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500호 특집기획> 한눈에 보는 김건희 8가지 의혹 총정리 ③학력·논문·경력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0.08 09:48:38
  • 호수 1500호
  • 댓글 0개

복붙·허위·오타…의문의 3종 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경찰은 ‘김건희 허위 학력’ 의혹을 불송치했고, 야권은 꾸준히 김건희 특검법을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매번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퇴임하면 거부권과 면책특권은 사라진다.

김건희 여사의 허위 학력·경력 의혹과 관련해, 법률상 진실로 확인된 사안은 아직 없다. 사법정의 바로 세우기 시민행동과 전국교수노조 등 시민단체들은 2021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4회에 걸쳐 김 여사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고, 검찰은 사건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로 넘겼다. 

허위?
불송치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측이 의혹을 부인했고, 경찰은 2022년 9월 “이력서에 기재된 경력 중 일부 학교명의 오기가 있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일부 기재가 있지만, 나머지는 사실에 부합하는 경력으로 확인된다”면서 사건을 불송치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꾸준히 ‘김건희 특검법’을 추진했다.

김 여사의 허위 학력 의혹은 크게 복붙·허위·오타로 구분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논문을 출처 표기 없이 그대로 긁어오거나, 이력서에 경력을 허위로 표기했다”는 문제 제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황당한 영역(英譯)이나 오타가 발견된 사례도 존재한다. 

김 여사의 허위 학력 의혹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논문 표절이다. 문제가 됐던 논문은 ▲1999년 숙명여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학 석사 논문 ▲2007년8월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지 논문 ▲2007년12월 한국디자인포럼 논문 ▲2007년12월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이다.


숙명여대 석사 논문은 표절예방시스템 카피킬러에서 표절률 10%로 확인돼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김 여사가 참고문헌에 기록하지 않았던 1980~1990년대의 논문의 소재 독일 화가 파울 클레 관련 저서와 논문을 비교한 결과 표절률은 42%로 급등했다. 6개 단어 이상 베낀 문장들을 추려 확인한 결과, 논문 전체 48쪽 중 43쪽서 표절 의혹의 정황이 확인됐고, 전체 382개 문장 중 250개가 같거나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파울 클레 작품의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설명은 로즈메리 람버트의 <20세기 미술사>와 거의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7년8월 논문 ‘온라인 쇼핑몰 소비자들의 구매 시 e-Satisfaction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대한 연구’는 카피킬러 검사 결과 표절률 35%로 확인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영문 초록이었고, 표절률은 94%에 달했다. 나머지 6%는 오타로 판정돼 시스템상에서 걸러졌다.

이 논문은 김영진씨의 2002년 논문 ‘인터넷 쇼핑몰에서 e-Satisfaction에 영향을 주는 요인 연구’, 임윤재씨의 2004년 논문 ‘CRM 구현을 위한 고객정보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 : 인터넷쇼핑몰을 중심으로’의 문장과 각각 100%, 95% 일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의 해당 논문의 본문 마지막 문장 “사이트 디자인, 편리성, 정보제공성, 상품 다양성이 e-Satisfaction에 유의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은 채택된다”는 김씨의 논문에 게재된 표현이었다.

김씨 논문의 영문 제목은 ‘A Study on Affecting Factors of e-Satisfaction on the Internet Shopping Mall’이었지만, 김 여사 논문의 영문 제목은 ‘The Analyze of the Affecting Factors of E-Satisfaction Focused on Internet Shopping Malls in Online E-Commerce Market’였다.


번역기로 돌려 번역 흔적 있지만…
점집·사주팔자 홈피 문구도 사용?

앞부분 ‘A Study on’을 ‘The Analyze of’로 바꾸고, 뒷부분에 ‘in Online E-Commerce Market’을 추가한 것이다.

김 여사 논문 중 가장 크게 논란을 일으켰던 것은 2007년12월 한국디자인포럼에 전승규 국민대 교수와 공동저자로 등재됐던 ‘온라인 운세 콘텐츠의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였다. 이 논문은 영문 제목부터 큰 논란을 일으켰다.

