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아름다운 반어법’ 김형주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성북구 소재 갤러리 아트노이드178서 작가 김형주의 5번째 개인전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전시가 열린다. 김형주는 한여름 녹음 속에 만개한 꽃이 때 이른 노란 가을 풍경과 하나가 돼버린 현실을, 한없이 낭만적으로만 다가오는 황금빛 풍경에 담긴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만개한 꽃이 가득한 풍경에는 이름 모를 잡초의 잔혹사가 숨겨져 있다. 김형주는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무심함 속에서 일상이 돼버린 폭력에 관심을 둔다. 자연과의 균형을 되찾고 공존할 가능성을 찾고자 한 것이다. 

무신경

아트노이드178서 열리는 김형주의 개인전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전시는 인간과 자연의 균형이 완전히 깨진 지점이 언제인지, 그리고 현재까지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려 했다. 인간 앞에 펼쳐진 자연에 인간이 어떻게 영향을 가하는지를 제3자의 시점으로 관찰했다. 

이 과정서 문제점을 발견하는 김형주의 작업은 모든 것의 이유를 찾아가는 자각과 각성의 단계에 도달한 듯하다. 이제 김형주는 가까운 자연환경에 가해지는 수많은 사건이 인간과 무관한 타인의 행위가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며 무심코 하는 사소한 행위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전하고자 한다. 

모기는 한여름 무더위에 지친 인간의 밤잠을 훼방 놓는다. 우리는 ‘편안하고 흔들리지 않는’ 잠을 사수하기 위해 방에 들어온 한 마리의 모기를 퇴치하려 한다. 살충제를 분사하거나 모기가 싫어하는 향을 켜는 식이다. 이 과정서 대부분 승자는 인간이다. 인간은 이 행동에 딱히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느낄 틈도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이때 너무나도 손쉽게 작은 자연이 절멸된다.

폭력에 무뎌지는 인간
손쉽게 절멸되는 자연

김형주는 모기 한 마리를 잡기 위해 무심코 움직이던 자신의 행동서 깨달았다. 쓸모없는 잡초나 벌레를 없애는 작은 무기가 인간에게 가져다준 편리함이 푸르른 색이어야 할 여름 8월의 창밖 풍경을 황금빛으로 바꿨다는 것을.

잡초가 피운 예쁜 꽃은 농작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여름에 이미 가을을 맞았고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으로 그대로 멈춰버렸다. 

도시서만 살았던 김형주는 친환경적 삶의 양면적인 모습을 담은 다섯 개의 시리즈를 완성했다. 모래로 팔려버린 산을 다룬 ‘이름 모를 산’, 농작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잡초로 불린 풀을 다룬 ‘초대받지 않는 손님’, 농축산물의 효율성을 위해 사용되는 검정·흰 비닐을 다룬 ‘어쩔 수 없다’, ‘땅 위에 마시멜로’에 이어 노랗게 시간이 멈춰버린 잡초꽃의 이야기 ‘흔들림 없는 편안함’ 등이다.

김형주는 일관되게 자연은 인간이 마음대로 해도 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될 수 없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아트노이드178 관계자는 “김형주는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를 탐구한다. 쓸모없다는 이유로 손쉽게 제거하고 절멸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데 무신경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며 “일상적인 폭력은 점점 인간을 무디게 만들어 원자폭탄이나 방사능에 대해서도 단지 피해가 적다면 괜찮다는 생각에까지 이르지 않을까 두려움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고민

이어 “한번 깨진 균형은 되돌리기 어렵지만 인간이 여전히 조화와 공존을 생각한다면 아직 회복 가능성은 남아있지 않을까”라며 “김형주의 아름다운 반어법이 주는 묵직하고도 서정적인 감동을 이번 전시를 통해 만나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시는 오는 10일까지. 

<jsjang@ilyosisa.co.kr>


[김형주는?]

▲개인전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아트노이드178(2024)
‘땅 위에 마시멜로’ 아트노이드178(2023)
‘어쩔 수 없다’ 아트스페이스휴(2022)
‘초대받지 않은 손님’ 아트노이드178(2021)
‘가벼운 풍경’ 갤러리 그림손(2019)

▲단체전
‘ZEROCOMPRPMIZE’ 아트노이드178(2024)
물드는 산, 멈춰선 물 : 숭고한 조화 속에서’ 노적봉예술공원미술관(2023)
‘OUR : story after little ice age’ 아트노이드178(2023)
‘식물공감 : 자연을 들이다’ 이천시립미술관(2022)
‘공공미술 프로젝트 남해를 꿈꾸고 즐기다’ 스페이스 미조(2021)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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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가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12월 초 후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 헌법기관이란다.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