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물주' 김재철의 '마지막 로비' 의혹 논란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0.17 09: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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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완벽한 ‘박정희 코스프레’를 위하여…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MBC가 2대 주주인 정수장학회에 대한 기부금을 증액했다. 정수장학회는 이렇게 확보한 자금을 ‘박정희 미화사업’에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제는 공영방송 MBC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공영방송이 특정 대선후보와 관련 있는 일에 동원됐다면 정치권에 일 파장은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 MBC는 정수장학회의 ‘쌈짓돈’ 금고일까. 쏟아지는 관련 논란과 의혹을 <일요시사>가 세세히 짚어봤다. 

논란의 주인공은 김재철 MBC 사장이다. 먼저 사태 파악을 위해선 정수장학회와 MBC의 관계를 짚어봐야 한다. 정수장학회는 MBC 주식 30%(6만주)를 소유한 2대주주인 동시에 <부산일보>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MBC는 배당금 명목으로 매년 3천만원을 정수장학회에 지급한다. 문제는 MBC가 기부금 명목으로 정수장학회에 제공하는 돈. 이 기부금의 규모는 매년 20억원에 이른다.

기부금 이례적 증액
그 배경은 무엇?

2002년 13억원, 2003년 17억원에 이르던 기부금은, 정치권에서 기부금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른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20억원으로 고정됐다. 그런데 2011년에는 6월30일과 9월30일 두 차례로 나눠 각각 10억 7500만원씩 모두 21억 5000만원을 정수장학회에 장학금 명목으로 기부했다. 

MBC는 왜 지난해에 1억5000만원을 더 지원했던 것일까. 기부금 증액이 MBC 이사회에서 결정된 시점은 지난해 5월4일, 방문진이 김재철 사장의 연임을 확정한 것은 같은 해 2월16일의 일이다. 다시 말해 김 사장이 연임에 극적으로 성공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부금 증액이 이루어진 것이다.

일각에선 이 기부금이 ‘박정희 미화사업’에 지원된 비용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정수장학회의 박정희 미화사업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집 발간 등이다. 이 사업계획은 1년 전부터 예정됐던 것이다. 지난해 9월21일 열린 정수장학회 이사회 회의록에도 실마리가 남아있다. 당시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내년에 (정수장학회) 창립 50주년을 맞이합니다. 설립자이신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을 구상하고 있던 중에, 출판사 ‘기파랑’에서 박 대통령의 일생을 조명할 수 있는 사진집을 출판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지원을 요청해왔습니다. 1억5천만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만 1억원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MBC, ‘박정희 출판물’ 위해 기부금 증액?
장학금·동창회보 인쇄비까지 MBC가 지원

이에 김덕순 정수장학회 이사는 “박정희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설립자의 업적을 알리는 좋은 기회도 될 듯하다”고 호응했고, 이사진 전원 만장일치로 1억원 지원을 의결했다.

정수장학회 50주년에 맞춰 오는 11월 중 발간 예정인 사진집은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박정희>(가제)다.
도서출판 기파랑은 <조선일보> 편집인과 방일영문화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안병훈씨가 지난 2006년 퇴임 이후 설립한 출판사다.

그는 2007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으며 강창희 국회의장, 김용환·최병렬·김용갑 새누리당 상임고문, 현경대 전 의원 등과 함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멘토그룹인 ‘7인회’에도 속해 있다.

‘김재철 사장의 박정희 회고사진집 출판비용 제공 의혹’을 제기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비례대표)은 이와 관련 “결국 김재철 사장은 적어도 MBC 이사회 이전에 안병훈 기파랑 대표 또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부터 출판사업과 관련해 지원요청을 받았으며, 이에 따라 1억5000만원을 더 정수장학회 기부금으로 책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정희 선양사업에
공영방송 ‘이용’

그러면서 배 의원은 “MBC가 이처럼 정수장학회의 ‘쌈짓돈’ 금고역할을 하면서 박 전 대통령을 기리는 이른바 ‘선양사업’에 돈을 댄 것은 또 있다”고 꼬집었다. 바로 베트남의 200여 명의 장애우 및 고엽제 피해 자녀들에게 지원하는 장학금이다.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은 지난 2007년 베트남을 방문했을 당시 현지 NGO총연합회인 ‘국민원조대외조정위원회(PACCOM)’의 지원요청을 받고 이를 2008년부터 MBC에 요구해 매년 2만달러를 지원 받은 뒤 이를 정수장학회 명의로 전달하고 있다.

