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500호 특집기획> 한눈에 보는 김건희 8가지 의혹 총정리 ⑥구명 로비 ‘VIP’ 비밀

임성근 구하기 동참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내가 ‘VIP’에 말해주겠다.”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의 핵심이 되는 말이다. 해당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발표되면서 채 상병 사망사건은 새 국면을 맞았다. 사건 관련자들은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고 아직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말한 ‘VIP’는 누구며 로비는 실제 이뤄졌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7월19일 채수근 해병대 상병이 경북 예천의 수해 현장서 실종됐다. 실종자 수색을 하던 채 상병은 급류에 휘말려 실종된 지 14시간 만에 내성천 인근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이 발생하고 1년여가 지나자 채 상병 사건 그 자체보다 수사외압, 구명 로비 등이 태풍의 눈이 된 상황이다.

격노설
의문 핵심

채 상병이 사망한 이후 박정훈 전 대령이 수사단장이었던 해병대 수사단서 수사를 진행했다. 박 대령은 지난해 7월30일 채 상병이 소속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관계자 8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수사 결과에 대한 결재를 마쳤지만, 돌연 사건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박 전 대령은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서 윤 대통령이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 나왔다. 


격노설 이후 국방부 검찰단은 사건을 경북경찰청서 회수했고 혐의자를 해병대 대대장 2명으로 줄여 해당 사건을 경찰에 재이첩했다. 이것이 수사외압 사건의 골자다.

수사외압 의혹은 일파만파로 퍼져 정쟁의 도구로 사용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사건에 대한 특검이 필요하다면서 ‘채 상병 특검법’으로, 대통령실과 여권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벌어졌다. 다만 여기에는 ‘VIP는 왜 격노했는지’ ‘혐의자를 줄이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등 의문점이 남았다.

이후 경북경찰청의 수사 결과가 나오자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이 의문점을 풀 열쇠로 제기됐다.

2024년 7월10일 JTBC, MBC, <한겨레> <경향신문> 등은 이종호 전 블랙퍽인베스트 대표가 VIP에게 임 전 사단장 구명활동을 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 내용을 보도했다. 녹취록은 지난해 8월9일 공익 제보자 김규현 변호사와 이 전 대표의 통화 내용이다.

김 변호사는 지난 총선 때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려다 경선서 탈락한 인물이다. 5월부터는 박정훈 대령 변호를 맡고 있다. 녹취록은 공수처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 상병 사건 ‘폭풍의 눈’
도이치 공범 통화 중 언급

녹취록에 따르면 김 변호사가 “해병대 사단장 난리가 났다”고 운을 떼자 이 전 대표는 “임성근이? 그러니까 말이야. 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고 B가 전화가 왔다. 그래서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한테 얘기하겠다. 아마 내년쯤 발표할 건데 (임성근을)해병대 별 4개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녹취록에는 김 변호사가 “지금 떠오르는 게 위에서 그럼 (임 전 사단장을)지켜주려고 했다는 건가”라고 묻자 이 전 대표가 “그렇지”라고 호응하는 내용도 담겼다.

해당 녹취록에 나오는 VIP는 김건희 여사를 지칭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전 재표는 김 여사와 같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김 여사와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서 이른바 ‘BP 패밀리’로 권오수 전 회장과 이 전 대표, 김 여사, 이모씨 등이 핵심으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임 전 사단장은 녹취록이 보도되자 인터넷 카페를 통해 “청와대 경호처 출신 B씨나 이 전 대표 등 임성근을 위해 누군가를 상대로 로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구명 로비 의혹은 시기상 불가능했다”고 주장하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사의 표명 전후로 어떤 민간인에게도 그 사실을 말한 바 없다”며 “B씨가 사직 의사를 알았다면 아마도 언론을 통해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와는 한 번도 통화하거나 만난 사실이 없다. 의혹을 보도하기 전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객관적 사실관계의 확인과 검증, 비판적 검토를 거쳐달라”고 요청했다.

자신은 지난해 7월28일 오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사의를 표명했는데 이 전 대표나 B씨는 이 전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에 대한 결제를 번복한 7월31일까지 이 사실을 알지 못했으므로 구명 로비를 할 수 없다는 취지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대표 역시 임 전 사단장을 위해 구명 로비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나는 임성근을 모르고 후배들이 하는 얘기를 인용한 것”이라며 “녹취를 제보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야지 부분만 잘라서 하는 건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 여사 지칭
의견 지배적

녹취록이 편집됐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VIP는 김 여사가 아니라 김계환 사령관”이라는 엉뚱한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이 전 장관도 구명 로비는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장관을 보좌하는 김재훈 변호사는 “장관은 사건 이첩 보류 지시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대통령실을 포함한 그 누구로부터 해병대 1사단장을 구명해 달라는 이야기를 들은 사실이 없고 그렇게 지시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VIP로 김건희 여사가 거론되자 대통령실도 “대통령실은 물론 대통령 부부도 전혀 관련이 없다”며 “근거 없는 주장과 무분별한 의혹 보도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선 강력이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하며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모두 부인하자 김 변호사는 JTBC 방송에 나와 “‘그 사람이 지금 입을 열면 영부인까지 다칠 수 있다는 거 아니야? 그렇기 때문에 용산서 굉장히 지금 신경을 써주고 있다’ 이런 취지로 제가 듣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라든가 이런 분들에 대해서 ‘우리가 대통령하고 김건희 여사를 결혼시켜줬다. 중매를 시켜줬다.’ 이런 말씀을 하시고 김 여사의 어떤 활동 상황이라든가 수행하는 사람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얘기를 했다. 그건 1년 전에 한 얘기는 술 먹다 한 얘기라 실명을 누군지 기억을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구명 로비 자체가 자신의 과장이었다. 허세였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허세였다고 한다면 그걸로 그냥 끝나거나 했을 수 있다. 그런데 당시 통화나 이런 상황으로 봤을 때 내용이라든가, 태도라든가, 표현이라든가 하는 게 상당히 구체적으로 신빙성 있게 저에게는 다가왔다”고 말했다.

