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500호 특집기획> 한눈에 보는 김건희 8가지 의혹 총정리 ⑦명품백 스캔들 그 후…

성역 못 건드린 검, 특검 시계 빨라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논란’이 종결됐다. 최재영 목사와 김 여사 모두 불기소 처분됐다. 명분이 생긴 야권은 압박 수위를 높일 전망이다. 김 여사의 무혐의에 반발한 최 목사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낸 바 있다. 결과는 기소 권고였다. 검찰은 리스크를 무릅쓰고 사실상 봐주기를 선택했다.

김건희 여사 ‘디올백 논란’은 1년 가까이 지속됐다. 검찰은 김 여사와 최재영 목사 모두 불기소로 정리했다. 최 목사는 지난 1일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검찰이 조사 과정서 회유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현직 영부인이 연루된 만큼 조용히 사건을 끝내려 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조언으로
시작됐다?

최 목사는 김 여사를 여러 번 만났다. 지난 2022년 1월부터 카카오톡 메신저 등을 통해 김 여사에게 극단적인 정치적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신뢰를 쌓았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행사와 신라호텔 영빈관서 열린 와인 만찬에도 초청됐을 만큼 돈독해졌다.

최 목사는 취임식 40여일 뒤 윤 대통령의 당선 축하 인사를 위해 김 여사를 찾았다. 같은 해 9월13일에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찾아 그를 만났다. 앞서 김 여사는 한남동 대통령 관저가 준비되지 않아 윤 대통령과 자택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서 용산 대통령실로 출퇴근했다.

그는 주로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업무를 처리하거나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당시 최 목사는 소형 카메라가 내장된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다. 최 목사는 해당 시계로 김 여사와의 미팅을 촬영했다. 대통령실 경호처 소속 경호원들은 최 목사에 대한 보안검색을 진행했으나 최 목사의 손목시계를 풀도록 하지는 않았다.

최 목사는 총 5차례 김 여사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다. 두 번은 300만원 상당의 디올백과 샤넬 명품이었고, 나머지 세 번은 자신이 쓴 책과 5만~6만원 상당의 술, 비싸지 않은 일반 의류였다.

김 여사는 같은 해 6월에는 직접, 9월에는 최측근인 비서를 시켜 최 목사와 면담 약속을 잡았고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그를 만나 명품을 선물받았다.

최 목사는 지난 2022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4개월 간 총 10차례가량 김 여사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이 중 딱 두 번만 면담이 이뤄졌다.

최 목사가 전달했던 디올백은 ‘김건희 7시간 녹취록’ 폭로 당사자인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로부터 건네졌다. 또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지난해 6월과 9월 두 차례 건네줬던 명품들과 두 번째 만남을 촬영했던 손목시계 카메라 등의 출처도 이 기자였다.

이 기자는 “목사님이 김 여사를 자주 만나서(취재를 위해) 그 사람 행보를 좀 알고 싶었다”며 “최 목사가 김 여사와 더 친해지게 만들기 위해 해당 물품을 건넨 것”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윤 대통령이 당선되던 지난해 3월, 같은 진보진영서 활동하며 김 여사와 사적인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 기자에게는 <서울의 소리> 관계자를 통해 내가 먼저 연락했다. 처음에는 김 여사와 이 기자가 만나 화해하게 하려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중앙지검, 수사팀 꾸린 지 1년여 만에 면죄부
수심위 기소 권고 안 받아들여…이례적 사례

김 여사에게 선물을 전달하려던 건 최 목사만이 아니다. 최 목사가 김 여사를 접견한 날 쇼핑백을 준비한 인물 3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김 여사를 보좌하는 대통령실 관계자로 알려졌다.

최 목사는 “행정관이 두꺼워 보이는 문건이 담긴 바구니를 갖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해당 문건이 대통령실 문서라는 얘기도 나오는데 검증이 필요하다”며 “해당 문건이 정말 대통령실 문서라면 중차대한 정책과 현안들이 김 여사에게도 보고되고 있다는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서울중앙지검은 팀을 꾸리고 1년 가까이 수사를 이어갔다. 결과는 사실상 성역 봐주기였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달 26일 수사팀의 결론을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보고했다.

