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윤, 강제구인은 망신주기” 주장 억지인 이유

지난 15일 이후 출석 요구 거부 중
공수처 “대면·방문조사는 미검토”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1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강제구인 시도에 대해 “망신주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책회의서 “윤 대통령을 포함해 주요 인물들이 모두 구속됐고, 윤 대통령은 진술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며 “공수처는 부당한 강제구인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공수처가 이렇게(강제구인)까지 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고 수사에 실익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결국 망신주기에 불과한 것”이라며 “오늘 탄핵 심판 출석이 예정된 상황서 공수처 강제구인으로 불출석하게 되면 그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권 원내대표의 주장처럼 이날 오후 2시엔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3차 변론이 예정돼있다. 윤 대통령은 헌재 탄핵 심판에 출석해 비상계엄 선포 배경 및 정당성 등에 대해 헌재 재판관들에게 직접 구두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의 이 같은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공수처는 헌재 탄핵 심판 2차 변론기일이었던 지난 16일에 단 한번 소환을 요구했으나 이후로는 헌재 변론기일에 해당되는 날엔 출석을 요구하지 않았다. 자칫 권 원내대표의 주장은 마치 공수처 때문에 윤 대통령이 헌재 탄핵 심판 절차에 참석하지 못해 불필요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엄연히 사실과 다르다. 


또 피의자의 반복적인 수사기관 출석 거부 및 진술을 거부하는 행태가 적절한 처사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피의자가 출석 요구를 거부하고 있으니 수사기관 입장에선 신병을 확보해 조사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그의 주장처럼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여당의 원내대표 입장에선 반복적인 강제구인 시도가 다소 ‘망신주기’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정해진 절차대로 집행 중인 수사기관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다수다.

일각에선 선후관계가 뒤바뀐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피의자가 수차례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으니 강제구인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논리다. “수사에 실익이 없다”는 발언도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수사의 실익 여부는 정부여당 원내대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닌 어디까지나 수사기관의 몫이라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가 관계자는 “수사기관의 주체는 공수처고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출석을 요구하고 있는데 피의자가 불응하는 것은 사법시스템을 따르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면서도 “수사관의 질문에 어떤 식으로든 진술을 내놓거나 출석 후 거부권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진술거부권은 형사소송법상 피의자가 신문에 대해 진술하지 않거나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진술을 거부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으며 진술거부권 포기한 후의 진술은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또 신문 시엔 변호인을 대동해 조력받을 수도 있다.

헌법 제12조2항에도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는다’고 보장돼있다.

‘강제구인이 부당하다’는 주장의 기저엔 대면조사나 방문조사를 요구하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비록 피의자긴 하지만, 현직 대통령인 만큼 그에 준하는 예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수처는 공수처 청사 내 조사 외엔 가급적 다른 방식은 염두에 두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현직 대통령 신분이기는 하지만, 피의자를 조사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의무”라며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응할 의사가 없더라도 조사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금 상태의 피의자와 변호인은 수사기관에 출석해 조사받는 게 원칙”이라며 “서면조사 부분은 현재 검토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 1차 변론기일(지난달 27일)에는 “공수처의 체포영장이 집행 중”이라며 신변 안전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2차 변론기일(지난 16일)에는 체포영장이 집행돼 출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추후 헌재 탄핵 심판 변론기일은 4차(오는 23일), 5차(내달 4일), 6차(6일) 및 7차(11일), 8차(13일)까지 각각 예정돼있으며 6·7·8차의 경우 오전 10시부터 하루 종일 마라톤 심리로 진행된다.

앞서 지난 20일 오후 9시54분께 공수처는 서울구치소에 검사 및 수사관을 보내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 구인을 시도했으나 지속적인 거부로 이뤄지지 못했다. 공수처에 따르면 이날 검사 및 수사관 6명은 오후 9시에 인권보호 규정에 따라 강제 구인을 중단했다.

같은 날 오후 3시께에도 검사 및 수사관을 서울구치소로 보내 윤 대통령에 대한 구인을 시도했다. 하지만 대변인단의 거부로 장시간 대치가 이뤄졌다가 결국 불발됐고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까지 정부과천청사 소재의 공수처 출석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이후 공수처는 입장문을 통해 “피의자에 대해 재강제구인 등을 포함한 형사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공지했다.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은 지난 16·17·19일 소환 요구에도 불응했으며 체포됐던 지난 15일 첫 피의자 조사에서도 모든 질문에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일절 답하지 않았다.

지난 15일 체포됐던 윤 대통령은 공수처 첫 조사 당시 “계엄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며 사법적으로 판단할 영역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진술 후로는 그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이후 지난 19일, 서울서부지법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경기도 의왕시 소재의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윤 대통령의 ‘조사 버티기’ 전략에 따라, 공수처 입장에선 조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 윤 대통령의 구금 기간이 오는 28일자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수사는 체포 시점부터 한 차례 연장 포함 최대 20일까지 가능하다.

한번 연장할 경우 내달 7일까지로 다소 늘어나기는 하지만, 장기간의 설 명절 연휴가 끼어 있는 만큼 실제 조사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한편 지난 20일,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증거인멸 우려 등을 감안해 서신 수·발신 금지 결정서를 서울구치소에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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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