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팬덤에 걸린 김호중 방지법

사회적·정치적 파장이 큰 이슈를 덮을 때 흔히 사용하는 무기는 이슈와 상관없는 사건이나 사고를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사건의 중심에 있는 자의 이름을 따 네이밍법을 만들기도 한다.

특히 정치적으로 큰 이슈를 덮을 땐 유명 연예인의 사건사고가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지난 5월 트롯 가수 김호중의 ‘음주 뺑소니’ 사건도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사건을 은폐하는 데 주효했다.

김호중 팬덤은 뺑소니 사건을 장기간 실시간으로 보도하면서 정치권이 김건희 여사 사건을 덮기 위해 가수 김호중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만약 가수 김호중과 함께 우리나라 트롯계의 영웅인 가수 임영웅도 2년 전 사회적 이슈가 됐던 ‘실내 흡연’ 사건이 지난 5월에 일어났다면 이 사건 역시 연일 보도와 함께 극대화돼 정치적 이슈를 덮는 용도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네이밍법 추진 사례를 살펴보면, 어린이집 차량에 치여 숨진 김세림 사건이나 의료사고로 인해 사망한 신해철 사고는 팬덤이 없는 사회적 사건사고여서 그런지 몰라도 세림이법, 신해철법이 쉽게 국회를 통과했다.


그런데 김호중 사건처럼 팬덤이 많고 정치적 이슈 은폐에 대한 논란이 많은 사건은 네이밍법을 발의해도 법 제정까지 쉽지 않다.

김호중 방지법은 김호중이 사건 당일 사고를 내고 달아나 약 2시간 후 편의점서 캔맥주 4개를 구매한 것에 대해 “음주 측정서 검출된 알코올이 사고 이후 마신 알코올이라는 변호인의 주장이 반영돼, 음주운전 처벌을 면한 술타기 수법 행태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게 골자인 법안이다. 

술타기 수법 사례는 2020년에도 있었다. 운전자가 음주 상태로 화물차를 몰다가 사고를 낸 후 현장을 이탈하고 소주 1병을 마셨는데 사고 후 술을 마셨다는 운전자의 주장이 인정돼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던 사건이다.

당시 판결에 대한 사회적 반항도 있었지만, 은폐할 만한 특별한 정치적 이슈도 없었고, 사고 당사자가 유명인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술타기 수법을 방치한 언론과 국회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는 “가수 김호중이 술타기 수법으로 음주 운전 처벌을 피한 점에 대해 엄청난 불만과 함께 김호중 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왜 국회 문턱을 쉽게 넘지 못하고 있는 걸까? 

김호중 사건 이후 “음주 운전을 해도 일단 도망가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자, 국회에선 이른바 음주 후 또 술 마시거나 운전자 바꿔치기 등을 방지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과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각각 지난 6월과 7월 술타기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김호중 방지법을 발의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도 김호중 이름 석 자만 언급 안 했을 뿐 취지가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자 김호중 팬덤은 법안을 발의한 위 4명의 국회의원을 상대로 ‘문자 폭탄’을 퍼부었다. 낙선 운동도 탄핵도 하겠다며 지역 사무실에 항의 전화도 했다.

블로그에도, 국회 입법 예고 게시판에도 법안에 특정인 이름을 붙이는 게 지나치다며 통과에 반대한다는 수천 개의 댓글을 달았다. 

팬덤은 원래 유명 연예인의 팬들이 모인 집단이었으나 지금은 정치권까지 확산돼 팬덤 정치가 판을 치는 시대가 됐다.

노사모, 박사모, 대깨문, 윤사모, 개딸, 위드후니 등이 유명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정당 대표로 만든 팬덤이다. 

필자는 최근 국회가 유명 연예인의 팬덤이 반대하는 법안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정치인들 스스로가 정치 팬덤의 덕도 봤고, 팬덤 관리를 소홀히 했다가는 정치 생명을 다 잃을 수 있다’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지지하는 팬덤이지만 엄청난 위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 시즌이 아닌 평상시에는 연예인 팬덤이 정치인 팬덤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의원들이 잘 알고 있다.

만약 팬덤이 없는 의원일지라도 자신이 낸 법안이 연예인을 자극할 경우 연예인 팬덤으로부터 공격당해 정당을 대표하는 팬덤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법안 추진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서 입법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최근 대검찰청이 음주 운전 사고를 일으킨 후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술을 더 마시는 ‘사고 후 고의 음주’에 대해 도로교통법상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형사처벌 규정을 마련해달라고 법무부에 건의했다.

