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보도 이후…4년 만에 복직 박주연씨

문턱 넘었더니 또 다른 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년 만에야 제자리를 찾았다. 지방의 작은 도시서 시작된 걸음은 전국을 오갔다. 평범했던 한 사람이 투사로 변신해 누빈 현장은 이미 셀 수 없는 정도에 달했다. 법정 공방이 계속되면서 몸과 마음은 지쳤고 생계가 막막해졌다. 그럼에도 박주연씨는 멈추지 않았다.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이동지원과 안내 보조 등 생활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시·도에 지부를 두고 다시 지부가 시·군에 둔 지회서 운영한다. 지회장이 센터장을 맡는 경우가 많으며 운영비는 지자체 예산으로 충당한다.

끝나지 않은

진도군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이하 장애인이동센터)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전남지부의 진도군지회서 운영한다. 운영비는 전남도와 진도군서 일정 정도씩 부담한다. 센터 업무를 총괄하는 센터장 1명, 상담 업무와 차량 예약, 회계 등을 담당하는 사무원 1명, 운전을 맡는 운전원 1명 등 일반적으로 3명이 한 팀이다. 

박주연씨는 2015년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에 입사했다. 만일 박씨가 현재까지 무탈하게 일했다면 올해로 10년차가 된다. 하지만 박씨의 직장 생활은 말 그대로 ‘고난의 행군’이었다. 폭언, 욕설 등 직장 내 괴롭힘이 계속됐고 참다못한 박씨는 2019년 전라남도 인권센터를 찾아갔다. 진정한 고난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도 인권센터는 박씨의 상황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두 차례에 걸쳐 판단했다. 그러면서 진도군수,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등에 관리·감독 강화, 재발방지 대책 등을 주문했다. 하지만 박씨는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데 이어 결국 해고당했다. 


여기에 보조금을 유용했다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다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박씨의 마음을 다잡게 했던 건 돈이었다. 박씨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여기서 멈추면 저는 보조금을 횡령한 사람이 된다는 생각에 끝까지 싸웠다. 파렴치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박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고 손해배상청구‧해고무효 소송을 진행하는 등 전선을 넓혔다. 국가위원회는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을 권고했고 법원은 잇따라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갈 길은 멀었다.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와 갈등을 빚으면서 몸과 마음이 전부 망가졌다. 이 과정서 발병한 ‘적응장애’가 업무상 질병이라는 판정도 받았다. 

박씨는 처음부터 핸디캡을 안고 시작한 상황이었다. 박씨가 근무하던 장애인이동센터는 이른바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법의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곳이다. 박씨가 해고되기 직전까지 센터장 1명, 사무원 1명, 운전원 2명 등 총 4명으로 운영됐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이 오롯이 적용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상 해고, 가산수당, 노동시간 등의 조항이 적용되지 않으며 사업주가 직원과 개인사업자 계약을 맺으면 근로기준법 준수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 2019년 7월부터 시행 중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조차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예외다.

노동계에서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5인 미만 사업장을 구제하기 위해 숱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민주노총은 22대 국회 개원 첫날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등 3대 입법 과제 추진을 요구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배제는 한국 노동의 양극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만들어내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박씨 역시 법 개정을 촉구했다. 인권기관, 법원 등에서 모두 박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는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변화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박씨는 자신을 부르는 노동현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4일 사단법인 직장갑질119의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5인 미만 직장인 성토대회 아우성’에도 참가해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박씨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제73조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에 대해 왜 차별받아야 하는 건가”라며 “이런 차별은 인격을 파괴하는 행위며 국가가 근로자를 죽음으로까지 내몰 수 있는 범죄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울먹였다.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고발
노동현장 누비며 목소리 냈다
 

또 “이제라도 5인 미만이라는 제도적인 허점을 개선하고 차별 없는 직장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함께 인권을 보호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줄 것을 거듭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박씨가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와 갈등을 빚는 과정서 가장 분노한 부분은 진도군의 대응이었다. 전남도 인권센터나 국가인권위원회 등은 장애인이동센터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사태에 대해 진도군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진도군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대부분의 책임을 운영 주체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로 넘겼다.

하지만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의 운영비가 진도군의 보조금서 나오는 만큼 관리·감독 역할은 물론 사건이 일어났을 때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박씨가 진행한 손해배상청구·해고무효 소송 판결문 곳곳에도 진도군의 장애인이동센터의 관리·감독 역할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판결에서는 진도군의 방조 책임을 묻지 않았다. 진도군이 장애인이동센터 사건과 관련해 공문 발송 등의 행위를 했기 때문에 관리·감독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골자다.

그럼에도 박씨는 “진도군은 선택적으로 개입했다. 책임질 상황이 오면 ‘개입할 수 없다’고 뒷짐을 지면서도 또 어떤 때는 적극적으로 개입해 피해자를 울렸다”고 주장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전남지부, 진도군지회, 진도군 등이 박씨 사건을 두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장애인이동센터는 한 차례 폐쇄됐다. 전남도서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보조금을 끊겠다고 했고 진도군 역시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

그사이 진도군이 보조금 소급 지급 문제를 두고 갈팡질팡하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워졌다.

하지만 그 모든 우여곡절을 넘고 넘어 박씨는 지난 6월3일, 다시 장애인이동센터에 출근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전남지부, 진도군 등과 박씨가 밀고 당기는 합의를 진행하는 과정이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일단 박씨는 다시 센터 문턱을 넘은 상태다.

2019년 1월 직장 내 괴롭힘이 시작된 시기로 따지면 5년, 2020년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이후로는 4년 만이다.


박씨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곳에 돌아오기까지 숱한 싸움을 거쳤기에 공허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개인적으로든, 센터 운영 면에서든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투쟁의 시간

일단 해고 기간 동안 받지 못한 임금 문제를 비롯해 엉성한 복직 절차 등 넘어야 할 산이 높다. 장애인이동센터가 한 차례 폐쇄됐다가 운영이 재개되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수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현재 장애인이동센터서 그 업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박씨뿐이라 업무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박씨는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첩첩산중을 넘은 뒤 또 다른 산을 만난 격이지만 “그래도 이 자리 자체가 내게 굉장히 절실했고 소중했기에 돌아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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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