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가격도 저렴하고 실제 원료나 성분 명칭을 보니 약국서 판매하는 건강기능식품(건기식)과 크게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요.”
26일, 서울의 한 다이소 건기식 코너에서 가격과 제품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방문한 박모(33)씨가 건강기능식품 중 하나인 ‘밀크씨슬’을 손에 들고 건넨 말이다.
업계에 따르면 다이소는 지난 24일부터 전국 200개 대형 매장을 중심으로 영양제 등 건기식을 판매하고 있다. 그간 약국, 편의점, 올리브영 등을 주요 판매 지점으로 삼았던 제약회사들이 이번에는 다이소라는 새로운 유통망에 진입한 것이다.
현재 다이소에 건기식을 입점시킨 제약사는 대웅제약, 일양약품, 종근당건강 등 총 세 곳이다.
대웅제약이 선보인 제품은 밀크씨슬, 루테인, 멀티비타민미네랄, 비오틴, 칼슘, 철분, 콜라겐, 녹차카테킨 등 총 26종으로 다이소 판매 제약사 중 가장 많이 출시했다. 종근당건강의 경우 락토핏 골드(17포)와 루테인 지아잔틴 2품목을, 일양약품은 비타민C 츄어블정, 쏘팔메토 아연, 잇앤큐, 비타민C, 저분자 콜라겐 등 9개 제품을 판매한다.
다이소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기존 3~5개월분 단위로 판매되는 기존 건기식과 다르게 1개월분 소포장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다이소 균일가 정책에 맞춘 3000~5000원 선이다. 기존 약국서 파는 건기식이 2만5000원에서 3만원 사이였던 점을 고려하면, 6분의 1의 수준의 가격으로 건기식을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포장의 간소화, 부차적인 성분 제외, 대량 생산 등이 꼽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원료 소싱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서 대량 생산을 통해 비용을 최소화하고, 포장과 기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성분은 과감히 줄였다”고 설명했다.
제약업계가 다이소와 손잡고 유통망을 확장한 배경에는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이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일상 속에서 간편하게 건강 관련 제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증가한 점도 한 몫한다.
실제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건기식 구매 경험률은 전년 대비 0.9%p 증가했다. 특히, 20~40대 연령층의 구매율은 9.5%로 0.8%p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약업계는 다이소의 유통망을 활용해 기존 판매하던 제품과 동일한 성분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대로 판매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제약업계의 파격 행보는 약사들과의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다. 약사들은 편의점, 올리브영 등에 이어 다이소서도 건기식이 판매되면서 약국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일부 약사들 사이에선 다이소에 입점한 제약사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하겠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실제 약사 커뮤니티에서는 “대웅제약 보이콧할 것이다” “다이소 입점 제약회사들 남은 재고 소진하면 절대 재주문하지 않겠다” “대웅약 전문약 주문한 것 1000만원어치 반품했다” 등의 비판적 반응이 도배되고 있다.
반면, 소비자들은 “약사들이 뿔난 거 보면 약 효과는 확실한가 보네” “그동안 얼마나 남겨 먹었으면 저렇게 반발할까?” “가격 거품이 심했다는 걸 반증하는 셈이네” “성분 차이가 크지 않으면 구매해 볼 법하겠다” 등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이소의 박리다매식 건기식 판매가 과잉섭취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기식은 일반 의약품과는 달리 식품으로 분류돼 다이소 유통 판매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다만, 소비자가 충분한 복용 정보를 제공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건기식은 일일 권장섭취량을 초과할 경우 되레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식품안전정보원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2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건기식 이상 사례는 총 1966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 증상으로는 소화불량과 같은 위장관 증상이 44.6%, 가려움과 같은 피부 증상이 18.4%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외에 어지러움(13.1%), 가슴 답답(5,4%), 갈증 (2.4%) 등의 증상도 있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함유량이 적다고 해서 동일한 기능성 원료를 중복으로 섭취하는 등의 오·남용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며 “건기식 섭취 시 제품 표시 사항의 원료, 일일섭취량, 섭취 방법, 섭취 시 주의 사항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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