김호중 사건 이후 일선 경찰도 “음주 운전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하면 ‘방금 술을 마셨다’며 다 마신 술병을 흔드는 피의자가 많아졌다”며, 음주 운전 혐의를 피하기 위해 ‘술타기 수법’ 행태를 보이는 운전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김호중 방지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호중 팬덤과 정치 팬덤이 싸워 당장 정치권이 피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이를 당당하게 추진해야 그 정치인과 정당이 우리 사회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정치인이 향후 네이밍법을 추진할 때 “법 추진이 정치적 이슈를 덮기 위한 대안이어서도 안 되고, 입법 실적을 홍보하는 과정서 유명인이나 사건 관련자 이름을 무분별하게 사용해서도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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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수처가 검찰과의 줄다리기를 끝냈다. 대통령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로서는 검찰의 요청을 쉽사리 거절할 수 없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구속이라는 성과를 거뒀으나 사건 이첩을 막을 순 없었던 셈이다. 오히려 공수처가 시간 끌기에 나섰다면 자칫 수사 자체가 꼬여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했다. 불법 수사로 규정하면서 제 무덤을 파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측은 사건이 검찰로 이첩되면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기관 쇼핑’ 논란을 자처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친정을 믿겠다는 무리수로 해석된다. 수사는 끝났는데… 공수처는 지난달 22일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윤 대통령을 체포한 뒤 제대로 된 수사나 조사를 이어가지 못했다. 조사를 거부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은 이날까지 총 세 차례나 불발됐다. 앞서 공수처는 구인 시도 첫날인 같은 달 20일, 윤 대통령이 완강하게 거부하자 대치만 하다가 6시간 만에 철수했다. 전날에는 탄핵 심판 변론을 마친 윤 대통령을 상대로 구인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이 외부 진료를 받고 오후 9시가 넘어 복귀하면서 무산됐다. 인권 보호 규정상 오후 9시 이후 심야 조사는 피의자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체포 당일인 지난달 15일 첫 대면조사 때부터 모든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7차례에 걸친 출석 및 조사 요구를 모두 거부한 셈이다. 공수처는 최근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고 했으나 대통령실은 오후 3시쯤 집행을 불승인했고 관저 압수수색은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해 오후 4시50분쯤 집행 중지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압수수색은 윤 대통령이 사용했던 비화폰 서버 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였다. 경찰도 같은 이유로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대통령경호처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비화폰을 통해 군·경찰에 “국회에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문짝을 도끼로 부숴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 등의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전날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수처는 지난달 23일 과천청사에서 윤 대통령 내란혐의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기소) 요구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판·검사나 경무관 이상 경찰관만 직접 기소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지난해 12월3일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직무권한을 남용해 경찰 국회 경비대 소속 경찰관들과 계엄군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공, 불법 수사 규정 강제구인도 실패 어쩔 수 없이 이첩…구속 제외 성과 ‘0’ 공수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및 국방부 조사본부의 공조가 없었다면 오늘 수사 결과는 발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검찰청 역시 공수처의 이첩 요청권에 응해 사건을 적시에 이첩하고 이후 다수의 조서 및 공소장 관련 자료 등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도 공수처에는 비상계엄과 관련된 피의자들 및 관련자들 사건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책임 있는 수사 대상자는 모두 의법 조치될 수 있도록 수사를 엄정히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은 아직 검찰 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이들은 “검찰에 사건이 이첩된 이후 판단하겠다”며 유보해 왔다. 공수처 조사와 달리 검찰 조사엔 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계속 거부할 명분이 부족할 뿐 아니라 향후 재판 과정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 분위기를 봐가며 수사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과 공수처의 갈등을 이용해 일부분 협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친정을 더 신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종 기소권을 가진 검찰 조사 단계에선 구치소 방문 조사 등 최소 범위로 응하되,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전면 부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노태우·전두환·노무현·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검찰 조사에 응했던 바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엔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 거부 명분으로 내세웠던 ‘내란죄 수사권’을 다시 꺼내 들며 검찰 조사도 거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위고하 막론하고 윤 대통령 측은 지금까지 공수처와 검찰 모두 법적으로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으며,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만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윤 대통령 조사를 시도하는 것은 ‘불법 수사’라며 공수처 수사를 거부해 온 것과 대응 방식이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협조도 안 했는데 검찰에 협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애초 검찰도 윤 대통령에 대해 강하게 수사해 왔고 그런 검찰에 윤 대통령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검찰의 소환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일에 출석해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검찰은 구속 기간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실무 관행을 고려해 연장을 신청했다. 