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500호 특집기획> 한눈에 보는 김건희 8가지 의혹 총정리 ⑦명품백 스캔들 그 후…

성역 못 건드린 검, 특검 시계 빨라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논란’이 종결됐다. 최재영 목사와 김 여사 모두 불기소 처분됐다. 명분이 생긴 야권은 압박 수위를 높일 전망이다. 김 여사의 무혐의에 반발한 최 목사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낸 바 있다. 결과는 기소 권고였다. 검찰은 리스크를 무릅쓰고 사실상 봐주기를 선택했다.

김건희 여사 ‘디올백 논란’은 1년 가까이 지속됐다. 검찰은 김 여사와 최재영 목사 모두 불기소로 정리했다. 최 목사는 지난 1일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검찰이 조사 과정서 회유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현직 영부인이 연루된 만큼 조용히 사건을 끝내려 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조언으로
시작됐다?

최 목사는 김 여사를 여러 번 만났다. 지난 2022년 1월부터 카카오톡 메신저 등을 통해 김 여사에게 극단적인 정치적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신뢰를 쌓았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행사와 신라호텔 영빈관서 열린 와인 만찬에도 초청됐을 만큼 돈독해졌다.

최 목사는 취임식 40여일 뒤 윤 대통령의 당선 축하 인사를 위해 김 여사를 찾았다. 같은 해 9월13일에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찾아 그를 만났다. 앞서 김 여사는 한남동 대통령 관저가 준비되지 않아 윤 대통령과 자택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서 용산 대통령실로 출퇴근했다.

그는 주로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업무를 처리하거나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당시 최 목사는 소형 카메라가 내장된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다. 최 목사는 해당 시계로 김 여사와의 미팅을 촬영했다. 대통령실 경호처 소속 경호원들은 최 목사에 대한 보안검색을 진행했으나 최 목사의 손목시계를 풀도록 하지는 않았다.

최 목사는 총 5차례 김 여사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다. 두 번은 300만원 상당의 디올백과 샤넬 명품이었고, 나머지 세 번은 자신이 쓴 책과 5만~6만원 상당의 술, 비싸지 않은 일반 의류였다.

김 여사는 같은 해 6월에는 직접, 9월에는 최측근인 비서를 시켜 최 목사와 면담 약속을 잡았고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그를 만나 명품을 선물받았다.

최 목사는 지난 2022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4개월 간 총 10차례가량 김 여사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이 중 딱 두 번만 면담이 이뤄졌다.

최 목사가 전달했던 디올백은 ‘김건희 7시간 녹취록’ 폭로 당사자인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로부터 건네졌다. 또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지난해 6월과 9월 두 차례 건네줬던 명품들과 두 번째 만남을 촬영했던 손목시계 카메라 등의 출처도 이 기자였다.

이 기자는 “목사님이 김 여사를 자주 만나서(취재를 위해) 그 사람 행보를 좀 알고 싶었다”며 “최 목사가 김 여사와 더 친해지게 만들기 위해 해당 물품을 건넨 것”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윤 대통령이 당선되던 지난해 3월, 같은 진보진영서 활동하며 김 여사와 사적인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 기자에게는 <서울의 소리> 관계자를 통해 내가 먼저 연락했다. 처음에는 김 여사와 이 기자가 만나 화해하게 하려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중앙지검, 수사팀 꾸린 지 1년여 만에 면죄부
수심위 기소 권고 안 받아들여…이례적 사례

김 여사에게 선물을 전달하려던 건 최 목사만이 아니다. 최 목사가 김 여사를 접견한 날 쇼핑백을 준비한 인물 3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김 여사를 보좌하는 대통령실 관계자로 알려졌다.

최 목사는 “행정관이 두꺼워 보이는 문건이 담긴 바구니를 갖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해당 문건이 대통령실 문서라는 얘기도 나오는데 검증이 필요하다”며 “해당 문건이 정말 대통령실 문서라면 중차대한 정책과 현안들이 김 여사에게도 보고되고 있다는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서울중앙지검은 팀을 꾸리고 1년 가까이 수사를 이어갔다. 결과는 사실상 성역 봐주기였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달 26일 수사팀의 결론을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보고했다.

