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물주' 김재철의 '마지막 로비' 의혹 논란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0.17 09: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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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완벽한 ‘박정희 코스프레’를 위하여…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MBC가 2대 주주인 정수장학회에 대한 기부금을 증액했다. 정수장학회는 이렇게 확보한 자금을 ‘박정희 미화사업’에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제는 공영방송 MBC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공영방송이 특정 대선후보와 관련 있는 일에 동원됐다면 정치권에 일 파장은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 MBC는 정수장학회의 ‘쌈짓돈’ 금고일까. 쏟아지는 관련 논란과 의혹을 <일요시사>가 세세히 짚어봤다. 

논란의 주인공은 김재철 MBC 사장이다. 먼저 사태 파악을 위해선 정수장학회와 MBC의 관계를 짚어봐야 한다. 정수장학회는 MBC 주식 30%(6만주)를 소유한 2대주주인 동시에 <부산일보>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MBC는 배당금 명목으로 매년 3천만원을 정수장학회에 지급한다. 문제는 MBC가 기부금 명목으로 정수장학회에 제공하는 돈. 이 기부금의 규모는 매년 20억원에 이른다.

기부금 이례적 증액
그 배경은 무엇?

2002년 13억원, 2003년 17억원에 이르던 기부금은, 정치권에서 기부금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른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20억원으로 고정됐다. 그런데 2011년에는 6월30일과 9월30일 두 차례로 나눠 각각 10억 7500만원씩 모두 21억 5000만원을 정수장학회에 장학금 명목으로 기부했다. 

MBC는 왜 지난해에 1억5000만원을 더 지원했던 것일까. 기부금 증액이 MBC 이사회에서 결정된 시점은 지난해 5월4일, 방문진이 김재철 사장의 연임을 확정한 것은 같은 해 2월16일의 일이다. 다시 말해 김 사장이 연임에 극적으로 성공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부금 증액이 이루어진 것이다.

일각에선 이 기부금이 ‘박정희 미화사업’에 지원된 비용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정수장학회의 박정희 미화사업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집 발간 등이다. 이 사업계획은 1년 전부터 예정됐던 것이다. 지난해 9월21일 열린 정수장학회 이사회 회의록에도 실마리가 남아있다. 당시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내년에 (정수장학회) 창립 50주년을 맞이합니다. 설립자이신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을 구상하고 있던 중에, 출판사 ‘기파랑’에서 박 대통령의 일생을 조명할 수 있는 사진집을 출판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지원을 요청해왔습니다. 1억5천만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만 1억원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MBC, ‘박정희 출판물’ 위해 기부금 증액?
장학금·동창회보 인쇄비까지 MBC가 지원

이에 김덕순 정수장학회 이사는 “박정희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설립자의 업적을 알리는 좋은 기회도 될 듯하다”고 호응했고, 이사진 전원 만장일치로 1억원 지원을 의결했다.

정수장학회 50주년에 맞춰 오는 11월 중 발간 예정인 사진집은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박정희>(가제)다.
도서출판 기파랑은 <조선일보> 편집인과 방일영문화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안병훈씨가 지난 2006년 퇴임 이후 설립한 출판사다.

그는 2007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으며 강창희 국회의장, 김용환·최병렬·김용갑 새누리당 상임고문, 현경대 전 의원 등과 함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멘토그룹인 ‘7인회’에도 속해 있다.

‘김재철 사장의 박정희 회고사진집 출판비용 제공 의혹’을 제기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비례대표)은 이와 관련 “결국 김재철 사장은 적어도 MBC 이사회 이전에 안병훈 기파랑 대표 또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부터 출판사업과 관련해 지원요청을 받았으며, 이에 따라 1억5000만원을 더 정수장학회 기부금으로 책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정희 선양사업에
공영방송 ‘이용’


그러면서 배 의원은 “MBC가 이처럼 정수장학회의 ‘쌈짓돈’ 금고역할을 하면서 박 전 대통령을 기리는 이른바 ‘선양사업’에 돈을 댄 것은 또 있다”고 꼬집었다. 바로 베트남의 200여 명의 장애우 및 고엽제 피해 자녀들에게 지원하는 장학금이다.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은 지난 2007년 베트남을 방문했을 당시 현지 NGO총연합회인 ‘국민원조대외조정위원회(PACCOM)’의 지원요청을 받고 이를 2008년부터 MBC에 요구해 매년 2만달러를 지원 받은 뒤 이를 정수장학회 명의로 전달하고 있다.