판사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10일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구속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연장 허가 시 구속 만료 시점은 오는 5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날 전후로 윤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검찰은 공수처와 별도로 지난해 12월18일부터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해 왔다. 김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핵심 관련자 10명을 군검찰과 함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 밖에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과 군·경찰 간부들도 조사하며 윤 대통령 혐의를 다졌다. 후배들이 나설 차례 검찰은 그간 확보한 물적·인적 증거를 토대로 윤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캐물을 계획이다. 최 대행에게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을 지시했는지, 곽·이 전 사령관 등에게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위해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주요 인사 체포를 지시했는지, 총기 사용을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부르기보다는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면조사가 이뤄지면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은 친정인 검찰 후배들과 마주 앉아 조사받게 된다. 윤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23기로, 특수본부장인 박 고검장은 29기, 김종우 차장은 33기다. 수사팀 최순호 중앙지검 형사3부장은 국정 농단 수사팀서 당시 팀장이던 윤 대통령 지휘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우선 윤 대통령에 대한 혐의 다지기를 위해 국방부 조사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특수본은 지난달 23일, 요인 체포조 편성 및 운영 혐의와 관련해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비상계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 정계와 법조계 주요 인사 14명에 대한 체포조 운영 정황을 포착해 최근까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체포조 운영 정황을 상세히 적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충암고 후배 여 전 사령관은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계엄령 선포됐으니까 너희 수사관 100명 우리한테 보내줘야 한다”며 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국방부 조사본부는 요인 체포조를 위해 조사본부 차원서 100명의 수사관을 동원했다고 보고 있다. 체포조에는 방첩사 수사관 50명과 경찰 수사관 100명도 동원됐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헌재 여론전 윤 믿을 건 친정뿐? 검 “대면조사 필요…봐주기 없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네진 쪽지도 핵심 물적 증거다. 지난달 22일 민주당이 공개한 해당 쪽지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제목 아래 ▲예비비 조속 편성 ▲국회 관련 각종 운용자금 완전 차단 ▲국가비상 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민주당은 이 쪽지를 윤 대통령이 최 대행에게 직접 전달했다며 “최 대행은 명백한 내란 공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측은 해당 쪽지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위헌적으로 해산하려 한 핵심 증거라고 보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 변론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란 쪽지를 기재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냐”고 묻자, “저는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 해제 뒤 한참 있다가 언론서 메모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며 부인했다. 쪽지의 존재가 처음 드러난 건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 현안 질의서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최 대행이 “윤 대통령이 저를 보시더니 ‘참고하라’며 옆에 누군가가 자료를 하나 줬는데, 접혀 있었다”는 발언부터였다. 이날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대통령께서 직접 주셨냐”는 질문에, 최 대행은 “대통령이 직접 주시진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행은 “한 장짜리 자료인데, 접혀있었다”며 “제 직원(기재부 차관보)한테 ‘이것 가지고 있어’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4일 새벽 1시쯤 기재부 간부회의를 한 뒤, 차관보가 저한테 ‘아까 주신 문건이 있다’고 말해 확인했고, ‘비상계엄 상황서 유동성 확보를 잘 해라’라는 문장이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다만 최 대행에게 쪽지를 건네준 인사가 누구인지까지는 국회 회의록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최 대행은 해당 문서를 계엄 해제 이후 폐기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최 대행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의 “쪽지를 준 적도 없다”는 말은 최소한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최 대행에게 직접 건네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 존재를 언론을 보고 알았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최 대행의 “참고하라고 했다”는 발언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휴가도 반납 혐의 다지기 전날 국회 비상계엄 국정조사 청문회서도 윤 대통령의 쪽지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쪽지를 직접 준 게 맞다”고 증언했고, 한 총리는 “전체적인 것들을 기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1명 중 한 총리를 포함해 최 대행 등 7명을 조사했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소환조사했다”고 전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