VIP 구명 로비 이야기를 처음부터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사실 이종호 전 대표하고 그 선배들하고는 굉장히 친분이 있는 관계였다. 동시에 박정훈 대령이나 채 해병 사건의 진실 사이서 솔직히 저도 1년간 굉장히 많은 갈등을 했다”고 고백했다.

구명 로비 의혹이 주목을 받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김 여사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7월12일 오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모든 의혹과 문제의 근원은 결국 윤 대통령 부부”라며 “특히 여러 정황을 볼 때 해병대원 사건 은폐 시도에 깊숙이 개입했을 것으로 보이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제보 공작
조사 요구


그는 “보도에 따르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이종호 녹취록에는 이씨가 국방부 장관 인사에도 개입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임성근 구명 로비뿐 아니라 장관 인선이라는 핵심 국정도 비선의 검은 손길이 좌지우지했을지도 모른다는 충격적 보도다. 사실이라면 일개 주가 조작범에게 대한민국이 휘둘렸다는 소리”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VIP가 해병대 사령관을 지칭한 것이라고 했지만 평소에 대통령과 김건희를 VIP1, 2라고 불렀다는 진술도 공개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공익신고가 아니라 기획된 사전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지난 7월17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가 이뤄졌다는 ‘해병대 골프 모임 단체 대화방(단톡방)’ 의혹에 대해 ‘야당발 사기 탄핵 게이트’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단톡방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 이 전 대표와 박정훈 해병대 대령의 변호인이자 민주당 총선 경선 참여자인 김 변호사, 대통령 경호처 출신 B씨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팬클럽 ‘그래도 이재명’ 발기인이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문제의 단톡방에 정작 임 전 사단장은 없었다. 그 대신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경호 책임자와 민주당 국회의원 선거 경선 참여자가 있었다”며 “제보 공작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전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이들과 얼마나 교감을 하고 있었는지 밝혀내야 한다”며 “만일 제보 공작에 민주당이 직접 교감하고 개입했다면 이것은 단순한 제보 공작이 아닌 사기 탄핵 게이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공방은 지난 7월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서도 계속됐다. 민주당은 해당 의혹을 둘러싼 VIP(대통령) 격노설,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 등을 규명하는 과정서 외압의 실체가 드러나면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고 봤다.

특검부터 청문회까지 정쟁 핵심
과태료 불과한 법적 처벌 가능성

특히 민주당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의 해병대 1사단 방문 사진을 공개하며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추궁했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이 전 대표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청와대 경호처 출신 B씨가 함께 해병대 1사단을 방문했을 때 사진을 입수했다면서 공개했다. 

장 의원은 임 전 사단장에게 “자신이 지휘하는 부대에 방문했는데 두 사람을 모르냐, 이씨가 ‘김계환 사령관에게 별 4개 달아주고, 임성근 사단장에게 별 3개 달아주고’ 이런 말을 한 것 아니냐. 그 이후에 골프 모임 단톡방이 생긴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임 전 사단장은 “이 전 대표를 모른다. 언론에 나온 뒤에야 알게 됐다”면서 “자신은 훈련 내내 배 안에 탑승해 있었고, B씨는 한두 달 뒤 자신이 왔다 갔다고 얘기해 줘 방문 사실을 알았다”고 답했다.

해병대 골프 모임 단체 대화방 관계자들도 민주당의 공작이라고 해명했다. 이들은 지난 11일 열린 국민의힘 사기탄핵테스크포스(TF) 간담회서 단체대화방 참여자인 김규현 변호사와 민주당이 해당 의혹의 진실을 알고도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대화방 멤버이자 청문회 당시 민주당 장경태 의원 측에 사진을 제보한 이모씨는 임 전 사단장과 B씨, B씨와 이 전 대표가 각각 찍은 사진 두 장을 제공했다면서 “다른 날짜, 다른 장소서 찍힌 사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 의원이)그 사진을 보여주면서 (임 전 사단장과 이 전 대표가)같이 회식한 것처럼 했다. 왜곡이고 공작”이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장 의원 측에 우리가 제공한 정보가 잘못됐을 수도 있으니까 다른 가능성까지도 살펴보라고 했다”며 “7월17일 장 의원실을 찾아가 실체적 진실을 알 수 있는 30분가량의 녹취 파일을 들려줬는데 (보좌관이)5분 정도 듣더니 ‘이거 들을 필요 있나요? 저희는 답은 정해져 있는데’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임성근 구명 로비의 실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구명 로비의 발단이 된 녹취록을 확보하고 이 전 대표, B씨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아직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실체가 드러나더라도 법적인 처벌은 가벼울 가능성이 높다.

법적인 형사처벌을 위해서는 이 전 대표가 임 전 사단장 등으로부터 직접적인 구명 로비를 부탁받았거나 금전을 주고받았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인돼야 한다. 또 이 전 대표가 자발적으로 나서 공직자 등에 로비를 했을 경우에는 청탁금지법(부정청탁금지) 위반 소지가 있지만 조치는 과태료 부과에 그치게 된다.

일제히
부인 중

하지만 이 전 대표의 구명 로비가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까지 연결돼 실제 행사됐다면, 공직자 등에게 직권남용죄를 물을 수도 있게 된다. 이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김 여사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한 공수처 관계자는 “채 상병 수사외압 사건과 더불어 구명 로비 의혹까지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며 “다만 검사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아 연임이 확정되지 않으면 수사는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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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