 의원의 드럼통 퍼포먼스에 대해 즉각 비판했다.


박경미 대변인은 공식 논평에서 “드럼통에 사람 하나 묻는다고 진실까지 묻을 수는 없다”는 나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해당 표현이 마치 야당 인사를 억압하거나 제거할 수 있다는 공포를 조장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이를 ‘공포 마케팅’ ‘공포 정치’로 명명하며 강하게 반발했고, 이는 단순한 퍼포먼스의 수준을 넘는 악의적 이미지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내란을 옹호할 것이 아니라, 위법한 계엄령에 맞서 한겨울 국회로 달려간 시민과 함께 장갑차를 막았어야 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태와 연계한 비판도 이어갔다.

넘길 수 없는
정치적 행위

민주당은 나 의원의 일련의 메시지와 퍼포먼스가 전형적인 ‘야당 악마화’ 전략이라며, 조기 대선 국면에서 반민주 세력의 이미지 구축 시도라고 분석한다.

온라인상에서도 나 의원의 드럼통 퍼포먼스는 순식간에 확산했고, 커뮤니티마다 상반된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보수 성향 누리꾼들은 “진실을 외치다가 죽어간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며 나 의원의 퍼포먼스를 지지했다. 하지만 “일베 밈을 정치인이 직접 빌린 것은 도를 넘은 행동”이라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는 “정치인이 대중문화 밈을 잘못 인용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다수 등장했다.

SNS에서는 “대중 정치인은 은유를 사용할 때는 기원이 어떤 배경으로부터 나왔는지 반드시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일부 이용자들은 나 의원이 해당 밈의 출처를 몰랐을 가능성도 제기했지만, 같은 날 그녀의 보좌진이 단톡방에 일베식 그림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이 역시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정치적 상징으로 드럼통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정치 언어의 품격과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논란이 확산하자 나 의원은 각종 방송 출연과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방송에 출연한 나 의원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이재명 전 대표가 드럼통으로 불린다”고 주장하며 “공포 정치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였다”고 강조했지만, 극우 커뮤니티서 사용하는 밈을 그대로 빌린 것에 대한 해명은 명확하게 내놓지 않았다.

각종 해석
붙고 붙고

특히, 나 의원 측 관계자가 국민임대주택을 조롱하는 드럼통 이미지도 기자단 단톡방에 공유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이 외에도 나 의원은 같은 날 시진핑 자료실 폐쇄를 촉구하며 서울대 캠퍼스를 방문했고, 연세대 차하얼 학회 문제를 언급하는 등 외교 및 국가 안보에 관련된 발언도 연이어 내놨다.


이날 일련의 움직임은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읽히지만, 극우 상징의 반복 사용은 중도층 유권자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정치인의 상징적 퍼포먼스는 늘 존재해 왔다. 하지만 나 의원의 드럼통 퍼포먼스는 그 기원이 대중 영화나 밈을 넘어 혐오와 비하의 상징으로 발전한 콘텐츠서 유래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상징을 넘어서는 메시지를 내포한다.

‘진실을 위해 목숨을 걸겠다’는 그의 주장과 퍼포먼스는 본인의 결기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지만, 표현 수단이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조롱적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한국 정치에서 인터넷 밈과 은유의 정치적 차용은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그것이 가진 문화적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활용됐을 때 부작용은 커진다. 이번 논란은 대선 국면에서 정치인이 어떤 언어와 상징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어떤 프레임이 형성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극우 커뮤니티서 사용되는 상징과 표현이 주류 정치 담론으로 확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 질문도 함께 남는다.

정치인의 언어·행동·이미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사례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축이지만, 정치인에게는 더 큰 책임이 따른다. 특히 공공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언어와 상징의 출처, 파급력, 사회적 맥락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나 의원의 드럼통 퍼포먼스는 상징이 전달하는 감정적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지만, 그 출처가 논란의 중심이 된 점은 정치 의사소통의 경계에 대한 중요한 경고로 작용한다.

정치인은 단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넘어, 어떤 메시지를 사회에 남길 것인지를 결정하는 이들이다. 나 의원의 퍼포먼스가 의도한 바와는 달리 많은 사람에게 위협, 조롱, 배제의 상징으로 읽혔다면, 정치적으로는 오히려 역효과일 수 있다.

이번 논란은 대선 정국에 앞서 상징 정치의 양날의 검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 이는 단순한 논쟁을 넘어, 정치 언어에 대한 성찰의 시작이 돼야 할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온라인 밈과 유행어를 빌리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그것이 갖는 기원과 맥락을 무시한 채 사용하는 것은 큰 위험을 동반한다. 일베 밈을 포함한 특정 커뮤니티 언어는 종종 사회적 갈등과 혐오를 기반으로 확산하며, 정치인이 이를 빌리면 대중은 해당 정치인의 세계관과 지향을 반영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나 의원의 드럼통 퍼포먼스는 그 경계를 명확히 드러낸 사건이다.

정치는 단지 표현이 아니라,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담보해야 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단어 하나, 상징 하나의 선택이 가져오는 파급력을 더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밈을 사용하는 정치가 효과적일 수 있지만, 때로는 그 대가가 크다는 사실이 이번 논란을 통해 재확인됐다.

막 갖다
쓰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웃음거리나 SNS 퍼포먼스를 넘어 정치인의 언어와 이미지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2025 조기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은 메시지의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과 상징, 그리고 그 배경까지도 함께 보고 판단하고 있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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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