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2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서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내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끌어낼 것을 지시했다”고 증언하면서 ‘제2의 바이든-날리면’식 궤변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날 발언은 위증 시비를 넘어 ‘헌재 농단’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김 전 장관은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4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대통령 측의 “오히려 ‘사상자가 생길 수 있으니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빼내라’고 한 것이죠?”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의원과 요원의 발음이 유사해 군 지휘관들이 이를 오인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자 국회 측 탄핵소추단은 “바이든-날리면 2탄이냐”며 “앞뒤가 안 맞는다”고 즉각 반발했다.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사건은 2022년 9월, 윤 대통령의 미국 뉴욕 방문에서 시작됐다.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참석차 뉴욕을 찾은 윤 대통령은 “국회서 이 XX들이 승인 안 OOO OOOO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했고, 이는 방송 기자단의 카메라에 음성과 함께 고스란히 담겼다.
MBC는 이 발언을 “미국 국회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보도해 파장이 일었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실 대변인을 맡고 있던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의 실제 발언은 “(한국)국회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였다”고 주장하며 MBC 보도에 반박했다.
이후 법원은 MBC의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판결했다.
당시에도 윤 대통령 발언의 진위 여부를 두고 해석이 엇갈렸던 만큼, 김 전 장관의 의원 아닌 요원 발언 역시 논란을 낳고 있다. 특히, 그의 증언은 앞서 군 사령관들의 진술과 정면으로 배치돼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지난달 6일,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국회의원을 밖으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 외에도 곽 전 사령관은 국회에 증인으로 여러 번 출석하면서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했다”고 반복적으로 말했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역시 같은 내용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더욱이 김 전 장관의 주장은 그를 직접 조사한 검찰 수사 결과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작년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 아홉 차례가량 참모들에게 ‘계엄’ ‘비상대권’ ‘비상조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공소장엔 윤 대통령이 계엄 당시 곽 전 사령관에게 “아직 국회 내에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국회 안으로 들어가서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라”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내용이 적시돼있다.
검찰은 계엄 당일 윤 대통령이 이 전 수방사령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국회의원 1명씩 들쳐 업고 나오게 하라”고 지시했으며, 당시 의결정족수에 가까워지자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김 전 장관의 증언이 여러 진술 및 정황과 배치됨에 따라, 법조계에선 위증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그는 헌재 심판정에 들어서기 전 심문에 앞서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겠다”고 증인 선서까지 했다. ‘헌재 농단’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위증죄의 성립 요건이다. 법률에 따라 법정에서 진실만을 이야기하겠다고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함으로써 성립하는 위증죄는 단순히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진술이 아닌, ‘증인이 자신의 기억과 다른 내용을 진술한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판례).
즉, 증언이 결과적으로 거짓이더라도 자신의 기억대로 진술했다면 위증죄가 성립하지 않지만, 반대로 참인 내용이라도 자신의 기억과 다르게 진술하면 위증죄가 성립할 수 있다.
김 전 장관의 의원이 아닌 요원이었다는 주장이 과연 그의 실제 기억에 부합하는 진술인지, 아니면 위증의 벌을 피하기 위한 고도의 계산된 발언인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 같은 정황들을 종합해 볼 때, 김 전 장관의 발언은 향후 더욱 큰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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