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남녀공학 전환 반대로 요약되는 ‘동덕여대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학교 측과 학생들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9일째 이어지는 시위로 인해 현재 학교는 정상적인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총학생회를 포함한 학생들은 학교 측의 비민주적인 태도가 이 같은 시위를 야기했다며 여전히 맞서는 입장이다. 이에 학교 측은 학생들의 불법점거 시위에 대한 강경 대응 입장을 명확히 했다.
동덕여대는 지난 18일 학교 홈페이지에 ‘당부의 글’이라는 제목으로 “학생들의 불법점거와 시위로 인해 교내의 모든 건물이 봉쇄됐다”며 “기물파손, 수업 방해, 행정업무 마비 등 그 피해가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취업 박람회의 무산은 재산적 피해를 넘어 취업 준비생들의 장래에 엄청난 해를 끼친 행위”라며 “이번 불법 행위를 면밀히 보고 있다. 누가 주도하고 누가 참여했는지, 어떻게 확산됐고 어떤 피해를 입혔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공지했다.
특히 학교 측은 “공학 전환을 반대하거나 수업을 거부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일 수 있다. 하지만 폭력을 행사하고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라며 “학교는 여러 가지 차원서 이번 불법 행위를 엄중히 다루려고 한다. 단체 행동으로 이뤄진 불법 행위도 그 책임은 분명 개인 각자가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물리력으로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이성을 찾아 정상적인 수업과 학사행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불법점거와 시위를 멈추고 학교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 당부드린다”고 요구했다.
동덕여대는 총학생회 및 재학생들과 공학 전환 관련 소통 상황을 시간대별로 정리한 글을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이는 재학생들과 소통하지 않고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했다는 총학생회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학교 측은 “공학 전환 논의는 교무위원회 보고도 이뤄지지 않은 의제 설정 이전의 상황이었다”며 대학 당국이 의견수렴을 하지 않았다는 총학생회 측 주장을 재차 반박했다.
그러면서 ‘동덕 구성원 피해사례 신고접수 안내’ 글을 올려 학생들이 벌인 점거 농성 피해 사례를 수집하겠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학교 내 시설물 파·훼손과 더불어 수업 거부, 교수 연구실 진입 차단 등 구체적 피해사례를 취합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이날 최현아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학교 측이 비민주적인 태도로 나와 학생들도 참지 못한 것”이라며 학교가 학생들과 소통할 의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달 전부터 교수님들이 ‘내년부터 남자 30명, 200명씩 들어온다’ ‘엄청 많이 들어오니까 너네 준비해라’ ‘학교서 다 준비 중이다. 무조건 확정이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대학비전혁신추진단의 ‘밀실 회의’ 의혹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 달 전부터 논의를 진행해 왔으면서도 대학 본부는 문서가 없다고 한다”면서 “논의된 적이 한 번도 없다. 제대로 진행된 적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항변했다.
이어 “여러 차례 대화를 요청드렸지만 (학교 측이)무응답으로 일관하거나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면서 “심지어 지난 11일에 직접 부처를 찾아가자 그날 오후 5시에 보자는 약속을 받아냈지만 그마저 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학교 기물이 파손된 데 대해서는 “대학 본부가 확실하게 대답하지 않으니 학우들의 불안감이 커졌고 행동이 이렇게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재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남녀공학 전환에 대한 투표도 예고했다. 그는 ‘학생들 전체 투표를 생각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맞다. 학교 측이 공학 전환 반대가 학생 전체의 의견이냐는 의구심을 표한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오는 20일 오후 2시, 공학 전환과 관련한 학생총회를 열겠다고 공지했다. 학생총회에서는 ‘동덕여대 총장 직선제’도 안건으로 논의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총학생회 측은 “공학 전환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지표로 확인해 대학 본부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