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저층의 재발견

과거 아파트 저층은 고층 대비 선호도가 떨어져 애물단지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오히려 저층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인식이 변화하는 분위기다.

지상 주차장들이 지하로 내려가고 있다. 과거 대부분 아파트 주차장이 지상에 위치해 저층 세대는 소음 및 매연 문제를 겪었으나, 최근 공급되는 아파트는 주차장을 지하로 배치해 불편함을 해소하고 있다. 아울러 건설사들이 차별화된 조경설계 경쟁에 나서면서 조경 조망이 가능한 저층이 새로운 로열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원 못지않은 조경시설을 내 집 앞마당처럼 누릴 수 있으며, 사계절의 변화를 창밖으로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층간소음 
걱정 뚝

특히 1층의 경우 사회적인 문제화로 떠오른, 이웃 간의 층간소음 걱정을 덜 수 있어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 인기다. 발걸음 소리에도 큰 싸움이 벌어지며 층간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요즘,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이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는 유일한 층이기 때문이다.

베란다나 계단 등에서 우려되는 낙하사고 걱정도 거의 없다. 


이동과 출입이 편리하다는 점, 엘리베이터 고장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저렴해 금전적 부담이 덜하다는 점 등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이처럼 저층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늘어나면서 거래도 증가하는 양상이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5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총 18만4393건으로, 이 중 저층(1~5층)이 31%(5만6979건)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거래자 약 3명 중 1명이 저층 아파트를 구매한 셈이다.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송도더샵그린애비뉴’ 7단지 전용 84㎡ 5층은 지난 3월 7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나, 5월 2500만원 오른 7억7500만원에 손바뀜됐다. 경기 수원시 ‘광교센트럴뷰’ 전용 74㎡ 2층의 경우 지난 5월 10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4개월 전 거래가(9억1000만원)보다 무려 1억원 이상 오른 금액이다. 아파트 저층이 매도가 어렵다는 말과는 다른 모습이다.

단지 지상 공원화, 조경설계 등 건설사들의 기술력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과거 아파트 저층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도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무엇보다 저층은 분양가 측면서 경쟁력을 갖춘 만큼 실속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전반적인 견해다.

애물단지서 보물단지로 각광
찾는 이들 늘면서 인식 변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서 거래된 5층 이하 아파트는 9623가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거래 건수의 29.3%를 차지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 10건 중 3건은 저층이라는 의미다. 그동안 저층 아파트는 사생활 보호가 어렵고 일조량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커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졌다.


그만큼 손바뀜이 활발하지 않고 팔더라도 고층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최근 저층 가구만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낮은 층도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센트라스’ 전용 84㎡ 2층은 지난 10일 16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비슷한 시기 같은 면적 13층은 17억5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맺었다. 

일부 저층 특화 단지는 낮은 층이 높은 층 못지않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자이 2단지’ 전용 59㎡ 1층은 지난 6월 17억원에 거래됐다. 2021년 11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17억원, 5층)와 같은 가격이다. 지난달 같은 면적 4층이 17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 전용 76㎡ 테라스 타입은 지난달 15일 20억2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대가 낮아 지하 2층에 해당하는 물건이지만, 비슷한 시기 거래된 전용 84㎡(최고 20억원)보다도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건설사들은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저층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특화설계를 도입하고 있다. ‘완전판매’(완판)는 낮은 층 물량을 빠르게 소진하는 게 관건이다. 건설사는 저층 가구에 테라스 같은 보너스 면적을 부여하거나 동 간 거리를 넓히고 단지 내 공원·정원 등을 조성해 희소성을 높여 계약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편리한
이출입

최근 특별공급과 1·2순위 청약을 받은 대전 유성구 용계동 ‘도안 푸르지오 디아델’은 저층서도 충분한 일조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동 배치에 신경 썼다. 서울 홍파동 ‘경희궁자이’ 2단지는 전용 84㎡ 1층 가구 일부에 정원형 테라스를 제공한다. 아파트지만 정원 덕에 단독주택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정원 테라스는 사생활 보호 역할도 해 수요가 꾸준하다. 아파트를 필로티 구조로 지어 수요자가 적은 1층을 만들지 않고 2~3층부터 공급하는 단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도심 내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점 역시 저층 아파트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가치보다 실거주를 중요시하는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편한 아파트 저층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고령자와 어린 자녀가 있는 집 등은 저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에는 오히려 저층만 찾는 사람이 늘고 있어 예전보다 가치가 많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음은 저층이 강점인 수도권 분양 단지.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 HDC 현대산업개발은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11-111번지 일원에 건립되는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의 잔여세대를 선착순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최고 15층, 12개 동, 전용면적 49~84㎡, 총 827가구 규모다. 업계서 분양시장서 필수사항으로 불리는 발코니 확장을 무료로 제공해 수요자들의 부담을 대폭 낮췄다.

