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걸리는’ 윤석열 거짓말 막전막후

앞뒤 안 맞는 새빨간 뻥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어떤 결론이 나든 대한민국의 2025년은 정치 갈등으로 얼룩질 모양새다.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8명의 재판관 손에 달려 있다. 재판관들은 대통령과 증인의 진술서 진실과 거짓을 밝혀야 한다. 누군가는 분명히 거짓을 말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탄핵 정국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재판관 2명이 퇴임하는 4월 전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 결론을 내놓을 기세다. 3월경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직접 출석
적극 방어

현재 윤 대통령의 신분은 혼재돼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는 이뤄졌지만 대통령 지위는 유지하고 있다. 헌재의 탄핵 심판 사건에서는 ‘피청구인’이며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기소되면서 ‘피의자’에서 ‘피고인’으로 전환됐다.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도 소용없는 내란죄 혐의로 생긴 일이다.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 3차 변론 때부터 직접 헌재에 출석해 방어권을 행사하고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 배경인 12·3 비상계엄 사태의 위헌‧위법성을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중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심판 사건 당시 한 차례도 직접 출석하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쟁점에 따라 엇갈리는 진술이다. 대통령 탄핵 심판은 헌정사에 몇 안 되는 일인 만큼 전 국민의 이목이 쏠려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서 주말마다 전국서 찬반 집회가 열릴 정도로 국민 여론도 첨예하게 나뉘었다. 헌재서 어떤 결론을 내려도 혼란을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헌재는 9건의 탄핵소추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정족수 권한쟁의심판, 마은혁 재판관 임명 관련 권한쟁의심판 등의 사건을 접수한 상태다. 사건의 진행 순서와 변론기일 일수 등 헌재의 일거수일투족에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헌정사상 유례없는 일이 벌어진 상황서 헌재의 결정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일의 핵심 배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헌재 재판관은 증인의 진술과 그에 대한 윤 대통령 측의 진술을 듣고 진실과 거짓을 가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의 주심을 맡은 정영식 재판관이 집요할 정도로 증인이 진술한 단어 하나까지 세세하게 확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의원→요원→인원
윤 “지시 안 했다”

실제로 정 재판관은 지난 6일 변론기일에 ‘증언의 신빙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증언이 달라지자 “법률가는 말이 달라지는 것에 따라 증언의 신빙성을 판단하게 된다”고 말한 것이다.

곽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인 지난해 12월4일 윤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언급하는 과정서 집중 질문을 받았다.

지난해 12월3일 오후 비상계엄 선포 이후 6시간 뒤인 4일 오전 국회의 의결로 해제될 때까지 윤 대통령의 언행은 탄핵 심판 사건의 핵심 쟁점이다. 특히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계엄군이 들어가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을 방해했다는 점이 인정되면 윤 대통령은 내란 혐의를 벗어나기 힘들다.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명시하면서도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1항)고 돼있다.

국회의 권한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부분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비상계엄 선포 이후 나온 포고령 1호에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김정원 헌재 당시 사무차장은 지난달 9일 국회서 열린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해 포고령 1호가 “현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답한 바 있다.

국회는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통과시켰다. 비상계엄에 동원된 군대, 경찰,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국무위원 등의 발언이 언론,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됐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대면, 유선 등을 통해 한 발언이 중점적으로 공개됐다. 해당 내용은 검찰의 공소장에 담겼다.

계엄 당시
언행 쟁점

윤 대통령은 일부 관련자의 말이 ‘거짓’이라는 입장이다.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으며 그들의 거짓말로 탄핵 정국이 시작됐다는 뉘앙스의 말을 주변인에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 선포 전 진행된 국무회의 관련 자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는 등 ‘물증’이 적어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더욱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탄핵 심판 5차 변론기일에는 ‘정치인 체포 지시’와 관련해 공방이 오갔다. 이날 헌재에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해 12월3일 윤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받은 인물이다.

홍 전 차장은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53분께 윤 대통령이 전화로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방첩사를 도우라. 싹 다 잡아들여라’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구체적 대상자, 목적어를 규정하지는 않았다. 누굴 잡아야 한다는 부분까지 전달받지 못했다. 그래서 방첩사령관(여인형)에게 전화했더니 체포 명단을 불러줘 메모지에 받아적었다”고 말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에게 건 전화 내용이 계엄과는 관계없는 얘기였다고 반박했다.