‘회원 유지’라는 의미를 가진 ‘membership retentuin’이 ‘member yuji’라고 표기됐다. 이 사실이 밝혀진 이후 “어떻게 지도교수와 심사위원들이 모두 그냥 넘어갈 수 있느냐”는 성토가 이어졌고, “번역기를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영문 초록에서는 첫 글자 Through가 though라고 표기되는 등 오타를 제대로 검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논문의 카피킬러 표절률은 46%로 확인됐다. 서론은 김 여사 스스로 박사논문을 자기 표절한 것으로 의심되고 있고, <조선일보> <디지털타임스> 등 매체의 보도 4편을 출처 표기 없이 게재하거나 복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타임스> 기사는 단어 733개 중 549개 단어가 논문에 그대로 게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회원 참여 및 탈퇴 관련 검증 방법론은 김필승 중앙대 교수의 2004년 논문 ‘상업 스포츠센터의 효율적 고객관리를 위한 회원참여 및 탈퇴 메커니즘 연구’와 중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MBC <PD수첩> 제작진은 2022년10월 김 교수에게 확인차 이를 문의했고, 김 교수는 “(김 여사의 논문이)제 논문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등 의아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언론 보도와 다른 사람의 논문을 무단으로 발췌했다”는 논란을 일으킨 논문은 또 있다.

김 여사는 2007년12월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애니타’ 개발과 시장적용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논문에 대해서는 “<디지털타임스>의 보도와 구연상 숙명여대 교수의 2002년 논문 ‘디지털 컨텐츠와 사이버문화’를 무단 발췌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94% 표절 
6% 오타

구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와 SNS 계정 등에 꾸준히 “김 여사의 논문은 명백한 표절이라서 국민대의 ‘연구 부정 없음’ 판단은 부당하다”며, “김 여사의 사과와 피해 복구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14개 교수·학술단체가 모인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 검증을 위한 범학계 국민검증단(검증단)’은 2022년9월 “논문 일부가 “점집 홈페이지·사주팔자 블로그·지식거래 사이트 등 상식 밖의 자료를 출처 명기 없이 무단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검증단에 따르면, 김 여사의 박사논문 중 6쪽 분량은 지식거래 사이트 ‘해피캠퍼스’에 2005년 최초 등록된 ‘주역의 음양사상’ 레포트 내용이 그대로 복사됐고, ‘궁합점보기’라는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 등에 올라간 게시글이 그대로 복사됐다. 심지어 문법 오류까지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여사가 이사로 재직했던 에이치컬처테크놀로지의 대표가 2004년 특허출원했던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관상 어플’의 사업계획서를 출처 표시 없이 그대로 베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업은 한국콘텐츠진흥원서 9000만원을 지원받아 개발됐다. 

검증단은 “정부 지원금으로 개발된 사업계획서의 핵심 내용과 저작권이 개인의 박사학위 취득이라는 사적 이익을 위해 도용된 것인 만큼 저작권법 침해와 보조금 관리법 위반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총 860개 문장 중 220개 문장이 출처 표기 없이 무단으로 이용됐고, 전체 147쪽 중 출처가 제대로 표시된 쪽수는 8쪽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정리하면, 김 여사의 석·박사 논문 상당수는 타인의 논문 등 저작물을 무단발췌한 ‘복붙’ 의혹과 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오타’와 ‘기계 번역’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복붙’의 대상은 ▲교수의 논문 ▲언론 보도 ▲개인 블로그 자료 등 출처를 가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 허위 학력 의혹의 다른 큰 덩어리는 각종 허위 이력 표기였다. 이는 주로 대학교 교원 채용공고에 제출했던 이력서에서 불거졌다. 

수상한 
이력들


김 여사는 2007년과 2013년에 각각 수원여대와 안양대에 제출했던 교수 초빙 지원서에 ‘2006 NYU 스턴 스쿨 엔터테인먼트 & 미디어 프로그램(NYU Stern School Entertainment & media Program) 연수’ ‘2006-10∼2006-11 뉴욕대 엔터테인먼트 앤드 미디어 비즈니스 이그제큐티브 프로그램(New York University Entertainment and Media Business Executive Program)’이라는 이력을 표기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2021년 12월 “2006년도 뉴욕대 학사 안내를 확인한 결과, 이력서에 적은 과정과 동일한 과정은 존재하지 않았다”며 “허위 경력을 기재한 이력서를 제출하는 것은 사문서 위조·위조 사문서 행사·업무방해죄 등 범죄를 구성한다”고 주장했다.

뉴욕대 스턴 스쿨 관계자는 2021년 12월 “해당 프로그램은 외부기관의 요청에 따라 2~5일 동안 대면 교육으로 진행되는 맞춤형 연수 프로그램”이라며 “해당 과정을 마친 교육생에게 스턴 스쿨 명의의 수료증이 지급되지만, 해당 과정이 학력으로 인정되거나 학점 인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여사가 2006년 이수했던 ‘문화콘텐츠 글로벌리더 과정(GLA)’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과 서울대가 공동으로 운영했고, 전체 6개월 동안 진행되는 교육 과정 중 뉴욕대서 진행되는 교육은 1주 동안 진행된 것이었다. 