검찰이 김 여사에게 디올백을 준 최 목사를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의 권고와 달리 불기소 처리한 것은 최 목사가 언급한 민원이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의 민원이 김 여사에게 전달되지 않거나, 김 여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만큼 청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 수심위에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15대 0 만장일치로 불기소 권고했고, 최 목사 수심위는 7대 8로 기소를 권고했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수심위가 내린 최 목사 기소 권고 결정 역시 직무 연관성을 인정한 결과라기보다는 ‘법원 판단을 받아보자’는 쪽에 가깝다고 봤다.

수심위 상황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위원 중에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수심위서 최 목사의 검찰 진술과 외부 발언이 다른 점 등을 근거로 최 목사의 청탁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최 목사 측은 “이 사안의 본질은 부정청탁이 아니라 금품수수”라고 맞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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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위에선 청탁금지법 해석도 쟁점이 됐다. 청탁금지법 8조4항은 공직자 등의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 등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반면, 8조 5항에서는 ‘직무 관련성’에 대한 별다른 규정 없이 공직자나 배우자에게 수수 금지 금품을 제공해선 안 된다고만 정하고 있다.

이에 “금품을 건넨 최 목사는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기소를 할 수 있다”는 의견과 “김 여사와 마찬가지로 직무 관련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했다고 한다.


사건의 주요 쟁점 사안이었던 ▲지인의 국립묘지 안장 청탁 ▲디올백 진위 여부 등에 관해서는 명확한 결론이 서지 않았다.

최 목사는 지난 5월13일과 31일 검찰 조사서 김 여사에게 전달한 물품들이 선물이란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 목사는 갑자기 “청탁이었다”고 입장을 뒤집었다. 지난달 24일 최 목사 수심위서도 “왜 말을 바꿨나”라는 질의가 집중적으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 목사 측은 “검찰 유도 신문에 소극적으로 대답했던 것”이라는 취지로 응답했다고 한다.

최 목사는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을 국립묘지에 안장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김 여사에게 했다고 주장했다가 수사 도중 입장을 바꿨다. 최 목사는 지난 5월31일 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측에 청탁을 전달한 뒤 실제로 대통령실 직원에게 연락이 와 보훈처 직원 연락처를 전달해 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김 여사의 최측근인 유경옥 행정관이 김 여사를 보좌하는 조연경 과장(행정관)에게 관련 내용을 전하면서 “여사님께는 아직 말씀드리지 않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검찰 조사 과정서 드러났다.

봐주기?
자초하다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직접 말한 게 아니고 유 행정관에게 말한 것”이라며 “혼동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행정관들을 통해 김 여사한테 전달됐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김 여사 측은 검찰 조사서 “행정관들이 김 여사한테 보고한 적이 없다”며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직접 말하지 않았다면 청탁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말을 바꾼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 목사 측은 김 여사 측이 검찰에 제출한 디올백은 ‘가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김 여사가 가방을 유 행정관에게 줬고, 이미 현금화했다”며 “‘국가기록물’로 창고에 보관 중이라고 해 놓고 공개 못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가방에 각인된 제조 연월, 공장번호, 기포 모양 개수, 바느질 검증 등을 통해 최 목사 측이 건넨 가방과 동일한 가방이라고 판단했다.

김 여사 측은 디올백이 국가에 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중앙지검 수사팀에 전달했다. 이는 소유권을 포기하고 환부받지 않겠다는 의사로 해석된다. 김 여사 측은 의견서에 “소유권을 포기한다” 등 명시적인 내용을 담진 않았지만, 불기소 처분 및 환부를 앞둔 상황서 굳이 검찰에 의견을 밝힌 것은 부차적 논란을 피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이는 지난 1월 대통령실이 밝힌 입장과 상반된다. 당시 대통령실은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선물은 대통령 개인이 수취하는 게 아니라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관리, 보관된다”며 디올백을 대통령기록물로 취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검찰 역시 디올백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통령기록물법에는 직무와 관련해 외국인에게 받은 선물을 대통령 선물로 규정하고 대통령기록물로 간주한다. 하지만 검찰은 최 목사의 선물은 김 여사를 만나기 위한 목적이었을 뿐 윤 대통령의 직무와는 무관해 혐의가 없다고 본 것이다.

