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급 운동선수와 보디빌더를 둘러싸고 반복적으로 보이는 이슈가 있다. 바로 스테로이드 복용이다. 비단 선수들의 일만은 아니다. 취미로 몸을 가꾸는 이들도 근육 생성에 도움을 얻기 위해 암암리에 스테로이드 제제를 복용하곤 한다.
하지만 선수든 일반인이든 그 결말은 다르지 않다. 크고 작은 부작용을 경험하며 값비싼 대가를 치르거나 심하면 장기 손상으로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과거 이 물질을 연구한 학자들은 뛰어난 염증 완화 효과를 발견하고 ‘기적의 치료제’로 부르기도 했다.
실제로 현재도 염증 약으로 사용되고 있다. 스테로이드는 정확히 어떤 약일까? 그리고 어떻게 기적의 치료제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게 된 걸까?
<스테로이드 인류>는 총 네 장으로 구성됐다. 1장 ‘21세기 불로초’에서는 젊음의 회복을 꿈꾸며 개의 고환을 추출하고 자신의 몸에 투입한 학자 브라운-세카르의 연구서부터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발견, 그리고 경기력 향상을 위해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스포츠계 도핑의 역사 및 스캔들을 다룬다.
2장 ‘신에 도전한 물질’은 여성 호르몬 프로게스테론을 이용한 피임약 개발의 과정을 담았다. 산아제한 운동가로 잘 알려진 마거릿 생어, 여성참정권 운동을 펼쳤던 캐서린 매코믹, 그리고 독특한 전적을 가진 화학자와 의사가 최초로 피임이라는 신의 영역에 도전한 과정이 그려졌다.
그에 더해 프로게스테론에 주목하고 약용이 가능한 활성물질을 개발한 걸출한 화학자 러셀 마커, 로젠크란츠, 칼 제라시의 이야기는 약물 개발의 구체적 과정과 그 진수를 보여준다.
3장 ‘화학적 거세’에서는 또 다른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의 발견과 관련 물질을 화학적 거세에 사용한 역사를 풀어냈다. 화학적 거세의 의학적 방법이 어떻게 현재 ‘안드로겐 차단요법’이라는 이름으로 전립선암 치료에 이용되고 있는지도 알려준다.
또한 저자는 실제 사례들을 제시하며 성범죄 방지 및 예방에 있어 화학적 거세의 한계도 짚어내고 있다. 4장 ‘진화의 선물, 만병을 다스리다’는 염증을 치료하는 스테로이드인 부신피질 호르몬 코르티손에 대한 이야기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코르티손을 병사들에게 주입해 슈퍼파일럿을 만들려 한다는 낭설을 믿고 약물 개발에 나선 미국 정부의 일화서부터 코르티손을 관절염에 사용해 심각한 부작용을 발견한 연구자들의 우여곡절까지, 현재 효과적인 염증 치료제로 활용되는 코르티손에 얽힌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스테로이드 인류>서 저자는 또 한 번 갖가지 인물이 등장하는 의약품 개발 역사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스테로이드 연구를 둘러싸고 벌어진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읽는 이들은 스테로이드라는 약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책은 새로운 과학적 발견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찬 역사 속 인물들의 성취와 좌절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내 우리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 역시 제공해 준다. 익숙한 줄기의 과학 서사를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한다면 이 책이 독자들의 낯선 모험을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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