김 여사는 2012년2월 서울대서 경영전문석사(EMBA: Executive MBA) 학위를 취득했다. 이는 기업체 임원이나 CEO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매주 주말(금·토)에만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현업과 병행할 수 있는 산학협력 과정이었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제품 및 디자인전략팀 이사 자격으로 학위를 취득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안양대·국민대에 겸임교수로 지원하면서 이력서 학력사항에 ‘서울대 경영학과 석사’라고 표기했다.

하지만 서울대 학칙과 학위 수여 과정에 따르면, ‘경영대학원 석사’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전문석사’는 구분되고, 학위 명칭도 ‘경영학 석사’와 ‘경영전문석사’로 구분된다. 의혹이 확산한 시점은 2021년 11월이었지만, 2019년 7월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서도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당시 윤 후보자에게 김 여사의 학력사항을 질의했고, 당시 윤 후보자는 “경영대학원서 2년 코스로 정식 석사학위를 받았다”고 답변했다. 

1주 연수 다녀오고 학력 표기
법적으로 문제된 사실은 없어

이 외에도 김 여사가 대학들에 제출했던 이력서에 대해 다양한 경력 관련 의혹이 제기됐다.

그는 2004년 서일대 시간강사 모집 당시 ‘숙명여대 미술대학원 졸업(1999년 2월)’이라고 표기했다. 김 여사는 숙명여대 교육대학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는데, 미대와 교육대는 엄연히 다른 학교다. 또 2006년 공동번역에 참여한 ‘디지털 미디어 스토리텔링’이라는 책에서도 스스로 ‘숙명여대 대학원 미술학과’라는 학력으로 소개했다.

서일대 시간강사 모집 당시 이력서에는 ‘1998년 서울 광남중학교 근무’라는 경력사항이 표기돼있다. 하지만, 김 여사가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시점은 1999년 2월이었던 만큼 1998년에는 교사로 근무할 수 없었다. 서울시교육청도 2021년 10월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에게 “(김 여사는)1998년 서울 광남중학교 근무이력이 없다”는 회신을 보냈다.

김 여사는 1998년 숙명여대 교육대학원 소속으로 서울 광남중에 교생실습을 나갔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 2001~2004년 2년제 한림성심대학교서 시간강사로 근무한 이력을 4년제 한림대 근무이력으로 표기해 논란이 됐다.

2007년 수원여대 겸임교원 임용 당시 제출한 이력서에는 ‘영락여고 미술교사(정교사)’라고 기재돼있으나, 김 여사는 2001년 영락여상서 미술강사로 근무했다. 2014년 국민대 겸임교수 임용 당시 제출 이력서에는 ‘한국폴리텍1대학 강서캠퍼스 부교수(겸임)’라는 경력사항을 적었지만, 김 여사는 2005~2007년 시간강사·산학겸임 교원(조교수 대우)으로 근무했고, 2008~2009년 부교수 대우를 받았다. 

김 여사의 논문 관련 의혹과 대해서는 국민대에도 따가운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대는 2021년 7월 “연구윤리위의 예비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가, 두 달 뒤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 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접수된 연구부정행위 제보에 대해 시효와 관계없이 검증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국민대 연구윤리위 규정 제4장 제17조에 근거한 발표였다. 이 규정은 2012년 9월1일 개정됐고, 부칙에는 ‘2012년 8월31일 이전의 부정행위의 경우 만 5년의 시효를 둔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국민대는 2020년 교육부에 ‘연구윤리 검증 시효를 폐지했다’고 보고했고, 2019년 시효가 지난 미성년 공저자 논문 10여건에 대한 연구부정 조사를 진행했다.  

국민대는 교수·동문회·정치권으로부터 따가운 비판을 듣고, 재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김 여사의 논문 4편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2022년 8월 “3편은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1편은 학회의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재조사위원회의 명단 및 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동안 
해명은?

야권은 ‘김건희 특검법’ 수사 대상 안에 학력·경력 관련 의혹을 포함해 지난 9월11일, 본회의서 가결시켰다. 같은 달 30일,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의 재임 기간에는 이 의혹들의 사실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 수사를 지휘했고, 2018년4월 이 전 통령을 구속 기소했다. 이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약 6년 2개월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전직 대통령에게는 법률안 거부권과 면책특권이 없다.

<ctzxp@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