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5인 미만 직장 성토장 가보니…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올해로 근로기준법이 제정 70주년을 맞았다. 오는 16일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4년째 되는 날이다. 법은 근로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사각지대’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일요시사>가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봤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층에서 ‘대한민국 5인 미만 직장인 성토대회 아우성’이 열렸다. 사단법인 직장갑질119의 주최로 진행된 이날 대회에는 5인 미만 직장서 근무하다가 부당한 일을 겪은 근로자들이 참석했다. 4명이 현장서 증언했고 1명은 영상으로 대체했다.

똑같이 일해도…

영상을 통해 5인 미만 직장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증언한 A씨는 ‘휴가를 내지 못해’ 부득이하게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직장인의 현실이 이를 성토하는 자리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이날 현장 참석자들도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추가로 있을지 모르는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고용노동부 사업체 노동실태현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인 미만 직장서 일하는 근로자는 313만8284명에 이른다. 전체 근로자의 17%에 달하는 수치다. 이들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직장서 일하는 근로자가 5명이 안 된다는 것. 그 이유로 이들은 늘 해고의 위험에 벌벌 떨고 있다.


현행법상 5인 미만 직장은 일부 근로기준법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연차 유급휴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제한, 부당해고 시 구제 신청 등과 같은 규정이다. 2019년 7월16일부터 시행 중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역시 5인 미만 직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이미소 공인노무사는 5인 미만 직장인의 1시간과 5인 이상 직장인의 1시간은 노동의 가치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5인 미만 직장서 일하는 근로자는 똑같은 1시간을 일해도 5인 이상 직장에 다니는 근로자와 비교해 적은 돈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회가 근로기준법 예외 기준을 정할 때 5인을 기준으로 정한 데엔 어떤 근거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예외에 해당
“단계적 아닌 전면 적용”

이날 행사에는 보복성 해고를 당한 프리랜서 강사, 직장의 부당한 일을 항의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했지만 5인 미만이라는 이유로 구제받지 못한 근로자, 사회복지시설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뒤 해고당한 사회복지사, 고용주의 갑질에 대응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근로자 등이 발언했다.

일부 당사자는 발언 과정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고용주로부터 “머리로 생각하고 일하냐?” 등 모욕적인 폭언은 일상이었고 분 단위로 업무보고를 해야 했다. 시도 때도 없는 업무 연락 등을 받는 갑질도 다반사였다. 5인 미만 직장이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고용주는 회사 메신저 공지사항에 “우리는 5인 미만 사업장이라서 해고로부터 자유롭다”고 써놓기도 했다. 


커피로스팅 회사에서 일했다는 B씨는 “길을 가다가도 누군가 욕하거나 메신저에서 괴롭히면 법이 지켜준다. 하지만 살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선 왜 상시 근로자 수로 제한해 보호받지 못하는 걸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상시 근로자 수에 따라 차별받고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 인정되는 게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9일부터 15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5인 미만 직장인의 18.3%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실직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다. 300인 이상 직장 근로자(9.9%)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직장 내 괴롭힘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5인 미만 직장인 또한 56.5%로 직장인 평균(48%)보다 8%p 높게 나타났다. 

또 초과근로수당 지급 유무에 대한 질문엔 300인 이상 직장 근로자의 57.1%가 ‘받고 있다’고 답한 반면, 5인 미만 직장 근로자는 36.7%에 불과했다. 유급연차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는 응답도 300인 이상 직장은 81.3%로 나타났지만 5인 미만 직장은 56.7%에 그쳤다.

명절이나 공휴일 등의 ‘빨간 날’ 역시 5인 미만 직장인의 절반이 ‘쉬지 못했다’고 답했다.

‘313만8284명’ 전체 17%
괴롭힘 금지법도 미적용

근로기준법에 5인 미만 직장이라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사각지대를 어떻게든 없애야 한다는 점에는 폭넓게 공감하고 있다. 2021년 12월 윤석열 대통령(당시 대선후보)은 “직장 내 갑질과 성희롱 같은 것은 인권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다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국민의힘은 “임금과 근로시간제도 개선 과제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입법안을 마련하고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 파견제도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과제도 사회적 논의를 바로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정 협의를 거쳐 세부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도 있다. 

문제는 적용 범위다. 지난 16일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은 “해고 제한 규정 등을 포함하는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은 지금 당장 어렵지만 현 상태서도 대통령령을 바꿔 5인 미만 영세 직장 근로자에게 휴가와 할증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면 적용서 한걸음 물러나 ‘단계적 적용’을 시사한 것이다. 

정현철 직장갑질119 사무국장은 “5인 미만 직장인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은 인권을 보호하는 문제다. 단계적 적용이 아닌 전면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 5인미만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신하나 변호사는 “국회와 정부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5인 미만 직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해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취약성을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변호사는 “5인 미만 직장 근로자는 훨씬 많이 일하지만 훨씬 적게 받는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노동조건이 저하되고 있다. 심지어 적용돼야 하는 법도 어겨지는 것이 일쑤다.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고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는 맞춤형 지원을 제공해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 즉 노동의 범법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설명했다. 

덜 받는다

진도군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던 중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다가 해고된 박주연씨는 “5인 미만 직장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제76조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에 대해 왜 차별을 받아야 하는 건가”라며 “이런 차별은 인격을 파괴하는 행위며 국가가(근로자를) 죽음으로까지 내몰 수 있는 범죄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울먹였다. 


이어 “이제라도 5인 미만이라는 제도적인 허점을 개선하고 차별 없는 직장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함께 일터서 인권을 보호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서 이번에는 반드시 벗어날 수 있도록, 모든 근로자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줄 것을 거듭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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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