남향 및 판상형 위주의 평면계획으로 개방감을 극대화하며, 일부 84㎡ 평형에 경사지를 활용한 테라스하우스를 조성해 공간 활용도를 높일 예정이다. 또 피트니스, 작은 도서관, 골프연습장 등 다양한 커뮤니티를 조성해 입주민들의 주거 만족을 더할 전망이다.


특히 저층 테라스형 주택을 4개 타입, 24가구를 선보였다. 테라스 가구의 희소성과 쾌적한 주거환경 등이 강조되면서 수요자의 관심이 집중됐다. 청약 당시 테라스형인 전용 84㎡E 1가구 입주자 모집에 30명이 몰려 평균 30대 1의 1순위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 전용 84㎡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사계절
온전히

단지는 추후 GTX-A 노선(예정)의 수혜도 기대된다. 서울 지하철 6호선 홍제역서 세 정거장이면, GTX-A 노선 개통 예정인 연신내역을 환승할 수 있다. GTX-A 노선은 파주 운정~고양 일산, 서울 연신내 삼성을 거쳐 화성 동탄까지 이어지는 총 83.1㎞ 길이의 노선이다.

오는 30일 서울 강남 수서~화성 동탄 구간의 개통이 예정됐으며, 파주 운정~서울역 구간은 하반기 개통을 앞두고 있다. 해당 노선을 통하면 파주서 서울까지는 약 20분대로 주파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연신내역서 서울역까지 단 4분, 강남권까지는 10분대로 이동 가능하다.

홍은·홍제램프와 근접해 내부순환로 이용 시 서울 서남부와 동부로 이동이 용이하다. 통일로를 통하면 서울역을 비롯해 시청 등 도심으로 쉽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지하철 3호선 홍제역을 통해 종로, 광화문, 시청 등 주 도심지까지 10분대, 압구정 신사 등 강남권까지는 20분대로 이동,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퇴근도 수월할 전망이다.

지상 주차장 지하로…소음·매연↓
공원 같은 조경시설들 앞마당처럼


뒤로 북한산, 앞으로 인왕산, 서쪽으로는 안산과 백련산을 품고 있는 ‘쿼드러플’ 산세권 입지다. 지근거리에 자리한 홍제천을 따라 조성된 홍제천 자전거 도로와 산책길을 따라 난지한강공원, 망원한강공원을 이용 가능하다.

단지는 선착순 분양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청약통장 가입 기간 상관없이 주택 소유 여부, 세대주 여부와 무관하게 매수에 나설 수 있다. 실거주 의무는 없으며 전매제한은 1년이다. 입주는 오는 2025년 6월 예정. 

▲금정역 푸르지오 그랑블= 경기도 군포시 금정동 146-3번지 일원에 위치한 ‘금정역 푸르지오 그랑블’이 선착순 동·호 지정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59㎡ 타입의 경우 마감이 임박한 상황이다. 지하 2층~지상 최고 45층, 8개 동, 전용 59~95㎡, 총 1072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계약조건은 중도금 대출이자 후불제가 적용되며, 계약금 5%만 납부하면 1년 후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향후 입주민 전용 셔틀버스 2대를 제공할 예정으로 더욱 편리한 생활여건도 기대해볼 수 있다. 세대당 주차대수는 1.33대다. 4Bay 남향 위주 단지 배치로 채광과 통풍이 우수하고, 피트니스클럽, GX클럽, 골프클럽, 그리너리 카페, 독서실, 시니어클럽, 어린이집 등 입주민을 위한 커뮤니티시설이 갖춰진다.

금정역 푸르지오 그랑블은 낮은 건폐율을 바탕으로 주동 간격이 넓고 조경 비율이 높아 공원형 단지로 조성, 저층 단지의 경우라도 시야 확보 및 조망권에 방해요소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안양IT단지와 평촌 스마트스퀘어 도시첨단산업단지, 안양국제유통단지 등이 가까운 직주근접 단지다. 금정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과 군포 첨단 R&D 클러스터 조성 사업, 약 2.7㎞ 구간의 안양천 정비 사업도 추진 중이어서 수혜가 예상된다.

저렴한
분양가

반경 1㎞ 이내에 홈플러스 안양점과 AK플라자 금정점이 위치하고 있다. 안양시청, 롯데백화점, 이마트, 한림대학병원 등이 있는 평촌중심상업지구 이용도 용이하다. 평촌학원가도 10분 거리이며, 안양천 수변공원이 인접해 주거환경이 쾌적하다.

지하철 1·4호선 금정역이 가깝고, 인덕원~동탄 복선전철이 오는 2028년 개통 예정이다. 호계역도 개통이 예정돼있다. 

분양 관계자는 “최근 서울,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늘고 있으나, 금정은 선도지구 지정 이슈와 GTX-C 노선 개통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소진 중”이라고 전했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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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