그는 “간첩 검거와 관련해 국정원에 수사권이 없으니 방첩사를 도와주라고 한 것이다. 국정원은 수사권이 없고 위치 추적을 할 수 없다.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홍 전 차장의 메모가 지난해 12월6일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에게 넘어가며 내란죄 등 모든 프로세스가 시작됐다”고 했다.

엇갈린 진술
재판관 판단?

윤 대통령이 언급한 메모에는 홍 전 차장이 비상계엄 당일 여 전 사령관에게 전해 들은 체포 대상자와 ‘검거 요청(위치 추적)’ 등의 문구가 담겼다. 해당 메모는 비상계엄 선포 8일 뒤인 지난해 12월11일 국회 대정부질문서 공개됐다.

홍 전 차장은 5차 변론기일에 “원본의 글씨를 알아보기 어려워 일부 내용을 보좌관에게 ‘정서’시켰다”고 주장했다.


곽 전 사령관이 윤 대통령에게 받았다는 ‘국회의원원을 끌어내라’는 지시에 대한 진실공방도 벌어졌다. 6차 탄핵심판 변론기일서 분명하게 입장차가 드러난 것이다. ‘의원’ ‘요원’ ‘인원’ 등의 논란이 해당 진술로부터 비롯됐다. 윤 대통령은 대상이 누구든 끌어내라는 지시 자체를 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곽 전 사령관은 이날 증인신문서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인 지난해 12월4일 오전 12시30분께 비화폰으로 전화를 걸어 “아직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말했다는 주장이다.

이때 ‘인원’을 본회의장 안에 있던 국회의원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에게 전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현장의 상황, 안전 문제, 이런 것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 전화했다”며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보고를 좀 받다가 그의 현재 위치를 확인한 뒤 수고하라고 한 뒤 전화를 바로 끊었다”고 증언했다.

앞서 4차 변론기일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곽 전 사령관의 ‘끄집어내라’는 증언의 대상을 ‘요원’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김 전 장관은 “군 병력 요원하고 국회 직원들하고 밀고 당기고 하면서 혼잡한 상황이 있었다”며 “잘못하다가 압사사고가 나겠다, 이러면 국민도 피해가 생기겠지만 장병들도 피해가 생기겠다고 생각해 일단 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진술의 신빙성 쟁점 될 듯
최종변론 후 2주면 나온다


다시 말해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에게 ‘인원’이라는 표현을 들었다고 주장하면서 ‘(국회)의원’으로 알아들었다고 증언한 것이고, 김 전 장관은 군인을 ‘요원’이라고 말했으며 윤 대통령은 ‘인원’이든 ‘의원’이든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곽 전 사령관이 ‘인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정 재판관이 진술의 신빙성을 언급한 것이다.

‘인원’ 표현을 두고 윤 대통령의 거짓말 논란도 불거졌다. 윤 대통령은 “인원이라고 얘기를 했다는데 저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놔두고, 의원이면 의원이지 인원이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일 변론서도 여러 차례 ‘인원’ 표현을 쓰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거짓말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11일 열린 7차 변론기일에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한 단전·단수 관련 발언도 진실공방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실 집무실 탁자 위에 있는 쪽지를 멀리서 본 적이 있는데 그 쪽지 중에 소방청 단전·단수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말했다.

소방청장에게 전화한 이유에 대해서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꼼꼼히 챙겨달라고 당부한 것일 뿐, 언론에 나온 것처럼 단전·단수를 지시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상민 전 장관은 대통령에게 계엄 당시 언론사 등 특정 건물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를 받은 바도 없으며, 지시한 사실도 없음을 명확하게 증언했다”고 밝혔다.

또 허석곤 소방청장이 국회 행안위에 출석해 “단전·단수 지시가 명확하게 있었던 건 아니고 경찰 협조가 있으면 협조해주라는 것이었다”고 한 발언을 언급하면서 “언론을 통해 허 청장의 답변이 단전·단수를 지시한 것으로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기사회생?
조기 대선?

앞서 헌재는 최종 변론 이후 노 전 대통령은 14일, 박 전 대통령은 11일 만에 결론을 내렸다. 2주를 넘기지 않은 셈이다. 윤 대통령의 직무 복귀와 조기 대선 등 헌재의 판결에 따라 두 갈래 길 중 한쪽이 결정된다. 이제 헌재의 판단만 남았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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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