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차 조사 내내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데 이어 16일 2차 조사를 아예 거부하고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공수처 흔들기’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오전 “어제 충분히 입장을 얘기했기 때문에 더 이상 조사받을 게 없다”고 밝혔다.
당초 공수처는 윤 대통령 측이 이날 오전 예정된 조사를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오후로 연기해 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오후 2시에 재조사에 나설 예정이었다.
앞서 전날 조사에서 윤 대통령은 성명, 직업 등 간단한 인적 사항과 관련된 질문조차 답하지 않고, 영상 녹화와 조서 열람 및 날인도 모두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 본인이 날인하지 않은 신문조서는 향후 재판에서도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간 윤 대통령이 공수처의 수사권에 대해 불법적이라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해 온 만큼, 이번 조사 거부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에 ‘공수처의 체포는 위법하다’며 체포적부심도 청구했다. 당초 석동현 변호사가 “체포적부심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것과는 다르게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그간 공수처의 수사권부터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한 걸 문제 삼았던 윤 대통령이 체포적부심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것도 재차 공수처 수사의 불법성을 주장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가 지지자들을 규합해 이후에 벌어질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검찰의 내란 혐의 수사 과정 전체에 대한 불복 의지를 보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2차 조사까지 거부하면서 사실상 ‘조사 거부 방침’을 명확히 한 이상, 앞으로 추가 강제수사 여부를 포함한 후속 조치를 더욱 신중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일부 법조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무리하게 강제력을 행사해 수사를 진행하기보단 일단 법원의 판단을 지켜본 뒤, 절차대로 원칙적인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 법조계 전문가는 “공수처가 강제로 윤 대통령을 인치해 2차 조사에 나선다면 불법 수사라는 대·내외적 이미지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체포적부심이 진행된다고 해서 조사를 못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저희 측에서는 오후 2시까지 나와달라고 한 상황으로, 일단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불출석할 경우)그때 가서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에 불응할 경우 강제 인치할 방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강제 인치가 가능한 것으로 안다. 정확한 규정은 한번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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