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드라마 작가가 되는 데는 자격시험이나 인증이 필요하지 않다. 성별과 나이, 전공과 경력을 따지지도 않는다. 오로지 극본을 통해서 자질과 재능을 평가받는다. 그 1차 관문이 드라마 공모전이다. 혼자 묵묵히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쓰던 예비 작가는 공모전을 통과하며 ‘예비’라는 꼬리표를 뗀다.
하지만 공모전은 주관의 세계가 아닌 객관의 세계에 속한다. 예심과 본심을 거쳐야 하고 예비 시청자이기도 한 다수의 심사위원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없이 많은 예비 작가와 초보 작가가 나만 좋아하는 글을 고집한다. 이로 인해 풀리지 않는 글 앞에서 헤매고 있다.
저자는 그들이 지금껏 공모전에 당선되지 못한 이유, 번번이 글을 끝내지 못한 이유는 재능 부족이 아니라 정보 부족이라고 주장한다. 드라마 창작과 공모전 당선에 관한 정보가 조금 부족해서라고 말하면서 공모전에 당선되고 드라마를 완성할 수 있는 열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모든 글쓰기에 통용되는 원칙도 있고 드라마라는 매체, 대한민국이라는 환경에만 적용되는 특수한 것들도 있다. 모두 작가 지망생이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물론이고 프로 작가로 활동하면서도 유용하게 쓰일 무기들이다.
드라마 공모전을 준비 중인 예비 작가, 이제 막 작품 한두 개를 선보인 초보 작가, 드라마 세계의 단맛과 쓴맛을 모두 맛본 프로 작가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템을 구상하고, 쓰고, 수정하다 보면 한두 해가 금방 지나간다. 공모전에 당선되냐, 작품이 편성되냐, 시청률(혹은 순위)이 잘 나오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예비 작가일 때는 1막이 제일 중요하게 느껴진다. 스토리를 어떻게 열고,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하는지가 최우선인 캐릭터 구축기다. 초보 작가가 되면 끝점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이 결말을 위해서 저렇게 시작하는구나를 익히는 플롯 완성기다.
프로 작가가 되면 새삼 스토리가 무엇인지 이제야 비로소 조금 알겠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려면 이렇게 시작하고 저렇게 끝내야 하겠구나를 그릴 수 있는 본격 드라마 창작기다. 지금 어느 단계에 있건 쓰기의 즐거움을 터득하고 진짜 작가로 거듭나는 여정이다.
거의 모든 드라마 공모전 요강에는 ‘작가님들의 새로운 글을 기다립니다’라고 쓰여 있다. 이 책의 독자일 미래의 드라마 작가는 자신만의 여행을 계획해야 한다. 다만 이 여행은 계획하는 작가보다 함께하는 시청자가 더 즐거워야 한다.
그러나 작가가 행복하지 않다면 시작될 수 없는 여행이다. 저자는 글을 쓰는 과정에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을 거라고 따뜻한 응원을 보낸다.
“작가인 우리는 겉으로는 털털해 보여도 까칠하고, 예민하고, 의심이 많고, 그만큼 여리고 상처받고 연약한 영혼의 소유자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만은 의심으로 주저하지 말고 확신으로 가득 찬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 기운으로 작품을 완성해 봅시다! 지금 당장 바로 쓰면 됩니다! 우리, 같이 달려요!”
<webmast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