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통계> '황당' 연인간 맞춤법 실수담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0.19 20: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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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도 모르다니…정말 싫다 싫어”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가장 쉽고도 어려운 맞춤법. 카카오톡을 비롯한 모바일 메신저가 음성통화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어긋난 맞춤법 지식이 들통 나는 상황이 빈번하다. 그렇다면 2030 미혼남녀들은 상대방의 맞춤법 실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연인의 맞춤법 실수는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긴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인터넷, SNS 매체의 특성에 따른 축약형 표현이나 신조어 등이 아닌 애초부터 잘 못 알고 사용하는 듯한, 자주 보이는 실수들은 있던 애정까지 식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각하고 진지한 내용의 글을 전달하면서 맞춤법 실수를 한다면 정말 낭패다.

앗! 이거 아닌데

소셜데이팅서비스 이츄가 20∼30대 미혼남녀 1249명(남 640명, 여 609명)을 대상으로 ‘맞춤법과 호감도의 상관관계’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맞춤법을 틀리는 이성에 대해 ‘편하게 쓰는 것은 괜찮지만, 몰라서 틀리는 것은 싫다(남 65.2%, 여 78.3%)’라고 답했다.

이어 남성 응답자의 30%는 ‘아예 몰라도 상관 없다, 모르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라며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입장을 보였지만, 여성들의 16.6%가 ‘호감 이미지에 찬물 끼얹는 느낌, 무조건 확 깬다’ 고 답해 맞춤법 실수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한모(30·남)씨는 “사소한 맞춤법오류는 애교로 담담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문자를 주고받거나 편지 주고받을 때, 글 마다 맞춤법이 엉망이고 대부분이 오타인 것은 참을 수 없다”며 “사소한 것이 반복되다 보면 한심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그 사람 자체가 안타까워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박은영(29·여)씨는 “솔직히 심하게 맞춤법 틀리는 사람들은 대개 말이나 글에도 내용이나 깊이가 없고 결국 뭐랄까 상대를 존경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며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꼭 잘생기고 잘난 배경들만 보는 것은 아니다. ‘좋아한다’는 성분에는 ‘상대를 존경하고 믿는다’는 그런 의미도 포함되는데 그런 면에서 맞춤법이 심하게 틀리고 말과 글에 깊이가 없다면 그 상대와는 깊은 사랑을 주고받기 어려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성이 맞춤법 실수를 해 호감이 식었던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남성 응답자의 71.4%가 ‘경험이 없다’고 답했지만 여성들의 65.5%는 ‘경험이 있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직장인 김모(26·여)씨는 “남자친구는 아니고 현재진행형으로 연락하는 남자가 있었는데 ‘?가락’ 이라고 해 기겁해서 끝낸 적이 있다”며 “이런 사람을 만나다간 청첩장을 보낼 때도 ‘겨론합니다’라고 찍어 보낼 것 같은 느낌이었다. ‘꽃’을 ‘?’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던데…. 나도 완벽하진 않겠지만 어이없는 맞춤법 실수는 정말 정떨어진다”고 말했다.

미혼남녀, 맞춤법 틀리는 이성에 호감 떨어져
“우리 예기 좀 할까?”…“감기 빨리 낳으세요!”

‘애인이라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맞춤법 오류’로 지적된 표현들은 남녀의 응답이 크게 엇갈리지 않았다. 남성의 21.3%와 여성의 25.5%가 ‘병이 낫다’를 ‘낳다’라고 표기했을 때를 1위로 꼽았다.

이어 남성들은 ‘얘기’를 ‘예기’(15.3%)로 잘못 쓴 표현과 ‘무난하다’를 ‘문안하다’(14.7%)로, ‘안 해’를 ‘않 해’로, ‘어이없다’를 ‘어의없다’(8.6%) 등을 참을 수 없는 맞춤법 실수라고 답했다.

여성들의 경우 ‘병이 낳다’에 이어 ‘문안하다’(15.6%), ‘않 해’(13.8%), ‘예기’(12.2%), 남녀의 ‘연예’(10%) 등을 용서하기 힘든 남자친구의 맞춤법 실수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틀린 맞춤법 표현을 발견했을 때의 대처법’은 어떨까. 남녀 모두 ‘모른 척 넘어간다’(남 91.1%, 여 83.1%)는 답변을 가장 많이 선택해 호감도와 상관없이 상대의 기분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학생 황모(27·남)씨는 “학벌도 좋은 여자친구의 잦은 맞춤법 실수가 너무 신경쓰인다”며 “실망감이 커지는 것 보다 이것을 말을 해줘야 하나, 모른 척 해야 하나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이 가운데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여친이 국어교사?’라는 제목으로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에게 직접 쓴 편지가 게재돼 화제를 낳았다. 편지에는 매번 맞춤법을 틀리는 남자친구를 위해 마음먹고 맞춤법 강의와 같이 쓴 글이 담겨 있다.

여자 친구는 편지글에서 “오늘의 주제는 맞춤법”이라며 “일부러 지나가면서 농담조로 말해줘도 제대로 새겨듣지 않고 그냥 넘겨버려서 말이야”라며 글을 썼다. 이어 “가끔 진지하게 심각하게 싸우거나 얘기할 때도 맞춤법 틀린 거 보면 안쓰러워”라며 맞춤법 강의를 시작했다. 평소 남자친구가 자주 헷갈려하던 ‘않’과 ‘안의 차이점과 올바른 사용법을, 그리고 ‘어떻게’와 ‘어떡해’를 세세하게 구분했다.

해당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여자친구가 참 현명하다’, ‘평소 얼마나 안 지켜서 답답했으면 손편지까지 썼을까’, ‘내 남자친구에게도 저렇게 가르쳐줘야 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실수로 이별까지?

오미경 이츄 팀장은 “바른 언어 사용이 이성 간의 호감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여성들이 맞춤법 오류에 대해 더 민감하기 때문에 호감 이성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언어(문자) 파괴가 심각한 요즘. 맞춤법 실수는 작은 실수일지 몰라도 여러 번 반복될 경우 이별을 고민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관계가 편해질수록 또 바쁜 일정 때문에 서로에게 소원해지는 시기일수록 더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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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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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