검찰이 김 여사에게 디올백을 준 최 목사를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의 권고와 달리 불기소 처리한 것은 최 목사가 언급한 민원이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의 민원이 김 여사에게 전달되지 않거나, 김 여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만큼 청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 수심위에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15대 0 만장일치로 불기소 권고했고, 최 목사 수심위는 7대 8로 기소를 권고했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수심위가 내린 최 목사 기소 권고 결정 역시 직무 연관성을 인정한 결과라기보다는 ‘법원 판단을 받아보자’는 쪽에 가깝다고 봤다.

수심위 상황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위원 중에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수심위서 최 목사의 검찰 진술과 외부 발언이 다른 점 등을 근거로 최 목사의 청탁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최 목사 측은 “이 사안의 본질은 부정청탁이 아니라 금품수수”라고 맞섰다고 한다.

15:0
7:8

수심위에선 청탁금지법 해석도 쟁점이 됐다. 청탁금지법 8조4항은 공직자 등의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 등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반면, 8조 5항에서는 ‘직무 관련성’에 대한 별다른 규정 없이 공직자나 배우자에게 수수 금지 금품을 제공해선 안 된다고만 정하고 있다.

이에 “금품을 건넨 최 목사는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기소를 할 수 있다”는 의견과 “김 여사와 마찬가지로 직무 관련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했다고 한다.

사건의 주요 쟁점 사안이었던 ▲지인의 국립묘지 안장 청탁 ▲디올백 진위 여부 등에 관해서는 명확한 결론이 서지 않았다.

최 목사는 지난 5월13일과 31일 검찰 조사서 김 여사에게 전달한 물품들이 선물이란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 목사는 갑자기 “청탁이었다”고 입장을 뒤집었다. 지난달 24일 최 목사 수심위서도 “왜 말을 바꿨나”라는 질의가 집중적으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 목사 측은 “검찰 유도 신문에 소극적으로 대답했던 것”이라는 취지로 응답했다고 한다.

최 목사는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을 국립묘지에 안장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김 여사에게 했다고 주장했다가 수사 도중 입장을 바꿨다. 최 목사는 지난 5월31일 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측에 청탁을 전달한 뒤 실제로 대통령실 직원에게 연락이 와 보훈처 직원 연락처를 전달해 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김 여사의 최측근인 유경옥 행정관이 김 여사를 보좌하는 조연경 과장(행정관)에게 관련 내용을 전하면서 “여사님께는 아직 말씀드리지 않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검찰 조사 과정서 드러났다.

봐주기?
자초하다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직접 말한 게 아니고 유 행정관에게 말한 것”이라며 “혼동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행정관들을 통해 김 여사한테 전달됐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김 여사 측은 검찰 조사서 “행정관들이 김 여사한테 보고한 적이 없다”며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직접 말하지 않았다면 청탁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말을 바꾼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 목사 측은 김 여사 측이 검찰에 제출한 디올백은 ‘가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김 여사가 가방을 유 행정관에게 줬고, 이미 현금화했다”며 “‘국가기록물’로 창고에 보관 중이라고 해 놓고 공개 못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가방에 각인된 제조 연월, 공장번호, 기포 모양 개수, 바느질 검증 등을 통해 최 목사 측이 건넨 가방과 동일한 가방이라고 판단했다.

김 여사 측은 디올백이 국가에 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중앙지검 수사팀에 전달했다. 이는 소유권을 포기하고 환부받지 않겠다는 의사로 해석된다. 김 여사 측은 의견서에 “소유권을 포기한다” 등 명시적인 내용을 담진 않았지만, 불기소 처분 및 환부를 앞둔 상황서 굳이 검찰에 의견을 밝힌 것은 부차적 논란을 피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이는 지난 1월 대통령실이 밝힌 입장과 상반된다. 당시 대통령실은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선물은 대통령 개인이 수취하는 게 아니라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관리, 보관된다”며 디올백을 대통령기록물로 취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검찰 역시 디올백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통령기록물법에는 직무와 관련해 외국인에게 받은 선물을 대통령 선물로 규정하고 대통령기록물로 간주한다. 하지만 검찰은 최 목사의 선물은 김 여사를 만나기 위한 목적이었을 뿐 윤 대통령의 직무와는 무관해 혐의가 없다고 본 것이다.