양측 수차례 진술 번복…신빙성 치명타
대통령기록물이라던 디올백 소유권 포기

김 여사 측도 해명이 달랐던 건 마찬가지다. 디올백 보관의 경우 처음에는 “포장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후 “포장을 풀어 보긴 했으나 반환하기 위해 그대로 다시 포장해 갖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여사 측은 “단순히 포장박스 겉면의 리본을 풀었다가 다시 묶었던 정도”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사건을 마무리했어도 이를 불복하는 법적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한 <서울의 소리> 측은 김 여사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질 경우 항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검찰이 불기소한 사건이라도 항고와 재항고, 재정신청 등의 불복 절차들이 있다.

또 수사 과정서 숱한 논란을 야기한 점에서 야권이 김 여사 의혹 관련 특별검사(특검)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법조계에서는 심 총장이 검찰 수사팀의 의견을 수용해 김 여사와 최 목사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결정하면서 수심위 절차 등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은 앞서 15차례 열린 수심위 가운데 11차례는 권고 의견을 받아들였지만 4차례는 따르지 않은 바 있다. 4차례 모두 수심위의 불기소 권고를 기소로 강행한 경우였다. 반면 수심위서 기소를 권고했을 때 수사팀이 불기소 처분을 강행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럴 거면 수심위가 왜 있냐는 비판이 많다. 검찰 내부서도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며 “심 총장도 긴 시간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디올백 사건을 자신의 임기 내에 끝냈어야 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전 총장은 고발 6개월 만인 지난 5월에야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했다. 하지만 수사팀 구성 후 열흘 만에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수사 지휘부가 대거 교체됐다.

새로 부임한 이 지검장이 이끈 전담수사팀이 지난 7월 김 여사를 비공개로 대면 조사해 논란이 일었고, 이 지검장이 이 전 총장에게 사후 보고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총장 패싱’ 논란도 일었다.

예상대로
묻히나?

이 전 총장은 “공정성을 제고하겠다”며 임기 말 디올백 사건 처분을 앞두고 김 여사에 대해 수심위를 직권으로 소집했다. 당시 최 목사에 대해선 별도로 소집하지 않았다. 이후 최 목사의 수심위 소집 요청이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에 의해 받아들여지면서 사건 처분 시기는 더욱 늦어졌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재영 목사 공직선거법 위반?

지난 총선 당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경찰에 출석한 최재영 목사가 “권력지향적인 수사기관이 지난 대선서 발생한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중립법 위반 사건은 외면하고 나만 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목사는 지난달 27일 경기남부경찰청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서 민생토론회를 개최하고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으며, 초접전 지역이나 자당이 불리한 지역만 골라 다니는 등 선거중립법을 위반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최 목사는 “이 사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고발됐는데 공수처는 검찰로 이첩하고, 검찰은 다시 서울경찰청 마포경찰서로 이첩하면서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반면 내가 경기 여주와 양평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유세 차량에 올라 단 몇 분, 몇 마디 지원유세 연설을 한 건 집요하게 고발하고 있다”며 “이것은 권력 지향적인 검찰과 경찰의 사례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자신을 기소해야 한다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결과를 묻는 질문에 “수심위는 나의 부정청탁금지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기소해야 한다는 권고사안을 냈지만, 정작 검찰이나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보강수사나 조사 방법은 아무 말이 없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 디올백 사건을 인지하고 있고, 국민의 눈높이는 부정부패로 보고 있다”며 “(사건을 맡고 있는)검찰과 국민권익위원회 역시 국민 눈높이 수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이날 지난 총선 당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출석했다.

제22대 총선 선거운동 기간 동안 여주·양평 지역구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최재관 전 지역위원장을 위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당시 최 전 위원장의 유세차에 올라 선거운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 목사는 미국 국적자로, 공직선거법 제60조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거나 체류 자격 취득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외국인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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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