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500호 특집기획> 한눈에 보는 김건희 8가지 의혹 총정리 ⑥구명 로비 ‘VIP’ 비밀

임성근 구하기 동참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내가 ‘VIP’에 말해주겠다.”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의 핵심이 되는 말이다. 해당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발표되면서 채 상병 사망사건은 새 국면을 맞았다. 사건 관련자들은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고 아직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말한 ‘VIP’는 누구며 로비는 실제 이뤄졌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7월19일 채수근 해병대 상병이 경북 예천의 수해 현장서 실종됐다. 실종자 수색을 하던 채 상병은 급류에 휘말려 실종된 지 14시간 만에 내성천 인근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이 발생하고 1년여가 지나자 채 상병 사건 그 자체보다 수사외압, 구명 로비 등이 태풍의 눈이 된 상황이다.

격노설
의문 핵심

채 상병이 사망한 이후 박정훈 전 대령이 수사단장이었던 해병대 수사단서 수사를 진행했다. 박 대령은 지난해 7월30일 채 상병이 소속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관계자 8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수사 결과에 대한 결재를 마쳤지만, 돌연 사건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박 전 대령은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서 윤 대통령이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 나왔다. 


격노설 이후 국방부 검찰단은 사건을 경북경찰청서 회수했고 혐의자를 해병대 대대장 2명으로 줄여 해당 사건을 경찰에 재이첩했다. 이것이 수사외압 사건의 골자다.

수사외압 의혹은 일파만파로 퍼져 정쟁의 도구로 사용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사건에 대한 특검이 필요하다면서 ‘채 상병 특검법’으로, 대통령실과 여권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벌어졌다. 다만 여기에는 ‘VIP는 왜 격노했는지’ ‘혐의자를 줄이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등 의문점이 남았다.

이후 경북경찰청의 수사 결과가 나오자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이 의문점을 풀 열쇠로 제기됐다.

2024년 7월10일 JTBC, MBC, <한겨레> <경향신문> 등은 이종호 전 블랙퍽인베스트 대표가 VIP에게 임 전 사단장 구명활동을 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 내용을 보도했다. 녹취록은 지난해 8월9일 공익 제보자 김규현 변호사와 이 전 대표의 통화 내용이다.

김 변호사는 지난 총선 때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려다 경선서 탈락한 인물이다. 5월부터는 박정훈 대령 변호를 맡고 있다. 녹취록은 공수처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 상병 사건 ‘폭풍의 눈’
도이치 공범 통화 중 언급

녹취록에 따르면 김 변호사가 “해병대 사단장 난리가 났다”고 운을 떼자 이 전 대표는 “임성근이? 그러니까 말이야. 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고 B가 전화가 왔다. 그래서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한테 얘기하겠다. 아마 내년쯤 발표할 건데 (임성근을)해병대 별 4개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녹취록에는 김 변호사가 “지금 떠오르는 게 위에서 그럼 (임 전 사단장을)지켜주려고 했다는 건가”라고 묻자 이 전 대표가 “그렇지”라고 호응하는 내용도 담겼다.

해당 녹취록에 나오는 VIP는 김건희 여사를 지칭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전 재표는 김 여사와 같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김 여사와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서 이른바 ‘BP 패밀리’로 권오수 전 회장과 이 전 대표, 김 여사, 이모씨 등이 핵심으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임 전 사단장은 녹취록이 보도되자 인터넷 카페를 통해 “청와대 경호처 출신 B씨나 이 전 대표 등 임성근을 위해 누군가를 상대로 로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구명 로비 의혹은 시기상 불가능했다”고 주장하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사의 표명 전후로 어떤 민간인에게도 그 사실을 말한 바 없다”며 “B씨가 사직 의사를 알았다면 아마도 언론을 통해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와는 한 번도 통화하거나 만난 사실이 없다. 의혹을 보도하기 전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객관적 사실관계의 확인과 검증, 비판적 검토를 거쳐달라”고 요청했다.

자신은 지난해 7월28일 오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사의를 표명했는데 이 전 대표나 B씨는 이 전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에 대한 결제를 번복한 7월31일까지 이 사실을 알지 못했으므로 구명 로비를 할 수 없다는 취지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대표 역시 임 전 사단장을 위해 구명 로비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나는 임성근을 모르고 후배들이 하는 얘기를 인용한 것”이라며 “녹취를 제보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야지 부분만 잘라서 하는 건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 여사 지칭
의견 지배적

녹취록이 편집됐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VIP는 김 여사가 아니라 김계환 사령관”이라는 엉뚱한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이 전 장관도 구명 로비는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장관을 보좌하는 김재훈 변호사는 “장관은 사건 이첩 보류 지시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대통령실을 포함한 그 누구로부터 해병대 1사단장을 구명해 달라는 이야기를 들은 사실이 없고 그렇게 지시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VIP로 김건희 여사가 거론되자 대통령실도 “대통령실은 물론 대통령 부부도 전혀 관련이 없다”며 “근거 없는 주장과 무분별한 의혹 보도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선 강력이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하며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모두 부인하자 김 변호사는 JTBC 방송에 나와 “‘그 사람이 지금 입을 열면 영부인까지 다칠 수 있다는 거 아니야? 그렇기 때문에 용산서 굉장히 지금 신경을 써주고 있다’ 이런 취지로 제가 듣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라든가 이런 분들에 대해서 ‘우리가 대통령하고 김건희 여사를 결혼시켜줬다. 중매를 시켜줬다.’ 이런 말씀을 하시고 김 여사의 어떤 활동 상황이라든가 수행하는 사람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얘기를 했다. 그건 1년 전에 한 얘기는 술 먹다 한 얘기라 실명을 누군지 기억을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구명 로비 자체가 자신의 과장이었다. 허세였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허세였다고 한다면 그걸로 그냥 끝나거나 했을 수 있다. 그런데 당시 통화나 이런 상황으로 봤을 때 내용이라든가, 태도라든가, 표현이라든가 하는 게 상당히 구체적으로 신빙성 있게 저에게는 다가왔다”고 말했다.