양측 수차례 진술 번복…신빙성 치명타
대통령기록물이라던 디올백 소유권 포기

김 여사 측도 해명이 달랐던 건 마찬가지다. 디올백 보관의 경우 처음에는 “포장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후 “포장을 풀어 보긴 했으나 반환하기 위해 그대로 다시 포장해 갖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여사 측은 “단순히 포장박스 겉면의 리본을 풀었다가 다시 묶었던 정도”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사건을 마무리했어도 이를 불복하는 법적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한 <서울의 소리> 측은 김 여사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질 경우 항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검찰이 불기소한 사건이라도 항고와 재항고, 재정신청 등의 불복 절차들이 있다.

또 수사 과정서 숱한 논란을 야기한 점에서 야권이 김 여사 의혹 관련 특별검사(특검)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법조계에서는 심 총장이 검찰 수사팀의 의견을 수용해 김 여사와 최 목사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결정하면서 수심위 절차 등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은 앞서 15차례 열린 수심위 가운데 11차례는 권고 의견을 받아들였지만 4차례는 따르지 않은 바 있다. 4차례 모두 수심위의 불기소 권고를 기소로 강행한 경우였다. 반면 수심위서 기소를 권고했을 때 수사팀이 불기소 처분을 강행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럴 거면 수심위가 왜 있냐는 비판이 많다. 검찰 내부서도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며 “심 총장도 긴 시간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디올백 사건을 자신의 임기 내에 끝냈어야 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전 총장은 고발 6개월 만인 지난 5월에야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했다. 하지만 수사팀 구성 후 열흘 만에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수사 지휘부가 대거 교체됐다.

새로 부임한 이 지검장이 이끈 전담수사팀이 지난 7월 김 여사를 비공개로 대면 조사해 논란이 일었고, 이 지검장이 이 전 총장에게 사후 보고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총장 패싱’ 논란도 일었다.

예상대로
묻히나?

이 전 총장은 “공정성을 제고하겠다”며 임기 말 디올백 사건 처분을 앞두고 김 여사에 대해 수심위를 직권으로 소집했다. 당시 최 목사에 대해선 별도로 소집하지 않았다. 이후 최 목사의 수심위 소집 요청이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에 의해 받아들여지면서 사건 처분 시기는 더욱 늦어졌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재영 목사 공직선거법 위반?

지난 총선 당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경찰에 출석한 최재영 목사가 “권력지향적인 수사기관이 지난 대선서 발생한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중립법 위반 사건은 외면하고 나만 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목사는 지난달 27일 경기남부경찰청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서 민생토론회를 개최하고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으며, 초접전 지역이나 자당이 불리한 지역만 골라 다니는 등 선거중립법을 위반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최 목사는 “이 사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고발됐는데 공수처는 검찰로 이첩하고, 검찰은 다시 서울경찰청 마포경찰서로 이첩하면서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반면 내가 경기 여주와 양평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유세 차량에 올라 단 몇 분, 몇 마디 지원유세 연설을 한 건 집요하게 고발하고 있다”며 “이것은 권력 지향적인 검찰과 경찰의 사례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자신을 기소해야 한다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결과를 묻는 질문에 “수심위는 나의 부정청탁금지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기소해야 한다는 권고사안을 냈지만, 정작 검찰이나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보강수사나 조사 방법은 아무 말이 없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 디올백 사건을 인지하고 있고, 국민의 눈높이는 부정부패로 보고 있다”며 “(사건을 맡고 있는)검찰과 국민권익위원회 역시 국민 눈높이 수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이날 지난 총선 당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출석했다.

제22대 총선 선거운동 기간 동안 여주·양평 지역구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최재관 전 지역위원장을 위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당시 최 전 위원장의 유세차에 올라 선거운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 목사는 미국 국적자로, 공직선거법 제60조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거나 체류 자격 취득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외국인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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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