당시 최 이사장은 2008년 10월31일 베트남에서 장학금을 전달하면서 “베트남에서도 정수장학회의 설립자인 고 박정희 대통령과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공부해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많은 인재들이 배출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배 의원은 “이는 사실상 선양사업에 장학사업을 활용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며 “정수장학회는 또 2011년부터 MBC로부터 2만달러를 추가로 지원 받아 베트남교육진흥기금(VFPE)에 전달하고 있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뿐만 아니라 MBC는 정수장학회 졸업생 모임의 회보 발간비까지 부담하고 있다. MBC는 정수장학회 졸업생 모임인 상청회 회보 발간비로 2009년과 2010년에 총 450만원의 인쇄비를 지원했다.

이와 관련 노웅래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달 11일 교육·사회·문화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수장학회가 자신들의 사적용도로 MBC를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MBC가 정수장학회 동창회마저도 챙겨야 하는 현실이라면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남의 재산 강탈해
설립한 장물?

야당 측은 정수장학회를 두고 유신독재의 ‘장물’이라고 말한다. 부산의 언론인이자 기업가, 국회의원을 지냈던 김지태씨로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강탈해간 게 오늘날 정수장학회라는 것이다. 김씨의 유가족들은 강탈당한 정수장학회를 되찾기 위해 오랜 기간 끈질긴 법적 투쟁을 벌여왔다.

유족 측은 “박정희는 당시 문화방송 주식 2만주(발행 주식의 100%), 부산문화방송 주식 1만3100주(65.5%), <부산일보> 주식 2만주(100%), 부일장학회 자산으로 만들었던 토지 10만평을 ‘헌납’이라는 명목으로 강제적으로 빼앗아 갔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후보 측과 정수장학회는 “부정축재 혐의를 받던 김지태씨가 구명을 위해 자진 헌납한 재산”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수장학회의 명칭은 3번 바뀌었다. 김지태씨가 설립한 부일장학회를 5·16군사쿠데타 이후 박 전 대통령이 ‘5·16장학회’로 개명한 후, 박 전 대통령의 ‘정’과 육영수 여사의 ‘수’를 따서 정수장학회가 됐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정수장학회의 실소유주이자 이사장으로 재직했다. 그러나 재단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자 이사장직을 사임했고, 이후 박정희 의전공보관 출신이자 박근혜 사조직인 미래연합 운영위원이었던 최필립 전 리비아 대사가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정수장학회는 박 후보가 사실상 실소유자라는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헌납’과 ‘강탈’ 장물 논란 속, 박 후보는?
MBC 민영화 시 정수장학회 소유가능성↑

이런 가운데 지난 5일에는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이사장 재직 당시 불법적으로 11억여원을 받았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국회 교과위 소속 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날 교육과학기술부 국정감사에서 “정수장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1995년부터 2005년까지 모두 11억3720만원을 실비 보상 명목으로 지급 받았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는 상근임직원 외에는 보수를 지급할 수 없도록 한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불법행위라고 설명했다. 장학재단인 정수장학회는 공익법인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정수장학회는 박 후보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게 틀림없어 보인다.

또한 MBC는 올해 정수장학회 기부금 규모를 지난해보다 6억 증액한 27억5천만원을 지급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재철 사장의 ‘마지막 로비’가 아니겠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퇴진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은 지 오래인 데다가 정권 말기, 이에 김 사장이 자신의 입지와 관련 있는 박 후보에게 일종의 보험금 성격으로 준 돈이 아니냐는 것이다.


민영화가 해법?
누구 좋으라고…

이에 대해 MBC 측은 “2011년의 경우 경영실적이 굉장히 좋았고, 영업이익도 780억원에 달했다”며 “정수장학회 기부금이 20억원으로 묶여온 상황에서 그 액수가 너무 적은 게 아니냐는 의견이 반영되었다고 보면 됐다”고 해명했다.

하루도 바람 잘날 없는 MBC를 두고 ‘민영화가 답’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공영방송’이라는 미명 하에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하고 장기파업 등 문제적 방송사로 찍힌 탓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MBC 지분을 통째로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지분을 쪼개 분할매각하는 방식으로 민영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결국 30%의 지분을 가진 정수장학회가 MBC의 실소유주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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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