당시 최 이사장은 2008년 10월31일 베트남에서 장학금을 전달하면서 “베트남에서도 정수장학회의 설립자인 고 박정희 대통령과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공부해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많은 인재들이 배출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배 의원은 “이는 사실상 선양사업에 장학사업을 활용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며 “정수장학회는 또 2011년부터 MBC로부터 2만달러를 추가로 지원 받아 베트남교육진흥기금(VFPE)에 전달하고 있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뿐만 아니라 MBC는 정수장학회 졸업생 모임의 회보 발간비까지 부담하고 있다. MBC는 정수장학회 졸업생 모임인 상청회 회보 발간비로 2009년과 2010년에 총 450만원의 인쇄비를 지원했다.

이와 관련 노웅래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달 11일 교육·사회·문화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수장학회가 자신들의 사적용도로 MBC를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MBC가 정수장학회 동창회마저도 챙겨야 하는 현실이라면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남의 재산 강탈해
설립한 장물?

야당 측은 정수장학회를 두고 유신독재의 ‘장물’이라고 말한다. 부산의 언론인이자 기업가, 국회의원을 지냈던 김지태씨로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강탈해간 게 오늘날 정수장학회라는 것이다. 김씨의 유가족들은 강탈당한 정수장학회를 되찾기 위해 오랜 기간 끈질긴 법적 투쟁을 벌여왔다.

유족 측은 “박정희는 당시 문화방송 주식 2만주(발행 주식의 100%), 부산문화방송 주식 1만3100주(65.5%), <부산일보> 주식 2만주(100%), 부일장학회 자산으로 만들었던 토지 10만평을 ‘헌납’이라는 명목으로 강제적으로 빼앗아 갔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후보 측과 정수장학회는 “부정축재 혐의를 받던 김지태씨가 구명을 위해 자진 헌납한 재산”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수장학회의 명칭은 3번 바뀌었다. 김지태씨가 설립한 부일장학회를 5·16군사쿠데타 이후 박 전 대통령이 ‘5·16장학회’로 개명한 후, 박 전 대통령의 ‘정’과 육영수 여사의 ‘수’를 따서 정수장학회가 됐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정수장학회의 실소유주이자 이사장으로 재직했다. 그러나 재단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자 이사장직을 사임했고, 이후 박정희 의전공보관 출신이자 박근혜 사조직인 미래연합 운영위원이었던 최필립 전 리비아 대사가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정수장학회는 박 후보가 사실상 실소유자라는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헌납’과 ‘강탈’ 장물 논란 속, 박 후보는?
MBC 민영화 시 정수장학회 소유가능성↑

이런 가운데 지난 5일에는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이사장 재직 당시 불법적으로 11억여원을 받았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국회 교과위 소속 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날 교육과학기술부 국정감사에서 “정수장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1995년부터 2005년까지 모두 11억3720만원을 실비 보상 명목으로 지급 받았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는 상근임직원 외에는 보수를 지급할 수 없도록 한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불법행위라고 설명했다. 장학재단인 정수장학회는 공익법인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정수장학회는 박 후보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게 틀림없어 보인다.

또한 MBC는 올해 정수장학회 기부금 규모를 지난해보다 6억 증액한 27억5천만원을 지급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재철 사장의 ‘마지막 로비’가 아니겠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퇴진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은 지 오래인 데다가 정권 말기, 이에 김 사장이 자신의 입지와 관련 있는 박 후보에게 일종의 보험금 성격으로 준 돈이 아니냐는 것이다.

민영화가 해법?
누구 좋으라고…

이에 대해 MBC 측은 “2011년의 경우 경영실적이 굉장히 좋았고, 영업이익도 780억원에 달했다”며 “정수장학회 기부금이 20억원으로 묶여온 상황에서 그 액수가 너무 적은 게 아니냐는 의견이 반영되었다고 보면 됐다”고 해명했다.

하루도 바람 잘날 없는 MBC를 두고 ‘민영화가 답’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공영방송’이라는 미명 하에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하고 장기파업 등 문제적 방송사로 찍힌 탓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MBC 지분을 통째로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지분을 쪼개 분할매각하는 방식으로 민영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결국 30%의 지분을 가진 정수장학회가 MBC의 실소유주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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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