VIP 구명 로비 이야기를 처음부터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사실 이종호 전 대표하고 그 선배들하고는 굉장히 친분이 있는 관계였다. 동시에 박정훈 대령이나 채 해병 사건의 진실 사이서 솔직히 저도 1년간 굉장히 많은 갈등을 했다”고 고백했다.

구명 로비 의혹이 주목을 받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김 여사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7월12일 오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모든 의혹과 문제의 근원은 결국 윤 대통령 부부”라며 “특히 여러 정황을 볼 때 해병대원 사건 은폐 시도에 깊숙이 개입했을 것으로 보이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제보 공작
조사 요구


그는 “보도에 따르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이종호 녹취록에는 이씨가 국방부 장관 인사에도 개입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임성근 구명 로비뿐 아니라 장관 인선이라는 핵심 국정도 비선의 검은 손길이 좌지우지했을지도 모른다는 충격적 보도다. 사실이라면 일개 주가 조작범에게 대한민국이 휘둘렸다는 소리”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VIP가 해병대 사령관을 지칭한 것이라고 했지만 평소에 대통령과 김건희를 VIP1, 2라고 불렀다는 진술도 공개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공익신고가 아니라 기획된 사전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지난 7월17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가 이뤄졌다는 ‘해병대 골프 모임 단체 대화방(단톡방)’ 의혹에 대해 ‘야당발 사기 탄핵 게이트’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단톡방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 이 전 대표와 박정훈 해병대 대령의 변호인이자 민주당 총선 경선 참여자인 김 변호사, 대통령 경호처 출신 B씨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팬클럽 ‘그래도 이재명’ 발기인이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문제의 단톡방에 정작 임 전 사단장은 없었다. 그 대신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경호 책임자와 민주당 국회의원 선거 경선 참여자가 있었다”며 “제보 공작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전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이들과 얼마나 교감을 하고 있었는지 밝혀내야 한다”며 “만일 제보 공작에 민주당이 직접 교감하고 개입했다면 이것은 단순한 제보 공작이 아닌 사기 탄핵 게이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공방은 지난 7월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서도 계속됐다. 민주당은 해당 의혹을 둘러싼 VIP(대통령) 격노설,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 등을 규명하는 과정서 외압의 실체가 드러나면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고 봤다.

특검부터 청문회까지 정쟁 핵심
과태료 불과한 법적 처벌 가능성

특히 민주당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의 해병대 1사단 방문 사진을 공개하며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추궁했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이 전 대표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청와대 경호처 출신 B씨가 함께 해병대 1사단을 방문했을 때 사진을 입수했다면서 공개했다. 

장 의원은 임 전 사단장에게 “자신이 지휘하는 부대에 방문했는데 두 사람을 모르냐, 이씨가 ‘김계환 사령관에게 별 4개 달아주고, 임성근 사단장에게 별 3개 달아주고’ 이런 말을 한 것 아니냐. 그 이후에 골프 모임 단톡방이 생긴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임 전 사단장은 “이 전 대표를 모른다. 언론에 나온 뒤에야 알게 됐다”면서 “자신은 훈련 내내 배 안에 탑승해 있었고, B씨는 한두 달 뒤 자신이 왔다 갔다고 얘기해 줘 방문 사실을 알았다”고 답했다.

해병대 골프 모임 단체 대화방 관계자들도 민주당의 공작이라고 해명했다. 이들은 지난 11일 열린 국민의힘 사기탄핵테스크포스(TF) 간담회서 단체대화방 참여자인 김규현 변호사와 민주당이 해당 의혹의 진실을 알고도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대화방 멤버이자 청문회 당시 민주당 장경태 의원 측에 사진을 제보한 이모씨는 임 전 사단장과 B씨, B씨와 이 전 대표가 각각 찍은 사진 두 장을 제공했다면서 “다른 날짜, 다른 장소서 찍힌 사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 의원이)그 사진을 보여주면서 (임 전 사단장과 이 전 대표가)같이 회식한 것처럼 했다. 왜곡이고 공작”이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장 의원 측에 우리가 제공한 정보가 잘못됐을 수도 있으니까 다른 가능성까지도 살펴보라고 했다”며 “7월17일 장 의원실을 찾아가 실체적 진실을 알 수 있는 30분가량의 녹취 파일을 들려줬는데 (보좌관이)5분 정도 듣더니 ‘이거 들을 필요 있나요? 저희는 답은 정해져 있는데’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임성근 구명 로비의 실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구명 로비의 발단이 된 녹취록을 확보하고 이 전 대표, B씨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아직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실체가 드러나더라도 법적인 처벌은 가벼울 가능성이 높다.

법적인 형사처벌을 위해서는 이 전 대표가 임 전 사단장 등으로부터 직접적인 구명 로비를 부탁받았거나 금전을 주고받았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인돼야 한다. 또 이 전 대표가 자발적으로 나서 공직자 등에 로비를 했을 경우에는 청탁금지법(부정청탁금지) 위반 소지가 있지만 조치는 과태료 부과에 그치게 된다.

일제히
부인 중

하지만 이 전 대표의 구명 로비가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까지 연결돼 실제 행사됐다면, 공직자 등에게 직권남용죄를 물을 수도 있게 된다. 이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김 여사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한 공수처 관계자는 “채 상병 수사외압 사건과 더불어 구명 로비 의혹까지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며 “다만 검사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아 연임이 확정되지 않으면 수사는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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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